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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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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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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20.12.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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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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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4쪽

15화 - 5

DUMMY

“에헤헤. 고기 고기~”

“후후.”



뜨거운 태양이 시들어가는 늦은 오후. 그래도 뜨거워. 어차피 땀은 계속 줄줄 흘리는 여름. 나와 하린이는 적당히 걸어서 주변 마트에 왔다. 팬션에서 먹을 고기하고 이것저것들을 사러 왔다.



“우와아~ 시원행.”

“그치.”



여름의 마트는 역시 최고다. 들어온 것만으로 녹아버릴 거 같아. 하린이는 평소보다 훨씬 텐션이 올라서는 폴짝폴짝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 걷는다. 뭐, 평소에도 그리 텐션이 낮은 아이는 아니지만.



“정말 좋은 언니오빠들이었어요. 그쵸?”

“으응.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싶을 정도로.”

“헤에.”



그 형 누나들하고는 꽤 재미있게 놀았다. 뭐, 바닷가에 하린이랑 단 둘이 왔으니 둘이서 놀았어도 재미있었겠지만─ 형 누나들하고 놀아서 더 재미있었던 건 사실이다. 별 생각 없이 말하는데 하린이는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본다.



“나 그 언니보다 가슴 많이 짝아요?”

“갑자기 여기서 가슴 얘기가 왜 나와.”

“그렇게 되고 싶다메요. 그런 얘기 아니에요?”



전혀 엉뚱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는 하린이. 얘는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나봐. 어떻게든 섹드립으로 나를 당황케 하려는 그런 생각. 하지만 나도 이제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그렇게 하기에는 내 쪽 몸이 너무 저질 아니냐. 차라리 기석이 형처럼 되고 싶다면 되고 싶은 거지.”

“죄송하지만─ 하린이는 이제 성장기가 끝나서 더 가슴이 커질 수가 없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아니 나는 아무 상관 없는데.”

“헤헷♪”



다시 아까의 그 얇은 후드를 입고 마트에 온 하린이. 자꾸 가슴 얘기 좀 그만 하라니깐. 그러면 진짜 콤플렉스 있는 것 같잖아. 충분히 커. 충분히 예뻐. 어디서 절대 꿀릴 건 아니야, 하린이.



“이제 잘 안 넘어가네요?! 많이 성장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싫은데요~ 오빠 당황해할 때가 제일 재미있는데! 히힛.”



혀를 쭉 내밀고 어린아이처럼 ‘아하핫!’ 웃으며 앞서 달려가는 하린이. 그래. 귀여우니까 괜찮다. 귀여우면 다 괜찮지.



“오빠 고기 많이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많이는 못 먹어.”

“2근 못 먹어요?”

“사람이 2근을 어떻게 먹어.”



사실 뭐 고기를 사는 게 별 건 없다. 다만 이렇게 얘기하면서 꽁냥대면서 살 수 있는 게 좋은 거지. 하린이는 알뜰살뜰하면서도 뭔가 현실감각이 애매한 느낌으로 고기를 고른다. 너무 많이 사면 안 되니까. 즉석밥도 사고, 파채, 깻잎, 상추······ 이것저것 자잘한 것도 많이 산다.



“술은─ 헤헷, 얼마나 살까요?”

“원하는 만큼.”

“오빠 이제 말리지도 않네요?!”

“네가 좋다고 마시는데 내가 어떻게 말리겠어. 이미 타락해버렸구.”



나는 이미 하린이의 술에 관해서는 마음을 놓았다. 하린이는 의외라는 듯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는 나에게 달라붙으며 묻는다.



“헤헤헷~ 왜요~ 어른들은 다~ 중학교 때부터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그랬다는데~”

“그런 걸 본받으면 안 되지!! 나도 대학교 와서 먹었어!”



좋다고 소주를 잔뜩 카트에 넣는 하린이. 그래······ 술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하린이가 잘못이지. 말리지 못한 내가 제일 잘못이지. 적당히 먹게 단속이나 시켜야겠다.






**






“예이~”

“와우~”



이제 모든 게 준비가 됐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 팬션에서 고기 구워먹기! 진짜 옛날부터 하고 싶었어. 여자친구랑 단 둘이 와서. 뭐, 고등학교 때 비슷하게 애들하고 놀긴 했지만, 그건 애들하고 같이 간 거잖아. 이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기획하고 실행한 거니까. 감회가 새롭다. 뿌듯하다. 정웅도 어른 됐구나.



“근데 좀 어두운뎅.”

“불이······ 가로등 고장 났다고 하니.”



밖에서 구워먹는 고기. 팬션 사장님이 준비를 해주셨다. 다 좋은데 근데 어둡다. 원래 켜져야 할 가로등이 꺼져 있다고 해서.



“헤에─ 그러면 오빠, 불도 꺼져 있는데 이제 음흉한 짓 하실 건가요?”

“너어는······ 아직은 아니지. 술도 안 마셨는데.”

“‘아직은’이라뇨! 그럼 술 마시고 좀 지나면 하겠다는 소리! 꺄아~~”



하린이 얘······ 다 알고 있잖아. 알면서 이러는 게 더 얄밉다. 알밉고 요망하다. 얄밉고 요망하고 귀엽다. 후후. 어이어이, 밤은 깊어져가고 있다구? 이제 시간은 나의 것이라구www



“우와앗.”

“고기에 불맛을 더하려 하는 오빠의 깊은 뜻!”

“미친년아 그게 아니야아앜! 얼른 고기 빼!”

“아 왜 다 태워먹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밖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되게 로맨틱하고 즐겁게 잘 구워먹던데. 왜 내가 구우니까 환상의 불쇼가 되냐. 으아악 왜 고기가 다 타는데! 연기는 또 왜 이렇게 나는데! 살려줘!



“오빠 고기 못 구우시네요.”

“미안······ 하다.”

“괜찮아요. 저 탄 것두 잘 먹어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니 근데 고기가. 불이.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아. 그래도 하린이의 위로에 조금은 기분이 괜찮아진다. 최대한 화력이 강한 중앙에서 멀리 떨어뜨려서 잔열로 고기를 굽는다. 지금 겉만 타고 속은 레어인 상태일 테니. 소고기면 최상이겠지만 이건 돼지고기라구.



“대충 먹어도 되지 않을까.”

“오 오 오! 저 밥 데워가지고 올게영!”

“응.”

“쐬주도 가지고 와야징~”



처음의 화려한 불쇼 뒤에는 그런대로 괜찮게 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기름이 많아서 그런가. 숯불에 삼겹살은 궁합이 잘 안 좋은가. 이제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하린이는 신나서 밥을 돌리러 간다.



“자자~ 고기 먹는데 쐬주가 빠질 수가 있나요~”

“너 진짜······ 술 먹을 때엔 꼭 40대 노가다 아저씨 같단 말이지.”

“어멋~ 현역 여고생☆한테 무슨 말씀을 하는 건가요!”

“현역도 아니고 여고생도 아니잖아.”

“데헷☆”



하린이는 술 먹을 때엔 그저 즐거운 모양이다. 잔뜩 들떠선 신이 나서는 소주를 흔들며 다가온다. 18살 짜리가,,, 발랑 까져서는,,, 에효. 할아버지 모드는 이제 그만하자. 즐기자.



“쨘! 아 소리가 안 나네~ 종이컵은 이래서 안 돼~”

“가게에서 먹지 않는한 잔은 없으니까.”

“아쉬운대로 먹어야죠~ 짠~”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한 잔 마신다.



“크으─”

“키야~”



잔뜩 찌푸린 표정인 나와, 상쾌하고 청명한 얼굴인 하린이. 두 상반된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우, 잠깐만 소주 마시고 바로 웃으니까 더 매스꺼워. 얼른 안주. 안주를 먹어야 돼.



“오오~ 맛있어요! 과정은 이상해도 결과가 좋으니까 다 됐네요!”

“그러네. 맛있네.”



숯불로 구운, 겉은 타고 속은 숯불향이 가득 베인 삼겹살. 거기에 흰 쌀밥. 이 두 개면 뭐, 인생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심지어 술도 있어. 고기를 더 구우며 이번엔 쌈도 싸 먹는다.



“아 뭐에요. 저 주는 거 아니었어요?”

“······아닌데? 주려고 했는데?”

“오빠 먹으려고 했잖아요!”



신명나게 쌈을 싸서 먹으려고 하는 찰나, 하린이가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보다가 피식 웃는다. 거의 뭐 이거는 엎드려 절 받기네. 하린이는 멋쩍은 듯 씨익 웃다가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아 뭐야 쌩마늘 넣었어요!?”

“응.”

“갸아악! 매워!”

“우리 연배는,,, 다 마늘 넣어 먹는다,,, 어린노무,,, 쉐끼가,,,!”



그러니까 내가 먹으려고 했던 건데. 하린이는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도끼눈을 뜬다. 왜 나한테 뭐라 그래.



“씨, 복수할 거야······ 복수할 거야!”

“아니 네가 뺏어 먹어놓고선 나한테 그러냐,,,”



하린이는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지경으로 차갑게 나를 노려보더니 얼른 상추를 집어든다. 고기 한 점, 쌈장 한 젓가락, 그러더니 고추와 마늘을 2개씩 넣는다.



“자, 오빠 아~”

“······나 고기를 안 좋아해. 나 채식주의자거든.”

“설마↘ 설마↘ 하린이가↗ 주는↘ 고기를↗ 안→ 먹는 건↗ 아니겠죠?!”



괴상한 노래 비슷한 음을 넣어서는 말하는 하린이. 꼭 술 게임할 때 여자애들이 술 강요(?) 하는 거랑 비슷하기도 하다. 아씨, 마늘은 상관없는데 고추는. 이거 청양고추야 개X끼들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귀여운 여자친구가 주는데. 안 먹을 수가 없네.



“히히힛♪ 어때요?”

“······맛있네.”

“표정은 아닌데요?”

“아흫, 혀가 마비되는 거 같애.”

“뜨거운 고기를 더 드세요~ 자~”

“아 씨X!”

“X발?! 여자친구 앞에서 그렇게 쌍욕해도 돼요?!”

“아니이! 좀 작작해 나 매운 거 못 먹는다고!”

“매운 거 못 먹는 사람이 마늘을 넣어요! 나 골탕먹였잖아요!”

“그건 네가 알아서 먹은 거잖아!”



어찌됐든 나랑 하린이는 이렇게 티격태격 하는 게 일상이다. 사소하게 고기 먹는 거 가지고, 마늘 가지고 고추 가지고 이렇게 다툴 수 있다니. 어쨌든, 뭐, 고기는 맛있다.






**






“후아.”



고기도 다 먹고, 배도 부르다. 하린이는 고기도 맛있고 소주도 맛있다며 자꾸자꾸 먹는다. 나보다 더 많이 먹는 거 같은데, 얘. 뭐, 어찌됐든 소주는 둘이 한 잔씩 똑같이 받아먹었으니. 둘이서 세 병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간단하게 맥주나 드실까요?”

“안 배불러?”

“배부르긴 한데~ 그럼 이대로 끝내요? 아직 9시인데? 너무 이르잖아요.”

“그렇긴 한데.”



팬션 안에 테이블에 맥주를 꺼내 세팅하며 말하는 하린이. 인당 소주 한 병 반씩 마셨어. 나는 꽤 취했는데. 하린이는 괜찮나보다. 아니, 근데 말하는 거 보면 취하긴 했어. 얼굴도 살짝 빨개졌거든.


맥주 안주는 특별한 게 없다. 고기랑 밥을 많이 먹어서 배부르기 때문에, 또 맥주는 맥주 자체가 배부르기 때문에 아까 마트에서 산 과자와 쥐포, 육포 같은 걸 적당히 뜯었다. 근데 진짜, 하린이 메뉴 선정이 아저씨 같단 말이지.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보통 18살짜리 여자애가 육포나 쥐포를 술안주로 골라?



“······.”



갑자기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하린이. 지가 신나서 안주 깔더니 정작 말없이 맥주만 홀짝홀짝 마신다. 뭐여. 삐치기라도 했나. 내가 삐치게 할 일이 있었나? 잘 모르겠어서 그냥 나도 육포랑 맥주만 먹는다.



“오빠······.”



하린이는 힐끔 나를 바라본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 얇게 샐쭉 눈을 뜨고, 하린이는 고혹적인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 시간은 사람이 가장 죄책감이 없어지는 9시.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얼른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머리는 뜨겁게, 심장은 차갑게. 아니 반대 아닌가?



“이상한 섹드립 치려고 하지 마.”

“데헷☆ 이제는 너무 빨리 알아차리시네요!”

“그건 자연스러운 눈 풀림이 아니었거든. 제대로 눈이 ♡가 되어야 하는데, 네 눈은 분명한 썩어빠진 기운이 있었어.”

“제 눈이 뭐가 어쨌다구요!”



그래. 하린이는 이런 애다. 설령 무언가(?) 한다고 해도 최소한 맥주는 다 마시고 하겠지. 이제는 싱겁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싱글벙글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오빠랑 이렇게 놀아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갑자기 품평회?”

“즐거웠어요, 이런 식상한 거 말구요.”

“음─”



가끔 이렇게 엉뚱한 감상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하린이 매력이지. 음······ 엉망이었다? 미숙한 오빠랑 놀아서 환멸을 느꼈어요. 다시는 이런 곳에서 이렇게 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시죠. 이런 거? 갑자기 엄청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매도하는 하린이를 상상해봤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지도? 후훗.



“오빠라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뭐가 무서워요! 진지하게 얘기할 땐 진지하게 들어주셔야죠!”



무척이나 갑작스럽게,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하는 하린이. 왜 이래 얘. 되게 부담스럽잖아. 내 반응에 하린이는 짜증스럽게 소리친다.



“아니 그냥······ 솔직히 엉망 아니었나.”

“오빠는! 자꾸 그렇게 자기를 깎아내리지 마세요. 뭐 어땠는데요! 좋은 팬션 얻어서, 이렇게 오션뷰인데다가, 바닷가에서도 재미있게 사진도 잔뜩 찍고, 모르는 언니 오빠하고도 재미있게 놀구!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잘 먹고! 나무랄 데 없이 놀았는데, 뭐가 문제에요?! 누구랑 또 비교를 하려구요!”

“아니······ 더 좋게 해줄 수 있었는데······ 더 좋은 팬션이라던가, 소고기라던가, 셀카봉이라던가, 있잖아.”

“으으응~ 진짜 마음에 안 드네.”



나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더 잘 해줄 수 있는데. 더 잘 해줘야 하는데. 부족한 나를 만나서, 더 좋게 지낼 수 있는 하린이가 기회비용을 날리는 건 아닐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건 희세 때부터 그랬어.



“왜, 왜.”

“히히힛☆”



하린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내 옆에 바싹 붙어서 쪼그리고 앉는다. 그러더니 부담스럽게 귀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절로 두려움이 느껴진다. 뭘 하려고.



“오늘 하루, 100점 만점에 1000점이었어요.”

‘쪽!’

“!”



달콤한 말로 속삭이더니 기습적으로 볼에 뽀뽀를 하는 하린이. 우왓. 우와아아. 뽀뽀가 놀란 게 아니라, 앞에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게 너무 야해서. 귀여운 목소리가 온 몸으로 퍼지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야 안하린 너······ 어디 가서 이런 거 하지 마라. 진짜······ 진짜 소름이 잔뜩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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