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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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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4
추천수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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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71

작성
14.06.0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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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Saga of Ludena




DUMMY

한 스미스와 태양의 기사들은 말을 세워두었던 서쪽 성문 주변의 골목에서 멈춰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경비병들에게 노출되진 않았지만, 경비병들은 성문을 집중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고자 하는 속셈인 듯 했다. 한은 적의 수를 대략적으로 파악해보았고 그 수는 지친 자신들이 쉽게 뚫고 나갈 수는 아니란 것은 알 수 있었다.


한은 울다 지쳐 혼절한 마리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평온해야 할 그녀의 삶은 어린 그녀에겐 너무 가혹할 정도로 부서져버렸다. 그녀의 눈과 볼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며 한은 다시 한 번 전의를 다졌다.


"기사단장님. 정면 돌파는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길을 찾아볼까요?"


한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그의 목숨뿐만 아니라 기사들의 목숨, 그리고 등에 업힌 어린 공주의 목숨이 자신의 결정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문을 통과하기보단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기사들에게 뒤로 돌아가라는 수신호를 했다. 지금은 한의 가슴 속에 흐르는 피눈물에 대한 복수보단 공주의 생명이 더욱 더 중요했다.


어느 새 해가 떨어져 어두워지는 아스트라이아 성의 골목을 한참을 이동하던 그들은 남쪽 성문까지 도달했다. 남쪽 성문까지 오면서 이렇다 할 위협을 만나지 못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되었지만, 남쪽 성문의 경비 태세는 서쪽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한은 절망했다. 아스트라이아 성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희망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스미스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애썼지만 도저히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를 살려 이 성을 빠져나갈 방법은 도저히 없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는 한 그 누구도 살아 나갈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몰레인 왕가의 공주가 살아있기 위해선 한 명의 충신이라도 더 있어야만 했다.


그때,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기사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한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한 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하며 한에게 말했다.


“기사단장님. 저희는 이몰레인의 태양을 모실 수 있어, 기사단장님을 모실 수 있어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저희의 생명을 그동안 지켜 주셨던 보답을 하겠습니다. 저희가 목숨을 바쳐 공주님과 기사단장님을 보호할 차례입니다!”


한은 그들의 충성심이 고맙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그들을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한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그럴 순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기사들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한 번 한에게 말했다.


“기사단장님! 단장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단장님만이 이몰레인의 다음 태양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마리아 공주님을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뒤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은 그의 반응을 본 뒤 일어나 남쪽 성문을 향해 다가갔다. 한은 그들에게 살아남아 남쪽 국경에서 만나자는 말을 건넨 뒤 등에 업힌 마리아 공주를 보았다. 공주는 아직 혼절한 상태였다. 한은 공주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검집의 끈을 이용해 그녀와 자신을 꽉 묶었다.


기사들이 남쪽 성문의 경비들에게 소형 석궁을 발사하며 달려들자, 경비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들을 포위했다. 기사들과 경비들이 맞서 싸우는 틈을 타 한은 남쪽 성문을 향해 달렸다. 몇 명의 경비병들의 한의 앞을 막아섰지만 분노와 슬픔이 서린 그의 검을 피할 순 없었다. 뒤에선 빨리 빠져나가라는 기사들의 외침과 경비병들의 비명만이 들려왔다.


한이 남쪽 성문을 안전하게 빠져나가자 그곳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이 한 필 있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말을 잡아 탄 채 달렸다. 뒤를 뒤돌아보았지만 추격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들이 그들을 잘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한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의 분노와 슬픔을 담은 눈물은 순식간에 눈을 떠나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한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공주를 지켜내겠단 의지를 불태우며 분노와 슬픔을 묻고 아스트란 왕국의 남쪽 국경을 향해 달렸다.


그날따라 아스트란 왕국을 비추는 달은 유난히도 붉었다.




***

허니빌즈의 촌장은 상당히 거만하고 무례한 사람이었다. 상당히 살이 찐 그는 알리스타가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런 태도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알리스타는 그의 거만한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 파견 된 겁니다. 현재 마법사 협회에선 이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뭔가 아시는 게 있다면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알리스타가 자료를 내밀었지만 촌장은 살펴보려는 생각도 없는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 무슨 사건은 사건! 이봐. 마법사 양반. 헛수고 하지 말고 이 마을에서 나가라고. 이곳엔 아무런 일도 없어!”


그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알리스타는 다시 한 번 충동이 일었지만 참기로 했다. 알리스타는 한숨을 한 번 쉰 뒤에 다시 말했다.


“카이제르스의 마법 관측소의 정보는 정확합니다. 분명히 그 사건은 이 주변에서 일어났습니다. 루나의 흐름이…….”


“루나고 뭐고 간에! 당장 나가! 나가지 않는다면 이 곳 경비병들이 당신을 강제로 추방시킬 거야! 알고 있으라고!”


알리스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책상을 한 번 세게 치고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촌장은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그에게 다시 소리쳤다.


“뭐-뭔가! 이곳에서 말썽이라도 일으킬 셈인가? 나는 카이제르스의 마법사 협회에 연줄이 닿아있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알리스타는 쓰고 있던 붉은 챙 모자를 벗었다. 그의 이마에 길게 그어진 흉터가 드러나자 촌장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알리스타의 선명한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알리스타의 날카로운 눈에서 상당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한 번 해보시지. 마법사 협회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내가, 당신의 그 빌어먹을 연줄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나? 하지만 그 이전에, 당신 목숨부터 소중히 여기는 게 좋을 거요. 영감.”


알리스타는 그에게 종이 한 장을 던져주었다. 그가 그것을 펼쳐보자 그 안에는 마법사 협회의 인장과 함께 커다란 눈의 형상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촌장이 놀라 그 종이를 떨어뜨리자 종이는 불타버렸다. 알리스타는 무릎을 꼬고 모자를 다시 쓰며 말했다.


“진실의 눈. 우리 앞에선 모든 진실이 드러나리라. 그리고 그 눈을 본 자는 영원한 침묵으로 비밀을 유지하라.”


알리스타가 한 말에 촌장은 두려움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촌장의 얼굴에 서린 두려움은 거짓이 아니었다.


촌장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알리스타는 자신의 정체를 굳이 드러내고 싶진 않았지만 이런 자를 물리적인 폭력 없이 굴복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효한 듯 보였기에 알리스타는 미소를 지으며 촌장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촌장은 자리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아-알겠소! 그 사건에 대해서 말해 주겠소! 말해 주겠다고! 그러니 제발 내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몸이라고! 부탁이오! 빌어먹을! 진실의 눈이라니! 아직도 세상에 살아있었단 말이야?”


알리스타는 미소를 잃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


“당신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서 당신의 운명이 달라지겠지? 그리고 또 하나. 나에 대한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를 추천하지. 살고 싶다면 말이야.”


알리스타의 매서운 눈매에 촌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촌장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

대니 윌리엄스는 차가운 독방에서 그나마 뚫려있는 한 개의 창문 바깥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지고 달빛만이 대니의 독방을 비춰주고 있었다. 대니는 몸을 움츠리며 어제 있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을 거라 믿었던 날. 대니 윌리엄스는 마을 바깥에 있는 나무 아래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 보이는 흐름을 손으로 휘젓기도 하면서 대니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이란 것을 마을에선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마을 사람들도 대니가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니는 농민의 자식일 뿐이었다. 허니빌즈같이 풍요롭지 못한 마을에서는 그의 재능을 키워줄 수도, 이해해줄 수도 없었다.


대니가 비가 오려는 듯 흐려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니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촌장의 아들과 그 패거리들이 대니가 있는 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평소에 대니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괴롭힘을 가하던 아이들이었다. 대니는 나무 뒤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았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처음부터 대니를 노리고 왔었고, 대니는 금세 그 아이들에게 포위당했다.


아이들의 우두머리인 촌장의 아들이 대니 앞에 나와 비웃으며 말했다.


“야! 가난뱅이! 어디 그 잘난 마법 한 번 보여주시지 그래?”


촌장의 아들은 그 아버지를 닮아 무례하고 거만했다. 대니는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에겐 절대 사람에게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대니가 아무런 말도 없자 촌장의 아들은 대니를 밀치며 외쳤다.


“네까짓 게 마법을 쓸 줄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 같아? 넌 그래 봐야 평생 농부로 살아갈 운명이라고. 인마!”


대니를 둘러싼 아이들에게선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대니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웃음과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대니는 평소에도 당한 일인데도 왜 그날따라 화가 났는지 독방에 갇힌 지금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땐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마법사가 되지 못할 거라고 네가 어떻게 장담할 건데?”


대니가 평소와 다르게 격한 반응을 보이자 촌장의 아들은 잠시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대니의 복부에 주먹을 강하게 날렸다. 복부에 가해지는 강한 충격에 대니는 숨을 헐떡대며 쓰러졌다. 그러자 아이들이 몰려들어 대니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대니는 눈을 감은 채 엎드려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사실 저항하기엔 아이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너 같은 별종을 낳아서 네 부모도 참 좋겠다. 안 그러냐?”


촌장의 아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소리를 듣자, 대니의 안에서 무언가 조각나는 듯 했다. 마지막 이성의 고리를 놓아버린 대니는 주변에 흐르는 에너지가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니가 눈을 뜨자, 자신을 발로 차던 아이들은 모두 멀리 날아가 넘어진 듯 쓰러져 있었다.


대니는 정신을 차리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한 건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무언가 강한 힘에 충격을 받은 듯 쓰러져 꿈틀대고 있었다. 심지어 촌장의 아들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니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마법을 써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대니는 도망쳤다.


도망쳐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촌장의 경비대가 대니의 집으로 들어와 대니를 끌고 갔다. 그리고 독방에 들어오게 된 것이 어제의 일이었다. 촌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대니를 어떻게든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었다. 하지만 대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에 자신이 다루던 마법과는 뭔가 느낌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니가 작은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독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니는 자신을 벌하기 위해 온 경비대라고 생각하고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대니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붉은 챙 모자를 쓴 한 젊은 남자였다.




Red Moon


작가의말

와치독스가 절 망치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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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1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1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1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59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5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7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1 프롤로그 +2 14.04.22 289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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