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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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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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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78,971

작성
14.04.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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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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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Saga of Ludena




DUMMY

아스트란 왕국의 축제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는 태어났지만, 아스트란 왕국의 백성들은 그들이 경애하던 왕비를 잃었다. 하지만 아스트란 왕국의 그 누구도 아스트라이아 성의 성주이자 왕비의 남편인 라울 이몰레인 왕의 슬픔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라울 왕은 며칠 째 성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성의 시민들과 아스트란 왕국의 백성들에게 왕비를 잃은 침울함은 더해져만 가고 있었다.


“저리 가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당장!”


아스트라이아 성의 왕의 침실에서는 라울 왕이 하녀가 가져다 준 식사를 내팽개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며칠 째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하녀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흩뿌려진 음식들을 치운 뒤 물러났다.


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만 해도, 그의 곁에는 항상 사랑스런 왕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왕의 주변을 채운 것은 슬픔과 공허함뿐이었다. 그만큼 사랑했던 왕비이기에, 왕의 상실감은 너무나도 컸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바라보았다. 왕의 침실에서 바라보는 해지는 아스트라이아 성의 경관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울 것이나, 왕의 눈에는 지는 해가 스러져가는 왕비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터진 눈물은 넘쳐흐르는 강물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스트라이아의 해는 지고 있었다.


“폐하께서 며칠 째 식사를 거르시고 계신 상황입니다. 저러다가 건강을 해치실까 염려가 되는군요.”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은 남자가 갑옷을 입은 전사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많진 않았지만 특이하게도 백발을 가진 젊은 전사는 깊은 우려를 담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비록 왕비마마를 잃은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슬프지만, 우리가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요. 더 이상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사제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뒤돌아서 바깥으로 보이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아스트라이아의 태양은 지는 때는 있어도, 절대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폐하께서는 곧 다시 떠오르실 것입니다. 이전보다 더 붉고 강렬한 태양으로 말입니다.”


태양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남자는 같이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고, 둘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둘은 이미 수많은 대화를 저 태양의 움직임을 보며 하고 있었다.




***

정적이 흐르는 왕의 침실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었지만 문은 열렸고, 갑옷을 입은 강인하면서도 인자한 인상의 젊은 전사 한 명이 들어왔다. 아까 성에서 이야기를 하던 백발의 전사였다.


“폐하. 이곳에 함부로 들어온 무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하지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왕은 계속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지고 깊은 밤이 찾아왔지만 왕은 여전히 계속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사는 문 앞에 서서 말을 이었다.


“폐하. 비록 그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 보다 더한 슬픔은 없지요.”


그가 말을 마치자 왕은 뒤돌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한? 지금 나를 설득이라도 하려는 건가?”


왕이 묻자 한이라 불린 전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폐하. 어찌 제가 폐하의 슬픔을 설득이라는 알량한 말로서 해결하려 들겠습니까? 저도 이 아스트란 왕국의 자랑스러운 태양의 기사이고, 어린 시절부터 폐하의 곁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해왔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생각이 짧은 자는 아니옵니다. 폐하. 하지만 폐하의 슬픔을 제가 어떻게라도 치유해드리고 싶어 그럴 뿐입니다.”


그는 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라울 왕의 곁에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온 아스트란 왕국의 뛰어난 전사였고, 왕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왕국의 수많은 전사와 신하들 중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뿐이라는 걸.


“그만두게! 비록 자네가 어떤 사람이고,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네만, 왕비는 이미 떠나지 않았는가? 내가 어찌 그 슬픔을 잊겠는가!”


왕이 말했다.


“폐하. 그렇다고 해서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왕비마마께서는 자신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나시지 않으셨습니까?”


한이 말했다. 왕은 가만히 서서 그를 응시했다. 두 남자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고, 서로의 생각이 그 시선들 사이로 전달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왕은 한숨을 크게 지었다.


“공주는 어떤가? 공주가 태어난 후로 한 번도 딸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군.”


왕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주님께서는 지금 잘 계십니다. 유모들이 언제나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습니다.”


한은 왕의 상태가 그래도 나빠지진 않았다는 생각에 약간은 안도하기 시작했다. 한과 왕의 시선이 서로 마주치자, 둘은 웃기 시작했다.


“나란 아버지도 참 못났군 그래. 안 그런가? 한 스미스.”


라울 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다 그런 것이지요. 라울 이몰레인 폐하.”


한 역시 미소를 지으며 왕에게 대답했다.




***

아스트라이아 성의 골목은 밤이 되자 짙은 어둠 속에 잠겨있었고, 이 짙은 어둠 속에서 네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만약 길가를 지나던 사람들이 본다면, 그들의 행색은 아무리 봐도 무언가 수상해 보이겠지만, 그들에게는 다행히 그 날의 밤은 무척이나 어두웠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다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검은 그림자들 중 굵은 목소리의 한 남자가 물었다.


“정말 이몰레인 왕가가 저주받은 혈통을 이었다고 생각하나? 마법을 거부하는 이 땅을 이끌어온 왕가인데도?”


그러자 옆에 있던 약간은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대답했다.


“뭐가 어찌되었든, 공주의 탄생이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잖아요? 왕비가 다행히도 공주를 낳고 저승으로 간 덕에 우리에게도 명분이 더 생길 수 있다고요. 그러니…….”


여자의 말을 연배가 느껴지는 목소리의 다른 작은 남자가 잘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스트란 왕국의 왕위 계승 규칙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어! 실제로도 과거에는 여왕이 지배하던 아스트란 왕국이 존재했다고!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나!”


여자는 무안한 듯 고개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너무하네요. 나는 어디까지나 다른 지역 사람이라고요. 모를 수도 있지…….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그래요. 이 아스트란 왕국에서 이몰레인 왕가를 몰아내는 게 우리 목적 아닌가요?”


여자의 말에 아무런 말도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다른 남자가 대답했다.


“뭐……. 그래. 중요한 건 이몰레인 왕가를 몰락시키고, 주인님께서 권력을 잡는 거지. 하지만 공주의 탄생이 우리에게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어. 만약 이몰레인 왕가가 정말 주인님의 예측대로 이렌디아의 피를 가졌다면 말이지.”


그들 사이에서 이렌디아라는 말이 나오자 침묵이 일었다. 그 침묵은 더 이상 주제를 이을 말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닌, 이렌디아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로 인한 침묵이었다.


“그 저주받은 이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가 치는군! 하여튼 간에, 계획을 실행할 날도 머지않았어. 다들 그때까지는 입 확실히 다물고 있으라고. 알겠어?”


그들은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 뒤, 어둠 사이로 사라졌다. 그들이 꾸미는 음모처럼, 검고 짙은 밤의 어둠 속으로…….




***

“카렌! 어때? 이제 몸은 좀 괜찮아?”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아내는 출산한지 며칠이 되지 않아 몸이 꽤나 약해져 있는 상태여서 남자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응! 조니 당신 덕분에 정말이지 매일이 행복해! 정말이지 매일 산후 조리하는 상황이면 얼마나 좋을까?”


카렌은 웃음 지으며 그녀의 남편인 조니 월리엄스에게 말했다. 둘은 서로 크게 웃었다. 이 정도로 그들의 사이는 아주 좋은 부부였다.


“아이는 어때? 우리 대니는 잘 자고 있어?”


조니는 카렌에게 아들에 대해 물었다.


“물론이지! 아까 젖을 먹고 나선 바로 잠들었어.”


“그래? 다행이군. 그런데 카렌, 앞으로 우리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조니는 카렌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러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우리 아이에게 다가올까?”


카렌과 조니는 루데나 서부에서 오랜 세월을 평범한 농민으로 살아왔다. 그들이 사는 허니빌즈는 조그만 농촌이었고, 그들이 볼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해봐야 가끔 카이제르스에서 오는 마법사들 정도였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아이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자라날 것이란 것을.


자신들처럼 스물이 좀 넘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땅을 물려받아 평생을 농사나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자 둘은 무언가 좀 신세가 서글프면서도 평온한 일상이 찾아올 거라는 기대에 안심이 되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갑자기 집안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였다. 조니와 카렌은 그 소리가 대니의 방에서 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놀라 대니의 방으로 달려갔다.


“대니! 무슨?”


그들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니의 천진난만한 얼굴 위에는 커다란 장식용 접시 하나가 떠다니고 있었고, 대니의 침대 주변에는 다른 장식용 접시들이 떨어져 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대니의 머리 위에 접시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떠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대니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접시도 따라 움직였고, 대니가 손을 내리자 접시는 대니의 머리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조니와 카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무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조니였다.


“여보. 우리 아들이 아무래도 마법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지?”


조니의 확신 없는 물음에 카렌은 확신하며 대답했다.


“우리 아이. 대니한테는 아무래도 엄청난 미래가 다가올 것 같아.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미래 말이야…….”


심각한 표정을 한 부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대니는 그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수많은 에너지의 흐름들을 바라보며, 대니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Red Moon


작가의말

일단 오늘은 한꺼번에 4개나 되는 글을 올렸습니다 ㅎㅎ;

현재 제 글을 네이버 웹소설과 조아라에도 연재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그곳에 연재한 분량 만큼은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매주 월요일마다 이어집니다.


독자 여러분 루데나에서 만나게 될 운명의 여로를 저와 같이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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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1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1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59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7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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