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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191
추천수 :
29
글자수 :
78,971

작성
14.05.19 04:02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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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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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Saga of Ludena




DUMMY

아스트란 왕국의 수도 아스트라이아 성은 아주 조용했다. 태양의 기사들이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출전할 때는 관계되지 않은 그 어떤 자도 집 바깥으로 나올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아스트라이아 성의 거리에는 기사들이 걸어가며 만드는 발자국 소리와 장비들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한 스미스는 그들의 선두에서 지휘를 맡고 있었다. 기사단장인 그가 직접 나서 지휘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모든 기사들에게서는 다른 때와는 다른 엄숙한 절도를 느낄 수 있었다. 왕궁의 연단 옆 의자에 앉아 라울 이몰레인은 만족스러워하며 그들의 모습을 딸 마리아와 함께 지켜보았다.


한 스미스와 그의 기사들은 왕궁 앞에서 멈춰 섰다. 왕궁 앞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꺼내 하늘로 추켜올렸다. 한이 ‘아스트란 왕국의 위대한 태양을 경배하오니!’ 라고 선창하자 기사들이 ‘태양의 왕국을 축복하소서!’ 라며 답했다. 그 우렁찬 소리는 아스트라이아 성 전체에 퍼졌다.


한 스미스는 앞으로 나아가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왕에게 말했다.


"위대하신 태양의 왕이시자 태양의 현신인 이몰레인 왕이시여. 태양기사단장 한 스미스와 태양의 기사 50명은 태양의 왕의 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정함을 보고 드립니다. 위대한 태양의 왕국이여. 영원하라!"


그의 '영원하라'라는 말에 그의 뒤에 서있던 태양의 기사들도 우렁찬 목소리로 그것을 따라 외쳤다. 라울 왕은 그들의 모습에 흡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단 앞에 선 그는 잠시 아무런 말도 없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 한 명이 내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태양의 기사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자랑스러운 아스트란 왕국의 태양의 기사들이여. 그대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무엇보다도 막중한 임무가 될 것이다. 먼 옛날 미스테르리안 1세에 의해 봉인 당했던 붉은 달의 여신, 이렌디아의 봉인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아스트란 왕국에선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일터였지만, 태양의 기사들은 그 어떤 동요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아스트란 왕국의 최정예 기사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말이다.


"이렌디아 여신의 봉인을 지키던 사제는 비열한 마법사들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추측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암살을 당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수호자들이 없는 그 봉인을 만약 카이제르스의 마법사들이 그들이 숭배하는 이렌디아의 힘을 갈망하다가 해제할 경우, 이 아스트란 왕국, 아니 이 루데나 대륙 전체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라울 왕은 잠시 말을 끊고, 그의 딸을 잠깐 바라본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달의 힘을 가진 대지의 유일한 태양이다. 달의 힘이 과하면 이 세상은 차갑게 죽어갈 뿐이다! 태양의 기사들이여! 가서 그 봉인을 수호하고 비열한 마법사들이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 위대한 태양의 신이시자 전사들의 신이신 아스트라이아의 가호가 그대들과 함께하기를!"


라울 왕이 말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태양의 기사들에게서 우렁찬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라울 왕은 그의 딸과 함께 왕궁으로 돌아갔다.


마리아 이몰레인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중,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님. 기사들은 태양의 가호를 받으니 절대 지지 않겠죠? 그렇죠. 아버님?"


라울 왕은 그의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그녀를 안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스트라이아의 태양은 절대 죽지 않는단다. 매일 서쪽으로 지지만, 매일 아침이면 동쪽에서 다시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낼 테니 말이다!"


라울 이몰레인과 마리아 이몰레인 부녀는 웃으며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때, 한 스미스는 막 아스트라이아의 성문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어제 겪은 일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그는 그 펜던트가 왜 그런 붉은 빛을 발하는지에 대해 의심이 생겼다. 과거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가 아스트란 왕국에 왔을 때, 그는 그 펜던트를 보았지만 그 펜던트는 전혀 빛을 발하지 않았었다. 도리어 너무 어두운 빨강색 초승달 펜던트는 그에게 이렌디아가 이제 이 세상에 아직 봉인되어서나마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제 본 펜던트는 너무나도 밝아 마치 이렌디아가 그 안에서 살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게 만들었기에, 한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낀 한은 잠시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고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선 운명의 흐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

해가 뜬 카이제르스는 도시에 있는 달의 수정 가로등들이 태양빛을 받아 영롱한 광채를 뽐내지만, 오늘은 흐린 먹구름과 함께 내리는 비로 인해 빛을 잃은 잿빛 수정들은 알리스타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 했다. 펜던트를 분실한 것에 대한 협회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단순히 망자의 유품을 잃어버린 것으로 협회는 생각했다. 그제야 알리스타는 협회에 그 펜던트가 하는 역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최근에 있던 일들이 그의 기억력까지 영향을 준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날씨 한번 정말 좋군. 임무 수행하긴 정말이지 최악의 날씨야."


알리스타는 비가 내리는 하늘을 한참 지켜보았다. 비에 젖지 않기 위해 알리스타는 '힘의 장막' 마법을 시전 했다. 루나의 흐름이 경화되어 만들어진 이 장막을 자신의 몸에 두른 알리스타는 비가 쏟아지는 카이제르스의 거리로 나섰다. 그의 목적지는 카이제르스 주변의 마을들이었다.


알리스타가 카이제르스의 성문에 도착하자, 파란색 로브를 걸친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리스타 리홀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알리스타에게 비에 젖지 않도록 여러 겹으로 싸놓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최근 10년 동안에 있었던 서부 지역에서의 마법 관련 사건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그 위험성이 높았던 사건들만 요청하신 대로 추려놨습니다. 그리고 또 협회의 인장이 찍힌 임무 수행 증명서도 몇 장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장의 작은 종이를 더 내밀었다.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 종이를 보여주면 될 거라고 협회장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가급적이면 정말 힘든 상황에서만 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알리스타는 그것을 건네받고선 그의 가방 안에 넣고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성문을 나섰다. 성문을 나서자,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있었다. 알리스타는 자신을 둘러싼 마법을 해제하고선 받은 종이를 펼쳐보았다. 온갖 사건들에 대해 기록되어있는 그 보고서에서 알리스타의 눈길을 끄는 사건이 하나 보였다. 누군가 '루나 폭발'을 일으켜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는 사건에 대해 한참을 살펴보던 알리스타는 미소를 지으며 공간이동 마법장치인 여정의 문으로 향했다.


얼핏 보면 마치 커다란 대문처럼 보이는 카이제르스의 여정의 문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간과 공간을 흐르는 루나의 흐름을 일정하게 이어 공간과 공간을 빠르게 이동해주게 해주는 이 장치는 예전 미스테르리안이 신들을 무찌르고 세운 제국부터 널리 이용되어온 루데나의 교통수단 중 하나였다.


알리스타는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다. 그가 뒤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을 무시한 채 여정의 문으로 다가가자 카이제르스의 도시 경비대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마법사님. 순서를 지켜주십시오. 현재 여정의 문 이용자가 많아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알리스타는 그 말을 듣고선 코웃음을 치면서 걸어 나갔다. 그러자 도시 경비대는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그를 붙잡고선 다시 순서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알리스타는 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어 도시 경비대에게 건네주고선 그의 손을 뿌리친 채로 여정의 문 앞으로 나아갔다. 황당해하던 경비는 종이를 읽어보고 나선 알리스타와 그 종이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멍해져 있는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종이엔 마법사 협회의 인장과 협회의 일을 수행하는 마법사이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전적 협조하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여정의 문 앞에 도달한 알리스타는 그곳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온 것을 본 마법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여정의 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디로 가길 원하십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알리스타는 대답했다.


"칼림노스."


그의 대답을 들은 문지기는 여정의 문에 손을 대고 잠시 집중하더니 손을 떼고 나선 문을 열었다. 푸른빛의 안개가 낀 듯 한 문 앞에서 알리스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선 문을 항해 걸어 들어갔다. 알리스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문을 닫았다.


알리스타는 푸른빛의 안개를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이 푸른빛의 안개에선 방향은 의미가 없다. 어떤 여정을 가던, 문지기가 결정한 여정의 문으로 나올 뿐이다. 그는 처음 이 문을 사용했을 때가 생각났다. 이 푸른빛의 안개 속을 처음 걸어가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멈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공간과 공간 사이의 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두려움을 떨쳐내고 걸어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여정의 끝에 도달하게 된다.


알리스타는 푸른빛의 안개 너머에서 희미한 무언가를 보았다. 커다란 대문의 형상을 본 알리스타는 과거 이 안에서 두려워하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옅은 미소를 짓고선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문을 열자 알리스타를 기다린 것은, 따스한 태양과 작은 도시였다. 문지기에게 카이제르스의 인장을 보여준 후, 알리스타는 도시로 들어갔다.




Re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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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2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2 0 10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2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60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8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1 프롤로그 +2 14.04.22 290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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