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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188
추천수 :
29
글자수 :
78,971

작성
14.04.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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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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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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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Saga of Ludena




DUMMY

“인간들에게 새로운 시련이 시작되겠군요.”


요정 특유의 수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장신구로 몸을 치장한 한 요정이 말했다. 다른 요정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과연 이 시련을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제님? 그들의 연약한 정신이 과연 이렌디아 아가씨의 힘을 버틸 수 있을까요?”


요정들이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뜻대로 이루어질 뿐입니다. 다만, 인간들이 그것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도 밝은 미래는 존재할 수 없겠지요.”


사제라 불린 요정은 말을 끝마치고 한숨을 지었다. 요정들의 얼굴에 근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요정이 갑자기 일어나 사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두 개의 붉은 달이 떠올랐습니다. 사제님. 과연 두 개의 달의 예언은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까?”


그의 말을 듣던 사제는 자신의 온 정신을 집중하더니, 그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형제자매들이여. 이렌디아 아가씨의 힘이 너무나도 강인해 떠오른 두 개의 붉은 달……. 하지만 참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군요. 한 개의 달은 루나의 힘을 연구하는 땅에, 다른 달은 루나를 두려워하는 땅에 있다니 말입니다…….”


사제가 말을 마치자 요정들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제님?”


다른 요정들이 묻자 사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은 이렌디아 아가씨도 알 수 없는, 세상을 뒤집어 놓을 일이 일어날 것이란 것 외에는 저도 알 수가 없군요.”


사제가 대답하자 다른 요정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세상을 창조한 신들의 왕, 폴라리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인간들과 마찬가지인 필멸의 존재일 뿐입니다. 만약 인간들이 이 운명의 결과를 버텨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존망을 걸고 이 우주를 지켜내야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오리온 숲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회의장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바깥에서는 새들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루데나 서부의 도시 카이제르스의 마법사 협회 본부 의회에선 많은 마법사들이 의석에 앉아 한 여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은 붉은 빛을 내뿜는 초승달 모양의 펜던트를 들고선 무언가를 중얼대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와 그녀가 뒤집어쓴 로브의 두건으로 인해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잠시 후, 그녀는 중얼거리는 것을 멈추고선 고개를 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루나의 흐름이 마치 급류처럼 강력하나 일정하지 못한 것이 느껴지는군요. 이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 분명합니다.”


이 말에 카이제르스의 의회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붉은 달의 힘을 가진 자가 정말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빅토리아 클레멘타인? 묻겠다. 정말 그 힘이 이렌디아 여신의 힘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의석의 누군가가 두건을 뒤집어쓴 빅토리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느끼기엔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빅토리아는 두건 아래에 숨겨진 아니꼬운 표정이 그들에게 보이지 않길 바라며 대답했다.


“의원님. 저는 이렌디아 여신을 제 탄생과 동시에 모셔온 마지막 이렌디아의 사제입니다. 제가 이렌디아 여신의 루나와 한낮 인간이 내뿜는 루나를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녀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스테르리안 시절부터 루나의 여신인 이렌디아를 섬겨온 사제들은 많았지만, 이제는 이제 빅토리아 단 한 명뿐이다.


신들의 왕인 폴라리스가 수백 년 전 미스테르리안 1세에 의해 차원을 유지하는 힘 외의 모든 것을 빼앗긴 이후론, 이제 인간은 신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 던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신의 말을 전하는 사제들에게는 어찌 보면 참으로 가혹한 소식과 다름이 없던 것이었다. 사제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어갔고, 이렌디아의 사제들은 봉인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때문에나마 그 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신들의 사제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 의석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나이가 지긋한 백발의 노인은 맑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건 알고 있소. 빅토리아 양. 하지만 이렌디아 여신의 가호를 받은 인간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 미스테르리안 황제가 여신을 봉인한 이후로는 처음 아니오? 그러니 우리도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 말에 의석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빅토리아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그녀와 친분이 있는 마법사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제 능력을 의심하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미련 없이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믿기에 이 자리에 부르신 것이 아니신지요? 그렇다면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분명히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회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비록 두건 속에 그녀의 표정은 가려졌지만, 그녀에게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렌디아 여신의 힘이 두 개가 느껴진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녀가 조용히 되뇌었다. 회장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녀의 독백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회장의 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빅토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카이제르스의 의회를 나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빅토리아가 의회를 빠져 나오자 밖에는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키. 마법사 협회의 영감들은 당신 말을 믿어 주던가?”


붉은 색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빅토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뭐 그거야 내가 알 바는 아니지. 그들이 믿든 믿지 않던, 이미 일어난 일인걸. 안 그래? 알리스타?”


남자는 자신의 챙 모자를 눌러쓰며 웃었다.


“하긴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 그럼 이제부터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한 번 지켜봐야겠어. 그럼 나중에 보자고 빅토리아.”


그는 걸음을 돌려 도시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빅토리아는 손을 흔들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또렷한 이목구비에 그려지는 미소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빅토리아는 잠시 동안 가만히 서서 카이제르스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 평온한 일상은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이 일상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렌디아 아가씨의 가호를 받은 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인간과 생명체보다 더 강력하고, 무한한 루나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정의도, 악도 대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렌디아 여신의 힘을 받은 자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아가씨의 뜻일지라.’

- 붉은 달의 예언




Re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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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1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1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1 3 10쪽
11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60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8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1 프롤로그 +2 14.04.22 290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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