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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의 서랍

마녀의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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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
작품등록일 :
2012.08.17 13:50
최근연재일 :
2012.12.20 14:4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77
추천수 :
22
글자수 :
61,241

작성
12.12.17 22:28
조회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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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04. 사라지는 사람들 - 1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소망을 향하는 사람-




DUMMY

정훈은 새벽까지 영호와 함께 술을 마셨다.

“야. 우리 집에 가서 더 마시자. 일어나, 일어나.”

정훈은 비틀거리며 영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영호도 술을 꽤 마셨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도로로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청구 1차 아파트 정문으로 가주세요. 아저씨.”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두 사람을 보더니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 기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는 오늘 낮에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 북부 의정부에서 일어난 지진은 진도 6.1의 강진이라고 하네요. 저도 아까 집에 있다가 진동을 느꼈는데, 무섭더라고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종범님께서 신청하신 뜨거운 감자의 청춘. 청해 듣고 오겠습니다.”

기타 소리와 가수의 특유 목소리가 택시 안을 채웠다.

정훈네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는 두 사람을 깨웠고, 정훈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찾아 택시비를 내고 영호와 함께 내렸다. 비척비척 걸어 집에 도착하자 정훈은 냉장고에서 병맥주와 김치를 꺼내 왔다.

“먹을 만한 안주가 없다. 우선 김치라도 먹고 있어. 치킨 시킬게.”

영호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았고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소파에서 일어난 영호는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는 정훈을 볼 수 있었다.

“선배 뭐 끓여요?”

“콩나물 국. 해장 해야 될 거 아니야. 어휴 속 쓰려. 야. 어제 그렇게 잠들어 버리면 어떻게 하냐. 치킨 시켰다가 도로 물렀잖아.”

“죄송해요. 제가 도와 드릴까요?”

정훈은 안 도와주는 게 일이라고 했다. 영호는 머쓱해하면서 리모컨을 집어 텔레비전을 틀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시청자가 찍은 대지진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영호는 그 영상을 보면서 괜히 소름이 끼쳤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어제 파르치팔이 상대한 그 괴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 선배! 이리 와 봐요.”

정훈은 앞치마에 손을 쓱 닦고 다가왔다.

“왜?”

“우리가 있었던 곳에만 괴물이 나타난 게 아니었어요.”

정훈은 영상에 나온 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훈은 얼른 영호에게 컴퓨터를 켜라고 말했고, 자신은 끓어 넘치는 콩나물 해장국을 보러 부엌으로 달려갔다.

컴퓨터를 켠 영호는 인터넷을 열었다. 유명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는 지진 괴물이었다. 지진 괴물을 검색한 영호는 사람들이 작성해 놓은 여러 글을 읽기 시작했다.

“밥 먹고 해.”

영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라.”

영호는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고 정훈은 국을 먼저 한 숟갈 떠먹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식사했다. 밥그릇이 다 비워지고서야 정훈이 입을 열었다.

“설거지는 네가 해. 내가 차렸으니까.”

영호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은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넌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냐? 난 어제 일어난 일이 꿈만 같다.”

“…….”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고, 괴물이 나타나고, 스승님은 우릴 쫓아내고. 아니다. 정신 차려야지. 정신 차려야지.”

양손으로 뺨을 탁탁 때리며 정신 차려야지를 연신 외치던 정훈은 두 뺨을 문지르면서 영호에게 알아낸 것이 있느냐며 물어보았다.

“지진 괴물이 현재 실시간 검색어 1위에요. 온갖 추측성 글들과 음모론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설거지하고 와 난 좀 살펴보고 있을 테니까.”

정훈은 컴퓨터 앞에 앉았고 영호는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 생각보다 난장판이 되어있는 주방을 본 영호는 한숨을 내쉬고는 무심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안 자체가 난장판이라는 것을 깨달은 영호는 고개를 저으며 설거지와 주방 청소를 시작했다.

주방 청소를 마친 영호는 커피와 유자차를 가지고 정훈의 옆에 앉았다. 정훈은 자연스럽게 유자차를 가져갔고 영호는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선배가 볼 땐 어때요?”

정훈은 인터넷 창 몇 개를 닫고 입을 열었다.

“그냥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문이 가라앉을 것 같아. 대부분 영화촬영 중이었을 거라고 소문이 기울고 있어. 몬탁 괴물 때처럼 시체가 나온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영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정훈은 유자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유자차 맛있네.”


“그래서. 저녁도 먹지 않고 집으로 가겠다고? 그냥 여기 계속 있어도 되는데. 좀 더 있다 가지그래. 청소까지 해줬는데 말이야.”

정훈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영호를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영호는 멋쩍게 웃으면서 가겠다고 말했고 정훈은 영호를 배웅하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털썩 앉았다.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기를 켠 정훈은 사진첩에서 사진 하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남자다움을 물씬 풍기는 사내는 흰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미소 짓고, 그 옆에 다소곳하게 서 있는 아름다운 여성은 사내의 품에 폭 안겨서 행복한 눈웃음을. 그리고 가운데에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개구진 미소로 코를 벌렁거리고 있었다.

정훈은 그때 기억이 떠올랐는지 사진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일주일 뒤 영호는 정훈의 집에 찾아갔다.

“빨리 들어와. 지금 난리도 아니야.”

정훈은 영호를 끌어다 소파에 앉혔다. 텔레비전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자연재해를 방송하고 있었다. 영호는 뉴스를 보다가 뉴스 화면에 나타난 그림자가 전에 보았던 괴물과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배. 갑자기 왜 이런 일들이. 설마….”

정훈은 표정을 굳히며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들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는 계속해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자연재해를 보도하며 피해 상황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간간이 보이는 그림자들이 두 사람의 마음에 걸렸지만, 묵묵히 방송을 시청했다.

그런데 갑자기 헤드폰을 쓴 스텝이 화면에 쓱 들어오더니 아나운서에게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재해가 일어난 마을에 괴생명체가 나타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피해 지역에 나가 있는 박대기 기자. 박대기 기자.”

아나운서는 제법 다급한 목소리로 취재 기자를 불렀다.

“네. 현장에 나와 있는 박대기 기자입니다. 현재 이곳의 상황은 처참함 그 자체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 의정부에서 일어났던 6.1의 강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이 일대를 덮쳤습니다.”

취재 기자의 말은 굉장히 빨랐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또한, 지진 후 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마을을 덮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초토화된 마을을 비추었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모두 피신을 했는지 거리는 황량해 보였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으아아아악!”

박대기 기자는 괴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고, 화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뉴스는 순식간에 장내 아나운서에게로 화면이 전환되어있었다.

아나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앉아있었고, 그렇게 침묵 속에 1분여의 시간이 흘렀다. 화면 아래쪽으로는 방송사 측에서 원활하지 못한 진행에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아나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했고, 이상으로 뉴스를 마친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영호와 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서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러분들의 댓글과 별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소망을 향하는 사람-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말이라 근무지에서 빨리 보내주지를 않네요.

4장 사라지는 사람들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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