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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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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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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

DUMMY

무웅은 까바따에서 곤사를 만나고 온 후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호세를 제거하고 입수한 정보들과 부하 정보 요원들이 수집해 온 첩보들, 그리고 CIA로 보이는 미국인 사업가 해리슨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짐작대로 해리슨에 대한 정보는 별거 없었다.


미국 소도시에서 출생해 주립 대학을 나오고 커피 회사에 근무하다 무역상으로 변신. 그 정도가 다였다. 전형적인 위장 신분.


하지만 호세의 금고에서 발견된 서류에서 [그링고]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그링고는 남미에서 미국인을 약간 경멸하며 부르는 호칭인데 그가 해리슨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서류는 호세가 갈레노를 대신해 정부 관리와 경찰, 군인, 정보부 인사들에게 뇌물 상납한 기록을 모아 둔 것이었다.


나름 쓸모가 많을 것 같아서 무웅은 서류들을 촬영하고 잘 보관했다.


...


무웅은 주간 정보회의를 열었다.


무웅은 부하 요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매주 정보회의를 주재했다.


한 주 동안 모아온 첩보들을 취합하고 이를 분석해 최종 정보를 도출하는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첩보를 모아 가공하면 정보가 된다.


그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 자연스럽게 대장이 된 안드레스가 보고를 했다.


“비행기 잔해와 무기 파편 들을 분석하고 수소문한 결과 게릴라들이 사용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음···. 조종사들 신원은?”


“심하게 불에 타서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게릴라 대원들이 아니었을까요?”


“근방에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게릴라들이 아직도 남아 있나?”


“혁명 운동을 하는 게릴라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봐야죠. 카르텔 밑으로 들어간 용병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안드레스는 까바따 카르텔이 보낸 용병이 틀림없다고 단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무웅은 이들이 해리슨이 보낸 용병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부하들에게 해리슨이 CIA 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카르텔 전쟁에서 미국의 DEA 요원들이 다녀간 곳은 대부분 초토화가 됐다.


해리슨이 미국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면 부하들이 불안해할 가능성이 컸다.


용병들을 까바따가 보냈다면 이는 같은 편에 서라는 압박일 것이다.


그러나 해리슨이 보냈다면 까바따와 손잡지 말라는 경고라고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웅은 삐삐를 자주 쳐다보았지만 아무 답이 없었다.


미래 사령부는 삐삐를 구입한 후에도 메시지를 자주 보내오지 않았다.


‘이럴 거면 이걸 왜 사라고 해, 쳇.’


안드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부군의 까바따에 대한 공격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주지사가 강력히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주지사가?”


그동안 까바따의 두목 곤살레스의 뇌물을 받으며 숨죽이고 있다가 정부군이 강해지니까 이참에 카르텔을 축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그래서 곤사가 주지사를 암살하려 했는데 미국인 특수 경호원들이 막아줬다고 합니다.”


‘역시! 그래서 해리슨이 온 거였군.’


...


“어떻게 생각해?”


무웅은 원두 품종 개발에 전념하고 있던 실바에게 물었다.


큰 솥에 원두를 통째로 볶은 후 물에 끓여 맛을 보던 실바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우린 빠지자고.”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실바와 마을 전체는 모처럼 만의 태평성대를 누리며 안락함을 즐기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자네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하지만 이젠 평화롭게 살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해가야 할 때 아닌가?”


‘하!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바여,’


...


무웅은 좀 더 첩보를 모으기로 했다.


라 빠스 시 부촌에 있는 페르난데스 주지사의 저택으로 향했다.


정국이 안정되면서 콜롬비아를 찾는 외국인 배낭 여행객도 늘어났다. 무웅은 나 홀로 여행객 차림을 하고 시내로 갔다.


식민지 시대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저택들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동네에 들어섰다.


무웅은 사진 촬영을 하며 자연스럽게 동네 구경을 했다.


페르난데스 주지사의 저택은 거의 한 헥타르(3천 평)의 대지를 차지하고 센서와 카메라들이 촘촘히 설치된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부하들이 쉽게 침입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직접 들어가야겠어.’


호세의 장부에 따르면 주지사는 수년 동안 약 1천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챙겼다.


그 액수에 비하면 대저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웅은 주지사나 중남미 부패 정치인들이 어디에 뇌물을 쌓아두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대부분 카리브 제도의 조세 회피처에 은닉돼 있었다. 그곳에는 한국 등 아시아의 수상한 자금들도 적지 않게 보관돼 있었다.


...


무웅은 새벽 2시쯤 되자 미리 봐둔 주지사 저택의 약점을 찾아 다가갔다.


센서의 작동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 담벼락 주변의 모든 나무는 가지치기가 잘 돼 있는데, 그중 한 나무는 매우 아름답고 커서 오히려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 카메라만 달아둔 곳이었다.


가볍게 2미터 담을 타고 올라 카메라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침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웅이 담에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불이 환하게 켜지며 누가 고함을 질렀다.


“알또(꼼짝마)!”


순식간에 여러 명의 남자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무웅을 에워쌌다.


그링고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훈련이 매우 잘 된 요원들이었다. 빈틈없이 무웅의 신체 여러 곳을 권총으로 겨누며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이때 수미터 떨어진 곳의 차고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천천히 나왔다.


“무-웡.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어. 들어와서 우리 재밌는 대화나 좀 하세. 다들 총 내려놔.”


...


“물 한 잔 줄까?”


“커피. 스페셜티로.”


해리슨은 피식 웃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둘이 입맛이 다르군.”


무웅은 그를 잠시 노려봤다.


‘이놈을 내가 가볍게 봤었군.’


“미행자는 없었는데 내가 올 줄 어떻게 알았지?”


무웅은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해리슨은 대답 대신 두께 5센티미터는 돼 보이는 도시바 새틀라이트 노트북을 열어 화면을 무웅에게 돌려 보여주었다.


무웅이 낮에 저택 주변을 도는 모습이 촬영돼 있었다. 그런데 무웅의 사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윤곽선이 그려져 있었다.


“자네가 낮에 나타나자 경보가 울렸어.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속한 인물이 나타났다고.”


신체 윤곽선과 걸음걸이는 지문처럼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 모두가 고유의 윤곽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이 데이터베이스를 적용한 시스템은 최첨단이다.


무웅은 살짝 놀랐다.


‘20세기에 이런 시스템이 이미 있었던가?’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주인공은 이 사람이라고.”


다음 사진에 제복을 입은 군인의 얼굴이 떴다.


‘음.’


무웅은 순간 감상에 빠졌다.


아직은 순진하고 밝은 표정의 무웅 소위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자네가 무웅 소위의 행세를 하는지는 모르겠어. 무슨 출생의 비밀 같은게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암튼 무웅 소위는 자네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더군.”


무웅은 해리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요원이었다. 상당히 유능한 것이 틀림없었다.


“무웅 소위 사진을 보고 놀라서 내가 지난주 직접 중동에 다녀왔다니까. 아직 여독도 안 풀렸어, 제길.”


해리슨은 커피를 한 입 마시다 인상을 썼다.


“뭐가 이렇게 시어. 아무리 마셔도 난 적응이 안 돼. 자네 혹시 스타벅스라고 마셔봤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해리슨은 말을 이어갔다.


“자네 브라더는 자유주의 사상을 절대적으로 숭배하며 중동에서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어. 게다가 우리 식구이기도 해.”


무웅은 잠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랬다. 당시 무웅 소위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민감한 정보는 CIA에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CIA 요원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땐 정말 순진했지.’


무웅은 문득 ‘그때’가 바로 ‘지금’ 임을 깨닫고 웃을 뻔했다.


‘참 재미있군.’


“그에게 내 존재를 물어봤나?”


무웅이 정말 궁금해서 질문했다.


“아니. 떠보기만 했는데 자신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 줄 전혀 모르는 눈치더군. 한국에도 아무 기록이 없어.”


해리슨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의 점 위치까지 같아. 마치 복제인간 같군. 본부에서는 DNA 검사를 해보자는데 내가 보기에는 할 필요도 없겠어.”


해리슨은 좀 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무웅 소위는 얼굴이 밝고 투명해. 군인으로서 자부심도 세고. 그런데 자네는 무겁고 음울하군. 눈빛도 다르고.”


해리슨은 반쯤 남은 커피를 억지로 마시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자네는 왜 여기서 공산주의 공작을 하고 있나? 너 혹시 MSS 소속인가?”


MSS는 중국의 첩보기관 국가안전부를 말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터놓고 말하자구. 내가 뭐 자네를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야.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우리가 서로 도울 수 있을 거야. 난 자네 공작을 방해하지 않을게. 혹시 우리가 충돌할 일이 있으면 비공식적으로 풀어가자고. 내게도 부탁할 거 있으면 하고.”


무웅은 해리슨의 이중 스파이 제안에 관심 있는 척하면서 물었다.


“그럼 까바따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해리슨이 피식 웃었다.


“그놈들은 이제 더 필요 없어. 자넨 구경만 해. 까바따가 사라지면 자네의 그 사회주의 공동체를 더 확장할 수 있겠네. 내가 그 정도는 봐 드릴게.”


해리슨은 마치 선심 쓰듯 말했다.


“그럼 내게서 원하는 건?”


“중국은 FARC가 사라진 공간을 노리는 건가? 앞으로 MSS의 계획은? 자네 상관은 누구야? 우리도 MSS 요원들 많이 알지만, 자네는 처음보는 인물인데.”


해리슨은 무웅이 MSS 요원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듯했다.


아니면 연기일 수도 있었다. 무웅의 반응을 떠보는 걸 수도 있었다.


“어쨌든 자네가 이제 우리 편이라는 증거가 필요해. 그런 의미에서 자네 유전자를 기증해 주게나.”


해리슨의 눈짓을 받은 부하 한 명이 비밀 봉지에서 면봉을 꺼내들고 다가왔다.


잠자코 무웅은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혀로 가운데 이빨 사이에서 작은 돌 같은 알약을 빼내 커피잔에 뱉았다.


그리고 커피잔을 탁자 위에 놓고 물끄러미 지켜봤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해리슨이 [앗!]하고 소리를 쳤다. 아차 싶었을 것이다.


곧 해리슨과 부하들이 몸에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무웅은 쓰러진 해리슨의 부하 중 한 명의 허리에서 권총을 꺼내 방문을 열어 복도에 서 있던 요원에게 겨눴다.


“디아제팜이나 미다졸람 있어?”


요원이 무웅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안에 들어가서 다 꽂아줘. 그리고 창문 모두 열어.”


무웅은 현관과 정문의 요원들도 차례로 제압한 후 건물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하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물론 자신의 침이 묻은 커피잔은 잊지 않고 챙겼다.


알약은 산악 지대의 독초를 말려 만든 신경작용제였다.


미래 사령부가 삐삐로 독초의 존재를 알려줬는데 토착 주민들도 이것이 커피와 섞이면 심각한 독성을 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초의 즙을 말려 알약을 만든 후 커피에 녹이면 무색 무취의 신경 마비 가스가 생성된다.


다행히 Vx 같은 신경가스보다는 효력이 매우 약해서 해독제를 빨리 맞으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특수부대나 정보 부대는 각종 해독제를 항상 갖고 있었다.


무웅은 미래의 군대에서 이 기술을 배웠었는데, 먼저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알약을 이빨 사이에 끼워 넣어 두었다가 비상시 사용하는 훈련을 했었다.


무웅은 건물에서 나오면서 잊지 않고 감시 카메라 테이프와 해리슨의 노키아 휴대폰, 몇 가지 서류들을 보이는 대로 챙겨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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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23.05.25 23 1 12쪽
22 이츠키의 등장 23.05.24 27 1 12쪽
21 배후의 거물 23.05.23 29 1 11쪽
20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하다 23.05.23 31 1 11쪽
19 쌍둥이 형제 23.05.22 30 1 11쪽
18 전투에 뛰어들다 23.05.22 31 1 12쪽
17 나다. 23.05.21 33 1 12쪽
16 그들이 움직인다 23.05.20 35 1 12쪽
15 실바, 중앙 정치 무대로 23.05.19 35 1 12쪽
14 중국인들의 등장 23.05.19 35 0 12쪽
13 Y2K의 공포 23.05.18 36 0 13쪽
12 드디어 상태창 작동 23.05.18 40 0 11쪽
11 달려라 무웅 23.05.17 36 0 13쪽
10 미래에서 온 남자 23.05.17 43 0 11쪽
9 날아간 데이터 +1 23.05.16 46 0 12쪽
8 미래에서 온 메시지 23.05.16 45 0 11쪽
7 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23.05.15 49 0 12쪽
» 또 다른 나 23.05.15 52 0 12쪽
5 세기말 23.05.14 46 0 11쪽
4 또 다른 전쟁의 기운 +1 23.05.14 54 1 11쪽
3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23.05.13 64 1 12쪽
2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23.05.13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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