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펩티드 님의 서재입니다.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71,422
추천수 :
6,177
글자수 :
241,747

작성
19.04.28 16:30
조회
12,739
추천
190
글자
13쪽

9화-변화의 원인

DUMMY

9화-변화의 원인





한도겸을 중심으로 사방이 침묵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와아아아!!!”

“살았다!”


살아남은 자들로부터 시작된 함성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하게 바리게이트를 치고 지켜보던 경찰과 군인들도 헌터들의 그 함성에 전염되어 소리를 질렀다.

50년 전, 초기 게이트를 막아 냈을 때의 그 광경이 시간이 흘러 재현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부상자들부터 빨리 옮기세요.”


열기 가득한 사람들과 달리 한도겸은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고 말했다.


“예! 뭐해! 빨리 애들 챙겨!”

한도겸의 말에 부하 직원도 아닌 헌터가 소리쳤다.


“대표님!”


마침 조 실장이 뛰어오는 게 보이자 한도겸은 주저 없이 발길을 옮겼다.


“무슨 일입니까?”

“게이트가 터졌어.”

“예?”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빨리 사무실로.”


어딘가 급해 보이는 한도겸의 모습에 조 실장은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이 팀장한테 연락도 부탁해.”

“예.”


조 실장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 한도겸은 머릿속으로 방금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게이트가 생각보다 빨리 터졌어. 가변 게이트 상태로 봐선 아직 군주가 나오려면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검 속에 있던 미친놈의 기억은 너무 오래 전 것이었던 모양이다.

놈들이 침략하는 패턴이 조금 변했다.


-대표님!

“어, 이 팀장. 다른 지역에도 게이트 터진 거 있어?”

-인천, 대구, 속초, 통영 이 네 군데서도 광화문에서 일어난 상황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상황은?”

-대구, 인천은 정리 됐지만 아직 속초, 통영은···아! 통영은 부산에서 헌터들이 빠르게 투입돼서 지금 막 정리가 끝났네요. 그런데 속초는···.


한국의 경우엔 등급 높은 헌터들이 연고지를 보통 대도시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큰 도시는 지금의 상황에 피해는 조금 입었을망정 일단 해결은 한 모양인데.


“게이트 등급은?”

-속초에서 터진 게이트는 E급이에요. 지금 춘천에서 헌터 부대가 출동했다고 하네요. 서울 D급, 통영 F급, 대구 D급, 인천은 E급으로 대부분 등급은 낮았어요.

“곧 갈 테니까 고정 게이트, 최근 가변 게이트 발생 위치 정리 좀 부탁해.”

-네.


***


사무실로 돌아와 이연희가 조사한 자료를 훑어본 한도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는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미친놈이 알고 있는 패턴과 달랐다.

녀석의 기억에는 분명 가변 게이트를 통해 고정 게이트에 마나를 쌓은 뒤 군주가 터트리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군주라고 하기엔 애매한 놈이 게이트를 터트리며 나왔다.

그 정도 놈이면 가변 게이트를 따로 운용할 힘도 없다.


“고정 게이트가 외부로 이렇게 피해를 준 건 처음이에요. 언론에서는 지금 최대한 혼란을 막으려고 사건을 축소하기에만 바쁘고요.”

“언론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놈들 때문이겠지.”

“네. 보시다시피 고정 게이트 80%를 민간 사업체가 소유하고 있어요. 그 말은 즉 고정 게이트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속 위험가능성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아요.”


당연했다.

그들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니 최대한 감추려고 할 것이다.


“직접 알아봐야겠어.”

“네? 그쪽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을 텐데요?”

“허가는 필요 없어.”


원인 파악이 먼저였다.


...


딱 봐도 여태까지 봤던 차원이 다른 거대한 게이트 앞에 선 한도겸.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는 헌터들을 보며 혀를 찼다.


‘사람은 안 지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지키고 있네.’


역시 저들에겐 이번 일이 다른 세상 얘기와 같다는 게 느껴졌다.


“이상 없지?”

“예.”

“저게 터지면 감당 못해. 무조건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보고해.”

“예!”


그래도 이번 일을 경계하고 있는 건지 게이트를 지키는 자들의 수준이 꽤 높았다.

물론 저 게이트를 지키는 단체, ‘선진’의 수준 자체가 높은 편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스윽.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는 자들 사이를 태연하게 걸어갔다.

한 밤에도 보이지 않는 달처럼, 검에서 시작된 삭월(朔月)을 두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는 여기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게이트 앞으로 이동한 그는 게이트에 손을 뻗었다.


쑤욱!

진공 상자에 빨려 들어가듯 그의 손이 게이트에 닿자마자 그의 모습이 안으로 사라졌다.


‘음···. 아직 마나가 충분하지 않은 느낌인데.’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한도겸은 화산 지대의 게이트 내부를 둘러보다가 생각과 다른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아직 게이트가 폭발할 만큼의 마나가 쌓여 있지 않았다.

이미 낮은 등급의 게이트는 둘러봤다.

그 F~D급의 게이트에는 게이트가 폭발할 수 있을 만큼 마나가 쌓였는데 여긴 아니었다.


‘분명 이 정도면 군주가 있을 텐데, 이상해. 군주가 있을 법한 곳은 마나가 덜 채워졌고, 군주가 없는 곳엔 마나가 가득 찼어.’


무려 SS급 게이트였다.

이정도 규모의 게이트라면 그때 본 고블린 같은 반쪽짜리 군주가 아닌, 가변 게이트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군주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마나가 덜 쌓이다니.

정확히는 이곳에 쌓인 마나는 정상적으로 쌓이고 있는 중이었고 등급이 낮은 게이트에 쌓인 마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거였지만, 어쨌든 이상한 현상이었다.


검을 쥔 한도겸은 삭월을 풀고 일단 더 안으로 이동했다.

게이트를 확인하려는 것도 있지만 여기에 온 이유는 다른 것도 있었다.

바로 검의 재료를 구하는 것.

한국의 넘버원 이라고 불리는 기업, 선진이 관리하고 있는 이 게이트에선 풍부한 광물이 나온다.

돈을 내고 사면 되긴 하지만 지금 그는 회사 지분을 모으느라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찾아온 것이다.


“물러서! 흐아압!!”


쿠우웅!!


먼저 게이트 안에 들어온 사람이 있는 듯 안쪽에서부터 소란이 들렸다.

조용히 그쪽으로 이동한 한도겸은 5명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용암으로 만들어진 골렘들을 잡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장 앞에서 커다란 해머를 휘두르는 덩치 큰 남자는 한도겸도 얼굴을 아는 자였다.


한국 헌터 랭킹 5위이자 SSS급 헌터 중 하나인 김주철.


괴력이라는 재능답게 사람 몸통만한 해머를 수수깡처럼 휘두르며 마그마 골렘을 박살내고 있었다.


“아이스 필드!”

“홀딩!


다른 헌터들도 쟁쟁한 실력들인 듯 각자의 방법으로 마그마 골렘을 처리하고 있었다.


‘제법이네.’


과연 한국에서 탑급의 헌터팀다웠다.

오합지졸 같은 헌터 매니지먼트 소속의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장! 정리 끝냈어!”

“나도!”


하나 둘 전투를 마무리하고 모인다.


“후우-. 오늘은 이쯤하고··· 음?”


전투를 마무리하려던 김주철이 갑자기 한도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들을 보자마자 삭월을 사용한 한도겸을 김주철이 볼 순 없었다.


“왜 그래?”

“아, 잠깐 이상한 느낌이 나-서!!”


쇄애액!!!

콰아아앙!!!


팀원의 말에 아무것도 아닌 척 고개를 돌리던 김주철이 갑자기 말을 하다가 손에 든 해머를 한도겸이 있던 방향으로 던졌다.

굉음과 함께 정확히 한도겸이 있던 장소에 꽂혀버린 해머.


“뭐야? 왜 그래?”

“아닌가?”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김주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해머를 줍기 위해 움직였다.


“끄응. 이상하네.”


해머를 주우면서도 이상하다고 말하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더 살펴봤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한도겸을 찾지 못하고 팀원들과 함께 골렘의 부산물을 챙겨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스르륵.


‘제법이긴 하네.’


일부러 살짝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바로 알아차렸다.

이쪽의 헌터 수준은 게이트의 진행도와 비례한 걸보면 미친놈의 기억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다른 건 다 그가 아는 그대로였다.

결국 이번 일은 미친놈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해.’


원인 파악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이 게이트에 들어온 두 번째 이유를 위해 한도겸이 움직였다.


***



-어제 발생했던 게이트 붕괴 사건에 대해서 한도겸씨는 게이트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고정 게이트에서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학계의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도 했는데요, 일각에선 대현 헌터 매니지먼트의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관심을 돌리려는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똑똑!


뉴스를 보던 한도겸은 노크 소리에 자세를 돌린 후 들어오라 말했다. 찾아온 사람은 이연희와 신누리였다.


“검사 결과는 나왔습니까?”

“네! 제작, S급 잠재력이에요!”


한도겸의 말에 신누리는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좋은 일이네요. 그럼 계약대로···.”

“감사합니다!!”

“네? 아, 그렇게 감사할 건 아닌데요.”

“아닙니다! 대표님이 없었다면 평생 몰랐을 겁니다.”


신누리의 과도한 감사에 한도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한 일은 계약을 하고 신누리의 재능이 발현할 수 있게 손을 쓴 것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그만 할 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의 여섯 번째 검, 혼(魂)을 이용해 신누리의 혼에 새겨진 재능을 막고 있는 벽을 뚫은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벽에 구멍만 뚫은 것도 있지만 그녀의 정확히 재능을 볼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재능도 모르는 사람에게 썼다간 백치로 만들어 버리면 다행인 위험한 방법 중 하나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신누리는 그저 새로운 재능을 발현했다는 것에 흥분한 기색이었다.


“지금 회사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건 아시죠?”

“네···.”


감정표현이 이렇게 솔직한 사람은 처음 봤다. 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누리는 그의 말 한마디에 급격히 다운됐다. 그 모습에 한도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다시 말이 이었다.


“어차피 새로 다 뽑을 예정입니다. 걱정 하지 말고 신누리씨는 앞으로 제작에 힘써주세요.”

“네? 어떤···?”

“자세한 건 이연희씨가 설명해 줄 겁니다.”


제대로 된 검이 나올 때까지 아마 연습을 꽤 많이 해야 될 거다.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한도겸은 검을 사서 써야했다.


“신누리씨의 제작 재능은 다른 제작 재능과 조금 다른 건 아시죠?”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하다보면 아실 겁니다.”


제작 재능을 가진 사람은 꽤 있다.

그들을 스카웃하지 않고 신누리를 쓰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제작이라고 다 같은 제작이 아니다.

신누리의 경우엔 재료의 잠재된 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영혼에 있던 한 녀석의 기억에 이 재능은 좋은 재료를 쓸수록 그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고 나와 있다.


“비어있는 훈련실을 연구실로 만들어드릴 겁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 말로요!”


한도겸은 발랄한 신누리의 뒷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검은 든 모습보다 저런 모습이 어울리는 것 같다.


“이 팀장이 알아서 잘 챙겨줘요.”

“네. 걱정 마세요.”


...


이연희의 안내에 따라 전에는 훈련실이었던 제작&연구실로 들어간 신누리는 말을 잇기 못했다.

깨끗한 시설 때문이 아니었다.


“저, 저게 뭐예요?”

“S급 몬스터, 마그마 골렘의 핵···이라고 들었네요.”


이연희도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저런 걸 구해온 건지.

검붉은 색의 암석 덩어리는 어떻게 문을 통과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컸다. 그리고 연구실 안을 찜통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어 에어컨을 풀로 가동 중이었다.


‘마그마 골렘이면 분명 선진이 가지고 있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건데.’


제발 그러지 않았기 바랐지만 누가 봐도 저건 거기서 꺼내온 게 분명했다.


“저거에 대해선 아무한테도 말하시면 안 돼요. 괜히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 입을 막는 수밖에 없었다.


“네. 당연하죠! 근데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저걸로 일단 검을 만드시면 돼요. 시안은 여기 있어요.”

“검이요?”

“네.”


어떻게 만드는 건지는 이연희도 모른다. 그 무책임한 인간은 그냥 그렇게만 전하고 또 어디론가 가버렸으니까.


***


조 실장의 차에 탄 한도겸은 매니지먼트 소유의 게이트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거긴 왜 가는 겁니까?”

“돈이 필요해서.”


주가 폭락은 이제 잦아들었지만 돈이 없는 건 같았다.

쓸어 담은 주식을 풀어버릴 생각은 없었기에 돈 나올 구멍을 만들어야 했다.


‘힘 쎈놈이 하는 말은 협박이지만 돈 많은 놈이 하는 말은 제안이 되지.’


힘은 나눠 줄 수 없다. 하지만 돈은 나눠 줄 수 있다. 이변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돈으로 영향력을 키워야 했다.

힘을 쓰는 건 그 다음이다.

어차피 쓸 만한 검을 만들 때까지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기도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 속에서 1000만 시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화-잘 먹겠습니다. +5 19.05.02 10,583 170 13쪽
12 12화-스카웃 제의를 받다? +6 19.05.01 10,861 173 13쪽
11 11화-대립과 동맹(2) +11 19.04.30 11,285 181 13쪽
10 10화-대립과 동맹(1) +5 19.04.29 11,918 187 13쪽
» 9화-변화의 원인 +3 19.04.28 12,740 190 13쪽
8 8화-게이트 붕괴 +4 19.04.27 13,284 204 13쪽
7 7화-묵은 때를 벗겨내고 +4 19.04.26 14,136 229 14쪽
6 6화-재벌가 망나니가 검을 쥐면 +6 19.04.25 14,483 233 13쪽
5 5화-대현 헌터 매니지먼트 +5 19.04.24 15,247 232 13쪽
4 4화-망나니를 건드린 대가 +6 19.04.24 16,086 254 13쪽
3 3화-다이아몬드코팅 플래티넘 수저를 물다 +3 19.04.24 16,902 264 13쪽
2 2화-장물아비 +8 19.04.24 19,222 263 13쪽
1 1화-저주 받은 검 +23 19.04.24 23,586 26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