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70,849
추천수 :
6,177
글자수 :
241,747

작성
19.04.29 17:30
조회
11,902
추천
187
글자
13쪽

10화-대립과 동맹(1)

DUMMY

10화-대립과 동맹(1)






매니지먼트 소유의 B급 게이트에 도착한 한도겸과 조 실장은 바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 책임자가 헌터들을 불러 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소속 헌터들은 망해가는 회사를 떠나려 다른 길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어차피 조 실장 하나만 있어도 안전한 곳이라 보안 책임자는 둘이서 들어가겠다는 걸 말리지 못했다.


“여긴 돈 나올 게 없는 곳인데요?”

“글쎄, 그럴까?”


한도겸이 아는 지식에 이 던전은 노다지였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저주 받은 검이 버려져 있던 곳이라 확실한 정보다.


“여기에 있는 거라고는 잡초랑 흙 밖에 없습니다만?”

“그거면 돼.”

“??”


의아한 표정의 조 실장을 두고 한도겸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성큼성큼 앞으로 나갔다.

조 실장에겐 그냥 보여주는 게 빠르다.


“대표님, 여기 조심해서 가지 않으면···.”


조심성 없이 움직이는 한도겸을 향해 조 실장이 주의를 주려 했지만 태산의 힘을 담은 검을 땅에 꽂는 게 먼저였다.

어스 웜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있는 곳에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쿠구구구구!!


지진이라도 날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 실장은 재빨리 한도겸의 곁으로 뛰었다.

사고를 친 상사든 뭐든, 일단 곁에서 지켜야 했다.

지반이 무너지면 어스웜이 튀어나올 것이 뻔했다.


“대표님!”

“호들갑 떨지 마, 괜찮으니까. 검이나 하나 더 줘.”


마치 보디가드처럼 자신을 안고 구르려는 조 실장을 피한 한도겸은, 한 번 쓰고 바스라진 검을 던져버리고 조 실장이 들고 있는 또 다른 검을 쥐었다.

그 사이 땅의 떨림은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사방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고 종내에는, 쾅!하는 지축을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무너진 틈사이로 지렁이를 닮은 거대한 어스웜들이 꿈틀거렸다.

크기만 줄이면 이 모습은 아마 낚시 미끼용 지렁이가 든 통과 비슷했다.

흙과 버무려진 지렁이, 딱 그 모습이었다.


‘나중에 심해 던전을 찾으면 미끼로 써도 되겠네.’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한도겸은 적당히 지진이 멎었을 때쯤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해? 따라와.”

“끄응.”


괜히 혼자 호들갑을 떨었던 조 실장은 앓는 소리를 내며 한도겸을 따라갔다. 3년 동안 누워있더니 정말 많이 변해버렸다.

물론 성격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성격은 원래 이상했으니까.


‘저게 어떻게 3년 동안 누워만 있던 사람이야? 누가 보면 몇 십 년 동안 수련한 사람인 줄 알겠네.’


엉뚱한 생각이지만 꽤 근접한 상상을 한 조 실장은 벌써 저 멀리 가고 있는 한도겸을 향해 급하게 뛰어갔다.


“여기쯤인가?”


조 실장이 무슨 생각하던지 신경 쓰지 않고 한참을 더 걸어가던 한도겸이 바닥을 보며 중얼거렸다.

땅을 확인한 그는 조 실장에게 잠시 뒤로 가라고 한 뒤 광풍의 검로를 따라 검을 휘둘렀다.

검의 움직임에 따라 미친 듯 나부끼던 바람이 작은 토네이도를 만들어낸다.


‘꼭 수수깡 들고 있는 것 같네.’


검이 약해서 힘 조절해야 된다는 게 생각보다 성가셨지만 어쨌든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신누리가 좋은 재료를 이용해 빨리 쓸 만한 검을 만드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후우우웅!!!


그렇게 만들어진 토네이도가 진공청소기처럼 흙을 빨아 당기며 모래폭풍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흙속에 있던 어스웜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흙과 함께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 조 실장이 입을 떡 벌렸다. 잘못하면 자신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있는데 흘깃 보니 한도겸은 너무 편안하게 있었다.

조 실장이 아는 헌터 중에 바람으로 이런 힘을 내는 자는 손에 꼽았다.


‘미국의 하얀 악마 정도면 되려나?’


SSS급 헌터이자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바람을 다루는 헌터, 하얀 악마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토네이도가 한순간 소멸했다.


“쯧. 어째 한 번을 못 버티네.”


한도겸이 혀를 차며 검 날이 바스러져 버린 검을 바닥에 버렸다.


“대표님, 그거 1000만원 짜린데.”

“이게?”

“예. 원래 헌터 용품이 좀 비쌉니다.”

“··· 불량품 아냐?”

“정품입니다. 대현 소재 연구소에서 만든.”


낮은 등급의 헌터들에게 대여해줬던 검이라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지금 1000만원짜리 검을 수수깡처럼 쓰고 있었다는 생각에 한도겸은 속이 쓰려왔다.

아직 돈이 없는 지금, 좀 아껴 써야할 것 같다.


...


쓰린 속을 부여잡고 토네이도로 뒤집혀버린 땅으로 걸어갔다.

어스웜들이 유독 뭉쳐 있던 부분이었다.

그곳엔 하얀 돌이 박혀 있는 것처럼 아직 부화하지 못한 어스웜의 알이 박혀있었다.


“많이도 낳았네.”


땅이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알들이 박혀 있었다.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질색할 모습이다.

알들을 살펴보던 한도겸은 검을 들어 알 하나를 푹 찔러봤다.


푹!


단단한 껍질이 아니라 고무공처럼 검이 들어간다. 그리고 속은 액체로 가득 했다.


“조 실장.”

“예?”

“나가면 게이트 리셋된 날짜, 시간부터 우리가 들어 온 시간 체크해.”

“알겠습니다.”


알의 상태를 보니 지금이 딱 좋았다.


“이걸 일단 들고 가야하는데.”


알들을 그냥 두고 가긴 그러니 한도겸이 검을 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당연히 그냥 그은 게 아니라 다섯 번째 검, 공간(空間)검을 펼친 것이다.

앞 선 네 개의 검이 점, 선, 면이라면 다섯 번째 검은 4차원 공간에 영향을 주는 검이었다.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공간을 간섭하는 힘을 담은 검과 허공이 마찰하며 공간을 찢는다.


쩌저적!


마치 게이트가 생긴 것처럼 검은 속내를 드러낸 허공.


아공간.


적당한 크기의 허차원 공간을 검으로 찢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되려나.”


적당한 크기의 아공간을 만든 그가 손을 빼고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쿵!


그의 진각에 땅에 박혀 있는 알들만 위로 떠오른다.

알이 다시 떨어지기 전에 한도겸의 검이 마치 주차를 지휘하는 봉처럼 아공간이 있는 곳으로 휘둘러졌다.

그 움직임에 떠올라 있던 알들이 검을 따라 아공간에 알아서 들어간다.

이건 그가 완성한 검이 아니라 그냥 검에 인력(引力)을 거는 간단한 기술이었다. 일종의 태산(泰山)의 변형인데, 마그마 골렘의 핵을 그가 게이트에서 몰래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렇게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에 쓴 검은 또 다시 버려야 했지만.


“어?”


옆에서 보고 있던 조 실장은 뭐가 뭔지 파악도 못할 정도로 마법 같은 모습에 멍을 때렸다.


“뭘 그렇게 멍 때려?”

“···방금 뭘 하신 겁니까?”


자신이 본 것이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뭐긴. 황금 알 챙긴 거지.”


어스웜의 알.

이제 황금 알로 재탄생 할 거다.


***


“조카가 웬일이야. 먼저 보자고 하고? 안부는 아닌 것 같고 어디 한 번 말해봐. 우리 광화문 영웅님?”


한도겸의 고모, 한이현이 하얀색 연구 가운을 입은 채 물었다.


“탈모 치료제입니다.”

“뭐?”


작은 유리병을 건네며 하는 말에 한이현이 깜짝 놀라 병을 낚아챘다.

게이트 속의 신비한 것들로 발전된 현대에도 아직 극복하지 못한 탈모였다.

그런데 갑자기 치료제라니.


“효과는 가서 확인해보시죠. 일주일이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

“잠깐만,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 나 이런 걸로 장난치는 거 진짜 싫어해?”

“장난 아닙니다.”


한이현은 장사치라기보다 연구자에 가까웠다.

실제 그녀가 가진 회사들은 모두 전문 경영인 체제였고 그녀는 제약 연구에만 관심을 보였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안 알려주겠지?”

“제조 방법까지 알려드릴 겁니다. 계약만 하면.”

“정말?”


한이현의 되물음에 한도겸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거다.

제 값만 받을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조건이 뭔데?”

“제약이 소유하고 있는 게이트 그리고 그룹 지분, 계약금 정도가 되겠네요. 자세한 건 일단 물건부터 확인 하셔야겠죠?”


한도겸의 말을 들은 한이현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계약금은 얼마든 문제가 없지만 그룹 지분이나 게이트는 그녀도 쉽게 손 댈 수 없었다.


“그래, 일단 확인부터 하고 다시 얘기하자.”

“그러세요.”


한이현이 급하게 병을 들고 나가는 모습에 한도겸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궁금해서 안달이 났을 거다.

천생 연구자였으니까.

하지만 효과는 알아내도 만드는 방법은 알 수 없다. 그리고 치료제는 어스웜의 알만으로 치료제를 만들 수 없었다.

어스웜의 알을 영양분으로 한 특별한 잡초에서 추출한 성장인자를 이용해야 만들어 진다.

그 특별한 잡초와 어스웜의 알을 영양분으로 한다는 사실은 오직 그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아무리 연구해도 알아내지 못한다.


...

일주일 뒤,

한이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실험은 당연히 성공했지만 추가 샘플을 받아서 더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전에 한도겸은 추가 샘플에 대한 비용으로 50억을 요구했고 한이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일단 급한 돈은 마련했네요.”

“이제 나갈 것도 없지 않아?”

“신누리씨 연구에 재료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요. 그리고 헌터들이 죄다 나가버리고 수입도 없이 회사가 돌아가니 계속 적자고요.”


이 팀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탈모 치료제 계약만 하면 돈은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아낸 건가요?”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한 일이었다.

한도겸이 손대는 것마다 기본에는 없던 일이 일어난다.

신누리, 게이트, 이번엔 치료제까지.


“죽다 살아나면 돼. 그건 그렇고 게이트 관련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어?”

“예상대로 숨기고 있죠 뭐.”

“쯧.”


숨긴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게이트는 그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언젠가 터질 거라는 말인데, 이미 게이트가 주는 이득에 눈이 먼 단체들은 그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있었다.


“적당한 헌터 가문 좀 알아봐줘.”

“헌터 가문이요?”

“길드도 상관없고. 실력은 있으면서 돈은 없는 곳이면 좋을 것 같은데.”

“찾기 쉽진 않겠네요.”


아예 처음부터 헌터를 키우는 건 시간 낭비다. 적당한 단체를 하나 흡수해서 키우는 게 나았다. 그런 단체를 찾는 게 쉽지 않겠지만.


“슬슬 주가 좀 올리자고.”


지분도 확보할 만큼 했으니 슬슬 영향력을 높일 차례였다.

변화된 게이트 패턴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각 단체들이 소유하고 있는 게이트를 하나씩 다 살펴봐야 하는데 그 전에 분명 터지는 게 있을 것이다.

하나에 신경 쓸 시간이 없으니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일을 처리해 줄 손발이 필요했다.

치료제 계약이 끝나고 돈을 긁어모으기 전이라 제대로 된 단체를 인수할 수는 없다.


“차라리 회장님한테 부탁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해보긴 해야지.”


아무리 손자의 말이라고 해도 이득이 걸린 일이라 쉽게 뭔가를 줄 사람은 아니었지만, 거래라면 가능했다.


***


“요즘 너 때문에 시끄럽다는 건 알고 있는 게냐?”

“원래 저한테 사람들이 관심이 많잖아요.”

“확실하지 않은 걸로 불안감을 조성하면 앞으로 네 사업에 많은 방해가 있을 거다. 그걸 모르고 하는 건 아니겠지?”


역시 한 회장도 이번에 일어난 게이트 붕괴 사건에 관한 한도겸의 발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현 그룹도 게이트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으니, 괜한 불안감 조성으로 피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합니다.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오픈해야 됩니다. 그거 폭탄이에요.”

“그 얘기는 게이트가 생길 때부터 있었어.”


설득이 어려웠다.


“대현이 소유하고 있는 게이트 말고 알고 있는 다른 게이트에 대한 정보나 주세요, 그럼.”

“내가 왜? 정보를 지금 공짜로 달라는 게냐? 네 작은 아버지 사업체를 완전히 말아먹은 너한테?”

“말아먹긴 누가 말아먹습니까? 이제 시작인데.”

“그런 말은 성과를 보인 다음에 해야지.”


역시 공짜는 없었다. 얻고 싶은 게 있으면 그에 대한 값어치를 해야 했다.


“지금 당장 보여줄 순 없고, 대신 정보나 하나 풀어드리죠. 안산에 있는 게이트, 그거 곧 터집니다.”

“뭐?”


안산에 있는 게이트란 ‘대현 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알짜배기 중 하나인 게이트를 말했다.

한도겸은 지금 그 알짜배기 게이트가 터진다고 말한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화-잘 먹겠습니다. +5 19.05.02 10,565 170 13쪽
12 12화-스카웃 제의를 받다? +6 19.05.01 10,847 173 13쪽
11 11화-대립과 동맹(2) +11 19.04.30 11,267 181 13쪽
» 10화-대립과 동맹(1) +5 19.04.29 11,903 187 13쪽
9 9화-변화의 원인 +3 19.04.28 12,724 190 13쪽
8 8화-게이트 붕괴 +4 19.04.27 13,268 204 13쪽
7 7화-묵은 때를 벗겨내고 +4 19.04.26 14,122 229 14쪽
6 6화-재벌가 망나니가 검을 쥐면 +6 19.04.25 14,463 233 13쪽
5 5화-대현 헌터 매니지먼트 +5 19.04.24 15,230 232 13쪽
4 4화-망나니를 건드린 대가 +6 19.04.24 16,070 254 13쪽
3 3화-다이아몬드코팅 플래티넘 수저를 물다 +3 19.04.24 16,887 264 13쪽
2 2화-장물아비 +8 19.04.24 19,206 263 13쪽
1 1화-저주 받은 검 +23 19.04.24 23,561 26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