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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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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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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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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Y2K의 공포

DUMMY

“공포야, 공포.”


실바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라 빠스 마을 곳곳에서 심령술사들의 제단이 늘어나고 있었다.


라 빠스 뿐만이 아니었다. 콜롬비아 대부분의 산악 촌과 일부 도시에도 흔하게 보였다.


국경 넘어 베네수엘라와 카리브는 더 심한 상황이었다.


심령술사들은 2000년을 맞아 세계 종말론, 구원론을 퍼뜨리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라 빠스 마을에서도 일부 주민들은 산속 동굴에 들어가 아무 일도 안 하고 금식 기도만 하기도 했다.


무웅은 부하들에게 일부 심한 사기꾼들은 반병신을 만들어 마을에서 쫓아내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곧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며 천상 세계로 가는 표를 수백 달러씩 받고 팔고 있었다.


중남미의 많은 기괴한 미신들은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로 팔려온 노예들은 오랜 미신을 갖고 있었는데 특히 요루바 족이 유명했다.


이들의 미신과 주술은 카리브를 거쳐 중남미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다고 이 미신이 어떤 통일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는 앵무새를, 바로 옆 섬에서는 원숭이를 섬기는 식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1998년 정권을 잡은 차베스도 악령을 숭배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차라리 커피를 숭배해라. 돈이라도 벌어주니까 쳇.’


반면 무웅은 나스닥을 숭배하고 있었다.


IT 버블을 타고 사령부로부터 점지받은 종목들의 주가는 엄청난 상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무웅은 커피 농장의 주식 잔고가 웬만한 대기업 재정을 능가할 수준이 되자 마을에 전문가팀을 꾸렸다.


대부분 무웅이 교육한 마을의 똑똑한 고아들이었는데 이들은 보고타와 미국 등에서 경제, 금융을 전공하고 있었다.


세금 등의 문제로 거액의 잔고는 곧 세상에 크게 소문나게 돼 있다. 커피 마을이 주식으로 대기업이 된 비결은 마을의 천재 고아팀 덕분이라고 둘러댈 계획이었다.


무웅은 1억 달러를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크게 오르고 있는 주식 잔고를 보자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은 무슨, 그냥 죄다 사버릴까.’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안드레스가 문을 두드리자 무웅의 미소가 사라졌다.


“카리브팀은 모두 출발했습니다.”


“칠레, 아르헨티나팀은?”


“내일 떠납니다. 3일 후면 다 자리 잘 잡았는지 체크가 될 겁니다.”


“자네도 준비 잘하게.”


...


실제로 많은 나라 정부들은 Y2K 버그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컴퓨터 네트워킹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조차 자신들의 오래된 시스템이 안전한지 확신하지 못했다.


정부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비공개로 군과 경찰, 정보부에 준 비상령을 내려두고 있었다.


정국이 불안정해 쿠데타나 소요사태를 우려하는 중남미 국가들은 물론, 많은 선진국 정부조차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모든 정부들이 2000년 1월 1일 0시에 시스템 오류로 정전, 교통 마비 등의 사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불안해진 대중이 폭동을 일으키지나 않을지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


워싱턴시 타코마 지역의 한 중산층 집 앞에 무웅이 모습을 나타냈다. 12월 30일 밤이었다.


특수팀을 맡은 해리슨의 저택은 경호원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무웅은 사령부로부터 미리 받은 화상 정보를 다시 돌려보고 있었다. 왼쪽 눈앞에 상태창이 영상을 띄웠다.


[초소 경호원 식사 시작]


무웅은 경호원들이 식사 준비를 하느라 번잡한 틈을 타 초소 뒤편을 지나 저택 옆문으로 다가갔다.


문 안쪽 부엌에는 경호원 한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바깥 애들에게 커피 좀 갖다 줘!]


해리슨의 호출을 받고 경호원이 일어서자 무웅은 슬쩍 문을 따고 들어섰다.


부엌을 지나 거실의 계단 앞에 서자 상태창에 계단 위 복도에 경호원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무웅은 하나, 둘, 셋, 넷까지 셌다.


바깥 초소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나자 경호원이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무웅은 1초에 불과한 시간에 경호원 뒤를 지나 조용히 방으로 들어섰다.


무웅은 단기 미래를 보여주는 상태창 덕분에 경호원들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2층 목표지까지 도달했다.


‘이것 재밌군.’


상태창은 주로 단기 미래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즉, 이미 확정된, 그러니까 무웅에 의해 바뀌게 된 근 미래만 파악하고 통보해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무웅은 곧 벌어질 동시다발 작전의 결과를 아직 알지 못했다.


보다 먼 미래는 무웅의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무웅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두 성공해야 할 텐데.’


해리슨은 침대 앞 의자에 몸을 누이고 TV로 CNN 생방송 뉴스를 보고 있었다.


“Y2K는 무슨···. 호들갑들이나 떨고.”


시간이 가장 먼저 바뀌는 뉴질랜드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2000년 1월 1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국가 마비나 폭동은커녕 도시들은 폭죽을 쏘며 새 밀레니엄을 환영하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다 무언가 인기척을 느낀 해리슨이 무심코 고개를 문 쪽으로 돌리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헉.”


해리슨이 놀라 의자에서 빨리 일어나려 했지만 반쯤 누운 자세와 알코올 기운으로 인해 순간 비틀거렸다.


“쉿!”


무웅이 손가락을 입에 대며 오른손으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어 보였다.


해리슨은 천천히 다시 의자에 앉았다.


무웅이 조용히 억양 없이 말했다.


“같이 TV나 보러 왔어, 친구.”


“자, 자네는···. 대담하군. 경호원들은 어떻게 했나?”


“모두 무사해. 걱정 말게. 아무도 안 쳐다보길래 그냥 걸어들어왔어.”


“어, 어떻게 그런···.”


해리슨은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바깥 초소에서는 경호원들의 떠드는 소리가 멀리 들렸다.


부엌에서 다른 경호원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움직이지 말고 CNN이나 보자. 곧 재미있는 게 나올 거야. 드디어 Y2K 아닌가.”


“웃긴 소리. Y2K는 무슨. 개뿔도 없더군. 자네가 원하는게 뭔가.”


“아직 장담하지 말게. 우리 재미있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나 하자고.”


무웅이 권총으로 옆의 해리슨을 겨눈 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그때 CNN 속보가 떴다.


[버진 아일랜드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


“음. 이제 시작하는군. 잘 봐봐.”


무웅이 조금 전 상태창으로 본 걸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이 하나 둘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돼. 몇몇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군경이 출동하지. 방화가 발생하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네.”


TV 화면에서는 실제로 무웅이 말한 순서대로 사태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제 곧 다른 속보도 뜰 거야.”


[바하마에서도 소요 발생]


“다음 차례는 도미니카.”


[도미니카에서 대규모 화재]


“다음은 파나마...이던가.”


[파나마 중심가에 군대 출동]


“맞군. 다음은 케이맨.”


[케이맨 제도 비상사태 선포]


“끝으로 턱스 앤 ... 뭐더라···.”


“턱스 앤 케이커스”


해리슨이 대답했다.


[턱스 앤 케이커스에서 시위대 운집]


“맞네. 그 섬 이름은 참 외우기 힘드네.”


“이게 다 뭔가? 무슨 쇼야?”


해리슨이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목소리 높이지 말고 먼저 괜찮다고 대답부터 하게.”


“무슨 소리하는 거야?”


무전기에서 호출 소리가 났다.


[부장님, 괜찮으십니까? 누구랑 대화하시나요?]


“TV 보고 있어, 신경 꺼!”


해리슨이 소리치고 무웅을 노려보았다.


“너는 누구냐?”


해리슨은 두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전쟁터와 정보 공작의 현장에서 드물게 느끼는 감이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제 고양이와 쥐 게임 그만두고 자네와 대화를 할 때가 됐어.”


“먼저 네가 누구라고 밝혀!”


“미래에서 온 노병이야. 이래 봬도 꽤 연세가 많지. 너는 내 손자뻘이야.”


“농담 그만두지 않으면 큰 소리를 지를 거야.”


“우선, 농담이 아니고, 소리치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기겠네.”


무웅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걱정 말게.”


“원하는 게 뭐야?”


“날 추적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구해줘.”


“내가 왜 자네 말을 들어야 하나.”


“우리 결국 미래에는 같이 일하게 되는데 일을 좀 앞당기자고.”


“좀 이해하기 쉽게 말해봐.”


“잘 들어봐. 미래는 밝지 못해. 물론 자네가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이긴 한데. 그들은 냉혹해서 자네를 그냥 쓰다 버리려고 하지.”


“...”


“암튼, 앞으로 한 20년쯤 후부터 지구 상태가 매우 악화돼. 수십년에 걸쳐서 많은 인구가 목숨을 잃어.”


무웅이 해리슨이 아직도 쥐고 있는 맥주를 가리켰다.


해리슨이 맥주를 천천히 건네줬다.


목을 축이고 무웅이 말을 이었다.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곳은 남미가 유일한 지역이 되네.”


해리슨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지구의 많은 생존자가 남미로 몰려들게 되는데 사실 모든 인구가 다 같이 사는 건 불가능하지. 한 백억쯤 되니까.”


“핵전쟁이 발생하나?”


“딱히 그건 아니야. 여러군데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나긴 하지. 사실 더 정확한 원인은 나중에도 100% 밝혀지진 않는데, 몇 천 년인지, 몇 만 년 만인지, 가뜩이나 나빠진 기후가 지구 자기장 변화로 더 엉망이 돼버려.”


“...”


“산소도 부족해지고, 기후 변화가 가팔라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도 퍼지고, 대피하지 못한 많은 인간과 생물들이 사라지지.”


“멸망하게 되나?”


“아니야. 그래도 몇억쯤은 살아남아. 남미의 환경이 워낙 좋아서 말이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아무도 몰라. 문제는 인간답게 사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거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부족한 자원과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벌이게 돼.”


“흠.”


“대부분의 인간은 처참하게 살게 된다네.”


“아포칼립스군. 디스토피아!”


“그렇지!”


“그래서 자넨 미래에서 역사를 바꾸라는 임무를 띠고 온 거고?”


“역시 이해가 빠르군.”


“하지만 자네가 기후악화나 자기장 변화를 막을 수는 없잔어?”


“물론이지. 사실 내가 할 일은 대 혼란 와중에 일부 소수 집단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거야.”


그러나 해리슨은 표정을 바꾸고 비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자네 영화 얘기 하는 건가? 내 머릿속에 많은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무웅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해리슨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뭔가 좀 더 그럴듯한 얘기를 해 보게.”


“뭘 생각하고 있었나?”


“자네는 중국이나 어떤 나라의 정보 도둑이잖아? 빨갱이 운동을 하는 척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고, 어디 소속인가?”


무웅은 해리슨의 말을 무시하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자네 혹시 주식하나?”


...


안드레스는 금고 안을 뒤져 디스크와 서류들을 챙겼다. 절도범으로 가장하기 위해 보석 몇 가지와 달러 뭉치들도 집어넣었다.


방 안 침대 위에는 페르난데스 주지사와 젊은 여자 두 명이 벌거벗은 채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다.


밀레니엄 맞이 파티를 연 흔적이 집안 곳곳에 쓰레기처럼 널려 있었다.


초대객과 경호원 대부분 술에 취했거나 약에 중독돼 널브러져 있었다.


의식이 약간 남아 있는 자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음을 내고 있었지만, 안드레스를 똑바로 보지는 못했다.


주지사 저택은 1월 1일 0시가 되자마자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성이 울렸지만, 곧 모든 불이 꺼지며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촛불이 하나하나 켜지며 다시 파티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수면 가스를 이용해 모두를 재우고 목적을 달성한 안드레스는 부하들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


너무나 쉬웠던 임무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며 안드레스는 생각에 잠겼다.


카르텔 전쟁 속에서 고아로 자라며 성격이 더 냉정해진 안드레스는 미신이나 종교는 믿지 않았다.


신이 있다면 어째서 세상에 이런 지옥이 방치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기 때문이었다.


‘신 따위는 없어!’


그러나 무웅을 만나고 확신이 흔들렸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무웅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마치 미래를 꿰뚫는 것처럼 보였다.


‘신 같지는 않은데···.’


안드레스는 무웅을 경외하고 따랐지만 언젠가는 한 번 직접 물어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마을 기지에 도착하자 카리브 여섯 군데에 파견한 별동대들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모두 목적 달성!]


안드레스는 다시 무웅을 떠 올리다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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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파국의 현장 23.06.02 12 1 12쪽
30 라파엘 장군과 만나다 23.06.01 15 1 12쪽
29 내 손을 달라고? 23.05.31 16 1 11쪽
28 교환 조건 23.05.30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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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괴물같은 노인 23.05.28 19 1 12쪽
25 드러나는 뒷 배경 23.05.27 22 1 12쪽
24 무웅의 함정 23.05.26 20 1 11쪽
23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23.05.25 23 1 12쪽
22 이츠키의 등장 23.05.24 27 1 12쪽
21 배후의 거물 23.05.23 29 1 11쪽
20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하다 23.05.23 31 1 11쪽
19 쌍둥이 형제 23.05.22 29 1 11쪽
18 전투에 뛰어들다 23.05.22 30 1 12쪽
17 나다. 23.05.21 33 1 12쪽
16 그들이 움직인다 23.05.20 35 1 12쪽
15 실바, 중앙 정치 무대로 23.05.19 35 1 12쪽
14 중국인들의 등장 23.05.19 35 0 12쪽
» Y2K의 공포 23.05.18 36 0 13쪽
12 드디어 상태창 작동 23.05.18 40 0 11쪽
11 달려라 무웅 23.05.17 36 0 13쪽
10 미래에서 온 남자 23.05.17 43 0 11쪽
9 날아간 데이터 +1 23.05.16 46 0 12쪽
8 미래에서 온 메시지 23.05.16 45 0 11쪽
7 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23.05.15 49 0 12쪽
6 또 다른 나 23.05.15 51 0 12쪽
5 세기말 23.05.14 46 0 11쪽
4 또 다른 전쟁의 기운 +1 23.05.14 54 1 11쪽
3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23.05.13 64 1 12쪽
2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23.05.13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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