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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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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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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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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16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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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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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들이 움직인다

DUMMY

“DAS(콜롬비아 정보국) 쪽 애들은 국내 세력이 아니랍니다.”


안드레스의 보고를 들은 무웅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주지사와 부지사 후보를 공격할 정도면 꽤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사전 정보도 입수해야 하는데, 국내 세력이라면 그 과정에서 단서들을 남기게 된다.


아무리 무능해도 경찰과 정보부가 다 놓칠리는 없다.


더욱이 정보부는 최근 CIA가 제공해 준 첨단 도청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시되는 반대파가 용병을 고용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자도 있는데, 경찰과 DAS 의견으로는 그건 아닌 거 같다는군요. 암튼 감시는 강화하고 있습니다.”


무웅은 적이 주지사를 노린 것인지 실바를 목표로 삼은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전에 마을을 공격하려다 모두 사살되고 며칠 만에 주지사 일행을 공격한 것이 우연이기 어려웠다.


이번에 사살된 두 명의 용병은 라틴 아메리카인들이었는데 무웅은 어쩐지 지난번 마을을 공격한 조직과 같은 패일거라고 짐작했다.


그렇다면 공통점은 실바 뿐이다.


‘마을 공격이 여의치 않으니까 대신 실바를 치려 한 거야.’


무웅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나?’


[그들]이 벌써 반격에 나선 것이라면 지금 이 세상은 무웅이 과거에 살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조직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데···.’


무웅은 아무래도 자신의 행동으로 미래가 조금씩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피어슨]


그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신호가 울리고 왼쪽 눈 상태창에 피어슨 국장의 이름이 떠올랐다.


‘맙소사!’


무웅은 지금 워싱턴 인근 안가에서 국장을 만나고 있을 해리슨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감청을 걱정할 틈이 없었다.


[나와]


...


“먼저 자네가 하나 대답해주게.”


피어슨 국장은 해리슨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 명단을 누구에게서 받았나? 말해주면 나도 다 말해주지.”


순간 해리슨은 망설였다. 그러나 아직 무웅에 대해 말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의 본능은 수많은 위기에서 그를 구했다.


“공작 과정에서 우연히 얻은 겁니다. 이건 사본일 뿐이에요.”


“흠. 방어 자세를 취하는군. 해리슨 자네는 나를 못 속여.”


피어슨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 명단은 세계 어느 정보기관도 풀지 못할 암호로 위장돼 있었네. 이걸 풀었다면 보통 조직이 아니야.”


해리슨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아니면, 혹시 [그들]이 자네에게 준건가?”


“그림자 정부요? 난 당신에게 처음 듣는 소리요.”


“이보게 해리슨.”


피어슨이 커피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난 이 서류가 위조된 거라고 언론에 주장하면 끝이야. 그건 자네도 잘 알지?”


“하지만 우리 둘이 알죠. [그들]도 알겠죠.”


“[그들]은 이미 알고 있지.”


“그럼 이제 [그들]에 대해 말해봐요.”


“역사를 보면 늘 배후세력이라는 건 존재했어. 때로는 나쁜 놈들이었고, 때로는 어리석은 왕을 뒤에서 내쫓고 나라를 발전시키기도 했지.”


피어슨 국장의 표정이 약간 상기되는 듯했다.


“간혹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형태가 튼튼한 조직이 아니었다고.”


국장은 일어서서 해리슨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시대에 민주 국가의 지도자 임기는 매우 짧아. 반면에 기업과 정보조직, 군부의 생명은 더 길지. 짧은 정권은 단기적인 성과만 바랄 뿐이야. 미래를 길게 내다보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변덕스러운 명령으로 고생했고 많은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나 생각해 보게.”


해리슨이 피어슨 국장의 눈을 뚫어지게 올려 보면서 말했다.


“당신도 [그들] 중에 하나군!”


“아주 작은 일부지. 나도 [그들]을 전부 다 알지 못해.”


“[그들]이 우리 대통령보다 더 미국을 위해 행동한다는 거요?”


“아직 이해를 못 했군. 미국이 아니라 세계를 위한 거야. [그들]이라고도 하고 [우리]라고도 하지. 우리는 세계 멸망을 피하게 했어. 냉전이 핵전쟁 없이 무사히 지나간 건 어리석고 탐욕적인 정치가들 대신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그 [우리]에는 세계 정보부장, 군 총사령관들이 다 포함돼 있소?”


“중요한 인물들만.”


“그런데 왜 아직도 국가 간에, 또는 조직 간에 서로 죽이고 싸우고 난리요?”


“이보게.”


피어슨 국장이 슬며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일종의 야구나 축구 리그 같은 거야. 인류 대의를 위해서라면 모두 같이 행동하지. 하지만 국지적인 이해관계는 각자 알아서 실력대로 푸는 거야. 지역 리그 정도로 이해하게나.”


“그럼 나는 리그전에서 싸우던 행동대장이었네? 그리고, 대의? 그럼 그 돈은 다 뭐요?”


“그건 일종의 공작금이야. 비공식적인 작전을 위해서. 내 맹세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달러도 쓰지 않았네.”


해리슨은 국장을 떠보기로 했다.


“그럼 그 무웅이라는 놈은 어디에 속한 놈 같소?”


“나도 그게 궁금해. 아무도 모르더군. 그래서 [우리]도 주목하기 시작했어. 그 라 빠스이던가? 마을의 방어막이 놀랍더군. 무웅을 사로잡으려던 계획이 무너졌어.”


“마을에 공격조를 보낸 게 중국이 아니라 당신이었군!!”


“이제 알았단 말인가? 약간 실망이군.”


피어슨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중국 애들이 명단을 뺏겼다고 난리 치길래 내가 알아보겠다고 했어. 그런데 순식간에 다 제압당하더군.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네는 그놈과 무슨 관계인가? 왜 자네가 명단 일부를 갖고 있지?”


피어슨 국장이 차가운 눈초리로 해리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순간 해리슨은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때 주머니 속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안 봐도 누가 보냈는지 알 거 같았다.


“목이 마르군요. 나도 커피 한 잔 주시오.”


“그래 마침 한 잔 정도 남아 있을 거야.”


국장이 포트에 남아 있던 커피를 따라 건넸다.


해리슨은 한 모금 마시고 이빨 사이에서 알약을 꺼내 잔에 빠뜨렸다.


무웅이 주지사 저택에서 자신에게 써먹었던 신경 가스제였다.


잔을 탁자에 놓자마자 그 앞에 서 있었던 국장이 숨을 가쁘게 쉬며 목을 잡았다.


해리슨은 벌떡 일어나서 국장의 입을 막고 천천히 바닥에 눕게 했다.


의식을 잃은 국장을 내려다보며 해리슨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호주머니에서 해독제 주사기를 꺼내 국장의 허벅지에 꽂았다.


해리슨은 커피잔을 들고 복도로 나갔다.


두 명의 경호원이 연달아 쓰러졌다.


한 명씩 해독제를 놔주고 잔을 던져 버리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안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 채 현관을 지키던 경호원이 해리슨에게 고개를 끄덕하고 인사했다.


해리슨도 아무 말 없이 인사를 하고 태연히 차에 올라 어두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


“어떻게 빨리 탈출했나? 어느 길로 왔어?”


무웅이 놀라서 물었다.


“그냥 워싱턴에서 비행기 잡아탔지. 국장이 소란 피우며 나를 잡을 만큼 생각이 짧지 않아.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머리가 좋네.”


해리슨은 국장에게서 들은 얘기를 무웅에게 해주었다.


“역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예상보다 빠른데···.”


무웅이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해리슨이 물었다.


“[그들]이 앞으로 역사를 바꾸나?”


“지금까지 늘 바꿔왔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 대통령 암살이나 국지전들을 잘 생각해 보면 알 텐데. 누구에게 이익이 됐는지.”


“왜 국장을 죽이지 말라고 했나?”


“자네 말대로 똑똑하고 신념 있는 사람이야. 되도록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지. 그리고 국장 한 명 죽는다고 달라질 건 전혀 없네.”


“우리? 내가 언제 자네 편이 됐나?”


“인정하든 말든 이제 우린 같이 죽고 사는 관계야.”


“호! 그거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는군. 그래, 미래에서 온 아저씨.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나?”


“나도 몰라.”


“몰라?”


“내가 온 미래하고 좀 다르게 일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말이지.”


“...”


“그래도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라는 명구대로라면···.”


무웅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진짜 [그들]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네. 아직 일러.”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대책은 세워야 할 거야. 여기로 또 공격조가 올지 몰라. 그렇다면 이번엔 만만치 않을걸세.”


“피어슨 국장에게 전하게. 공격하지 말라고. 내가 찾아 갈 테니.”


“뭐라고?”


해리슨은 예상하지 못한 무웅의 말에 놀랐다.


“아직 피어슨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그냥 가겠다고? 미래에 피어슨이 우리 편이 되나?”


“몰라. 미래에 나는 그를 알지 못했어. 일찍 은퇴했든지, 아니면 죽었든지.”


“피어슨이 자네를 죽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그게 [반드시 벌어질 일]이라면 그렇게 될 걸세.”


“자네가 죽으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나?”


“나도 모른다니까. 유감스럽게도 수십 년 후에도 양자역학의 비밀이 다 밝혀지진 않네.”


“흠. 그럼 나는 이제 뭐를 해야 하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계속하던 일을 하게. 국장도 당분간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음 주가 선거 아닌가. 페르난데스와 실바가 승리하도록 해주게.”


“그건 이미 기정사실이고···. 그 다음엔?”


“페르난데스 주지사를 끌어내리고 실바가 그 뒤를 잇게 해야지.”


무웅의 덤덤한 소리에 해리슨은 놀랬다.


“뭐라고! 실바를 주지사에?”


“음. 정치판에 새 바람을 일으킬 거야. 방해세력은 미리 다 제거해야지.”


“자네의 목적은 뭔가?”


“실바를 대통령으로.”


“헉!”


해리슨은 기가 찼다.


“실바는 초등학교라도 졸업했나?”


“하하, 걱정하지 말게. 앞으로 세계에 그런 대통령은 여럿이 나와.”


“믿을 수 없는 미래군! 그런 세상을 실바가 열게 되나?”


“내가 여기 온 것과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일들이 빨리 벌어지기 시작했어. 그렇다면 나도 서둘러야지.”


해리슨은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주어진 명령에 충실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보니 자신은 큰 게임의 ‘졸’이었을 뿐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동양인이 나타나더니 미래에서 왔다고 하고, 자신이 수십년 따른 상사는 이상한 조직의 행동대장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딛고 살던 땅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주지사는 나중에 어떻게 끌어내리지?”


“하하, 그건 자네들 특기 아닌가? 자네를 믿네. 물론 죽이지는 말고.”


무웅이 해리슨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


무웅 소위는 미쳐 목욕을 마치기도 전에 호출을 받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연달아 작전을 마치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이었지만, 장군이 긴급히 찾는다는 연락에 목욕조차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미안하네 소위. 피곤하지?”


“아닙니다. 준장님.”


“먼저 축하하네. 자네는 이제 중위네.”


“앗!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근무지가 변경되네. 출국 준비하게.”


“어디로 갑니까?”


“콜롬비아. 거기 평화유지군에 장교가 갑자기 부족하게 됐다는군. 자세한 지시는 가서 받을 수 있을 걸세. 다시 한번 축하하네.”


무웅 소위는 힘차게 경례했다.


‘사막에서 남미로···. 극과 극이군.’

무웅 소위는 중얼거렸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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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드러나는 뒷 배경 23.05.27 22 1 12쪽
24 무웅의 함정 23.05.26 21 1 11쪽
23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23.05.25 23 1 12쪽
22 이츠키의 등장 23.05.24 28 1 12쪽
21 배후의 거물 23.05.23 29 1 11쪽
20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하다 23.05.23 32 1 11쪽
19 쌍둥이 형제 23.05.22 31 1 11쪽
18 전투에 뛰어들다 23.05.22 32 1 12쪽
17 나다. 23.05.21 34 1 12쪽
» 그들이 움직인다 23.05.20 36 1 12쪽
15 실바, 중앙 정치 무대로 23.05.19 35 1 12쪽
14 중국인들의 등장 23.05.19 35 0 12쪽
13 Y2K의 공포 23.05.18 38 0 13쪽
12 드디어 상태창 작동 23.05.18 41 0 11쪽
11 달려라 무웅 23.05.17 36 0 13쪽
10 미래에서 온 남자 23.05.17 44 0 11쪽
9 날아간 데이터 +1 23.05.16 47 0 12쪽
8 미래에서 온 메시지 23.05.16 45 0 11쪽
7 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23.05.15 49 0 12쪽
6 또 다른 나 23.05.15 53 0 12쪽
5 세기말 23.05.14 46 0 11쪽
4 또 다른 전쟁의 기운 +1 23.05.14 55 1 11쪽
3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23.05.13 64 1 12쪽
2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23.05.13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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