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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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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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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2.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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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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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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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그러나, 한서준은 금세 그러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통조림을 집어 들고, 짧은 손톱으로 어떻게든 입구의 고리를 잡아내려던 최성민이 대뜸 그에게 또 다른 말을 툭 뱉어낸 것이었다.

그건 다소 깊은 상념에 빠져있던 한서준의 관심을 일시에 끌어 당길 만한 흥미로운 말이었다.

"아까, 지현이가 꽤 흥분해서 내려더군요. 아무래도 제 예상이 맞았나 보네요. 걔가 평소엔 멀쩡한데, '군인'이야기만 나오면 조금 감정적인 애가 되거든요. 특히 대화를 하는 상대가 확실히 '군인'이라는 신분이라면요. 감정의 기복이 더 심해지죠."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통조림의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뚜껑을 쩍 들춰낸 최성민이 한차례 그 안의 성과물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언젠가 맛보았던 '콘스프'라는 내용물로 추정되는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물씬 풍겨져왔다.

"저도 자세히 아는 바는 없어 말해드릴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지만, 걔가 갑자기 그렇게 변한 것은 3달 전에, 그러니까 아직 지현이가 병원 레지던트로 있을 때의 이야기예요. 걔는 좀 장난 같이 말했지만, 서울대 병원에서 레지를 하던 애였으니까 사실 앞날이 창창했던 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긴 하죠. 아무튼······ 걔한테 일어난 일은, 솔직히 남들이 듣기엔 약간 싱겁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간혹 TV에서 떠들어대는 '총기 오발 사건'이 바로 그거죠. 단지 사고라는 이름 하에 묻혀지고 덮어지는 것들 말이에요. 그건······."

짧게짧게, 허나 결코 끊어지지 않는 단답형의 말을 죽 늘어뜨려놓으면서, 중간중간 손에 든 통조림과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한서준의 눈을 몇 번이나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고민하듯 미간을 찌푸렸다 펴기를 반복하던 최성민이, 돌연 '킁' 코를 훌쩍거렸다.

그리곤 거의 습관적인 행동인 양, 그는 콧대와 눈살도 마저 찌푸려대다 곧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슥 밀어올렸다. 동시에 손을 그대로 붙여내 눈은 물론 코, 그리고 입가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쓸어내림을 흡사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그가, 이내 푹 씁쓸한 한숨을 토해 내었다.

야식이 어쩌고, 축하 파티가 어쩌고를 운운하며 꾸밈없는 미소를 지어내던 몇 분 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서준이 자신의 앞을 뒹굴어다니는 통조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런 것 보단······ 어서 야식이나 먹도록 하지요."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끝내 말할 때까지 기다릴 만큼, 그는 그리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거기다 이미 '어떤 사건'이 일어났었는지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듣고난 후였기에 딱히 그 세부 사항까진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진 몰라도 윤지현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떠올리고 정리하다보면, 결국엔 맞춰질 텅 빈 퍼즐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서준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최성민의 목구멍을 억지로 벌려내려 하지 않았다. 저렇게 고민을 한다는 것은, 필시 쉬이 말하지 못할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소리일 터. 일부러 그런 것을 들추어 볼 정도로 한서준은 앞서 말한대로 그다지 눈치가 없진 않았고, 또 모진 성격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의도를 알아챈 건지, 최성민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럴까요? 하긴, 축하 파티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실례긴 하죠. 좀 그렇기도 하고요. 오늘 연 파티는 남의 사생활이나 까발리자고 만든 뒷담화 파티가 아니니까요."

금세 밝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며 손에 든 통조림을 몇 번 꺾지도 않아 죄다 입 안에 털어 넣어 버리고, 곧바로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들어 하나씩 하나씩, 흡사 나무를 갉아대는 햄스터처럼 장난스럽게 그것을 집어먹던 그가 이윽고 말을 덧붙여 내었다.

"그나저나, 형님은 저희들한테 말을 놓으셔도 되요. 걔하고 제가 이래봬도 아직 살 날이 한참 남은 스물일곱 살이거든요. 그렇다고 형님이 절대 늙어보인다는 소리는 아니고··· 음, 그······ 연륜? 이 쌓였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그런 느낌이 팍팍 풍기는 것 같아서요. 세상을 다 살아본 어르신처럼요. 그러니 저희들보다 나이는 당연히 많을 테고······. 아, 그래도 아직 서른 중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이니까 크게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오히려 동안이면 좋은 거죠.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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