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향疏向의 서랍

마녀의 연회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소향疏向
작품등록일 :
2012.08.17 13:50
최근연재일 :
2012.12.20 14:4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76
추천수 :
22
글자수 :
61,241

작성
12.11.28 13:30
조회
188
추천
1
글자
8쪽

01. 연회 준비 - 2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소망을 향하는 사람-




DUMMY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투박한 종소리가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잠시 뒤 누군가가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게 안이 어두워 대략의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방 네가 여기엔 웬일이냐.”

밝은 곳으로 나온 사람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곰보다 거대한 덩치, 산적처럼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잔뜩 인상을 쓴 얼굴과 가래가 끓는 목소리. 그렇지 않아도 험악하게 생긴 얼굴이 더 험악하게 보였다.

그는 생활 한복 주머니에서 전에 피운 시가를 꺼내 물어 불을 붙이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머리가 가려운지 상투 아랫부분을 긁적였다.

“그래. 이야기나 들보자. 니 그때 들고 내뺀 거는 내가 잠시도 잊을 수는 없지만, 저 어린 아들을 여까지 데려온 이유가 있을 터인께.”

그는 구석에 있는 탁자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더니 탁자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한복 좀 줘. 아주 좋은 걸로. 두 벌.”

사내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서민지를 쳐다보았다. 서민지도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박달나무. 바다에 300년 이상 있었던 걸로.”

사내는 탁자에서 일어나 어지럽게 진열된 선반 위를 뒤적이더니 화각이 아름답게 새겨진 상자 두 개와 검게 물든 커다란 나무 방망이를 가지고 왔다.

“니가 원하는 것은 여있다. 다른데 가면 없을겨. 그리고 저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시여.”

사내가 담배를 든 손을 휘두르니 가게 안이 더욱 밝아졌다. 서민지는 핸드백에서 곰방대를 꺼내더니 사내 앞으로 던졌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서민지를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여 곰방대를 주웠다.

“왜 돌려주는 게냐. 네 필요로 가져간 게 아니었냐.”

“이젠 필요 없어. 얼른 내기나 시작하자. 내 제자들이 원체 바쁜 애들이라서.”

그는 손에든 시가를 발로 비벼 끄며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그러곤 익숙한 손길로 담뱃잎을 넣고 종이를 돌돌 말아 부싯돌로 불을 붙여 몇 번 뻐끔뻐끔 대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맛이야. 만나서 반갑네. 편하게 김서방이라고 부르게. 나는 내 물건을 그냥 주지 않는다네. 나와 내기를 해서 이겨야 하지. 자네 이름이 뭔가.”

김서방은 곰방대로 정훈을 가리켰고 옆에 있는 영호의 이름까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담뱃잎 두 장을 그들 앞에 날렸다. 각각 담뱃잎에는 숫자 1과 2가 적혀있었다.

“내기 종목은 씨름일세. 순서대로 나와 붙어서 둘 중 한 명이라도 나를 이기면 된다네.”

정훈은 서민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훈은 김서방의 덩치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이건 불리한 내기인 거 같은데요? 아저씨의 덩치는 저희 두 배가 넘는데. 이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요.”

이영호가 입을 열어 김서방에게 물었다. 김서방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영호를 보며 껄껄 웃더니 입에 물고 있는 곰방대로 자신의 머리를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덩치가 정훈과 비슷한 키로 변했다.

“자 그럼 첫 번째는 자넨가?”

김서방은 양 손바닥을 힘껏 비비며 앞으로 나오는 정훈을 보았다. 정훈은 김서방의 바지 허리춤을 붙잡았고 김서방 또한 정훈의 허리춤을 쥐었다.

두 사람의 주먹이 쥐어지고 그들 주변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서민지의 시작 소리와 함께 정훈은 빠르게 오른쪽 다리를 내밀어 김서방의 왼 다리를 걸려고 했으나 김서방은 쉽게 왼 다리를 내주지 않았다. 정훈은 김서방을 끌어당기면서 다시 왼 다리를 걸려 했다. 그러자 김서방은 정훈의 몸을 뒤로 살짝 밀어 무게중심을 무너트렸다.

김서방은 무릎을 툭툭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훈도 엉덩이를 털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 다음은 자네 차례네.”

영호는 조끼를 벗어 한쪽에 잘 벗어 놓고 김서방 앞에 섰다.


영호는 먼지가 가득한 바닥 위를 뒹굴었다. 김서방은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소매로 훔쳤다. 영호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자넨 저 친구와 다르게 너무 신중하군. 차라리 과감한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허허.”

김서방은 웃으면서 의자를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그래. 오랜만에 즐거웠지만 뭔가 아쉬운걸. 너라면 무언가를 더 준비했겠지?”

영호와 정훈이 동시에 서민지를 쳐다보았다. 서민지는 김서방 앞으로 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씨름이 주특기인 사람이 씨름으로 내기하면 그 결과야 뻔한 거 아니겠어? 씨름 내기는 곰방대 돌려준 걸로 퉁치고, 전에 네가 나에게 제안했던 그 내기. 그걸로 결판을 짓자.”

그녀는 김서방의 곰방대를 뺏어서 뻐끔거렸다.

“흐음~ 여전히 향이 좋아. 괜히 돌려준 것 같아.”

김서방은 굳은 표정으로 서민지를 바라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물건이 어지럽게 놓인 3번째 선반으로 가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가져다가 서민지 앞에다 던졌다.

“시방. 그 입으로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라. 내 저 아들이 있어서 참고있응께.”

서민지는 몇 번 더 뻐끔거리고는 곰방대를 내밀었다. 그는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그녀의 손에서 곰방대를 찾아왔다. 서민지는 바닥에 내팽개쳐진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정훈에게 주었다.

“이게 뭐예요?”

“약속의 종이. 거기에 너와 영호의 이름을 써. 펜은 여기 있다.”

각자의 이름을 적은 영호와 정훈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서민지는 종이를 받아들고 김서방에게 내밀었고 김서방도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다 적어냈다.

“좋아. 내기의 규칙은 아주 간단해. 지금 오후 3시니까. 저녁 7시까지 사연을 가진 물건을 이 자리로 가져오는 것. 무거운 사연이 내기에서 이기는 거야. 단 살인을 통해 물건을 취득하는 것은 안 된다. 알겠어?”

“그런데 무거운 사연이란 게 뭐에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달아요?”

정훈이 물었다. 서민지는 사연의 무게를 달 수 있는 특수한 저울이 있다고 말했다. 영호와 정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김서방은 그저 곰방대를 뻐끔거릴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민지는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가게에 모인 모든 사람의 이름이 적히자 종이가 빛났다.

“뭘 그렇게 멀뚱멀뚱하게 지켜보고 있어? 출발해.”

서민지의 말에 정훈과 영호는 밖으로 뛰어나갔고 김서방은 연기로 변하더니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서민지는 문을 보면서 피식 웃더니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서민지는 오래된 괘종시계를 보았다. 7시가 되기 5분 전.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는 않고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가져다 놓은 그림 한 장을 바라보았다.

여자아이가 곰방대를 들고 있는 아저씨와 손을 잡고 작은 오두막 집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그림. 크레파스로 그려진 어수룩한 솜씨. 서민지는 그림을 만지면서 싱긋 웃었으나 그 웃음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정훈과 영호가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고, 동시에 연기가 들어와 한 곳으로 뭉치더니 김서방의 모습도 드러났다. 정확하게 일곱 시가 되는 시점이었다. 서민지는 그림을 뒤집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확하게 7시. 좋아. 둘 다 제한된 시간 안에는 돌아왔네. 그럼 김서방. 어떤 물건을 가지고 왔지?”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김서방은 주머니에서 손때 묻은 금빛 반지 한 쌍을 꺼냈다. 오래되고 투박한 디자인의 반지는 여기저기 흠집이나 있었다. 서민지는 어깨를 으쓱였고 김서방은 테이블에 반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댓글과 별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소망을 향하는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녀의 연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13.01.10 134 0 -
공지 다시 시작합니다. 12.11.26 127 0 -
17 04. 사라지는 사람들 - 2 12.12.20 198 1 10쪽
16 04. 사라지는 사람들 - 1 12.12.17 183 1 8쪽
15 3.5 - A.E 12.12.14 120 2 7쪽
14 03. 징후 - 5 12.12.13 165 1 8쪽
13 03. 징후 - 4 12.12.12 169 1 8쪽
12 03. 징후 - 3 12.12.11 118 1 7쪽
11 03. 징후 - 2 12.12.10 110 1 8쪽
10 03. 징후 - 1 12.12.07 118 1 11쪽
9 2.5 - A.E 12.12.06 131 1 7쪽
8 02. 연회 - 2 12.12.05 143 1 12쪽
7 02. 연회 - 1 12.12.04 112 1 10쪽
6 1.5 - A.E 12.12.03 143 1 7쪽
5 01. 연회 준비 - 4 12.11.30 115 1 7쪽
4 01. 연회 준비 - 3 12.11.29 132 1 7쪽
» 01. 연회 준비 - 2 +1 12.11.28 189 1 8쪽
2 01. 연회 준비 - 1 12.11.27 169 2 7쪽
1 0. prologue 12.11.26 290 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