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859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21.11.25 17:14
조회
55
추천
3
글자
12쪽

19화 - 3

DUMMY

“아하아······.”



모처럼만에 있는 혼자만의 시간.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과방 쇼파에 앉았다. 힘들다. 먹고 놀고 자는 게 일인 대학생이 뭐가 힘들겠냐만은. 육체가 힘든 게 아니라 정신이 힘들어.



“안녕하세요~ 오 오빠 되게 오래간만에 보는 거 같네여!”

“그러게. 안녕 하린아.”

“넹♪”



다소 부산스럽게 과방으로 들어오는 하린이. 우리는 1학년, 특히나 하린이는 그 1학년 중에서도 더 어리니까, 인사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오나 보다. 그러다 나인 걸 확인하고 방긋방긋 웃는다. 공강이라 과방에서 좀 쉰다. 하린이도 공강인가 보다.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누나도 잘 지내시죠.”

“으응. 그러네. 잘 지내지.”



뒤이어 라나 누나도 들어온다. 대학교라는 게, 고등학교랑은 달라서. 결국 같이 수업 안 듣거나 밥이라도 같이 안 먹으면 말만 같은 학년이고 동기지 별로 마주칠 일이 없다. 뭐, 전공 수업 때는 강제로 다같이 듣긴 하지만 나는 이제 소미랑 붙박이로 있으니까. 이 두 사람과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생겼다.



“왜케 힘들어 보이나요? 에에~ 설마설마. 소미 언니하고 그렇고 그래서~ 아무리 한창 때라지만 그렇게 피곤할 정도로 해대면~”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뭔데요~?”



하린이는 늘 한결같다. 참 특이하지. 나는 진짜, 여자친구랑 헤어지면 그 뒤부터는 좀 어색해지고 말도 잘 못 하겠던데. 하린이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한테 말을 잘 건다. 그래서 나도 좀 덜 어색하게 대답은 하고 있는데.



“왜. 소미가 피곤하게 해?”

“제가 말하는 것도 소미 언니가 피곤하게 하는 거잖아요!”

“육체적인 거 말고 정신적으로.”



라나 누나의 물음에 나는 대답도 안 했는데 하린이가 끼어든다. 그래도 라나 누나, 우리 중에 제일 누나라서 확실히 눈치가 빠르시다. ······아니 우리 중에 제일 누나는 또 뭐야. 제일 연장자라서.



“내 맞워요! 힘들어 죽겠어요······.”

“왜 뭐 때문에 그러는데?”



라나 누나는 특유의 컨셉을 잡고는 도도하게 ‘어디 말해 봐. 들어는 줄.게.’ 하는 느낌으로 묻는다. 내가 썰을 풀 것 같으니 하린이도 눈을 반짝이며 입을 다문다. 아 씨 근데 이러면 또 이거 소미 뒷담 까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 음······.”



막상 말하려니까 또 그렇다.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여자친구 험담을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내가 뒷담을 하면 결국 그 말은 소미에게 들어간다. 그럼 또 소미를 실망시키게 될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리에 차니 말이 잘 안 나온다.



“왜. 막상 사귀어보니까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아뇨 좋지죠, 너무 좋지요, 너무 좋은데······.”



조금 답답한지 라나 누나는 재촉하듯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대답을 회피하는 대답에, 라나 누나는 눈살을 찌푸린다.



“오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에······? 아타시, 어째서 눈물이······?”



하린이는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드립을 친다. 나 또한 간만에 드립 모드가 되어 대답했다. 아 이거 그립네~ 소미하고는 늘 정상적이고 평이한 얘기만 하니까. 자극이 필요했어. 안하린 같은 매운 맛.



“그러면. 소미 질렸어? 지겨워? 밋밋해?”

“아뇨아뇨,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저희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내는 사람의 눈이 아닌데.”

“아······ 하하.”



라나 누나도 매콤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마구 던진다. 아니 난 괜찮다니까 왜 다들 그래.



“다 좋은데 좀······ 그······ 너무, 너무 좋아해줘서 그렇달까요. 아, 아뇨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집착?”

“아아뇨, 집착이라뇨! 쇤네에겐 너무나 과분한 아씨인걸유.”



말을 꺼낸 게 나니 결국 순순히 실토할 수밖에 없다. 집착까진 아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매일매일 만나나요?”

“응, 그렇지.”

“만나서 뭐해요?”

“걍 카페 가서 얘기하거나······ 같이 저녁 먹거나······ 뭐 그렇지?”

“흠~”



하린이는 취조라도 하듯 이것저것 물어본다. 뭐 달리 대답이 나올 구석은 없다. 연인이란 게 그렇잖아? 매일 만나서 밥 먹고 카페 가고.



“그게 너무 힘든 거군요, 오빠는!”

“응?”

“이제 저랑 헤어져 보니까 제가 얼마나 좋은 여자였는지 실감이 되시나요! 훗훗후.”

“누가 보면 꼭 내가 찬 것처럼 얘기하네.”

“아하하.”



자기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갑자기 자기가 좋은 여자라고 어필하는 거라니. 하린이는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다. 내 일침에 하린이는 내 시선을 피한다. 그러다가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오빠는 개인시간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그래서 저랑 사귈 때도 매일같이 만나진 않았어요. 오빠는 그런 타입이니까! 오빠 시간을 좀 줘야 하거든요.”

“오 너 되게 잘 안다.”

“그래도 한 번 몸을 섞어본 사이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아하핫☆ 불법인가? 아뇨 저 대학생인데!”



그래 뭐, 어쨌든 나랑 사귀었었으니까, 하린이는. 나에 대해 잘 아는 게 당연하지. 옆에서 라나 누나의 은근한 시선이 느껴진다. 애써 외면한다.



“그러니까, 소미가 매일 만나자고 하는 게 부담스럽다, 그런 말이야?”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죠. 솔직히 게임도 하고 싶고 형들하고 술도 마시고 싶고 다른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 것도 있는데. 매일매일, 정해진 것처럼 만나버리면······ 어휴. 과 생활이고 뭐고 못 하는 거잖아요.”

“흐음.”



라나 누나의 결론 짓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성격이 그 모양으로 생겨먹었나보다. 사귀는 건 사귀는 거지만, 또 내 생활도 있어야 하는.



“오빠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요? 소미 언니 마음을 좀 생각해보세요.”

“나는 이해 안 한다는 말은 안 했어. 그냥 힘들다는 거지. 공감도 못 해줘?”

“왜 이렇게 지지배처럼 말하세요? 오빠 꼬추 떨어졌어요?”

“감히 사나이 정웅도 앞에서 고추를 논하다니. 제가 딱 5분만! 이 자리에서!”

“보여주세요! 보여줘! 보여줘!”

“아니 쫌.”



하린이 앞에서는 뭔 말을 못 한다. 뭘 보여줘.



“나도 궁금하네. 보여줘.”

“아니 라나 누나까지 그러면 어떡해요!”

“농담이야 농담.”

“농담 아니면요!”



라나 누나는 베시시 웃으며 덩달아 말한다. 하린이 때문에 라나 누나까지 타락해버린 느낌이다. 하린이는 재미있다고 깔깔 웃는다.



“소미, 웅도 너가 첫 남자친구 아니야?”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더 그러는 거 아닐까. 처음 사귀니까, 마냥 좋기만 한 거야. 웅도 너야, 찐따 같긴 해도 전 여친도 여럿 있고 하니까 어느 정도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겠지만.”

“굳이 ─찐─이라는 표현을 하셔야 하나요.”

“어머나 미안.”



안다. 나도 그 정도는 안다. 내가 찐따라는 걸 안다는 게 아니라, 소미의 경우가 특별하다는 걸. 뭐든 첫경험이 엄청난 법이니까. ······말하는 느낌이 좀 이상한데. 그 첫경험 말고.


너무 기대해서 시무룩할 수도 있는 게 첫경험이지만, 대개 푹 빠지곤 하는 게 또 첫경험이니. 처음 겪는 연애, 처음 겪는 이성, 처음 겪는 데이트. 뭐든 처음일테니 설레고 즐겁고 신이 나겠지. 그건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이해는 하겠는데─ 흠흠.



“어쨌든 잘 지내봐.”

“네.”



결론은 뭐 별 수 있나. 허심탄회한 목소리로 말하는 라나 누나. 내 등을 톡톡 쳐준다. 나도 약간 허탈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한다.



“소미 언니 눈물 나게 하면 저희가 가만 안 둘 거예요!”

“소미가 우는데 네가 왜 X랄인데.”

“어머낫! 농담인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



하린이는 여전히 말장난이나 한다. 결국 해결되는 건 없이 마음만 더 심란해진 느낌이다. 뭐, 해결보단 공감인가. 그래도 속이 좀 후련해지긴 했으니.






**






“그래가지고 그랬어.”

“응.”



오늘 저녁도 소미. 아 뭐 소미가 싫은 게 아니다. 소미 만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만나서는 늘 즐겁고 좋다. 지금도 카페에서 잘 얘기하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웅도 귀찮게 했나?”

“아아니, 그런 건 아니고. 즐거워. 재미있어.”



소미는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아까 과방에서 있었던 얘기를 했거든. 나는 보통 여자친구한테는 숨기는 거 없이 다 말하는 편이니까. 꿍하게 있는 것보다는 뭐든 오픈하는 게 좋다.



“······미안, 내가 처음 사귀는 거라.”

“아이아이, 그런 건 처음에 말했잖아. 나도 처음 사귈 때엔 그랬어.”

“······.”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웃고 넘기려고 했는데, 소미에게는 꽤 충격인 모양이다. 의기소침해진 게 내 예상보다 강하다. 의기소침을 넘어서서 시무룩해졌다. 힐끔 내 눈치를 본다.



“미안.”

“아니 왜 그래, 미안해할 게 아니라니깐. 이건 내가 나쁜 거지 소미가 사과할 게 아니잖아?”

“······.”



나는 눈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ㅈ된 것 같은 상황을 감지하는 눈치는 발달해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 같다. 소미는 말이 없다. 아 X발 왜 괜히 말을 해가지고. 항상 나는 이 놈의 주둥아리가 문제다.



“──흡, 나 집에 갈게.”

“소미야 잠깐만.”

“아니야, 갈게.”



산불이 번지듯 급격하게 감정이 변화하는 소미.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덜컥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다. 한 타이밍 늦게 나는 소미를 따라 나선다. 소미는 아주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나선다. 와 잠깐만. 이렇게 나가는 게 어디 있어.



“소미야!”

“······.”



뛰지는 않는데 거의 뛰는 속도로 걸어가는 소미. 얼른 뛰어가서 소미 손을 잡는다. 일단 멈춰 선다. 긴장해서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소미를 바라본다. 다행히 울고 있거나 그러진 않는 소미. 하지만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다. 표정도 세상 제일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안해, 소미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런 말 한 건 아니야. 나는, 이런 거 꿍하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얘기해서 푸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응.”

“기분 나빴다면 미안, 내가 잘못했어.”



항상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사과는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 일단 사과부터 오지게 박고 시작하는 거다. 소미는 모기만한 소리로 말한다.



“나 화난 거 아니야.”

“화났잖아.”

“아니야. 나 집에서 쉬려고.”

“나 때문에 그런 거잖아. 지금부터 내 시간 안 뺏는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야. 화 안 났어.”

“그러지 말고. 말 안 하고 숨으면 무슨 소용인데?”

“아니야. 나 좀 집에서 쉴게.”

“아 한소미!”

“갈게.”



소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마치 벽과 말하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말한다. 나만 흥분하고 나만 화나고 나만 짜증내는 것 같다. 정작 소미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결국에는 약간 짜증스럽게 ‘한소미!’ 하고 부르니, 소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홱 몸을 돌려 걸어간다. 이번에는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가지 않는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을 옮기는 소미. 하지만 붙잡으러 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의 소미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겠지. 껍질 안으로 숨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하······ 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정웅도 X신새1끼. 아아······ 뭐 어떡해야 하냐. 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때문에 당분간 연재를 비정기적으로 할 것 같습니다. +4 20.05.21 129 0 -
공지 100만년만의 공지 +5 19.12.03 344 0 -
공지 우학변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질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44 14.01.15 5,855 0 -
» 19화 - 3 21.11.25 56 3 12쪽
365 19화 - 2 21.11.10 53 4 11쪽
364 19화. 고슴도치의 거리두기 21.10.26 55 4 13쪽
363 18화 - 4 +1 21.10.19 48 3 15쪽
362 18화 - 3 +3 21.10.16 56 4 11쪽
361 18화 - 2 +6 21.05.30 70 3 11쪽
360 18화. 재미있는 거 해, 좋아하는 거 해. +1 21.01.20 121 3 12쪽
359 17화 - 4 +1 21.01.18 98 4 12쪽
358 17화 - 3 +3 21.01.12 109 5 12쪽
357 17화 - 2 +5 21.01.04 78 4 13쪽
356 17화. 잊어버리는 약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 +3 20.12.31 81 5 12쪽
355 16화 - 4 +3 20.12.17 65 5 18쪽
354 16화 - 3 +1 20.12.14 68 4 14쪽
353 16화 - 2 +1 20.12.08 64 4 12쪽
352 16화. 사람으로 그린 수채화. +3 20.12.05 79 3 15쪽
351 15화 - 6 +3 20.12.03 69 4 11쪽
350 15화 - 5 +3 20.12.01 95 4 14쪽
349 15화 - 4 +1 20.11.27 85 3 11쪽
348 15화 - 3 +3 20.11.21 90 4 12쪽
347 15화 - 2 +1 20.11.19 61 4 13쪽
346 15화. 여름밤의 추억! +3 20.11.17 103 4 12쪽
345 14화 - 4 +3 20.08.03 108 5 15쪽
344 14화 - 3 +5 20.07.15 85 5 11쪽
343 14화 - 2 +1 20.07.13 61 4 11쪽
342 14화. 사랑…… X같은 거야. +3 20.07.12 181 4 11쪽
341 13화 - 5 +3 20.05.07 162 4 15쪽
340 13화 - 4 +1 20.05.03 114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