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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72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8.17 08:24
조회
371
추천
5
글자
10쪽

나비효과

DUMMY

브레멘의 영주 진.

그는 언제나와 같이 그의 앞에 놓여 있던 서류들을 끝마친 후, 기지개를 켰다.


“수고하셨습니다 영주님.”


“고생하셨습니다. 이슬레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진.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슬레이는 마음 속으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영주님께서 생각보다 빨리 극복하신 것 같으셔.’


아샤트리아의 죽음 이후, 한동안 우울한 상태였던 진이었다.

그러나,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난 이후부터 그는 다시금 정무에 복귀하였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사건을 겪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슬픔이 컸겠지만 이를 잘 이겨낸 듯 한 그의 모습.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주를 보면서 이슬레이는 감사함과 더불어 약간의 존경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과연.. 군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젊은 나이 이지만 역시 다르구나. 슬픔을 털고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인정해야만 할 부분이다.’


그렇게 오늘의 업무를 끝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주인을 조면서 이슬레이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


“고생하셨습니다 크로우님.”


“응, 아샤트리아도 수고했어.”


일정을 끝마치고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크로우와 아샤트리아.

본래는 마법사육성과 브레멘과의 관계로 인해 이쪽 업무에 조금 소홀해져 있던 참이었으나 그쪽과 연관된 일들이 잠정 중단 되면서 야스트리아는 다시금 본연의 업무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럼 크로우님, 전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푹 쉬고 내일도 잘 부탁할게.”


“네. 그럼 편히 쉬시길..”


그렇게 주인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아샤트리아.

그러나, 그런 그녀를 보면서 크로우는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아직도 많이 괴로운 걸까?’


얼핏 보기에는 이전과 크게 바를 바가 없는 아샤트리아였다.

그러나, 크로우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부모로서 딸에게 느끼는 직감 같은 느낌으로 그는 한가지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일전에 누나와의 싸움 이후 아샤트리아가 줄곧 우울한 기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패배의 아픔 때문은 아니었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그 사람 과의 관계가 있을 것 같다고 크로우는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제 관계로 제법 오래 지냈으니까.. 정이 안 들었다면 오히려 그쪽이 더 이상하겠지?’


감정적인 부분에서 많이 무딘 그녀가, 이 사실로 인해 고민을 토로하고 크로우에게 조언을 구하기 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그녀에게 마법을 배우던 브레멘의 영주, 진과의 관계가 있었다.


‘이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 아이가 언제까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임무가 중단 된 것은 아테나가 결장한 사안이었다.

분명 그 안에는 그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이 분명한 만큼 여기에 대해서 능력이 부족한 크로우가 함부로 관여할 수는 없는 일.


‘이걸 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리야. 이와 연관해선 역시..’


그렇게 결론을 내린 직후, 늘 도움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인물에게 다시 한번 의지하기 위해서 크로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진.

사전에 명령해 두었던 대로 방 안에는 지금까지 줄곧 그래 왔듯이 하인을 비롯한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진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큭···”


힘겨웠던 오늘의 일정을 끝내고.. 마침내 찾아온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 질 수 있는 시간.

그렇게 마음을 묶어 두었던 족쇄가 풀리면서 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흑..흑···”


그의 마음 속에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는 상처.

그러나 이는 아버지를 잃었던 슬픔보다 더욱 지독하면서도 또렷하게 그를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그 순간에 맞물려서 그의 앞에 나타난 그 사람.

그 사람은 그 이후 진의 곁에 머무르면서 줄곧 그의 곁을 지켜주었었다.


단순히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것 만이 아닌.

그가 의지 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어 왔으며 동시에 방황하던 그의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당시에는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진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했으며, 그녀의 얼굴을 볼 때면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이런 감정이 실체를 깨달은 시점은.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비로서 알게 된 순간은 얄궅게도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직후였다.


언제나 곁을 지켜주었던 그 사람이 없어지면서 진은 지독한 상실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나 뚜렷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통해서 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그러나, 이런 감정에 고통 받으면서도 진은 이를 내색할 수 없었다.


그는 이 땅을 다스리는 영주였다.

수많은 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그가 언제까지고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남들에게는 이런 감정을 감춘 채, 이렇게 홀로 있을 때 눈물로서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그러나, 감추려 하면 할수록. 잊으려 하면 할수록. 이 아픔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하였다.


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얼굴은 더욱 또렷하게 그의 머리 속에 떠올랐으며.

감정을 버리려 해도 그의 마음 속에 있는 그리움은 오히려 더욱 흘러 넘치기만 하였다.


그렇게, 영주의 책무와 스스로의 아픔 속에서 고통 받으면서 진은 오늘도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홀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보고 싶은 그 사람의 이름을 끝 없이 부르면서..


*


방으로 돌아온 아샤트리아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눕는다기 보다는 쓰러진다는 느낌이 가까운 모습.


그녀는 그대로 마치 인형과 같이 동그랗게 두 눈을 뜬 채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감정 같은 것은.. 병기인 나에게 필요 없어. 그러니까.. 그 사람에 대한 것도 나에게는.. 큭..’


다음 순간 아샤트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고, 그와 동시에 마치 인형과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자세 역시 흐트러지게 되었다.


‘안 되는데.. 계속 이러면.. 크로우님을 섬기는 몸으로서 이런 건..’


언제나 자신을 주인의 방패이자 검으로 여겨왔던 아샤트리아였다.

주인으로 향하는 공격을 막아내고 주인을 위협하는 적들을 처단하는 존재.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감정이 없는 병기와 같은 상태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일전의 일을 겪은 이후로 그녀의 이런 태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와는 달리 지나칠 정도로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그녀.

비록 다른 이들에게 최대한 내색을 안 하려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 담아있는 슬픔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씨앗과 같았던 그것은 순식간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키워 나갔으며, 마침내는 그녀의 마음을 괴로움이라는 이름의 가시로 가득 뒤덮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인식하게 된 이후, 아샤트리아는 스스로가 망가져 버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커져버린 감정에 잡아 먹혀 고장이 나 버린 존재.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샤트리아는 차마 크로우에게 말할 수 없었다.


쓸모 없어진 무기의 말로가 무엇일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부러진 검은 그저 펄펄 끓는 용광로에 떨어지게 되거나 서서히 잊혀져 갈 뿐이었다.


자비로운 크로우가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그럼에도 아샤트리아는 그 사실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고작 인간을 향한 감정에 침식되어 휘둘리는 병기라니.

만약 자신이었다면 그런 무기 따위는 단숨에 분질러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구했을 것이다.


카알론의 일원으로서 그런 불명예를 지니게 되는 것은 죽음보다도 괴로운 일.


그렇게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아샤트리아는 이렇게 자신이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을 언제 주인이 눈치챌 지 전전긍긍해 하면서 하루 하루 피가 말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 역시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차도 갈망하고 있는.. 다시 한번 진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서 그녀는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모든 것은 카알론을 위해서야.. 그래서는.. 안되..’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 아무리 다짐을 해도,

자신의 이런 나약한 마음에 대해서 아무리 증오를 퍼부어도.


그녀의 눈에서는 결국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알고 있어.. 난.. 진을 만나선 안되.. 하지만.. 만나고 싶어..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스스로에게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녀의 마음은 계속해서 갈망하고 있었다.


그 잔혹한 사실에 괴로워하면서, 아샤트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역시.. 안되겠어..”


아샤트리아의 방문 앞에서 크로우가 작은 묵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결정을 내리기는 그 역시 쉽지 않았다.

지금도 결국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로 여기까지 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우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카알론의 주인이 아닌, 괴로워하고 있는 딸의 아빠로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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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슈타인의 인간 20.08.03 491 10 10쪽
40 슈타인의 인간 +4 20.08.02 515 9 12쪽
39 슈타인의 인간 +1 20.08.01 519 9 10쪽
38 슈타인의 인간 +6 20.07.31 54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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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눈물의 여왕 +2 20.07.29 579 10 13쪽
35 눈물의 여왕 +4 20.07.28 56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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