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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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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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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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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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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5화 - 2

DUMMY

“어이 정웅도.”

“안하린 어서 오고.”



나는 1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하린이를 기다렸다. 하린이의 가벼운 발소리와 발랄한 목소리가 들린다. 무, 무슨 수영복을 입었을까! 헤헤헤.



“히힛☆”

“······어서 가자.”



매끈한 다리. 그리고 몸뚱아리를 가린 얇은 후드 하나. 아니 왜!? 실망이 가득이지만 일단 애써 침착한 척 하린이의 손을 잡는다.



“왜 이리 죽상이야?”

“안하린이 꼴받게 하잖아.”

“아 왜요!”



내 반응에 까르르 웃으며 앙탈을 부리는 하린이. 나는 나대로 살짝 짜증을 내며 말한다.



“몰라서 물어?!”

“알면서 물어보는 건데요!”

“왜 기껏 비키니 입고 가리는데!”

“아래는 있잖아요! 아래가 중요하지!!”

“위도 중요해!!”



나랑 하린이는 낯 가리고 격식 차리고 그런 사이가 아니다. 그래서 원하는 욕망을 이렇게 다 말할 수 있다. 비키니 차림을 보고 싶었다구! 왜 그걸 굳이 가리는데! 그럼 애초에 입지를 말던가! 하린이는 킬킬 웃다가 다시금 아까 보여줬던 뇌쇄적으로 눈을 살짝 뜨는 표정을 하며 말한다.



“진짜 맛있는 반·찬·은······ 좀 나중에 먹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참겠습니다.”

“후후후☆”



또 그렇게 말하니까 더 화내기도 그렇다. 안 그런 척 힐끔힐끔 하린이의 다리를 쳐다본다. 사실 난 비키니가 좀 남사스럽다. 말이 좋아 비키니지, 팬티하고 브라자(?)만 입고 걸어댕기는 거잖아. 지금 그래, 위는 얇은 후드 입어서 조신하지만 아래는 걍 빤쓰만 입고 댕기는 미친년인 거잖아. 다만 사회적으로 ‘비키니니까 부끄럽지 않은걸!’ 하는 합의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지.


‘핫 레드’라고 해야 할까, 채도가 굉장히 높은 산뜻한 색상의 비키니. 게다가 미묘하게,,, 뭐라고 해야 해. 프릴? 어쨌든 뭔 천쪼가리들이 달려서 나풀나풀 더 귀엽다. 좀 덜 야해보이기도 하고, 더 야해보이기도 하는······ 그런 마법의 소재다. 예쁜 비키니를 잘 골랐구나. 그럼 위는······! 헤헤헤.



“아 그냥 대놓고 봐요. 뭘 도둑질 하듯이 힐끔힐끔 쳐다봐.”

“그럴까~? 히히힛.”



하린이는 보다 못해 말한다. 판을 깔아주니 나는 아주 대놓고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하린이의 손도 놓고 팔짱을 끼고 잠자코 하린이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감상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빤히 쳐다보면 또 창피한데.”

“아주 희고 가늘고 예쁜 다리네요. 종아리나 발목도 엄청 예쁜데다, 허벅지 쪽은 또 의외로 마르지 않고 튼실한 느낌이 있어서······ 다리만인데도 조금은 뭔가 성(性)적인 느낌이 드네요. 확실히,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인 여자 대학생의 다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무슨 평론가가 평가하듯 무미건조하고 이지적으로 하린이의 다리를 분석하고 평가했다. 하린이는 또 좋다고 모델처럼 다리를 쭉 뻗으며 싱긋 웃어 보인다.



“오빠, 근데 저 나이로는 여고생이니까, 여대생 아닌데. 오빠 혹시 로리콘?”

“로리콘은! 12세 13세고! 너는 이미 육체적으로 다 성장한 18세란 말이다!”

“그렇다고 미성년자랑 하는 게 합법이에요?”

“하긴 뭘 해!!”

“아하하핫♪”



아직······ 아직 안 했다. 하린이는 깔깔대며 먼저 뛰어간다. 기다려 이 요오망한,,,뇬아,,,!!~!!~! 나도 이제 뇌에 생각을 담지 않고 즐겁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 뭐, 이 바다 이 여자친구 이 비키니. 다 내꺼다.



“오빠. 근데 여기 사람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사람 많은 거 좋아?”

“그래두······ 기왕 이런 거 입었는데 보여줄 사람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는 파라솔을 모래에 박으며 하린이의 말을 듣는다. 하린이는 돗자리를 펴며 말한다. 확실히, 하린이 몸매는 자랑할만 하지. 너무 마르지도, 너무 뚱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타입이잖아. 굳이 뚱뚱함과 마름 중에 고르라면 ‘조금 마름’ 정도에 가까우려나. 반절을 가리고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나는 누가 내 여자친구 몸매 보는 게 별로 안 좋은데.”

“제가 오빠의 소유물인가요? 히힛.”

“어이어이. 믿고 있었는데!”

“아 뭐 볼 수도 있죠! 제가 너무 매력적인 걸 어떡해요! 에헤헷☆”



관대하기가 너무 지나친 하린이. 그, 그래 뭐······ 조금 쳐다봤다고 성희롱이라고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내 입장에선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해운대니 대천 해수욕장이니 하는 유명한 바다가 아니라 이런 후미진 곳으로 왔지만. 아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시골바다는 아니다. 저쪽에도 다른 사람들 있잖아. 알만한 사람들만 오는 바다라구.



“아~ 그래도 좋네요. 뭔가······ 있어 보이네요.”

“그러게.”



파라솔로 그늘도 만들었고, 돗자리도 깔았다. 생각보다 시원하다. 엄청 습하고 더울 줄 알았는데, 뭐 습한 건 바닷가니까 습하긴 한데, 바람이 불어서 나쁘지 않다. 바닷가의 내음. 소리도 좋고.



“뭔가 일본 애니에서 바닷가 놀러온 느낌이에요!”

“꼭 우리 3D의 세계에서 그런 말을 해야겠어.”

“에헤헤. 나나 오빠나 그쪽 바닥 사람인데 뭘 숨기겠어요.”



여자친구가 취향이 비슷하면 이런 면에서 무척 편하고 좋다. 나나 하린이나, 애니도 좀 보고 인터넷 밈도 많이 알고 그런 느낌이니까.



“좀 더 일본 애니 느낌 나게, 선크림 좀 발라주실래요?”

“아······ 진짜?”

“네! 가지고 왔잖아요. 얼굴은 발랐는데 몸은 바르기 귀찮아서, 오빠가 발라주세영.”

“어음······ 크흠······.”



하린이는 선크림을 내밀며 눈을 찡긋 한다.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꿈틀거리려 하는데. 아래쪽의 무언가도 꿈틀거리려 하는 것 같고. 하린이는 멈칫하는 내 반응에 피식 웃는다.



“왜요. 좀 무서우신가요? 동정이라?”

“거기서 동정이 왜 나와?”

“아니~ 여자친구잖아요. 상관 없잖아요! 어차피 이따가 밤에 야한 짓 할 거죠? 에로 동인지처럼!”

“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발라주면 되잖아.”



오늘따라 섹드립 폭주기관차가 된 하린이. 나는 마지못해 하린이가 내민 선크림을 받아 든다.



“자, 조심스럽게 꼼꼼하게 발.라.주.세.요~”

“가만히나 있어.”



하린이는 비겁하게도 나에게 등을 돌린 체 후드를 벗고는 그대로 엎드린다. 아 앞쪽 보고 싶었는데! 어쨌든 뭐, 해달라니까 팔부터 선크림을 발라준다.



“아흥♡”

“이상한 소리 내지 마.”

“그치마안······.”

“그치만은 뭘 그치만이야. 등인데.”



하린이 팔 얇네. 기본적으로 마른 편이라 어디든 다 얇고 가녀리다. 팔은 금세 다 바르고, 이제 등 쪽을 발라주려 손을 대니 하린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톤으로 작위적인 소리를 낸다. 내 태클에 하린이는 깔깔 웃는다.



“그래두 옆구리나 이런 쪽은 좀······ 느낌 이상하거든요?!”

“애초에 일본 애니면 오일 발라줘야 하는 거 아니냐.”

“전 태우려는 게 아니니까! 전 흰 피부인 편이 훨씬 예쁘거든요.”

“그건 맞긴 해.”



하린이의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가 뽀얀 피부니까. 그렇다고 막 창백할 정도로 하얀 것도 아니고, 딱 보기 좋을 정도의 흰 피부. 게다가 어떻게 이렇게 피부에 하나도 잡티가 없는지. 등이 진짜 매끈매끈해. 촉감도 엄청 보들보들하고.



“······엉덩이는 안 발라도 되지?”

“바르시고 싶으면 발라도 되겠지만~ 오빠 진짜 변태에요?!”

“허벅지는 좀 거시기하지 않냐!”

“발라도 돼요 할아버지~”

“아씨.”



나는 그냥 선크림을 발라주는 것이다. 그냥 그게 전부야. 딱히 허벅지의 감촉이라던가 매끄러움이라던가 말랑거림이라던가 그런 걸 즐기는 게 아니야 우와아 이게 뭐냐 손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촉감이······! 내 손이 살짝 망설이고 떨리는 걸 느꼈는지 하린이는 문득 허벅지를 모은다.



“에잇! 못 나가지롱!”

“이······ 이거 왜 이래.”

“조임 엄청나죠? 우후후. 이래봬도 제가 명기랍니다!”

“넌 좀 어휘 선택을 전반적으로 생각을 해 봐야 돼.”

“아하핫☆”



의도한 사양이겠지만, 하린이도 참 하린이답다. 애초에 말야, 선크림 바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내 손은 미끄럽다고. 조이고 있는 하린이 허벅지에서 손을 쭉 뺀다. 다시 허벅지에 열심히 선크림을 발라준다.



“앞은 네가 알아서 바를 수 있지?”

“앞까지 발라달라고 하고 싶지만─ 헤헤. 이쪽은 비.밀.병.기니까. 주세요.”

“그래. 바르는 김에 나도 바르자.”

“아 오빠는 제가 발라드릴게요! 가만히 있으세요!”

“아니 난 내가 바르면 되는데.”

“됐거든요!”



하린이는 등을 돌린 체 얼른 내 선크림을 뺏는다. 뭐······ 그렇게까지 완강하게 안 보여줄 이유가 있나. 내가 본다고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근데 나까지 선크림을 따로 발라줄 필요가 있나.



“자, 오빠도 이제 바를게요~”

“아니 난 얼굴만 바르고 말려고 했는데.”

“바르는 김에 다 바르는 거죠!”

“어차피 몸은 까매져도 별 상관없잖아. 난 남자고.”

“에엥~! 까매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피부가 늙는다구요!”

“갓 스물이 피부 늙는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 않냐.”

“지금부터 관리해야 안 늙죠!!”



하린이는 강제로 나를 눕히며 말한다. 못 이기는 척 하린이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 그래 뭐. 여자친구가 해주겠다는데. 호호. 아 잠깐만 앞으로 눕히지 마 텐트가······



“오빠 좀······ 몸이 저질이네요?”

“미안합니다.”

“운동 좀 해요! 이게 뭐야. 팔이 얇잖아요.”

“미안합니다.”

“미안하면 다에요? 오빠는 항상 그런 식이야.”



운동을 싫어하는 나는 그에 걸맞는 몸을 가지고 있다. 진짜 살아 있기 위한 근육만 붙어 있는 느낌. 그래도 다행인 건, 뚱뚱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휴, 이 배 봐 이 배!”

“아핳! 간지러 간지러!”



하린이가 배와 옆구리 부분을 발라주자 나는 간지럼을 참지 못 하고 몸을 바둥바둥댔다. 배 좀 있을 수도 있지! 뱃살 빼기가 얼마나 힘든데.



“자, 이제 다 됐네요.”

“응.”



너무 간지러워서 다리는 내가 바른다고 하고 선크림을 뺏었다. 나란히 파라솔 그늘에 앉은 나와 하린이. 음······ 바닷가에 연인 둘이 오면 보통 뭐 하냐.



“놀까요?”

“놀아야지.”

“이거 워터프루프니까 바다 들어가도 괜찮아요!”

“그래, 그럼 슬슬 출진 해볼까!”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바다로 들어가야겠지. 하린이와 함께 손 잡고 바닷가로 들어간다.



“오빠.”

“응?”



하린이는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친다. 그러더니 뭔가 엄청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그동안 고마웠어요.”

“???”



하린이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눈을 하고는 연극배우 같은 과장된 목소리와 말투로 말한다. 나는 영문을 모른 체 그녀를 바라본다. 하린이는 천천히, 근데 천천히인데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꼭 물에 빠져 죽으려는 사람처럼.



“아, 안돼, 가지마 하린아!”

“······.”



또 꽁트. 비련의 여주인공이 자살하는 컨셉을 하려는 셈이다. 오직 나만이 하린이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지. 나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하린이의 뒤를 쫓는다. 근데 또 웃긴게 한 걸음 차이다. 그냥 두 걸음 앞으로 가면 잡을 수 있어.



“내가 죽으면 되는 거야······ 내가 죽으면······! 모두가 힘들 필요 없이 나만 죽으면 깔끔한 거라구······!”

“바보 같은 생각 집어 치워 안하린!”

“나 때문이잖아요 전부······!”



아주 쌩 쑈를 하고 있네 쌩 쑈를 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런 하린이에게 어울려준다. 벌써 물이 하체를 넘어설 정도가 되자, 하린이는 문득 뒤돌아서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를 본다.



“에잇!”

“우왓!”



예상치 못한 물 공격에 나는 움찔 눈을 감았다.



“아 씨 깜빡이는 좀 키고 들어와!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갑자기 안하린으로 돌아오면 어떡해!”

“에헤헤헷. 그치만 이거 계속 하면 저 계속 물 들어가야 하잖아요! 이쯤 하고 이제 놀아야죠! 에잇 에잇!”

“으갸갸갹!”



하린이는 참 제멋대로다. 그게 매력이지. 귀엽게 물 뿌리는 모습에, 그냥 모든 게 용서된다. 그래, 이러고 노는 거지 뭐. 이런 게 나와 하린이의 연애의 형태가 아닐까. 너도 물 맞아봐라!



“와 진심으로 물 뿌리는 거 봐!”

“나는 여자친구라고 결코 봐주지 않지. 초등학생을 상대해도 전력을 다하는게 이 정웅도 님이시다!”

“우와아아~~”



아하하하 깔깔 까르르 하는 느낌으로 하린이와 물도 뿌리고 장난도 치면서 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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