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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의 서랍

마녀의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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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
작품등록일 :
2012.08.17 13:50
최근연재일 :
2012.12.20 14:4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78
추천수 :
22
글자수 :
61,241

작성
12.12.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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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 연회 - 2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소망을 향하는 사람-




DUMMY

“연회에 오신 모든 마녀를 환영해요.”

정훈과 영호도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았다. 일흔쯤 되어 보이는 노파가 강단에 서있었다. 그 오른편에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고 왼편에는 서민지가 서 있었다. 서민지가 강단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시간에는 예비 마녀들이 정식 마녀가 되기 위한 시험이 있어요. 모두 그 순간을 함께 지켜봐 주길 바라요. 그럼 프로이트군 자네가 이름을 불러주세요.”

노파의 오른쪽에 서 있던 중년의 사내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펼쳐 들었다.

“인도에서 온 알 룬. 앞으로 나오시게.”

사람들을 비집고 허겁지겁 앞으로 올라온 사내는 계단에 걸려 넘어졌다. 연회장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알 룬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어정쩡하게 프로이트 옆에 섰다. 그는 색이 누렇게 변한 쿠르타와 피자마를 입고 시커먼 맨발을 꼼지락거렸다. 프로이트는 헛기침하더니 손가락을 튕겼고 알 룬 앞에는 독특하게 생긴 기계가 나타났다.

입구로 보이는 깔때기가 위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고 사각형의 몸체에는 무언가가 나올 것 같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알 룬. 그럼 준비해온 준비물을 꺼내 보게.”

알 룬은 들고 나온 허름한 보따리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보따리에서 꺼낸 물건은 낡은 손목시계, 밑창이 떨어진 나이키 운동화, 실크 넥타이, 이상하게 생긴 빗자루와 작은 구슬 그리고 독특하게 생긴 냄비였다. 프로이트는 물건들을 기계에다 넣으라고 말했고 알 룬은 그의 말에 따랐다. 모든 물건이 들어가자 기계는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기계는 몇 번을 더 덜컹거리더니 밑에 있는 구멍에서 무언가가 굴러 나왔다. 둥글게 말린 붉은 천을 알 룬이 줍자 프로이트는 축하한다며 박수를 쳤고 연회에 참석한 다른 마녀들도 축하의 박수를 쳐주었다.

알 룬은 환한 미소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프로이트는 알 룬 이후로 많은 예비 마녀들을 앞으로 불러내었고 예비 마녀들은 무대 위에서 마녀의 물건들을 만들어내었다.

“대한민국에서 온 김정훈. 앞으로 나오게.”

정훈의 이름이 불리자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훈은 앞으로 나가 잔뜩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잔뜩 흥분되어있었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프로이트에게 빨리 시작하자고 말까지 했다. 프로이트는 기계에 물건은 집어 넣으라고 했다.

정훈은 가방에서 물건을 기계에 우르르 집어넣었다. 그런데 전과는 다르게 기계가 험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한참을 험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기계는 펑 소리를 내며 흰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가 걷히자 정훈의 손에는 작은 나무 막대기가 들려있었다. 정훈은 어리둥절해하며 막대기를 이리저리 바라보았고 감정변화가 없던 프로이트는 두 눈이 커졌다.

다코다의 박수 소리에 프로이트는 정신을 차렸고 연회장 안은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정훈은 꾸벅 인사를 하며 강대상을 내려갔다. 프로이트는 헛기침하며 다음 차례인 이영호의 이름을 불렀다.

앞으로 나간 영호는 프로이트를 한 번 보고는 앞에 있는 기계를 보았다. 프로이트는 기계에 물건을 넣으라고 손짓을 했고 영호는 가방에서 물건을 주섬주섬 꺼내다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손가락을 찔렸다.

손을 빼서 확인해보니 검지에 피가 살짝 흐르고 있었다. 영호는 가방에 슬쩍 피를 닦고는 물건을 마저 꺼내 기계 안에다 집어넣었다.

물건이 다 들어가자 기계는 정훈 때와 같이 험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런데 정훈이 물건을 넣었을 때와 다르게 더 거친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색 구름이 뭉게뭉게 피워져 나왔다. 연기가 걷히자 영호의 왼쪽 중지에 적색의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금반지에는 1부터 12까지의 숫자가 로마 숫자로 새겨져 있었고, 새겨진 부분은 돌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

연회장 안은 고요해졌고 영호는 분위기를 금방 눈치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서민지는 영호를 뒤쪽으로 물러나게 했고 다코다는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잠시 쉬었다 갈까요. 예비 마녀들이 긴장한 것 같군요. 그럼 잠시 뒤에 다시 시작하도록 해요.”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멀리서 낯선 목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서민지와 프로이트는 품에서 마녀의 물건을 꺼내 주변을 경계했다.

“이런 이런. 그런 장난감 같은 물건으로 무얼 어떻게 해보겠다는 겁니까. 서민지양, 프로이트군.”

구체 모양의 빛이 둘의 손목을 맞추었고 둘은 무기를 떨어트렸다. 어느새 다코다 옆에는 흰 양복을 입은 노년의 사내가 다코다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마담.”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는 지팡이를 한 바퀴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장내는 사내의 휘파람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휘파람을 다 분 사내는 다코다를 보면서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담. 제가 왜 여기 왔는지 물어보지 않으시는 건가요? 섭섭합니다.”

사내는 점점 영호 근처로 다가왔고 영호는 긴장하며 서민지 쪽으로 물러났다.

“자넨 나랑 초면이 아니지 그렇지?”

장내는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민지는 사내와 영호 사이를 가로막으며 그를 경계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지?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을 텐데?”

어느새 프로이트는 마녀의 물건을 가지고 사내의 뒤에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프로이트를 보았다.

“내가 고작 그딴 걸로 겁을 먹을 사람으로 보이나?”

순식간의 사내의 기세가 바뀌었고 갓 마녀가 된 이들은 그의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거나 기절해버렸다. 다른 마녀들은 정신을 집중하는데 모든 기력을 쓰고 있었다.

“샤를리엔 그만하게. 여기 온 목적이 뭔가.”

샤를리엔은 다코다의 말에 기세를 거두어들였고 갑갑하던 공기는 한숨 틔워졌다. 그는 빙긋 웃으면서 서민지 뒤에 있는 영호를 쳐다보았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데려갈 겸 제 물건도 찾을 겸해서요. 마담. 저 친구, 내가 데려가겠어요.”

샤를리엔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영호의 몸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는 서민지를 향해서 손바닥을 펼쳤다.

“내 물건을 돌려주게. 그게 없으면 장로회의 때 난감해지거든.”

“미안하지만 그 아이는 우리의 길을 택했다네.”

다코다는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샤를리엔의 품에 서 있었던 영호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런, 이런. 그 친구 여기에 어울리기 어려울 텐데요.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제 배지라도 받아가야겠습니다.”

서민지는 주머니에서 배지를 꺼내 샤를리엔에게 던졌다. 샤를리엔은 배지를 받아 자신의 양복에 달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마담.”

샤를리엔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 누구도 연회를 즐길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코다님.”

서민지는 나직하게 다코다를 불렀고 다코다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 안은 둘러볼 뿐이었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누가 죽기라도 했어?”

문을 박차며 들어온 거구의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사내의 뒤를 따라 수많은 이종인들이 따라 들어왔고 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들어왔다. 냉랭한 분위기를 눈치챈 거구의 사내는 검지를 공중에 휘저었다.

“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즐겨보자고.”

밝았던 천장이 투명하게 변하며 밤하늘을 비추었고 그런 밤하늘 위로 폭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동시에 연회장 안에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연회장에 들어온 이종인들은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마녀들을 찾아갔고 어느새 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다시 돌아와 있었다.

다코다는 거구의 사내를 향해 빙긋 웃었고 거구의 사내 또한 다코다를 보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잠시 뒤 다코다는 서민지와 프로이트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영호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얼이 빠져있던 영호는 방안으로 다코다와 서민지 그리고 프로이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코다는 손짓으로 앉아있으라 했고 영호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 어지럽거나 그러지 않아요? 처음 이동하면 많이 어지러울 텐데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민지양과 프로이트군도 자리에 앉아요. 뭘 그렇게 멀뚱멀뚱하게 서 있어요.”

둘이 자리에 앉자 다코다는 영호에게 가족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영호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단 한 마디였다.

“전 고아입니다.”

다코다는 놀라며 미안하다 했다. 영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어릴 적부터 귀신들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스승님을 만나고부터 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자꾸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소리였습니다.”

다코다는 깊은숨을 내쉬었고 서민지와 프로이트 또한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잘 알겠어요. 잠시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가서 마저 연회를 즐겨요.”

영호는 인사를 가볍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서민지는 핸드백에서 낡은 성경책을 꺼내 다코다에게 건네주었다. 성경책을 받아든 다코다는 표지를 넘겨 속지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토마스 선교사의 성경책이 아직도 남아있었나요?”

“아뇨. 그 녀석들이 복원해낸 것입니다. 정교하게 복원을 해놓은 거죠. 사연의 저울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요.”

프로이트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서민지를 보았다. 서민지는 부정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다코다는 성경책을 프로이트에게 건넸고 프로이트는 꼼꼼히 성경책을 살펴보았다. 그는 성경책에서 허점을 거의 찾을 수 없음을 깨닫고 탄식했다.

“그런데 왜 그들이 토마스 선교사의 책을 복원한 거지?”

“모르겠어요.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이영호 때문일 확률이 높아요. 처음 영호를 만났을 때 그에게 특이한 기운이 있는 것을 느꼈어요. 귀신을 보는 힘 말고 다른 힘을요. 그래서 연금술사들이 영호를 데리고 가기 전에 제가 먼저 선수를 쳤어요. 그 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내기 위해서요.”

서민지가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프로이트는 다코다의 표정을 살폈고 다코다는 일관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프로이트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알아낸 건가 못 알아낸 건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모든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특이한 기운이 있다는 것을 느낄 뿐, 그 기운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죠.”

“그럼 민지양이 영호군을 계속해서 주시해줘요. 이번에 영호군이 만들어낸 마녀의 물건도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에요. 그리고 프로이트군 전에 부탁한 조사는 다 마쳤나요?”

프로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다코다에게 건네주었다. 다코다는 프로이트가 건넨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었다. 서민지는 프로이트와 눈으로 무언가를 대화했고 종이 뭉치를 다 읽은 다코다는 깊은숨을 내쉬며 미간을 눌렀다.

“알겠어요. 며칠 뒤에 이종인들의 회합을 준비해주세요. 아무래도 그들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우리도 나가서 마저 연회를 즐기도록 해요. 다행이 토르가 제때 와주어서 분위기가 크게 망가지지 않았어요. 그럼 가볼까요? 파르치팔 그 재주 많은 친구가 무언가라도 해주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코다는 밝은 웃음으로 복도를 걸어나갔고 연회장에서는 파르치팔이 무대 위로 올라가 온갖 신기한 묘기들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전에 있었던 일들일랑 싹 잊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연회의 밤은 깊어져 갔다.





여러분들의 댓글과 별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소망을 향하는 사람-


작가의말

2장 연회가 끝났습니다. 2.5화 A.E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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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3. 징후 - 4 12.12.12 16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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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3. 징후 - 1 12.12.07 118 1 11쪽
9 2.5 - A.E 12.12.06 131 1 7쪽
» 02. 연회 - 2 12.12.05 144 1 12쪽
7 02. 연회 - 1 12.12.04 112 1 10쪽
6 1.5 - A.E 12.12.03 143 1 7쪽
5 01. 연회 준비 - 4 12.11.30 115 1 7쪽
4 01. 연회 준비 - 3 12.11.29 132 1 7쪽
3 01. 연회 준비 - 2 +1 12.11.28 18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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