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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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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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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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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2.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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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DUMMY

하지만 그는 곧 그러한 감정들을 제 스스로 말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따지고 봤을 때, 한서준이란 인간에게 나타난 엄청난 계산식도 일종의 '초능력' 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 그동안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과거를 이 영문도 모를 계산식 덕이라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해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저 혼자 암묵적인 정리정돈을 끝낸 마당에, 살짝 표면으로 떠오른 '거울 인간' 이란 초능력을 마냥 부정할 순 없단 소리이기도 했다.

거기다 애초에 '부정' 이란 행위 자체가 완벽하게 성립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여태껏 잘 써왔던 능력의 발전형, 혹은 퇴보형의 능력을 처음 보았다고 해서, 무작정 그걸 부정하기만 한다?

이것만한 모순과 이기주의의 대잔치는 또 없었다.

물론 자위라는 행위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그의 머리가 이렇듯, 제 존재 자체가 중심이 되는 사고방식을 강제적으로 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으나, 이유야 어찌되었든간에 그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까닭에, 머릿 속을 어지럽히는 여러가지의 상념들을, 정확하게는 하등 쓸모가 없어진 잡스런 생각들을 모조리 긁어모아 일시에 불태워버리는 양, 산개해있던 의문들을 남김없이 소각시켜버린 한서준은 또다시 이러한 의문들이 고개를 쳐들기 전에 앞서 남자가 날린 물음에 대한 대답을 흘려내었다.

"···서로 사고였다고 말해주고 싶군요. 약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사고였습니다."

"사고요? 그럼··· 혹시 그것, 그러니까 '저' 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별 의미는 없습니다. 이것도 상부에서 내려온 임무 중 하나니까요. '거울 인간' 의 유통을 위한 안정성과 성능, 그리고 혹시모를 부작용을 알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거든요. 전체적인 변화를 측정하고 분석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언제 또 꺼내든건지,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순간 한 손엔 수첩을, 한 손엔 볼펜을 들고서, 얼른 정보를 알려달라는 듯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에게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것, 분명 녹안에 흑발을 지니고 있던 도마뱀 같은 피부의 '남자' 의 모습을 꽤나 상세히 일러준 한서준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적는 남자에게 약간의 뜸을 들여 넌지시 질문을 던지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떻게 그곳에서 탈출······."

"야, 다 찾아봤는데, 확대경만 없어. 뭐, 없어도 딱히 상관은 없지?"

허나 때마침 나타난 최성민에게 순간적으로 말의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터라, 그는 질문을 마저 쏟아내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남자는 한창 무언가를 끄적이는 수첩에서 잠시 시선을 뗀 후, 곧장 최성민을 바라보았다.

"확대경이 없다고? 그건······ 음, 없어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네. 다른 것들은 확실히 있지? 무엇보다 위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거든."

"그야 물론이지. 싹 긁어모았다고. 혹시 몰라서 말이야."

가지고 온 짐을, 무엇을 그리 아득바득 우겨넣었는지 커다란 보자기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린 짐을 남자의 바로 앞 장소에 모조리 풀어놓은 최성민은, 짐과 마찬가지로 대롱대롱 어깨에 매달려있던 2정의 소총들 가운데 하나의 소총, 아니, 기관단총 격이라 할 수 있는 K-1A 를 한서준에게 내밀었다.

"일단 이거라도 빌려드릴테니 대신 사용하세요. 좀 더 성능이 좋은 걸 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여기엔 국산총 뿐이라서요. 그나마 이게 좋은 거예요. 관리는 철저하게 했거든요."

그리곤 주머니를 비롯한 이곳저곳을 주섬주섬 뒤적여 잇따라 튀어나오는 M7 대검과 세열 수류탄 두 알을 K-1A 와 함께 침대의 오른편,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

"다 됐어? 그럼 이제 물 좀 가져와. 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잖아. 뜨거운거."

그러는 사이, 볼펜을 놀리던 수첩도 집어넣고, 어느새 모든 도구를 착용한 채 제법 의사다운 분위기를 풍겨대던 남자가 또다시 명령조의 말을 툭 뱉어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건성스런 대답과 함께 비척비척 걸음을 옮겨 어딘가로 사라지는 최성민에게서 곧장 신경을 꺼버린 뒤, 착 달라붙는 반투명한 고무 장갑 사이에 낀 은빛의 칼을 한서준의 왼발에 망설임 없이 가져다대었다.

"지금부터 당신의 몸을 치료할 겁니다. 우선 왼발의 어긋난 뼈부터 정리하고 벌어진 상처를 꿰매야겠죠. 그리고 부러진 뼈는 똑바로 맞출 겁니다. 물론 뼈의 자연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움직이는게 한결 편해질 겁니다. 그나마 멀쩡한 부위는 머리랑 오른팔 정도겠네요. 그 외의 전체적인 부위는 전부 부러지고 으스러졌습니다. 솔직히 지금으로썬, 아니, 현 의술로썬 대학 병원에 간다해도 꽤 희망적이라곤 할 수 없겠네요. 만약 여기서 나간다면 단군에 가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의 치유사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금방 나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지금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응급조치 뿐입니다. 움직이는데 조금은 지장이 없게 만드는 것 뿐이지요. 그래서··· 음, 이게 좀 아플 겁니다. 부디 참아주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소 기이한 감촉이 왼발 발등을 통해 전해져왔다. 허나 그런 괴상한 느낌과는 별개로 푹 쑤셔오는 칼날의 예기는 그에게 아무런 고통도 전해다주지 못했다. 마치 왼발 전체가 두꺼운 솜뭉치에 파묻힌 것 같이, 아무런 감각도, 통증도 없는 붕 뜬 기분만이 그가 알아챌 수 있는 왼발의 유일한 고통이자 고동이었고, 어렴풋이 밀려드는 뼈마디의 이질적인 '질감' 은, 그나마 왼발의 뼈가 만져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자욱한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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