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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73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8.24 10:24
조회
339
추천
9
글자
11쪽

나비효과

DUMMY

“···.정말 빨리도 오셨군요.”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테나.

그녀의 눈 앞에는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해놓고도 그녀가 손을 댈 수 없는 유일한 인물이 서 있었다.


“빠르긴.. 사랑하는 동생을 보러 오는 건데, 이 정도면 오래 걸린 거지.”


“···하아..”


기분 나쁠 정도로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막달레나를 보면서 아테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가능만 하다면 이런 여자 따위는 당장 내쫓아 버리고 싶었지만. 크로우의 거듭된 부탁이 있었던 만큼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저의 기분과는 별개로 당신 역시 손님인 만큼, 일단은 차를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그럼 어디 귀여운 조카가 타둔 차 맛을 한번 더 보도록 할까?”


“···”


일부로 슬슬 속을 긁고 있는 듯한 막달레나의 태도에 아테나는 다시 한번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내 그녀는 그런 감정을 속으로 삭힌 뒤 얌전히 방을 나섰다.


“재미있는 녀석이야. 저 아이가 크로우가 처음으로 만든 NPC.. 아니, 장녀.. 인가?”


주인의 누나, 혹은 그것을 떠나더라도 외부의 고위 권력자를 대하는 태도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례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테나의 태도는 막달레나의 눈에는 그저 귀엽게 여겨지기만 하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아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딸의 투정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하면서 막달레나는 느긋하게 자신의 앞에 홍차를 내려놓는 아테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


그대로 주저 없이 홍차를 들이키는 막달레나, 이를 보면서 아테나는 그대로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전혀 의심하지 않으시는 군요. 제가 독이라도 탔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아테나. 이를 보면서 막달레나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말했다.


“네가 그 정도로 품위를 모르는 아이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으니까.”


“···”


자신감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말, 이에 아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침묵 속에 담겨 있는 미묘한 긍정을 막달레나는 인식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하는데 괜찮겠어?”


“죄송하지만, 크로우님 깨서 오시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만?”


“아니, 크로우 말고, 너 말이야.”


“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아테나는 당혹감을 표하였고, 그녀를 보면서 막달레나는 여전히 여유롭기 그지없는 태도를 유지한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미안 누나, 내가 좀 늦었지?”


“괜찮아, 1000년도 넘게 널 기다렸는데 이 정도는 기다린 것도 아니지.”


“하하.. 그거 단순히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데..”


약간의 쓴웃음을 지어 보이는 크로우.

하지만 이내 그는 반가운 사람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그런 기분을 치워버린 뒤, 막달레나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한편, 그렇게 방을 나선 주인과 주인의 누나를 보면서 아테나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방금 전과는 달리, 아테나가 주인의 누나를 대하는 태도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눈 앞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 직후, 아테나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방금 전의 주인의 누나에게 어떻게 하면 한방 먹여줄 까가 아닌. 그녀에 대한 놀라움 과 경외감으로 차있었다.


“과연.. 역시 그 크로우님의 누님 분이시다 이건가?...”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일련의 계획들.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상해서 알여준 그 과정들을 다시 한번 머리 속으로 되새기면서 아테나는 조용히 감탄하고 있었다.

아울러 그 안에 담겨 있는 동생을 생각하는 누나의 배려심 역시 아테나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인식을 조금 바꾸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여전히 완전하게 그녀를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아테나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동생들을 돌보는 한 사람의 언니였기 때문이다.


*


신성제국.

대륙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넓고 비옥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제국.

비록 그 크기 자체는 고대 제국 롬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었지만 교황이 부여한 정통성과 대륙에서 1,2위를 다투는 강대한 국력은 제국이라는 이름에 결코 부끄럽지 않는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제국을 다스리는 군주이자 교황에게 인정받은 신의 선택을 받은 왕.

하인리히 황제는 근래 들어서 한가지 골치 아픈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었다.


“제길.. 설마 교황 녀석이 슈타인의 허물을 물고 늘어질 줄이야..”


얼마 전, 제국 내에선 황제의 친인척인 슈타인 대공과 연관된 한가지 사건이 발생했었다.

슈타인 대공이 다스리는 영토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출연했다는 것.


악마의 저주로 인해서 태어났다는 소문이 도는 그 괴물은 강철과 같은 육신에 거인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하마터면 슈타인 대공과 그의 약혼녀마저 위험에 빠질 뻔 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슬아슬한 순간에 슈타인 대공의 활약으로 괴물을 처형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발된 백성들의 불안과 민심의 혼란은 자연스럽게 교회 세력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교황은 이 일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이 미지의 공포를 통해서 이미 다수의 제후들을 포섭해 나가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이는 현재 교황과 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하인리히 황제에게 있어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실.


그나마 얼마 전 칼마르에서 있었던 마그렌 여왕의 암살 시도–대외적으로는 죽었다 살아났다 하고 있었지만 황제는 이를 단순히 여왕의 계략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후, 북부에서의 교회 세력이 확 줄어버리긴 했지만, 여전히 교회의 성장은 황제에게 있어선 눈의 가시와 같이 여겨지고 있었다.


‘현재 교황은 지속적으로 힘을 키우면서 나에게 성직자 서임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제후들에 대항하기 위해 교회의 세력에 너무 힘을 실어준 것이 실수였어. 어떻게든 빨리 대책을 마련 해야..’


본래 성직자 자체는 교회에서 임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에게 봉토를 주고 교구를 다스리는 권한을 내려주는 것은 지금까지 줄곧 황제의 몫이었다.


혼인을 하지 않는 성직자의 특성상 임자 없는 봉토는 국가에 다시 귀속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교황은 이러한 권한을 자신이 가짐으로써 그의 권력을 강화하길 원했고, 이는 자연히 황제와 교황간의 불화를 유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이번 일이 막달레나님의 묵인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고비를 잡을 사람이 없어진 교황은 끝을 보려 하겠지. 하지만 나도 그렇게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대륙 최강의 제국이었다.

황제는 이 제국을 보다 부강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 했으며, 이를 위해선 우선 자신의 권한이 강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다.


분열된 국가는 강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선은 주변 제후들의 동태를 보다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겠어. 아울러 충성심이 약한 북부의 영주들도 이 기회에 한번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겠지.’


불안정한 시국에는 한번쯤 군기를 잡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충성심을 지니고 있는 자들에게 의욕을 주고, 반역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안겨 준다.

아울러 이미 대놓고 등을 돌린 자들 조차도 당장 황제의 명을 거역할 명분은 없는 만큼 이를 통해 그들에게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황제는 즉시 제국 곳곳에 칙서를 보내었다.

각 지역의 대 영주들을 모두 소집하는 자리.

혹 참여가 불가능 하더라도 대리인이라도 보내는 것인 원칙인 만큼, 황제의 칙서가 떨어진 직후 제국 각지의 영주들은 황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새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소년 영주, 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


황도를 향해 달리는 마차 안.

그 안에는 두 남녀가 얼마 전과 마찬가지로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차 안의 분위기는 그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당시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지나칠 정도의 훈훈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마차 내부.


그곳에는 진의 곁에 살짝 머리를 기대고 있는 아샤트리아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은 지금 그녀가 상당히 행복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잠시 동안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좋은 약이 된 것도 같아.’


제법 길었던 이별의 시간.

아샤트리아의 말에 따르면 당시의 전투로 워낙 큰 부상을 입었기에 조용한 곳에서 이를 치료하고 있었다 한다.

아울러, 생사조차 확실할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이었기에 오즈 역시 일부로 그녀가 완치될 때까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런 가슴 아픈 이별의 시간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아샤트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데엔 여전히 서툴지만, 그때 이후 그녀는 이렇게 소심하게 나마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었다.


‘행복하다.. 솔직히 이대로 영원히 황도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진은 사랑하는 여자의 따스한 온기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의 소집이다 뭐다 하지만, 대충 무슨 일이 있을지는 예상이 되는 만큼 그는 딱히 걱정하고 있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순수하게 행복에 젖어 있는 진과는 별개로 아샤트리아는 행복과 더불어 머리 속에 담겨 있는 아테나의 명령에도 신경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아테나님.. 그리고 크로우님 께서 나를 믿고 맡겨주신 임무.. 지금까지의 은혜와 이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완벽하게 해결해야만 해.’


진과의 관계에 대해선 이미 아테나와 크로우의 암묵적인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애초에 그러지 않았다면 일전에 그녀가 비가 쏟아지던 그날 진의 앞에 나타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낱 무기에 불과한 자신의 어리광과 같은 감정조차도 배려해준 아버지의 은혜

여기에 결과야 어찌 되었든 막달레나의 일과 관련해서 그녀가 저질렀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아샤트리아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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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나비효과 20.08.22 350 10 11쪽
59 나비효과 20.08.21 358 7 11쪽
58 나비효과 +2 20.08.20 355 7 12쪽
57 나비효과 +4 20.08.19 368 8 10쪽
56 나비효과 +6 20.08.18 363 7 12쪽
55 나비효과 +2 20.08.17 372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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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백설여왕 +2 20.08.14 370 6 10쪽
51 백설여왕 +2 20.08.13 405 7 11쪽
50 백설여왕 +4 20.08.12 418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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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이별수업 +6 20.08.10 446 9 11쪽
47 이별수업 +2 20.08.09 436 8 11쪽
46 이별수업 +2 20.08.08 446 7 11쪽
45 이별수업 +4 20.08.07 532 8 20쪽
44 이별수업 +2 20.08.06 493 9 12쪽
43 전조 +4 20.08.05 487 9 11쪽
42 슈타인의 인간 +5 20.08.04 481 11 12쪽
41 슈타인의 인간 20.08.03 491 10 10쪽
40 슈타인의 인간 +4 20.08.02 515 9 12쪽
39 슈타인의 인간 +1 20.08.01 519 9 10쪽
38 슈타인의 인간 +6 20.07.31 542 9 12쪽
37 눈물의 여왕 20.07.30 556 8 13쪽
36 눈물의 여왕 +2 20.07.29 579 10 13쪽
35 눈물의 여왕 +4 20.07.28 56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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