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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지 님의 서재입니다.

리퍼스(REAPERS)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윤조지
작품등록일 :
2014.08.31 20:54
최근연재일 :
2014.11.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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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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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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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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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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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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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2 [처형식]

DUMMY

REAPERS (리퍼스) 72 [처형식]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지하감옥의 철창살 문이 열리는 날이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무거운 쇠사슬을 절그럭거리며, 그들은 흰 갑옷의 기사들의 엄호 아래 두 발을 질질 끌어 이동했다. 쇠사슬에 묶인 팔목과 발목의 살이 벗겨져 벌개져 있었다. 쓰라린 상처들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그들은 세상 밖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어둡던 지하감옥에서 나와 오랜만에 햇살을 바라보자, 눈이 부시고 머리가 띵했다.


맨 앞에 섰던 코코가 몸을 움찔했다. 블랙타워 입구에서부터 처형식이 있을 광장까지,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서 있었다. 거대한 인파가 성난 얼굴들과 삿대질하는 손가락들과 분노에 절은 욕설들로 요동치고 있었다. 야유와 돌과 음식이 마구 날아왔다. 기사들이 분노하는 군중을 막아 섰다. 어찌되었든 그들의 임무는 공식적인 처형식 자리까지 리퍼스를 무탈하게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들을 막아서는 기사들에게 치열하게 대항했다. 밀고 때리고 할퀴고 몸을 던지며 리퍼스에 손을 대려 안간힘을 썼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토야는 이 상황이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한때 약자였던 사람들이 갑자기 강자가 되어있었다. 강자라고 생각했던 자가 약자로 전락한 모습을 보고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가 짓밟힐 차례였다. 약자보다도 더한 약자가 되어, 짓밟히고 바스러져 사라질 운명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인파를 뚫고 지났다. 그리고 군중에서 꽤 떨어진 넓은 나무 플랫폼 위로 밀쳐 올려졌다. 기사들이 그들을 일렬로 세우고 무릎을 꿇렸다. 무릎이 꿇린 채로, 토야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넓디 넓은 바다처럼 펼쳐진 군중의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서 그는 작고도 작았다. 갑자기 날카로운 외로움이 폐부를 찔러 올라왔다. 왜였을까. 그의 우주는 너무도 작고, 바래고, 너덜너덜해져 쓸쓸했다.


크루세이더가 입장했다. 야유소리를 대신해,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리퍼스 네 사람의 뒤로 크루세이더가 한 명씩 섰다. 크루세이더가 그들의 목을 벨 예정이었다.


루크는 질리고 피곤한 표정이었다. 바로 앞에 꿇어 앉아 작아진 토야의 몸을 내려다보며, 그가 노골적으로 지루해하는 티를 냈다.


“떨리나, 리퍼?”


그가 낮은 목소리로 토야에게 말해왔다. 토야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토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앞만 응시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더럽게도 시시하다. 시시함이 넘치고 흘러, 역겨울 지경이다.”


그가 불쾌하다는 듯이 관중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불쾌한 것은, 바로 그의 발치에 꿇어앉은 리퍼스 네 사람이었다. 구린내가 나기라도 하는 듯 그가 코끝을 찡그렸다.


지루하고 시시했다. 한때 최강의 악이라고 생각했던 자들이 이렇게도 초라한 몰골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언제나 고고하게 악의 영역에서 군림해야 했을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지금 이런 더럽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빌빌대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끔찍하게도 불편했다.


그가 기대했던 짜릿한 승리는 이런 시시한 것이 아니었다. 결단코 아니었다.


“얼른 뒈져버려라. 네놈들은 내가 살면서 가장 이기고 싶었으면서도, 가장 실망스럽다고 생각한 놈들이었다.”


그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이지는 고개를 돌려 단상 옆 귀빈들을 모신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지친 눈빛으로 그곳에 앉은 사람들 얼굴 한 명 한 명을 천천히 훑다, 마침내 찾고 있던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다.


대사제 브리함이 그곳에 앉아있었다. 슬픈 눈이 죽음을 목전에 둔 어린 제자를 향해 있었다. 그 옆자리에는 고위사제 테오도르가 앉아있었다. 두 사람을 확인한 이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얼마 못 견디고는 얼른 시선을 돌려버렸다.


라네위는 핏기가 없는 허연 얼굴을 하고, 그의 죽음을 구경하고 기뻐하기 위해 운집한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제발 저들을 죽여달라며,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들을 하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던 라네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차마 더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선 네드가 손에 쥔 칼집으로 라네위의 얼굴을 밀어, 다시 억지로 앞으로 돌려놓았다.


“제대로 봐, 리퍼. 저 슬픈 얼굴들이 바로 네가 죽어야 하는 이유들이야.”


그러나 라네위는 보지 못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눈물을 삼켰다. 이상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기분이 이상해졌다.


코코는 몸을 움찔움찔하기만 할 뿐, 지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바로 옆에 라네위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쪽으로 시선을 가져가지도 못했다. 처참하게, 울며 빌며 죽어버리라던 라네위의 저주가 그녀의 심장을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직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세유’, 하고 생각이 났다. 그렇게도 자신이 미워하고 질투했던 세유가 생각이 났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알 수 없게도 눈물이 났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이 순간, 세유는 아스라히 먼 존재로 느껴졌다. 그리고 아마도 평생 닿을 수도 없는 존재로 남아있겠지.


그리고, 거짓말처럼 세유가 나타났다. 눈부시도록 투명한 그가 들끓는 군중 머리 위로 걸어 나왔다. 시끄럽게 들썩이던 광장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황홀경에 빠진 듯이,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못하고 그에게만 집중했다. 주변의 공기가 멈춘 듯 했다. 모든 공기가 숨을 죽이고 그가 지나가도록 비켜주었다.


성녀의 눈물이었다. 저 소년이 바로 성녀의 눈물이었다. 리퍼스에게 빼앗긴, 더럽혀질 뻔했던, 지상에 남은 마지막 순수의 결정체. 그것이 돌아왔다.


세유가 화이트타워 최상층 발코니에 서서, 아래 세상을 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돌바닥 아래로 사람들의 술렁이고 웅성대는 흥분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굶주린 짐승 같은 사람들의 붉은 얼굴들이 바다처럼 멀리까지 출렁였다.


위를 올려다보며, 토야는 마음 깊이 안도했다. 세유였다. 세유가 무사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북받쳐 올랐다. 손이 닿기조차 미안했던 단 하나의,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순수한 존재…… 그것이 세유였다. 어느 순간 그녀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시선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렸다.


그런데 그 순간 케이듀 로니 경이 걸어 나와 세유 옆에 섰다.


그의 손이 세유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순간 팟, 하고 머릿속에 불꽃이 일었다.


“로니 경! 로니 경!”


사람들이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하고 기뻐하고 환호했다. 세유의 모습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로니 경을 향해 열성적으로 사랑과 존경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광장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로니 경과 함께 성녀의 눈물이 돌아왔다. 그가 성녀의 눈물을 다시 안티크의 품에 돌려줬다.


“존경하고 존경하는 안티크 시민 여러분. 오늘은 기쁘고, 슬프고, 감사한 날입니다.”


로니 경이 연설을 시작했다. 높은 탑 위에 서서 연설을 하자, 그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엄청난 위압감이 더해졌다.


“우선은 기쁜 날입니다. 악에 대항한 기나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기에, 악의 세력이 응당 받아야 할 죽음의 벌을 내릴 수 있기에, 우리가 우리 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기에 기쁜 날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연설을 하고 있는데도, 말 한 씨 한 씨가 뚜렷하게 들렸다. 사람들은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로 귀를 기울였다. 그의 목소리는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믿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믿음을 전달하고, 위로의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목소리였다.


“또한 슬픈 날입니다. 악한 자들이 내키는 대로 휘두른 칼날에 죄 없이 쓰러진, 우리의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 이웃들을 기억하기에 슬픈 날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들이 어떻게 웃었는지, 어떤 목소리로 말해왔는지, 어떤 따스함으로 우리를 안았는지를 기억하기에, 그들의 허망한 죽음을 기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어느덧 사람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저 멀리, 저 위에서 로니 경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목소리에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 찼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그 슬픔이 배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감사한 날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더 이상 어둡고 깊은 밤,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기에,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소중한 사람들의 앞에 떳떳해질 수 있기에 감사한 날입니다. 그리고 저도 안티크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저를 믿어주셔서, 우리의 크루세이더를 믿어주셔서, 우리가 결국엔 승리하리라는 것을 믿어주셔서, 믿고, 참고, 인내하고, 견디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로 감사한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정말로 감사한 사람들입니다.”


그의 말꼬리가 살포시 떨렸다. 그 떨림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경배하고, 흐느끼고 찬양했다. 그가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사라져야만 할 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땅에 바로 세워져야 할 정의와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안티크 시민 여러분, 하고 반복해서 외쳤다. 감사합니다, 라고.


그리고 속으로는 외치고 있었다. 내가 해냈다…! 내가 해냈다……! 하고.


그의 가슴이 벅차 오르고 있었다. 가슴이 부풀고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팽팽하게 팽창했다. 그의 꿈이, 손이 금방이라도 닿을 곳에 놓여 있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발돋움하면 되었다. 그러면 가질 수 있었다.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환희와 영광이 그의 가슴에 가득 번져갔다.


그는 손을 뻗어, 세유의 손에 들려 놓았던 곤도라스의 순금 가면을 들었다. 그가 그 가면을 하늘 높이 치켜들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안도감과 환희로 가득한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열망이 짙은 눈을 하고는 가면을 서서히 내려 얼굴 위에 얹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곤도라스의 가면이다, 하고. 곤도라스께서 로니 경으로 부활하셨다, 하고.


“그러면 이제, 처형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하고 함성소리가 하늘을 퍽 치고 솟았다. 광장을 채운 수많은 얼굴들이 하나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이 불끈 쥔 주먹을 쳐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우렁찬 고함소리로 호응했다. 저놈들을 쳐죽여, 쳐죽여, 쳐죽여, 하고 울부짖었다.


크루세이더가 검을 뽑아, 하늘을 향해 높이 쳐들었다. 환호소리가 더더욱 높아졌다.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눈앞의 얼굴들은 이제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된 것 같았다.


무릎을 꿇은 네 사람 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루크가 경멸하는 눈초리로 아래의 토야를 내려다보았다.


“죽어서 사라져버려.”


그가 낮은 숨소리로 읊조렸다.


그리고 모두가 다 일제히 칼을 내리쳤다.


떨어질 칼날만을 기다리는 네 사람 각자의 머리에서 마지막 생각들이 팍 하고 지나갔다.


토야는 세유, 세유를 생각했다. 혼자 남을 세유.


그러나 그때, 칼을 내려침과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루크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네 개의 검이 리퍼스의 머리에 닿기 전에 궤도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에, 무릎을 꿇은 네 사람은 그들을 묶은 사슬이 기름칠을 한 것처럼 너무 쉽게 수욱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토야는 당황했다. 그러나 그 찰나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그는 튀어 올랐다.


비명소리가 순식간에 광장을 뒤덮었다. 리퍼스 네 명이 동시에 달려나갔다. 당황해 굳어버린 기사들에게 몸뚱어리를 던져 밀쳐내, 무기를 빼앗았다.


한 발짝 늦게 크루세이더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검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이상했다. 뭔가 한참 이상했다. 그러나 그 이상한 것을 곱씹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난리통 속에서 귀빈들 사이에 앉은 메드데반스가 웃었다.







토야는 화이트타워 최상층을 향해 달렸다. 이지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여느 때처럼 엎치락뒤치락 최상층에 있을 세유를 향해 달렸다. 헉헉거리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저 위에 세유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라네위도 뒤따라 달렸다. 그러나 몇 계단 못 오르고 속이 메스꺼워지며 시야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도로 쿵쾅거렸다.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그는 경기를 일으키며 무릎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눈앞이 뿌얘지고, 손끝부터 힘이 쭉 빠졌다. 자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갑자기 긴 흰 도포자락이 그를 휘감아 안았다. 억지로 시력을 잃어가는 눈에 힘을 주고 보니 대사제 브리함이었다.


“이런…… 이 아이, 악룡에 씌어 있군. 어서 조치가 필요한 상태야.”


그가 한눈에 알아보았다.


“테오도르, 어서 올라가 일라이를 막아주게. 나는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기력이 없을 것 같네.”


그가 뒤에 선 테오도르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그 아이를…… 모쪼록 잘 부탁하네.”


그가 절실히 부탁하는 어조로 말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탔다. 그 사이에 브리함은 얼른 간단한 마법으로 그의 몸을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그리고는 얼른 그의 몸이 가려지자마자 크루세이더가 그를 바쁘게 지나쳐 뛰어올라갔다. 더 많은 기사들이 그들의 뒤를 헐레벌떡 뒤따랐다. 철컹철컹 하는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졌다.


브리함은 슬픈 눈을 하고 그들의 뒷모습을 쫓았다.


“아이야, 너는 헤즈카니아 암반 아래 잠들어 있어야 할 악룡에게 대체 얼마나 많은 피와 인육을 바친 게냐…… 네 이 작은 손으로 지은 피의 죄가 무섭도록 크다. 얼른 손을 쓰지 않으면 악룡이 네 심장을 뚫고 인간세상으로 돌아와 부활할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구나. 일라이도 너와 함께 이리도 많은 인간의 목숨을 취하고, 이리도 크나큰 죄악을 저지른 게냐……?”


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가 모시는 신을 향해 쓸쓸한 기도를 올렸다.







그 와중에도 탑 아래는 아수라장이었다. 강자가 되어 주먹을 쳐들고 짐승처럼 포효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밀치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혼자만 탑 위로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살짝 빠져 도망쳤던 코코는, 으슥한 그림자에 몸을 은닉했다.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뼈 깊숙한 곳에 추위가 서려 있는 것 같이 온 몸이 떨리고 추웠다. 양 을 무릎에 두르고 몸을 작게 웅크려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추위는 그녀의 몸 내부에서부터 배어 나왔다. 갑자기 주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사람의 팔 모양이 되어 길게 뻗어가더니, 그녀의 몸을 꽉 조이며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갑자기 낚아채진 듯 사라졌다.







토야는 선두로 달리고 있었다. 시선은 앞으로 고정된 채로,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몸을 날려, 그는 우당탕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루크였다.


작가의말

리퍼스는 이번주 금요일 분으로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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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完) [마지막의 마지막] +2 14.11.28 533 2 8쪽
75 75 [모든 것이 끝난, 그 후] 14.11.27 360 0 19쪽
74 74 [끝을 향해] +2 14.11.27 441 1 21쪽
73 73 [그 남자] 14.11.25 367 4 16쪽
» 72 [처형식] 14.11.24 364 0 16쪽
71 71 [뿌리] 14.11.21 367 2 21쪽
70 70 [드러낸 발톱] 14.11.21 403 1 14쪽
69 69 [민중의 영웅] 14.11.19 401 3 16쪽
68 68 [모든 것의 끝] 14.11.18 448 1 12쪽
67 67 [인간] 14.11.17 419 1 19쪽
66 66 [자백] 14.11.14 397 2 19쪽
65 65 [도망] 14.11.13 361 2 12쪽
64 64 [‘벽’] 14.11.12 259 2 12쪽
63 63 [까발려지다] 14.11.11 405 1 18쪽
62 62 [진실은 잔혹했다] 14.11.10 356 2 18쪽
61 61 [치닫다] 14.11.07 395 3 15쪽
60 60 [마지막 남은 나의 성역(聖域)] 14.11.06 375 7 18쪽
59 59 [서서히 돌아가는 룰렛] 14.11.05 402 3 20쪽
58 58 [재] 14.11.04 400 4 19쪽
57 57 [‘툭’] 14.11.03 457 3 20쪽
56 56 [‘성’이라는 감옥] 14.10.31 432 3 14쪽
55 55 [회상편 – 토야(5)] 14.10.30 470 2 16쪽
54 54 [회상편 – 토야(4)] 14.10.29 379 3 17쪽
53 53 [회상편 – 토야(3)] 14.10.28 329 0 21쪽
52 52 [회상편 – 토야(2)] +1 14.10.27 458 0 17쪽
51 51 [회상편 – 토야(1)] 14.10.24 311 2 17쪽
50 50 [잔혹한 재회] 14.10.23 386 1 16쪽
49 49 [귀신의 숲] 14.10.22 474 1 19쪽
48 48 [죄인] 14.10.21 381 1 16쪽
47 47 [순항] 14.10.20 40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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