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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의 서랍

마녀의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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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疏向
작품등록일 :
2012.08.17 13:50
최근연재일 :
2012.12.20 14:4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75
추천수 :
22
글자수 :
61,241

작성
12.11.29 14:38
조회
131
추천
1
글자
7쪽

01. 연회 준비 - 3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소망을 향하는 사람-




DUMMY

교회에서 나는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각종 수련회와 행사 맨 앞에는 내가 서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름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친한 교회 청년들과 함께 기타를 들고 청년부 예배실 안에서 함께 찬양을 부르면서 있었다. 그때 청년부 회장인 형종이 형이 나를 찾았다.

“성덕아. 임원회의 좀 하자.”

형종이 형이 나를 데리고 예배실 뒤 편에 있는 자모실 안으로 들어갔다. 자모실 안에는 회계를 맡은 숙희와 서기를 담당하고 있는 윤선이 앉아있었다. 숙희는 형종이 형과 교제 중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둘은 더욱더 열렬히 사랑하는 것 같았다. 또 마치 들키지 않는 그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자. 그럼 이번 여름 수련회와 관련하여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자. 장소는 저번에 봐두었던 강촌의 그 펜션으로 하자. 이의 없지? 그럼 이제 프로그램이 문제인데, 어떻게 할까? 청년들이 매번 같은 프로그램으로 가니까 싫증 난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성덕아 네 생각은 어때? 그대로 갈까? 아니면 좀 바꿀래?”

“이제 바꿀 때도 됐죠. 저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었고요.”

형종이 형은 만족스러운 고개를 끄덕이며 나만 믿는다며 1박 2일 동안 있을 모든 프로그램을 나에게 맡겼다. 그러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숙희와 이야기하라면서 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회의는 이만 하고. 나는 이만 갈게.”

형종이 형이 나가자 숙희도 덩달아 따라나갔고 자모실 안에는 나와 윤선이 만이 남아있었다. 괜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는데 윤선이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 프로그램 혼자 준비하는데 버겁지 않아?”

나는 뒤를 돌아 윤선을 보았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며 자모실 밖으로 나갔다. 문 너머로 ‘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이 들리면서 괜히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 목사님의 요청과 형종이 형의 요청으로 혼자 준비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몇 개가 생겼다. 나는 숙희와 형종이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리저리 바쁘다는 핑계만 댈 뿐 좀체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윤선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회에 둘이 앉아 프로그램 준비물을 만드는데 윤선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혼자 이 많은 프로그램을 다 준비했던 거야? 대단하다.”

윤선은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면서 물었다.

“뭐, 지금까지는 어렵지도 않은 거였고, 이번처럼 목사님이나 형종이 형이 특별하게 부탁한 프로그램만 없었어도 나 혼자 준비했을 거야. 솔직히 혼자 일하는 게 편하거든. 그래도 도와준다고 해서 고마워.”

윤선은 히죽 한 번 웃고는 다시 가위질에 집중했다. 윤선이 오린 색종이는 깔끔하게 잘려있는 반면 내가 오린 색종이는 삐뚤빼뚤 못난 모양으로 나왔다. 나는 윤선의 가위질 솜씨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능숙하게 색종이를 오리고 있었다.

윤선이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가위를 내려놓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 김송희 좋아하지.”

“어, 어?”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당황했고,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뭘 그렇게 당황해. 장난으로 던진 말인데. 찔리나 봐?”

윤선의 짓궂은 장난에 나도 맞대응을 했다.

“장난치지 마. 그럼 넌 동석이 형 좋아하잖아.”

윤선은 깔깔 웃으면서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동석이 형이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한위 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열어나갔다.

평소 붙임성이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줄은 모르고 있었다. 처음 임원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교회에 온 지 몇 년 되지 않은 새내기였고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다닌 사람이었다. 아무리 같은 임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끔 주일에만 얼굴을 보았을 뿐 대부분 형종이 형의 지시에 따라 모든 일이 분배되었다. 그래서 윤선과 내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마주치더라도 짧은 인사 정도가 다였다. 그러다가 이번 수련회 준비를 기점으로 정식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형종 오빠랑 숙희랑 얼마나 사귄 거야?”

어느새 그녀의 관심은 형종이 형에게 넘어가 있었다. 형종이 형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었고 숙희도 중학생 때 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에는 얼마 되지 않았어. 아마 예전부터 뭔가 있긴 했었는데 형종이 형이 워낙 신중한 사람이니까.?”

윤선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싱긋 웃었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고 우리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몇 번 더 만나면서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때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함께 준비한 여름 수련회에서 그 감정은 하나의 갈림길이 되었고 우리는 같은 갈림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 후 윤선에게 큰일이 생겼다. 그녀의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던 것이었다. 몇몇 청년들은 함께 모여 먼저 다녀갔지만 나는 시간이 되질 않아서 그들과 함께 다녀오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어 찾아갔다. 작은 주스 상자를 하나 들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병실의 위치를 잘 몰라 간호사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병실을 찾을 수가 있었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창가 쪽 자리에 윤선의 얼굴이 보였다. 병상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초췌하신 모습으로 주무시고 계셨다. 윤선의 아버님을 교회에서 몇 번 뵌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군인정신으로 무장되신 건강한 모습을 뵈었었다.

“왔어?”

그녀는 힘없이 두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아주었다. 주스 상자를 내밀자 그녀는 고맙다며 병문안 선물이 쌓인 곳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옆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눌 때 그녀의 큰오빠와 그의 부인이 손에 물병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고 그녀의 큰오빠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여기서 윤선이랑 같이 아버지를 좀 봐주고 자네는 나를 좀 따라오게.”

윤선의 큰오빠는 나를 데리고 병원 안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커피를 마시면서 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가족 사항까지. 호구조사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얼떨떨한 기분에 계속해서 대답하다가 기분이 나빠질 때쯤 윤선의 큰오빠가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윤선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병상에 누워계시는 장로님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것. 또 윤선이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가고 싶다는 말도 하셨다고 했다.

“나는 자네와 윤선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만 있다면 결혼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네. 나머지는 내가 도와주겠네.”





여러분들의 댓글과 별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소망을 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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