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189
추천수 :
29
글자수 :
78,971

작성
14.07.11 16:56
조회
241
추천
0
글자
10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Saga of Ludena




DUMMY

마리아 이몰레인이 눈을 뜨자 본 광경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평소에 눈을 뜨면 볼 수 있던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 커튼과 고풍스러운 느낌의 대리석 바닥, 그리고 루데나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장식되어 있던 그녀의 방이 아닌, 낡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천 커튼과 나무로 된 바닥, 그리고 조잡한 티가 나는 장식품들이 있는 방을 보며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겪은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님........”


그 일을 생각하자 마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닦고선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옆에서 앉아 잠들어 있는 한 스미스를 보았다. 흘러내린 백발 너머 눈물이 맺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마리아는 한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려고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얼굴에 가져갔다.


그러자 한은 갑자기 눈을 뜨더니 그녀의 팔목을 세게 붙잡았다. 그녀가 아파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은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붙잡고선 말했다.


“너는 저주받은 왕가의 피를 이었다. 너는 우리의 태양 따위가 아니야! 저주받은 달의 피를 가진 여자란 말이다!”


마치 악마와 같은 표정을 지은 한은 그녀를 밀친 뒤 검을 꺼내 그녀를 향해 내리쳤다. 마리아는 공포에 질려 아무런 말도, 심지어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잃은 공허한 표정으로 내려치는 검의 곡선을 바라보았다.


“안 돼!”


마리아는 소리를 지르며 다시 눈을 떴다. 마리아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제서 자신이 지독한 악몽을 꿨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작고 여린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선 눈물을 흘렸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의자에 앉아 있던 한 스미스는 공주의 비명에 놀라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공주는 아까 전의 꿈이 생각나 도저히 한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녀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공포에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그리고 나선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울기만 했다.


“공주님.......”


한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공주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공주가 꽤나 심한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한은 그녀의 옆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그녀를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순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말로도 그녀의 부서진 마음을 쉽게 고칠 순 없을 것이다. 한은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화가 났지만, 공주 앞에서 그것을 표출하진 않았다.


그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한 스미스는 경계를 숨기지 않고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문을 살짝 열자 여관 주인이 보였다.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봐요. 어제는 애가 아픈 거 같아서 일단 넘어갔지만 숙박비는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한은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란 것에 안심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진 돈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다 지금 자신의 신분을 함부로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기에 한은 검집에 검을 넣은 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검을 보더니 약간 당황한 듯 한의 얼굴을 노려보며 되물었다.


“뭐-뭐에요! 돈도 없으면서 방을 빌린 거 에요? 저흰 물건은 안 받아.......”


그녀가 검을 밀쳐내려는 순간 그는 검이 보통 검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영롱한 보석들과 태양의 문양이 새겨진 그 검은 그녀가 몇 년을 여관 일에 종사해도 쉽게 벌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물건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헛기침을 하더니 검을 챙겨서는 밑으로 내려갔다.


한은 자신의 검을 내준 것을 약간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한숨을 쉬고 문을 닫았다.





***

알리스타의 말을 들은 대니는 그가 무서웠지만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다.


“다-당신은 날 죽이려 들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당신을 믿을 수 있죠? 지금 아파서 거의 죽을 지경이라고요!”


대니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었다. 찢어진 옷의 사이로 보이는 진한 검푸른 멍이 대니의 고통을 충분히 시각적으로 표현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알리스타가 대니를 노려보자 대니는 그의 눈빛에 다시 얼어붙은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대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니는 그것이 자신을 때리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머리를 보호했다. 하지만 대니의 예상과는 다르게, 대니의 가슴에 손을 대고선 알리스타는 눈을 감았다.


대니는 머리를 보호하던 팔을 내리고선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대니의 눈에는 어떤 흐름이 알리스타의 손에 모이고, 그 모인 흐름이 자신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똑똑하게 보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고통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등 뒤라 볼 수는 없었지만 상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대니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알리스타는 눈을 흘깃하며 대니를 잠깐 바라보고 난 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법이란 건, 언제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 있는 건 아니지. 네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힘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냐?”


대니는 알리스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섭게 느껴졌던 그의 눈이 약간은 인자하게 느껴지자 대니는 약간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하-하지만 어떻게 제가 거길 갈 수 있겠어요? 전 농부의 아들일 뿐인걸요? 카이제르스의 마법 대학에 들어가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나요?”


대니의 질문에 알리스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 말대로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지! 많은 마법사들이 들어와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물론 내가 맞는지 아닌지는 가서 지켜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너의 후견인이 되어주지.”


대니와 알리스타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니의 어리둥절한 표정과 알리스타의 사뭇 진지한 표정을 달이 비추고 있었다.



***

월리엄 라이누스가 정신을 차리자, 왕궁 내는 엉망이었다. 모든 물건들과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자신도 무언가 둔탁한 것에 얻어맞은 것 마냥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만 기억이 났다.


주위를 잠시 둘러보던 라이누스는 공주가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선 옆에 쓰러져 있던 자신의 부하를 발로 차 일어나게 만들었다.


“어이! 공주는 어떻게 된 거지? 공주는 어디로 사라졌나!”


라이누스의 말에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바라보는 부하의 모습을 보고선 그는 더욱 분노했다. 그가 부하를 다시 걷어차려는 찰나, 테시우스가 태양의 기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라이누스 경, 아니, 이젠 라이누스 폐하라고 불러야 합니까? 주군?”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가 웃음을 띤 테시우스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라이누스는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공주를 당장 찾아와! 그년을 찾아내지 못하면 네놈들의 목숨이 대신 날아갈 줄 알아! 어서! 다른 녀석들을 깨운 다음 공주를 찾아내란 말이다!”


라이누스는 아직까지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듯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던 부하에게 소리를 질렀다. 부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쓰러진 다른 부하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테시우스가 라이누스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마리아 공주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입니까? 그 애가 사라졌다 해도 저희 계획은 완전히 성공한 게 아닙니까?”


테시우스의 말을 들은 라이누스는 눈을 치켜뜨고선 테시우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화난 표정에 테시우스는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빌어먹을 꼬맹이가! 이 빌어먹을 상황을 만들어냈단 말이다! 그리고, 이몰레인 왕이 문제가 아니었어! 그 꼬맹이가! 그 꼬맹이가 붉은 달의 피를 가졌단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테시우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계획에 벌써부터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 태양의 기사 중 한 명이 테시우스에게 달려왔다. 먼 거리를 달려온 듯 숨을 헐떡이던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선 테시우스에게 말했다.


“기사단장님! 전 기사단장인 한 스미스가 도망쳤습니다! 그를 지키던 기사들이 누군가에 의해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거기다 성의 경비들이 말하길 한 스미스가 공주를 데리고 아스트라이아 성을 탈출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그를 따르는 일부 태양의 기사들도 경비대를 제압하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테시우스의 일그러진 표정은 이젠 충격으로 바뀌었다. 계획은 성공했지만,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테시우스는 태양의 기사들에게 당장 한 스미스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태양의 기사들이 명령을 받아 떠나고, 테시우스는 라이누스의 눈치를 살폈다. 라이누스의 표정이 전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테시우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헛기침을 하며 태양의 기사들을 따라 사라졌다.


라이누스는 초승달 펜던트를 다시 주우며 속으로 계속해서 마리아 공주를 죽이려 했던 순간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가 검을 내리칠 때, 그녀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강력한 무언가에 의해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날아가 버린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누스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라울 이몰레인 왕은 자신이 생각했던 붉은 달의 피를 가진 자가 아니었다. 붉은 달의 피는 마리아 공주가 가졌다는 것을 라이누스는 강하게 확신했다. 라울 왕이 죽은 후에도 붉게 빛나던 펜던트는 마리아 공주가 사라지자 빛을 잃었다. 그는 펜던트를 세게 던지며 분노의 괴성을 질렀다. 알현실에는 이미 쓰러진 라울 왕의 시신과 라이누스 오직 둘 만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자는 아니였다.




Red Moon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붉은 달의 작가 바다망자입니다. 승선근무로 인해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한 점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예정이오니 부디 다시 와서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나날들 보내시고 나중에 한국 돌아오면 뵙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1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1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1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60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8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1 프롤로그 +2 14.04.22 290 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