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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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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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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6화 - 4

DUMMY

“후우.”



잠시동안 내 품에서 눈물을 흘리던 하린이. 금세 훌훌 털고 한숨을 푹 쉬며 울음을 그친다. 운 것도 아니야. 막 오열하거나 그럴 정도로 운 게 아니니까.



“이제 괜찮아?”

“네······.”



방금 전까지의 기세는 눈물과 함께 씻겨나갔는지, 하린이는 시무룩한 투로 대답한다. 피식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하린이.



“저 참 이기적이지 않아요. 의리도 없이. 내 감정 때문에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다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는걸.”

“언니는······ 언니는 공부랑 그런 것 때문이잖아요. 전 순전히······ ‘질려서’인데. 너무 어리지 않아요?”



처음에는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흥분해서 다 말해버린 하린이. 어차피 말해버린 김에, 나한테 상담 비슷하게 물어보고 있다. 답정너? 그런 건 아닌 것 같으니 성심성의껏 답해주려 한다.



“나도 이기적이었지. 웅도는, 내가 자주 못 보고 잘 못 만나주고 놀 때도 집중 못 해도, 그래도 괜찮다고 했거든. 그렇게 말했는데도, 내가 강행해서 헤어진 거니까.”

“그치만······.”



어찌됐든 하린이도 미안한 마음이 있나보다. 그래서 그렇게 매정하게 대했구나. 소위 말하는 ‘정 떼기’ 같은 거야. 스스로가 악역을 자처해야 마음이 편하니까. 웅도한테 나쁜년으로 남아야, 더 미련 없으니까. 그거 참 미련한 짓이야.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더욱 말이 나온다.



“중요한 건 네 결정이야. 어린 건 없어. 나도 어리거든.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으면 그게 어른이야.”

“히잉······.”



하린이, 우리보다 어리다고 했지? 18살······이었나? 19살? 어쨌든, 우리보다 많이 어려야 두 살 어린 거다. 그럼 비슷한 또래야. 비슷해. 고등학교 다니고 있었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학교까지 똑같이 대학교 1학년인걸.



“헤어지고 만나고, 그런 것도 크게 의미 부여하면 아주 아픈 사랑이고 비련의 여주인공이고 그러겠지만. 나 헤어지고, 일만 하고 학교만 다니고 그러니까 또 별 거 아니더라.”

“······.”



이제 막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은 나. 누구에게 내 경험을 앞세워 말하는 건 딱 질색이다. 소위 말하는 꼰대 같잖아. 나 때는 말야~ ‘나 때’라고 할 만한 때가 아직 우리에겐 없잖아. 다만, 하린이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먼저 경험한 언니의 개인사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야. ······그게 꼰대이지 않아?



“왜, 우리 친구들끼리도 싸우고 절교하고 사과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고 그러잖아.”

“영영 절교하는 경우도 있죠.”

“그럴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지 뻗대는 투로 대답하는 하린이. 나는 다 받아준다.



“사귀는 것도 힘들지만, 헤어지는 것도 힘들지. 근데 그렇잖아? 영영 사귈 거야? 우연히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데이트 하고 자기도 하고, 그랬으면 이제 결혼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게 의무야? 그런 건 아니지.”

“······언니 저랑 웅도 오빠랑 재결합 시키려고 저 부른 거 아니었어요?”

“아닌데?”



내 말에 하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나는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헤어진 이유를 듣고 싶었을 뿐. 어안이 벙벙한 하린이를 두고, 나는 말을 잇는다.



“내가 무슨 웅도 엄마도 아니구. 아니, 웅도 어머니조차도 웅도 연애사는 본인한테 맡겨 놓으셨겠지.”

“아니 그치만······ 지금까지 저 붙잡고 말씀해주신 거······ 헤어지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었어요?!”

“이미 떠난 마음을 누가 와서 잡아.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나는 다만. 헤어지는 건 헤어지는 거고, 나쁘게 헤어지지는 말자, 그런 거였어. 그래서 이유 물어본 거였구.”



단단히 오해했구나. 그거 붙이려고 해도 절대 못 붙여. 다시 사귀면 뭐. 잘 될 거 같애? 다시 사귈 정도였으면 그건 헤어진 게 아니라 그냥 꽁냥꽁냥 다툰 거고. 그것 이상이면, 다시 사귀어도 봉합이 안 되지. 다시 그 헤어진 이유로 헤어지겠지. 하린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너 혼자 악역을 자처하지 말라는 거야. 싸우고 다투고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질려서 헤어질 수도 있지. 만남에 이유가 없는데 헤어짐에도 이유가 없을 수 있지. 근데 그걸 너 혼자, 내가 이기적이고 나쁜년이야, 그러니까 그냥 날 탓하세요. 이건 정상적인 관계의 맺음이 아니지. 네가 말한 의리. 의리 없이 헤어지는 거잖아? 여자는 의리 안 지켜도 돼?”

“······아니요!”

“그래. 그러니까, 맺음은 똑바로 짓고 헤어지자, 그런 말이야. 알았지? 우리 잘 헤어지자!”

“넵!”



아 잠깐만. 이래도 되나. 말하다 보니까 뭔가 하린이랑 으쌰으쌰 파이팅 우리 웅도 멘탈 더 조지러 가자! 이런 느낌이 됐는데.



“언니 덕분에 마음이 엄청 홀가분해졌어요.”

“그래?”

“네. 제가 다 짊어질 필요가 없었군요. 행복 전도사님 만나서 고해성사 하고 온 느낌이에요!”

“그······렇구나.”



아.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하린이가 너무 의욕적으로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있어. 아 물론, 둘이 다시 만나봐, 이런 의도로 하린이 보자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원만하게, 오해가 풀리면 다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내 말 때문에 너무 확실하게 마음이 결정돼 버렸어.



“언니, 저 이만 가볼게요! 고마워요!”

“으, 응······.”



하린이는 마음의 치유를 얻고 떠나간다. 나는 홀로 카페에 남아 더욱 고뇌하게 된다. 음······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나도.








//








‘삑삑삑삑 삐리리리─ 철컥.’



알바가 끝나고 난 뒤. 오늘은 좀 일찍 끝나는 날. 방학이라 가게들이 한산해서, 쉬는 알바도 좀 있다. 게다가 원래는 오후, 저녁에 하던 알바를 오전 시간까지 할 수 있게 돼서.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저녁 먹기 전에 퇴근했다.



“아직도 자고 있어? 어후.”

“으으······ 으으으······.”



어두운 방. 아침에 출근할 때 웅도가 자고 있어서 커튼 치고 나갔는데. 그 상태 그대로, 진공포장되어 잘 보존돼 있는 웅도. 인기척에 겨우 눈을 뜬다. 방 불을 켜니 눈부셔한다. 여전히 술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다.



“괜찮아?”

“······미안합니다.”

“그 놈의 미안하다는 말 좀 그만하라니깐.”



물론 내가 웅도라도 정말정말 미안할 것 같긴 하지만. 전 여친 집에 술 취해서 와서는 이런 깽판이라니. 뭐, 나는 크게 게의치 않는다. 나랑 웅도랑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일어나 씻어. 밖에 나가야지.”

“······제가 어제 취중에 혹시 저 모르는 약속 같은 걸 했나요?”

“아니.”



밑도 끝도 없이 뜬금없이 나가자고 하는 내 말에, 웅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싱긋 웃으며 가방을 내려놓는 나.



“하린이한테 연락 왔어.”

“······.”



그 말에 눈을 감는 웅도. 다시금 안 좋은 기억이 밀려오는 모양인가보다. 눈을 더 찌푸린다. 한참만에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왜, 왜······?”

“오늘 오전에 만났어.”

“누구랑. 너랑?”

“응.”

“왜 만났어?”

“얘기 하려구. 내가 불렀어.”

“희세 네가······? 왜??”



대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물음표만 늘어나는 웅도. 순전히 내 오지랖이었으니까. 설마 전 여친인 내가 그렇게까지 수고해줄 줄은 몰랐겠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겠지만─ 하린이와의 약속시간이 있으니, 그럴만한 타이밍이 안 나온다.



“자세한 건 가면서 얘기해줄 테니까, 얼른 씻어. 지금까지 안 씻는 사람이 어디 있어.”

“으, 응······.”



웅도는 겨우 일어난다. 그래도 술은 다 깼나보네, 제대로 걷는 걸 보면. 10년은 늙어서 한 30살 정도로 보이게 초췌해진 웅도. 꼭 숙취 때문만은 아닐 거야. 화장실로 들어가는 웅도를, 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참······ 웅도, 볼 때마다 뭔가······ 아니야.




다 씻고 나온 웅도. 나는 알바할 때 입었던 옷 그대로, 갈아입지 않고 나간다. 바깥으로 나와, 터벅터벅 걷는다. 웅도는 섣불리 나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안 알려줬는데. 물어보기 두려운 걸까. 슬금슬금 얘기를 꺼낸다.



“하린이한테, 왜 헤어졌나고 물어봤거든.”

“응.”



의외로 무덤덤한 웅도.



“대답을 듣긴 했는데, 내가 전해주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직접 들었으면 해서.”

“응.”

“그랬는데 마침, 하린이가 오늘 저녁에 볼 수 있냐고 해서.”

“어.”



기계적으로 대답만 하는 웅도. 화가 난 건지 어쩐건지 잘 모르겠어. 뭔가 아니꼬운 듯 입을 꾹 다문 웅도. 그러더니 힐끔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걸 왜······ 후우. 내가 바보 멍청이인데 왜 그걸 희세 네가 다 해결해주는 거야······ 이번에도······.”

“이런 꼴 보기 싫어서 그러네요. 도움 받을 수도 있는 거지 뭐, 또 바보 멍청이는 뭐야?”

“너무······ 너무 찌질하잖아요.”

“아까 하린이한테도 그랬네요. 둘 다 너무 자기가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한다고.”

“······.”



나한테 화가 난 건 아니고, 다만 또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웅도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틱틱 대는 내 대답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린이가 치킨 사준데.”

“아······.”



깊은 탄식을 내뱉는 웅도.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어쩌겠나요. 가야죠.



“희세야.”

“응?”



치킨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우리집은 웅도네 집보다도 더 학교 앞이니까. 그 짧은 사이에, 걸으며 얘기한다.



“왜 나 이렇게까지 챙겨 줘. 이제 사귀거나 하는 사이도 아닌데.”

“난 원래 너~무너무 착해서, 불쌍한 사람 보면 도와줘. 성녀(聖女)야.”

“······희세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히힛♪”



나도 나만의 처세술이 생긴 거지. 불과 1년 전 고등학교 때까지는 굉장히 도도한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허세도 부리고, 좀 수더분하게 변한 것 같아. 아르바이트 하면서 사람 만나고 사람 접객하고 그러다보니까. 좀······ 내 안의 모난 부분이 깎였다고 해야 하나?



“그렇네. 희세는 성녀님이야. 너무너무 착해서.”

“아 또 그렇게 말하면 너무 낯간지럽잖아.”

“고마워.”

“응. 미안해보다는 고마워가 낫네.”



웅도는 또 고맙다는 말은 잘 한다. 내가 웅도 좋아했던 이유 중에 하나. 감정표현이 솔직한 점. 어떨 때는 참 답답하게 말 안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심성이 착하고 솔직한 아이니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더 기분이 좋다.






**






“와~ 언니 언니 오셨어요 앉으세요.”

“응.”



약속한 치킨집. 하린이는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방긋 웃으며 호들갑스럽게 자기 옆자리를 권한다. 아까 오전에 봤을 때랑은 180도 다른 느낌인데. 굳이 말하자면 이게 원래 하린이의 분위기이지 않나 싶다.



“······그 쪽은 그 쪽에 앉으시구요.”

“아 넵.”

“뭐야 너네?!”



그러더니 순식간에 정색하고 굉장히 사무적인 태도로 건성으로 말하는 하린이. 웅도도 웅도대로 묵묵히 대답하고 반대편에 앉는다. 뭐야 뭐 상황극 해?!



“닭은 이미 시켰어요~ 맥주도 시켰구요.”

“응······ 어 맥주 먹어도 돼?”

“쉿~☆”



대학생이긴 하지만 18살인 하린이인데. 아 뭐, 마시면 마시지. 우리도 맨날 놀러가서 마셨잖아, 고등학생 때. 근데 어떻게 시켰지. 민증 검사 안 하나.



“그, 오빠.”

“응.”



하린이가 미리 시켜놔서 그런지 치킨은 바로 나온다. 닭이 나오자마자 하린이는 웅도를 부른다. 힐끔 하린이를 보다 눈을 피하는 웅도. 아직까지 아련한 모양이다.



“언니 만나서 얘기했는데, 이제 깨달았어요.”

“······뭘?”

“전 오빠를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요.”



아니 잠깐만, 하린아.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잖아. 웅도는 눈이 크게 뜨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희세야······?”

“아니아니아니! 난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어! 중간 과정을 다 빼면 어떡해 하린아!”



웅도의 얼빠진 시선에 나는 꽤 당황했다. 나한테 다 책임회피 하는 것 같잖아! 급하게 하린이를 부르니 하린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오빠. 헤어지자고 한 이유 말해줄게요.”

“······응.”



너무 급전개 아니야. 그렇게 간단하게 얘기할 거였어? 난 좀 얘기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분위기 좀 괜찮아지면 나지막이 말하는 그런 스타일을 생각했는데.



“저, 이제 오빠 질렸어요!”

“!”

“······!”



아니 나아진 게 전혀 없잖아! 좀 정리해서 말하라구 하린아! 그렇게 해맑게 얘기하면! 웅도는 여전히 놀란 표정이다.



“완전히 질려서, 이제 만나도 전혀 설레지 않아요! 이제 다 질려버렸다구요. 곰탕만 일주일간 먹다가 질려서 이제 덮밥 먹고 싶은 생각이에요. 오빠는 곰탕 같은 남자구요.”

“······얘 왜 이래? 무슨 얘기 한 거야 희세야?”

“하아······.”



미쳐 날뛰는 하린이의 텐션에, 웅도는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없다. 그저 깊이 한숨을 내쉬는 것밖에는.



“새로운 남자가 생긴 건 아니에요. 아직은. 오빠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오빠는 정말정말 잘 해줬어요. 그냥, 제가 원래 빨리 질리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그런 거에요. 그러니까, 전 오빠랑 잘 헤어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내가 질려서 그만 만나고 싶다 그거야?”

“네!”



너무너무 해맑은 하린이. 웅도는 어느 정도 대강은 상황을 파악했는지 착찹한 표정으로 하린이를 바라본다. 아직 미련이 있는데, 하린이가 너무 해맑게 얘기하니까 참 안타까운 그런 분위기다. 묵묵히 닭다리를 집는 웅도.



“다른 남자 생긴 건 아니고?”

“제가 그럴 거 같나요! 애초에 방학인데 다른 남자가 뭐 어떻게 생겨요.”

“음······.”



마침 맥주가 딱 나온다. 웅도는 닭다리를 한 입 베어물더니 한숨을 푹 쉬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더니 맥주잔을 탁 놓고 말을 꺼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네 그건.”

“그쵸. 오빠가 못 해준 것도 아니구.”

“그럼 어쩔 수 없네.”

“네. 어쩔 수 없죠.”

“그래······.”



뭔가 맥 빠진 대화. 어째 서로 본질은 피하고 대화만 지지부진 잇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 잘 해주지 못 해서 미안해.”

“아니예요.”

“질리게 해서 미안.”

“질린 건 전데요 뭘.”

“늘 가성비 데이트 코스만 가서 미안.”

“학생이 돈이 어디 있어요. 저도 없는데.”

“······헤어짐을 받아들여서 미안.”

“······아뇨, 제가 말했는걸요.”

“··················근데 왜 울어.”



웅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볼을 타고 흐른다. 하린이는 여전히 웃으려 하는데 웅도보다 더 심하게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애써 고개를 흔들며 하린이는 말한다.



“울긴 누가 울어요! 잘 헤어지자고 그러는 건데······ 잘, 싸우지 말고 잘 헤어지자고······ 아 근데 있잖아요! 오빠랑 이제 헤어진다고 하니까······ 설레지는 않는 오빤데, 그게 좀 그게 그게 그게······ 그런 거 있죠?”

“나는 오죽하겠냐. 진짜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게······ 하······.”



둘 다 이제는 말로는 하지 못할 대화를 하고 있다. 하린이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운다. 웅도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돌린다. 훌쩍훌쩍. 둘 다 훌쩍훌쩍. 나만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고.



“흣! 오빠······ 미안해요······ 헤어지자고 해서······!”

“아니야, 나도······ 후우.”

“그치만! 흑, 후우, 진짜 헤어지는 거예요.”

“응. 알았어.”

“이제 다음학기부터는! 흑,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흑! 후우······.”



질린 건 질린건데, 막상 웅도가 자기 일상에서 없어지는 건 또 싫은 걸까. 그래서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말한 걸까, 하린이. 나도 좀 힘들긴 했어. 웅도랑 헤어지고 적응할 때까지.



“후으······ 후으······.”

“좀 진정하고. 이제 그만 울자.”

“다 울었어요.”



훌쩍거리며 울음을 그치는 하린이. 옆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토닥토닥 달래주는 것 뿐이다. 눈시울이 붉어져선 얼굴도 빨간 하린이는, 애써 방금 전까지 괜찮은 척 하던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인다. 그게 더 슬퍼 보이는데.



“이로써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언니, 이제 언니랑 웅도 오빠랑 재결합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린이 너······ 왜 니 생각만 해.”

“아핳! 왜요, 언니도 오빠 별로예요? 그쵸~ 좀 질리죠?”

“아니 또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하린이는 억지로 웃는다. 나도 쓴웃음을 짓는다. 웅도도, 입은 웃는데 눈은 안 웃는다. 참 불편한 자리다. 그치만 뭐, 억지로라도 봉합은 한 것 같다.





치킨 먹고 맥주 먹고 그러고 2차까지 가서 맥주집에서 맥주 더 먹고 헤어졌다. 그냥 그랬던 일상처럼. 하린이는 맥주로도 꽤 취했는지 더 큰 소리로 과장되게 이거저거 말했다. 슬픔을 잊기 위한 연기일까. 웅도도 훌훌 털어버린 듯 애써 괜찮은 척 한다.












그래.




전혀 모르던 사람 둘이 만나서, 죽고 못 살 것처럼 사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헤어지는 것도




다시 남이 되는 것도 어려운 거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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