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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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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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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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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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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747

작성
19.04.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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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8화-게이트 붕괴

DUMMY

8화-게이트 붕괴







***


싸늘함이 감도는 대현 헌터 매니지먼트 사옥 내부.

사람의 온기가 없었다.

긴급 주주총회로 빠르게 한유철이 물러나고 대표이사로 한도겸이 취임했다.

한도겸은 취임하자마자 칼을 빼들었고 그 칼을 쥔 이 팀장은 정말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잘라버리기 시작했다.

먼저 김유호라는 약쟁이를 필두로 줄줄이 대현 헌터 매니지 소속 헌터들을 과감하게 쳐냈다.

당연히 주가는 연일 폭락.

그럼에도 이 팀장은 헌터들뿐만 아니라 회사 중역, 일반 직원들까지 횡령, 배임, 뇌물수수, 유착에 관련되면 여지없이 잘라냈다.


회사는 헌터고 직원이고 텅텅 비기 시작하고 남아 있는 자들 모두가 살얼음 걷는 기분을 느끼며 몸을 사렸다.

약쟁이 성범죄자 김유호의 팀장이었던 신누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잘못이 없지만 팀원 하나 때문에 불안해서 일도 손에 안 잡혔다.


“신누리씨, 대표님이 찾으세요.”

“!”


이 말을 들었을 때 신누리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


“신누리씨 혹시 듀얼 탤런트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네? 아, 네. 들어는 봤어요. 재능이 두 개인 사람들이라고.”


한도겸의 말에 신누리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회사 분위기 때문에 긴장하신 것 같은데 안 그러셔도 됩니다. 신누리의 경우에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으니까요.”

“저, 정말요?”

“예.”

“그럼 왜···?”

“듀얼 탤런트, 신누리씨한테서도 그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의 재능을 알 순 없지만 신누리의 재능은 기억 속에 남아 있어 알 수 있었다.

제작.

앞으로 한도겸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었다.

겨우 가변 게이트에서 나오는 고블린이나 오크들을 잡을 땐 대충 만들어진 검이면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몬스터라면 조금 곤란했다.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더 강한 힘을 검에 담아야 하는데 대충 만든 검은 버틸 수 없다.

특히 군주급이라면 어지간한 검으로도 안 된다.

시중에 있는 검을 살펴보긴 했지만 그것도 아직 부족했다.


“저한테요?”

“네. 그래서 말인데 재검사를 받아 보는 게 어떻습니까? 비용이나 시간은 알아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신누리는 한도겸의 말에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부르더니 듀얼 탤런트라니, 그럴 만했다.

옆에 있던 이연희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으니까.


“받는 거야 문제없지만···.”


신누리 본인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다른 재능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지금 있는 재능 검사기는 게이트에서 구한 유물을 개조한 것이라 완벽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때문에 듀얼 탤런트 같은 특이 케이스는 바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신누리는 그 경우에 자신이 있을까란 의문이 먼저 들었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했다.


“근데 제가 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요?”

“그냥 검사 받는다고 그게 나오진 않을 테니까요.”

“···?”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가능성이 보인다고. 아직 발현된 건 아니라는 말이죠.”


한도겸은 호구가 될 생각이 없었다. 신누리가 가진 재능을 각성시켜줄 순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다.


“그럼 어떻게···?”

“계약서부터 쓰면 알려드리죠. 뭐, 믿지 못하겠으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지금 가서 재검사 받는 것도 말리지 않고요.”


그가 각성 시켜주지 않으면 언제 저 재능이 발현 될지 그도 짐작할 수 없다.

평생 안 될 수도,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될 수도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지 신누리와 이연희는 궁금한 눈치였지만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계약 조건부터 보시고 고민하시죠.”


스윽.


한도겸이 고민에 빠진 신누리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 계약서를 본 신누리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여, 연봉 2억?”

“연봉은 사실 그냥 적당히 적은 거고, 진짜는 인센티브죠. 대신 지금 여기서 계약하지 않고 나가서 재검사를 받고 다시 오시면 연봉이 줄어들 순 있습니다. 호의는 여기까지니까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한도겸은 신누리를 보며 씩 웃었다.


***


“진짜 재능이 또 있을까요? 경력도 적지 않은 사람인데.”


이연희가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신누리는 결국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녀에겐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계약 기간은 2년, 듀얼 탤런트가 되든 말든 일단 연봉 2억을 2년 동안 받는 계약서였으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네. 근데 어디 가시나요?”

“확인할 게 있어서 좀 나갔다 올게. 아, 지분은 계속 모아둬. 아직 계속 떨어지지?”

“네.”

“조만간 폭등할 테니까 최대한 모아두라고.”


옷을 챙겨 입은 한도겸은 이연희에게 간단한 지시를 추가로 하고 나가려는데,


똑똑똑!


“대표님 접니다.”

“조 실장?”

“예.”

“들어와.”


갑자기 노크를 하고 들어온 조 실장은 급히 그에게 폰을 건넸다.


“이건 뭐야?”

“아무래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 실장이 준 폰에는 영상이 하나 틀어져있었다.


-오늘 오후 3시경에 발생한 의문의 몬스터 출현 현장입니다. 가변 게이트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몬스터는 고블린으로 추정. 현재 많은 사상자를 내며 아직까지도···.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한도겸은 조 실장에게 폰을 던지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대표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광화문.”


안 그래도 확인하려고 했는데 마침 터졌다.


‘가변 게이트가 아니야.’


광화문에는 고정 게이트가 하나 있다.

등급이 그렇게 높진 않아서 많은 헌터들이 이용하는 국가 소유 게이트였는데, 지금 저 고블린들은 분명 거기서 나온 게 분명했다.

고정 게이트에서는 몬스터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군주가 있는 게이트, 혹은 군주가 깨어난 게이트.

그곳에서 나온 몬스터라면,


‘피해는 더 커져.’


사람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고블린에 불과하다고.

아마 헌터들도 같은 생각일 거다.

그 방심의 대가는 광화문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왜 갑자기 고정 게이트가 터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피해가 더 생기기 전에 막고 봐야한다.

한도겸은 조 실장을 두고 빠르게 이동했다.


치지지직!


그가 지나가는 자리에 뇌기가 잠깐씩 잔류하다가 사라진다.

검을 들고 있지 않아서 뇌룡의 힘을 완전히 쓸 순 없었지만 그 묘리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쭉쭉 광화문을 향해 이동했다.


“뭐가 저렇게 빠른 거야···? 보이지도 않네.”


한도겸을 뒤따라가던 조 실장은 어느새 사라진 한도겸의 뒷모습에 머리를 긁적이며 멈춰 섰다.

아무래도 뛰어서 쫓아가는 건 무리였다.


***


“뭣들하는 거야! 겨우 고블린이라고!”

“벌써 사상자만 20입니다! 지원 요청해야 돼요!”

“망할! 이미 했어!! S급까지 포함돼서 오고 있다니까 조금만 버텨!”

“시발! 버티다 다 뒤지게 생겼습니다! 저게 평범한 고블린으로 보입니까!?”


헌터들을 지휘하는 자를 향해 헌터 하나가 소리치며 고블린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사람의 피로 샤워한 100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붉은 눈을 하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길. 갑자기 저 놈들이 어디서···.”


지휘하는 자도 알았다.

저 고블린이 뭔가 다르다는 걸.

분명 가변 게이트는 주변에 없었다.

이곳에 있던 거라고는 고정 게이트 하나였다.


“설마 고정 게이트에서 나온 건가?”


의심되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음모론에 불과한 것 중 하나였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어어? 티, 팀장님! 게이트가!?”


팀장도 봤다.

눈앞에서 게이트가 일그러지고 있는 걸.

헌터로 10년을 살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일단 막아! 놈들이 빠져나가면 안 돼!”


그러나 멍 때리고 있을 순 없었다.

팀장은 소리를 치며 헌터들을 독려했다.


-키키킥!!키

-키기기기!!


하지만 불안감을 더욱 고조 시키는 고블린들의 소리가 헌터들을 주저하게 만들더니,


-!!!


갑자기 고블린들이 일제히 게이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괴리 때문일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든 순간, 게이트가 찢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블린 하나가 총알처럼 튀어나와 그들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키키기!!!


서걱!!


“이수혁!!”

“크아아악!!”


가장 앞에서 탱커 역할을 하던 강화 재능의 헌터가 달려드는 놈의 공격에 팔을 들어 막으려했지만 강화한 팔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저거 뭐야!”

“고블린들이 움직입니다!”


그 고블린을 시작으로 다른 고블린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게이트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에 헌터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순식간에 고블린들과 뒤엉켰다.

그때,


-키에에엑!!!!


처음 공격을 했던 고블린이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자 다른 고블린들도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우드득!


고블린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작고 왜소하던 몸에 근육이 붙더니 키가 자란다.

손가락 한 마디의 손톱이 마치 검처럼 길게 자라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해진다.

온통 붉은 색의 눈과 핏줄이 잔뜩 튀어나오며 마치 소악마의 현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놈들이 변했다.


-캬아악!!!


그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에 게이트에서 나와 달려들었던 놈은 거의 3미터까지 자랐다.

다른 고블린과는 다르게 무기까지 쥐고 있는 놈이 마치 다른 고블린들을 부리기라도 하듯 소리를 지르자 다시 놈들이 달려들었다.


“지원이다!”

“비켜!”


다행히 마침 지원 병력이 달려와 변화한 고블린들을 막아섰다.


“살았···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팀장은 지원 병력의 투입에 긴장을 풀려는데,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크악!”


S급으로 알고 있는 헌터가 순식간에 제일 큰 고블린의 무기에 팔을 잃었다.

다른 지원 병력도 마찬가지.

최소 B급에서 평균 A급으로 이루어졌을 지원팀이 자신들처럼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것 좀 실례.”

“???”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옆에 나타나 자신의 검을 뺏어 들고 앞으로 나섰다.

복장으로 봐선 지원 병력이 아니었다.


“기, 기다려! 거기 가면 죽는다고!”


정신을 차리고 말리려 했지만 이미 검을 가져간 남자는 고블린들과 헌터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쿠르릉!!!


-캬아아악!?!


***


한도겸이 도착했을 땐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뒤였다.


“쯧.”


바로 멍 때리고 있는 헌터의 검을 뺏어 들고 앞으로 나선 그는 두 번째 검, 뇌룡을 펼쳤다.

콰르릉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섬전과도 같은 뇌기가 그의 검에서 튀어나와 공간을 찢으며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스친다.

치지지직!!


-캬악!!


감전된 듯 소리를 지르며 떨어대는 놈들, 검이 그의 힘을 제대로 담지 못해 죽이진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고블린 주제에 지난번 오크들보다 더 강했다.

이미 못 쓰게 된 검을 버리고 다시 다른 검을 주운 한도겸은 그를 노려보고 있는 고블린 군주를 향해 다가갔다.


-캬아악!

“어딜!”


자신과 힘의 차이를 눈치 챈 걸까 놈이 군주답지 않게 도망가려는 눈치를 보이자 한도겸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파괴적이고 빠른 뇌룡이 순식간에 놈을 덮쳤다.


퍼석!


“쯧.”


하지만 또 중간에 검이 부서지는 바람에 놈이 무기로 공격을 흘려버렸다.


-캬아악!!

“어쭈?”


한 번 공격을 막은 탓일까.

놈이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번엔 먼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이가 없어진 한도겸은 재빨리 헌터들이 흘린 무기 중 아무거나 하나 주웠다.


‘도(刀)인가?’


그나마 검하고 비슷해서 휘두르는데 문제는 없었다.


쇄액!!

그 사이 빠르게 달려든 놈이 그를 머리부터 끝까지 반으로 쪼갤 듯 끝이 넓은 박도를 휘둘렀다.

박도에는 걸리는 건 모두 베어낼 듯한 섬뜩한 기세가 담겨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도겸은 여유 있게 도를 들었다.


삭월(朔月).

한 낮에 태양을 가리는 날이 아닌, 달이 사라지는 날의 밤처럼 조용하고 은밀한 힘이 도에 담겨 가로로 휘둘러졌다.


횡과 종.

서로의 길이 엇갈린 둘은 중간에서 부딪혔고,


-!?


한도겸의 검이 놈의 무기와 목을 그대로 잘라냈다.

검이 부딪히고 목이 잘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만 놈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서 나는 둔탁한 소리에 날뛰던 고블린들이 갑자기 멈춰서 한도겸과 자신들의 군주였던 고블린을 쳐다봤다.


“뒤로 물러나!”


그 사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헌터들은 부상당한 동료를 챙겨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캬아아악!!!


군주가 죽은 후, 놈들은 더 이상 강하지 않다.

비명소리와 함께 다시 원래의 고블린으로 돌아간 놈들을 향해 한도겸은 가볍게 도(刀)를 휘둘렀다.

이미 내부가 다 부서져 버린 도(刀)였기에 휘두르자마자 조각났지만 상관없었다.


광풍(狂風).


그의 손이 휘둘러지는 대로 미친바람의 힘을 담은 조각들이 휘날리며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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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대현 헌터 매니지먼트 +5 19.04.24 15,232 232 13쪽
4 4화-망나니를 건드린 대가 +6 19.04.24 16,073 254 13쪽
3 3화-다이아몬드코팅 플래티넘 수저를 물다 +3 19.04.24 16,888 264 13쪽
2 2화-장물아비 +8 19.04.24 19,208 263 13쪽
1 1화-저주 받은 검 +23 19.04.24 23,564 2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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