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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기루 님의 서재입니다.

보이지 않는 건너에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옆에잠만보
작품등록일 :
2017.07.05 00:10
최근연재일 :
2017.08.02 17:52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00
추천수 :
12
글자수 :
33,706

작성
17.07.18 04:02
조회
57
추천
2
글자
7쪽

4화. 김형사(#2)

DUMMY

넘겨준 파일첩 앞에는 큰 글씨로 'xx동 일가족 연쇄살인사건'이라 적혀있었고 그 내용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일가족들이 살해당한 세건의 사건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담당해던 사건들과는 다른 의문점들이 있었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증거 하나없이 깨끗한 것이 첫번째 의문이요, 한 가구도 아닌 벌써 세 가구가 똑같은 수법으로 당하고도 아직까지 잡지 못했다는 것이 두번째 의문이었다.


"반장님 이거 어디 관할에서 온겁니까? 도대체 사건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 서에서는 뭘 했다는 겁니까?"


성원은 언짢은듯 표정을 구기며 내뱉었다. 평소 성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까지 성원이 화려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로 성원은 수사할 때 절대 감정적으로나 즉흥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증거들의 인과적 관계와 상황을 대비해 결론을 유출해내는 것이 성원의 엄청난 강점중 하나였다


일상생활에서는 나른하고 풀린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건수사가 시작되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냉철한 이성으로 사건 그 자체를 보는것이 가능한 성원이었다


그런 그가 이상하게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에는 감정적으로 변하곤 했다. 똑같은 가족살인사건이라도 일가족중 한명이라도 살아있다면 사건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됐다. 하지만 전원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분노로 사건을 수사하게 되어 그런 사건들은 거의 다른 동료에게 넘기는 편이었다


"야 임마. 그 사람들도 뭐 허탕치고 싶어서 그랬겠냐. 안그래도 그 건 해결못해서 담당형사랑 반장 징계먹었단다. 자기들도 어떻게든 잡아보겠다고 일주일 내내 밤새며 뛰어댕겼는데 추가사건만 두 건 더 발생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한테 넘긴거야 마."


"아니 강력계형사가 현장에서 단서 하나 못찾은게 말이 되요? 사람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현장에 흔적을 남기게 되있다는거 아시잖아요.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과학수사대까지 동원해서 아무것도 못찾았다니. 이건 단순사건문제를 떠나서 우리 경찰능력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겁니다. 언론에서는 벌써 좋은 소식이라고 떠들고 난리났겠네요. 세번이나 사건을 일으킨 범인인데 현장에 증거가 없다고? 범인보다 이 색기들 먼저 콩밥먹어야 됩니다. 왠 똥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서 줬어"



성원은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며 구석진 창문 앞에서 담배를 물었다. 범인검거에 도움되는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필두로 평소에 동료들에게도 금연을 적극권유하는 성원이었다. 그런 그가 담배를 물 때에는 항상 가족이 전원 사망한 사건에 관련된 일이었다



"흠흠. 그래도 같은 경찰끼리 그렇게 비하하는거 아니야. 결과적으로 무능력했던건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 나름 노력했던건 내가 알고있다. 물론 너가 이런 사건에는 감정적으로 돌변하는거 내가 모르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게 됐어. 지금까지는 해당관할에 주의보나 순찰을 강화해서 막아보려 했지만,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범위 자체도 넓어지면서 결국 언론에서도 터뜨릴수밖에 없는 사건이 되버렸다."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반장의 모습에 성원은 담배를 문채 계속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 안의 분위기도 어느새 아침의 산만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강력계 특유의 차갑고 진지한 분위기들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마 내일이면 연쇄살인특종으로 메이저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할거야. 그래서 늦게나마 최후의 대책으로 우리가 임명된거야. 물론 폭탄 맞은 느낌이 없지 않아. 이렇게 크게 사건이 부풀려져서 보도된 이후 우리마저 갈수록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람들은 범인보다 우리에게 비난을 가할거다"


팀장은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우리는 경찰이고, 경찰은 사회의 안전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고, 누구라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그에 응당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나는 이제까지 그런 신념으로 경찰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내 신념이 바뀔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너가 못 맡겠다 해도 말리지는 않으마. 하지만 우리 서에서 이 사건을 피하지는 않을거다"



반장은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겼다. 평소 장난을 잘치고 짖궂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은 반장이었으나, 그 누구보다 정이 많고 팀원들을 아끼는지 서에 있는 동료들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반장이 저 말을 밖으로 꺼낼때까지 어떤 감정으로 수많은 시간을 고뇌했을지 생각을 하니 자연히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강요하지는 않으마. 강요해서 맡는 사건만큼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다른 동료들이나 경찰들을 비난하지는 마라. 적어도 그들은 의무나 책임을 회피한적은 없다."



말을 마치고 반장은 출입문으로 걸음을 땠다. 출입문에 도착해 손잡이에 손을 댄 순간,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성원은 검지로 입에 문 담배를 부쉈다.



"거 참, 제가 언제 안한다고 했습니까? 왜 혼자 비장하게 일장연설을 하십니까. 그렇게 협박 안하셔도 원래 할려고 했습니다. 단지 아직 상황정리가 안되서 그런거지."


성원은 부서진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다시 자리에 가 앉았다. 솔직한 말로 성원이 사건을 맡지 않는다면 수사에 진전이 더딜 것임은 안봐도 뻔했었다. 하지만 반장은 어떤형태로는 감정적인 성원은 약보단 독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만약 이대로 성원이 사건을 포기했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어떤 형태로든 단서를 찾고 수사에 박차를 가할것임이 분명했다.


"어? 뭐라고? 한다고? 분명 한다고 했어? 다들 들었지? 여기 있는 모두가 들었어 임마. 다시 물리거나 그런거 없다 알았냐? 할거면 궁시렁 대지 말고 바로바로 한다고 해야지 경찰이 되서 말이야 임마. 난 나가서 미리 현장좀 볼테니까 넘버정리해서 자리에 올려놔, 큼큼"



말을 마친 반장은 혹시라도 성원이 말을 바꿀까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수사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돌변한 반장의 모습을 보고 성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이어 어쩔 수 없다는 듯 사건파일을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반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효과가 있는 듯 어느새 감정적인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평소 수사할때의 성원보다 더욱 침착하고 꼼꼼한 모습이 엿보였다.



이런 성원을 밖에서 지켜보던 반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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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처음 쓰는 글이다 보니 아직 미숙한 것이 많습니다. 17.07.27 49 0 -
10 10화. 현장수사(#2) 17.08.02 16 0 9쪽
9 9화. 현장수사(#1) 17.08.01 19 0 7쪽
8 8화. 특별수사본부(#4) 17.07.27 21 0 7쪽
7 7화. 특별수사본부(#3) 17.07.26 38 0 8쪽
6 6화. 특별수사본부(#2) 17.07.25 36 0 7쪽
5 5화. 특별수사본부(#1) 17.07.21 38 1 9쪽
» 4화. 김형사(#2) 17.07.18 58 2 7쪽
3 3화. 김형사(#1) 17.07.14 55 3 8쪽
2 2화. 그 사건(#2) 17.07.06 77 3 7쪽
1 1화. 그 사건(#1) 17.07.05 14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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