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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망자의 루데나 이야기

루데나 연대기 붉은 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바다망자
작품등록일 :
2014.04.22 13:46
최근연재일 :
2014.07.11 16:56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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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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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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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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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Saga of Ludena




DUMMY

라울 왕이 월리엄에게 증거를 요구하자, 월리엄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부하들을 불렀다. 월리엄은 잠시 그들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은 잠시 어딘가로 나가더니,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왕이시여, 여기 저의 정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녀는 비록 남부의 오크이지만, 그녀가 저의 정보를 확실하게 입증해줄 것입니다.”


월리엄에 말에 로브를 벗은 그녀는 남부의 전형적인 오크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 그어진 몇 개의 상처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용기와 명예를 위해 싸워왔는지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마치 독사의 눈을 보는 듯 했고, 그녀의 눈이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는 왕궁 내의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존경하는 아스트란 왕국의 왕이시여, 저는 비록 한낮 오크 전사 중 한 명 일 뿐이지만, 저는 그 살인사건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바 있사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 대신들은 모두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라울 왕은 그들을 침묵시킨 뒤, 조용히 되물었다.


“명예로운 오크 여전사여. 그대는 진정으로 그 사건을 목격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것이지? 그리고 하나 더, 간혹 오크들의 주술사들이 인간들에게 주술을 가르치거나 인간들의 마법을 배우러 카이제르스로 가는 경우는 있지만, 그대 같은 경우에는 카이제르스를 갈 일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한은 라울 왕의 질문을 듣고 난 뒤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아직 라울 왕의 판단력이 흐려지진 않았다는 안도감이었다. 한은 그녀가 이 대답을 하지 못하길 바랐지만 한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는 왕의 질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또박또박 대답하기 시작했다.


“왕이시여. 그 사건을 함부로 이 세상에 퍼뜨릴 경우 일어날 여파가 두려워 저지른 저의 실수입니다. 만약 제가 생각이 더 깊었다면 저희 부족과 친선이 있는 아스트란 왕국에 지체 없이 알리도록 부족장님을 설득했을 것입니다. 비열한 자들이 그들이 저지른 일에 받아야 할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손에 움켜쥐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목걸이 같은 것으로 보였다. 붉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어 수비병들이 그녀를 제지하려 했지만 월리엄 경이 그들을 말렸다. 그는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고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는 전사이지만, 주술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10년 전 카이제르스에 머무르던 위대한 주술사 그록타르님을 만나고자 그곳에 우연히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저는 이것을 주웠습니다.”


그녀는 손에 꼭 숨기고 있던 물건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만이 가지고 있는 진홍색 초승달의 형상을 한 펜던트였다. 한은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했다. 어떻게 남부의 오크가 저 초승달 펜던트를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가 아닌, 이렌디아의 사제가 암살당했다는 증거가 자신의 눈앞에 보여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펜던트는 무언가에 반응하듯 아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아스트란 왕국의 기사들은 그 빛나는 펜던트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왕궁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이렌디아의 상징인 붉은 초승달의 등장에 순간적인 공포심으로 얼어붙은 사람도 있었고, 자신들이 거부하는 상징을 보고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는 사람도, 그리고 그 반응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는 라울 왕과 월리엄 라이누스, 그리고 한 스미스가 있었다.


“그 펜던트는 진짜인가?! 아니. 진짜겠지. 그 저주받은 붉은 빛이 그 펜던트가 진짜란 것을 증명해준다고 생각하는군.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얻은 건가? 그 여부가 의문스럽군.”


라울 왕의 질문에 그녀는 펜던트를 왕의 시종들에게 넘기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했고, 누군가 그 펜던트를 챙겨 도망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도시에서 비록 외부인이긴 했지만, 그런 사건을 눈앞에서 보고 그냥 도망치는 건 저희 종족의 용기와는 반대되는 행동이었기에, 그를 추격했습니다. 그가 마법을 사용해서 도주하는 바람에 비록 놓치긴 하였지만, 그 비열한 암살자가 이 펜던트를 떨어뜨리고 사라졌더군요. 그래서 이것을 챙긴 채로 10년 동안 비밀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증언은 여기까집니다.”


그녀의 말을 모두 들은 라울 왕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라이누스 경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었다. 예전부터 그는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데려온 오크의 증언은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라 할 순 없지만, 저 펜던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이미 엄청난 일 그 자체였다. 어떤 진실이 저 로브 너머 그녀의 머릿속에 숨겨져 있는지는 몰라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그 봉인은 그 누구도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월리엄 라이누스는 그녀를 돌려보내라는 신호를 부하들에게 한 뒤, 왕의 앞에 나가 오른쪽 무릎을 꿇고 최대한 정중한 자세로 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몰레인 왕이시여, 보시다시피 그녀는 충분히 저의 정보를 입증하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카이제르스에서 그 사제가 암살당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렌디아 여신의 봉인이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리엄은 자신이 약간 흥분했다고 느꼈는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미스테르리안의 그림자 기사들이 그 곳으로 가는 길을 지키고 있다곤 하나, 언제 비열한 마법사들이 그 봉인을 찾아 자신들이 루데나의 유일한 수호자라는 명분을 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손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이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 우리가 먼저 빨리 손을 써서 저들을 당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라울 왕은 그의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감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고개를 들어 한을 바라보았다.


“한 스미스. 이런 정황에 자네가 그곳으로 태양의 기사들을 데리고 가지 않겠다는 것은 나의 대한 반역으로 생각하겠네. 내일까지 기한을 주지. 미스테르리안 성으로 가서, 이렌디아 여신의 봉인을 보호하게! 이렌디아 여신이 비열한 마법사들에 의해 깨어나지 못하도록!”


한은 그 말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오른쪽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왕의 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은 계속해서 무언가 맘에 걸렸다. 그 정보를 제공한 라이누스 경도,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가 암살당했다는 것이 진실인 것도, 그리고 저 붉게 빛나는 펜던트가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도.......




***

“이런 빌어먹을!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알리스타는 어제 술기운에 정리해뒀던 짐들을 다시 파헤치고 있었다. 그가 10년 전, 빅토리아 클레멘타인에게서 가져온 그녀의 마지막 유품인 붉은 색 초승달 펜던트가 사라진 것이다.


“망할! 대체 어떤 자식이.......”


알리스타는 짧게 폭언을 내뱉은 후 어지럽힌 짐을 다시 치우기 시작했다. 아침에만 벌써 3번을 뒤져보았지만 펜던트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알리스타는 골똘히 기억을 정리해보았지만 어제 밤에 선술집에서 돌아온 뒤, 그것이 사라져 있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짐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던 것, 그것으로 미루어 볼 때 도둑맞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은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것을 훔쳐갔냐는 것이었다.


알리스타는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그 펜던트는 빅토리아의 유일한 유품이기도 하지만,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펜던트가 사라졌다는 것은 이렌디아 여신의 사제가 사망한 사건이 루데나 전역으로 알려질 수 도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빅토리아는 그 펜던트의 용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 펜던트는 이렌디아 여신의 힘이 풀려날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즉, 이렌디아의 힘이 주변에 느껴질 경우, 그 펜던트는 붉게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아는 자들은 본래는 이렌디아의 사제들뿐이라 그녀는 말했었다.



한참을 골똘하게 생각하던 알리스타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생각들을 멈추고 방을 나섰다. 협회에는 사실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붉은 달의 아이를 찾는 데는 더 많은 기간이 걸리게 될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알리스타 도련님. 준비는 다 끝나신 겁니까?”


밖에선 리홀트 가의 시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부모님이 보낸 것이라 알리스타는 생각했다. 알리스타는 그에게 자신의 짐을 본가로 보내달라는 말을 남긴 뒤 재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과연 그가 언제 다시 이 카이제르스로 돌아오게 될지, 이번 임무만큼은 알리스타는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다. 단지, 운명이 그를 이끌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월리엄 라이누스는 성을 떠나, 성 바깥의 그의 거처에서 펜던트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펜던트는 아까처럼 붉게 빛나진 않았지만, 여전히 약간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붉은 빛에 매료된 듯, 라이누스는 펜던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곤 무언가 이룬 듯 성취감이 가득한 웃음이 그의 방 안에 널리 울려 퍼졌다.


그때 라이누스의 정보를 입증했던 오크 여전사가 그의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화를 내며 월리엄에게 말했다.


“이 더러운 거짓말쟁이! 그 펜던트를 훔쳐 당신이 한 말을 똑같이 따라 하고 나면 우리 부족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기로 했지 않는가! 아스트란 왕국의 인간 전사들에겐 명예란 것도 없는가!”


월리엄은 그녀가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선 악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희 오크들은 이상하게 너무 명예를 중시한단 말이야. 아스트라이아 신께서 너희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큰 약점이지. 우리 아스트란 왕국이 남부로 뻗어나가기 위해서 너희 부족을 공격해야 하는 당연한 선택이다. 알겠나? 열등종족.”


그녀는 크게 분노한 듯 칼을 뽑아 월리엄을 내려쳤다. 하지만 월리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칼이 그리는 곡선을 피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느 새 월리엄의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하나 들려져 있었다. 그는 단검을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너를 이용하는 건 이제 끝이다.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모두 확인했거든. 라울 왕이 정말로 태양의 기사들을 파견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리석은 자 같으니라고!”


월리엄은 크게 웃으며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그었다.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한 그녀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선혈은 펜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으로 인해 더 붉게 보였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쓰러지면서도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했으나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월리엄은 그녀에게 곧 죽게 될 너희 부족들 곁으로 가는 거라며 그녀를 발로 찬 뒤 펜던트를 챙겨 어딘가로 떠났다. 경비병들의 그녀의 시체를 성 바깥에 묻는 중에도, 그녀의 독사 같은 눈은 한에 서려 감기지 않았다.



만약 이렌디아 여신이 세상을 흐르는 루나 속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태어나고 사라질 것인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렌디아 여신의 힘을 가진 자들이 태어나면, 그 생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목숨이 먼지처럼 날려갈 것인가? 그것은 오직 여신 만이 아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 또한, 여신의 손 안에 달려 있을 것이다.

- 붉은 달의 예언 -




Red Moon


작가의말

목요일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면 또 주말이 찾아오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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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하) (1) 14.07.11 241 0 10쪽
1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3) 14.06.10 208 0 9쪽
1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2) 14.06.05 194 1 13쪽
1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6장 : 달이 떠오르다(상) (1) 14.06.02 198 1 6쪽
1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4) 14.05.29 160 1 8쪽
1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3) 14.05.26 205 0 10쪽
1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2) 14.05.22 171 0 10쪽
1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5장 : 일몰(1) 14.05.19 181 3 10쪽
»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2) 14.05.15 160 0 13쪽
10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4장 : 여신의 의지(1) 14.05.12 246 1 10쪽
9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3) 14.05.08 91 1 8쪽
8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2) 14.05.05 417 1 9쪽
7 1막(붉은 달의 아이들) - 3장 : 흐르기 시작하는 운명(1) 14.05.01 159 1 11쪽
6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3) 14.04.28 246 1 11쪽
5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2) 14.04.24 263 2 13쪽
4 1막(붉은 달의 아이들) 2장 : 수레바퀴가 굴러가다(1) 14.04.22 186 3 11쪽
3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2) +2 14.04.22 297 3 8쪽
2 1막(붉은 달의 아이들) 1장 : 모든 것의 시작(1) +2 14.04.22 275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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