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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Allegra), 영혼의 여행자.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2차 프로젝트 - 귀환 (1)

안녕하세요, 제니아입니다. 

지난 번에 공지한대로,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정리정돈 전문가들을 모셔서 집안 전체 정리를 단행했습니다. 


그 전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정식으로 업체와 계약을 하고 나서, 예정된 날까지 한 주를 기다리는 동안...

하루는 어머니께서 제 방에서 주무신 적이 있었습니다. 


“좀... 치울까.”

거의 잠들락말락 몽롱한 상태에서 내뱉는 잠꼬대처럼, 

바로 옆에서 이런 말이 아주 잠깐 들렸죠. 

수십 년만에 어머니와 한 침대에서 자는 거라, 사실 저 때 저는 

잠도 잘 안 왔어요. 어머니는 저 말 이후 그대로 주무셨죠. 


지난 글에서 저희 집이 <호더하우스>가 되어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당시 집안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04_dinning_room.jpg


 예전 거실의 모습입니다. 안방을 포함한 다른 방들(제 방은 제외)이 이미 꽉 들어차서, 

남은 물건들을 거실에 두게 되었었고, 거기서 또 차곡차곡 쌓인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안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으니, 부모님은 거실에서 주무셨었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정리를 끝마친 제 방에서 잠을 청하려던 끝에...

 그런 속엣말을 처음으로 하셨던 겁니다. 


 05_kitchen.jpg


 예전 부엌의 모습입니다. 거실과는 달리 사람이 다닐 정도는 되지만, 

식구들이 식탁에서 모여앉아서 식사를 해 본지도 너무 오래되었었죠. 

제가 냉장고 정리를 하기 이전 상황이 딱 저랬습니다. 


 저러다보니 냉장고를 어느 정도 비우고 닦을 때도, 공간이 없어서 상당히 애먹었었죠. 

서너 개씩 꺼내서 식기는 설거지통에, 음식 찌꺼기는 봉지에 모아서 

수거함에 버리는 작업을 되풀이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각종 용기들을 꺼내놓을 수조차 

없었던 겁니다. 


 처음에는 전부 싱크대 선반 및 바닥을 써서 해결했다가, 식탁 위를 치우는 것으로 

과정에 차츰 변화를 주기까지도... 사흘이 걸렸습니다. (거기다가 식탁 위에도 못 쓰는 양념병과 

오래된 제품들(주로 홈쇼핑)이 엉망으로 쌓이고 낑겨 있었던 탓에, 이걸 또 중간에 

치워야 했죠.) 


 아무튼, 지난 12월 중순에 냉장고를 완전히 치우고 나서는, 식탁 밑에 쌓인 물건들을 

대거 처리 했었죠. 그런데 이대로 혼자 하다가는 2015년 말은 커녕, 2016년 상반기가 지나도 

집 전체가 말끔해지는 것은 어려울 듯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꽉 막힌 공간에서 

다년간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어떻게 되는지도, 직/간접적으로 꽤 겪어봤었고요.

 

만약 혼자 하다가 지쳐서 제풀에 나가 떨어진다면, 그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포기하게 되는 건, 

의사가 중증 환자를 수술하겠다고 전신 마취를 시킨 뒤 

집도를 해서 신체 곳곳을 열어보았다가... 병의 근원을 미처 다 제거하지 못하고 

도로 꿰매는 일이나 마찬가지겠죠.


정리 정돈 진행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C모 업체에 의뢰하기로 확정했을 때, 가장 신경쓰인 것도 그런 집의 <환부>를 

제대로 다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과 

제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집안 내부의 기억들을 최대한 쥐어짜서는  

집안 전체의 도면을 그려서 보냈습니다. 현재 공개한 부엌과 거실은 이미 직접 보인 상태지만, 

안방을 포함한 다른 방들은, 아예 들어갈 수 없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집 안에서도 작은 변화는 조금씩 일어났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잠결에 중얼거리신 건, 그저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죠. 

분명 부엌에서 실온에 노출된 음식물이 더 이상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날벌레들이 

며칠 동안 제 방 주변에 자꾸 꼬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 방 위치가 세탁실 및 

부엌과 붙어 있어서...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그 바람에, 제가 잠을 설치면서 2~3일간은 상당히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을 못 자겠다고 말씀드린 순간, 어머니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냉장고 옆 김치냉장고 때문인 거 같다.” 


예전 부엌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겠지만, 냉장고와 원형 식탁 사이에 쌓인 물건 밑에는 

김치 냉장고가 있습니다. 한때 냉장고가 꽉 차는 바람에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김치 냉장고에 김치 이외의 것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는데... 이것도 이내 포화상태가 되어서

문이 제대로 안 닫혀 있었던 겁니다.  


그나마 문이 눌려닫힌 것은 다른 물건들이 그 위에 쌓여서 주는 압력 때문이었고, 

실제 문틈에서는 벌레를 부르는 냄새가 묘하게 새어나가고 있었고요. 

어머니는 그 부분을 발견하시고... 빛의 속도로 김치 냉장고를 여신 뒤, 

한나절만에 김치 냉장고를 다 비우고 각종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셨습니다. 

덕분에 집 안에서 벌레가 서식하는 일은 없어졌지요. 


워낙 물건을 못 버리고 쌓아두시던지라, 직접 정리하시는 어머니 모습 자체가 

그야말로 신기루 내지는 마법으로 보였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정리정돈 일정이 확정되었을 무렵에는, 어머니를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고 

제가 집안 물건에 대해서 모두 결정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거든요. 


돌이켜보면, 30년을 같이 산 가족이라 해도, 각자가 원하는 것 전부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니... 이런 제 생각은 상당히 무모한 면이 컸지요. 

제가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좋아하는 것만을 남기고 모든 것을 버리며>

방을 치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던 겁니다. 

그리고 정리에 있어서 누군가가 필요한지 제외시킬지는, 전적으로 전문가의 

소견이 필요한 문제였지요. 


이렇게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미리부터 고민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정리를 하기 이전의 저는, 정말 저런 식으로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었어요. 정리를 하면서, 그런 일이 차츰 

줄어들었지요. 


결국, 어머니를 다른 식구들 도움을 빌어서 내보내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고, 

9일날 그대로, 대부분의 식구들이 있는 상황에서 정리정돈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일이라 직장인인 동생은 없었고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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