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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193
추천수 :
29
글자수 :
78,971

작성
14.05.26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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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Saga of Ludena




DUMMY

한 스미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린 그의 시야 안에는 태양의 기사로 보이는 세 명이 말을 주변에 나무에 매어놓으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실눈을 뜨고서 계속 기절한 척 하기로 했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기사단장이 깨어나면, 어떡하지?"


"그냥 여기서 그를 죽이고 사실을 숨기는 게 낫지 않겠어? 이미 모든 게 시작되었을 텐데!"


"하지만 테시우스님께선 기사단장이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하셨지 않나? 일단은 살려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봐."


그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들 기절한 척하며 듣고 있던 한은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의 부관이 그에게 무언가를 휘둘렀던 것과, 잠시의 고통. 그리고 그 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들. 이내 그는 상황을 파악했고, 자신의 손발이 단단하게 묶여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일단 한은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이들이 꾸미는 음모를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스테르리안 성으로 떠난 30명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림자 기사들에게 공격받아서 전멸 당하던, 공간의 틈 안에 갇히던, 전부 그 녀석들 운명에 달렸지. 여정의 문이 우리가 손을 쓰기도 전에 갑자기 닫혀버린 건 계획엔 없던 일이긴 했지만 말이야. "


"기사단장이 생각보다 계획을 일찍 눈치 채는 바람에 정확히 우리 10명만 남기진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 라울 왕을 섬기는 자들은 모두 아스트라이아 성에서 멀리 떠나 있거나 죽었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오늘 라이누스 경이 우리의 새로운 태양이 될 거라고."


한은 그 말을 듣자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이들은 라이누스를 왕좌에 올리려 하고 있었다. 이몰레인 가의 피를 그 기반으로 삼아서 말이다. 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소리쳤다.


"이 비겁한 놈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태양의 기사들이란 말이냐! 태양의 기사들이 태양을 배반하려 하다니!"


한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그들은 잠깐 놀란 듯 했으나 이내 그 중의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기사단장. 아니, 이젠 전 기사단장이 되겠군. 테시우스 부기사단장님이 당신 대신 임명될 테니 말이야. 라울 이몰레인 왕은 거짓된 태양이라고. 우리에겐 명분이 있어."


그의 조소 섞인 말을 들은 한은 줄을 풀어보려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줄은 단단히 묶여있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태양의 기사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한이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명이 쓰러졌다. 그의 등에는 석궁 화살이 박혀 있었다. 기사들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자, 다른 네 명의 태양의 기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손목에 달린 소형 석궁을 발사하며 다가오던 그들이 접근하자, 한 스미스는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검이 갑옷을 뚫고 살을 찢는 소리, 그리고 두 명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사들은 이내 한을 발견하고선 그에게 다가갔다.


"기사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저흰 당신 편입니다. 살아남은 왕실 마법사 중 한 명이 단장님이 이곳으로 끌려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한은 그제서 그들이 자신이 월리엄 라이누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파견했던 5명의 기사들이란 것을 알았다. 팔과 다리의 속박을 풀은 한은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하라 명령했다. 그러자 그들은 정중하게 오른쪽 무릎을 꿇고서 말하기 시작했다.


"기사단장님! 저희가 라이누스 경의 동태를 살피러 가는 것에 대한 정보가 이미 그들 귀에 들어갔었고, 저희가 아스트라이아 성 근처 라이누스의 거처에 도착하자 그의 병사들이 저희를 일제히 공격했습니다. 저희는 결사적으로 항전하며 빠져 나왔지만......."


한은 그들이 4명인 것을 그제서 알아챘다. 한은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한 뒤 고개를 들어 그들에게 말했다.


"월리엄 라이누스는 지금 아스트란 왕국에 대한 반란 행위를 하고 있다. 지금 아스트라이아 성이 이미 공격받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린 최대한 빨리 성으로 돌아가야 해!"


한과 그의 기사들은 배신자들이 타고 왔던 말을 타고선 급히 성을 향해 달려갔다. 한의 머릿속에는 라울 왕과 마리아 공주가 안전하길 바라는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

알현실에 울려 퍼지는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라울 왕과 월리엄의 결투는 월리엄의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아스트란 왕국의 왕이자 전사인 그의 실력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병사들은 둘의 격렬한 전투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둘이 서로 잠시 뒤로 물러서게 되자, 라울 왕은 외쳤다.


"이게 네놈이 할 수 있는 전부냐? 이 정도로 감히 아스트란의 태양에게 덤빌 생각을 했단 말이냐!"


그의 포효에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감을 느꼈지만, 월리엄도 물러서진 않았다. 그 역시 라울 왕의 포효에 대항하여 소리쳤다.


"그 정도가 태양의 힘이라면 상당히 실망스럽군! 아스트라이아에게 선택 받은 건 당신이 아닌 나다! 거짓된 태양이여!"


이후 둘은 서로의 간격을 재듯 신중하게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이내 서로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강렬한 금속의 부딪히는 소리 뒤에 누군가의 검이 하늘로 날아간 뒤 알현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월리엄의 검이었다.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충격으로 인해 월리엄은 넘어졌고, 라울 이몰레인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눴다.


"너의 패배다. 월리엄 라이누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군대를 되돌려라! 아스트란 왕국의 명예로운 전사라면 지금이 물러나야 할 때란 걸 잘 알 테지?"


월리엄은 라울 왕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쓰러지긴 했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졌다고 생각하진 않는 듯, 그의 눈은 여전히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였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아버님! 도와주세요!"


라울 왕은 마리아의 목소리에 뒤로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마리아가 병사들에게 붙잡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병사들에게서 풀려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리아의 모습을 본 왕은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병사들에게 공주에게서 떨어지라며 외치며 발걸음을 떼었다. 그 순간, 그는 등과 가슴 쪽에 큰 고통을 느꼈다. 그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에 박혀있는 검을 발견하자, 뒤에선 월리엄의 광기서린 웃음이 들려왔다.


"아직 결투는 끝나지 않았어! 라울 이몰레인!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그 싸움은 끝난 게 아니라고! 오랫동안 전장을 떠나 잊었는가?"


월리엄은 라울 왕에게 찔러 넣은 검을 비틀었다. 그 고통에 라울 왕이 무릎을 꿇자 그는 단검을 꺼내 그의 목에 가져다 대며 그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볼 마지막 모습이 되겠군. 잘 가시게나. 태양의 왕이여."


그가 단검을 긋자 라울 왕은 목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리아 이몰레인의 비탄이 담긴 절규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월리엄 라이누스는 왕의 등에 꽃아 넣은 검을 빼내고선 피가 흐르는 검을 치켜 들고 그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거짓된 태양은 이렇게 쓰러졌다. 아스트라이아의 선택을 받은 자는 바로 나다! 내가 바로 승리자다! 그리고 내가 바로 아스트란의 새로운 태양이 될 것이다!"


병사들이 환호하자 월리엄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리아 이몰레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공포에 질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월리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아버지를 가리켰다.


"네 년의 아버지는 거짓된 태양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죽게 된 거지. 붉은 달의 저주받은 혈통을 가진 자의 최후란 것은 바로 저런 모습......."


우연히 그가 던진 펜던트를 본 월리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펜던트는 라울 왕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고 있었다. 되려, 그 펜던트의 빛은 더 강렬했다. 월리엄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마리아 이몰레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자신이 들고 있던 왕의 피가 묻은 검을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그 짧은 순간, 마리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의 곡선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이 여기서 끝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마리아를 중심으로 엄청난 힘을 가진 파동이 퍼져나갔다. 월리엄을 포함해 알현실 안에 있던 모든 병사들은 그 파동에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올 날카로운 검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 것을 느끼곤 눈을 떴다. 그녀 주변에서 그녀를 붙잡고 있던 병사들과, 자신을 죽이려 했던 월리엄도 모두 무언가 강한 힘에 멀리 나가 떨어져버린 것을 본 그녀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배신자들과 추격자들을 피해 왕궁의 기나긴 복도를 달리는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Red Moon


작가의말

요즘 잠을 통 못자네요....

올빼미가 되어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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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2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6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2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2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60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7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8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1 프롤로그 +2 14.04.22 290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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