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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지 님의 서재입니다.

리퍼스(REAPERS)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윤조지
작품등록일 :
2014.08.31 20:54
최근연재일 :
2014.11.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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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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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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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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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69 [민중의 영웅]

DUMMY

REAPERS (리퍼스) 69 [민중의 영웅]


소운이 세유의 옆에 앉아있었다. 세유는 침대의 한쪽 끝에, 소운은 침대의 다른 쪽 끝에. 얼마 동안이나 그렇게 둘이 앉아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둘이서 앉아있었다.


소운은, 아무 말 없이도 자신이 마음이 읽히고 있음을 알았다. 세유도,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이 읽히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이상하면서도 편안한 침묵이었다.


처음에는 세유에게 마음이 읽히는 것이 불편하고 두려웠다. 어그러진 마음을 빤히 바닥까지 내보인다는 것이 창피하고 무서웠다. 분명 경멸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둘이서 조용히 앉아있기만 한 이 순간, 기이하게도 두려움이 먼지처럼 고요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세유에게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이용되는 도구로서의 동질감. Z에게 있어 그나 세유나 도구였다. 그리고 도구가 된 이상, 세유는 더 이상 인격체가 아니었다. 사물이었다. Z는 세유를 가지고 이룰 크나큰 야망이 있었다. 그 순간까지 세유는 적절히 쓰일 터였다. 그리고 Z가 그 야망을 좇는 동안, 도구로서의 소운도 그가 가는 길에 그림자처럼 그를 보필할 임무가 있었다.


그런 삶에 대해 소운은 딱히 불만이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도 소운은 세유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어차피 죽는 것 이외에 딱히 할 것도 없는 인생, 쓰이면 쓰이는 대로 살면 어떠하겠나 싶었다.


가끔 그는 자신이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명령을 받고 행한 모든 일에 대해서, 그는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토야의 어린 동생과 노모를 잠든 새에 쇠막대로 몇 번이고 내리쳐 죽였을 때에도 그랬다. 바로 그 다음 날 나르시스에서 토야를 만났는데도 미안함이라든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일절 들지 않았다. 그리고 토야는 자신의 옛 여자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세유에게 집착하느라 자기 가족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잊은 듯 보였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두 사람의 시체는 방치된 채 허름한 오두막 안에서 썩어가고 있을 테였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그러나 그 시체 두 구에 대해서는, 그는 어떤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호전적인 무술가의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병기로 키워졌다. 전쟁에 용병으로 차출되어 떠난 조부님과 아버지가 백골이 되어 돌아왔을 때도, 그는 울지 않았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 철저하게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천애고아가 되었다는 사실마저도 그를 울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동양의 나라에서부터 Z의 슬하까지 어찌어찌 흘러 들어왔다. Z는 그를 고용해주었고, 먹여주었고, 입혀주었다. 이만큼 해주니 되었다 싶었다. 다른 데 가서 새 출발 할 이유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는 그냥 눌러 앉았다. 생각이 굳고 생활이 몸에 익자, 쓰임 대로 쓰이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익숙했다. 그러니 이걸로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직접 입 밖으로 꺼내 할까, 싶다가 관두었다. 세유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도 그것대로 편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침묵 속에 침전했다. 둘이서 조용하게, 한 명은 침대 한쪽 끝에, 다른 한 명은 침대 다른 쪽 끝에, 그렇게 앉아있었다.


* * *


안티크는 성대한 축제 속에 휩싸였다. 리퍼스가 잡혔다……! 참혹한 시체더미들을 남기며 파죽지세로 행진하던 악의 무리를 마침내 뿌리째 뽑아냈다……! 공포에 떨던 안티크 시민들은 목놓아 환호했다. 소리를 높여 그들을 무릎 꿇린 크루세이더를 칭송했다. 그리고 크루세이더 작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지휘한 케이듀 로니 경을 우러러 안티크 동맹의 구원자로 받들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잔치판을 벌이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기뻐했다.


리퍼스 포획작전이 성공했다는 전보를 받고, 열세 국가 국왕들이 아덴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만면에 함박웃음을 띠운 채, 양팔을 벌리며 로니 경에게 포옹을 안겼다. 수고했다는 인사들이 훈훈하게 오갔고, 며칠 내에 있을 리퍼스의 공개 처형식에 대한 세부사항들이 조율되었다. 악수들과 입이 찢어지게 벌린 미소들 뒤로, 다들 구석에 몰린 사람들처럼 초조해했다. 억지로 미소를 띠운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저 자가 리퍼스를 잡는단 말인가……! 하필이면 케이듀 로니 저 자가, 어느 누구도 건드리기 꺼려했던 난제를 멋지게 풀어내 버린단 말인가……! 그들은 남몰래 불만 섞인 시선과 고갯짓을 주고 받았다.


“상황이 아주 보기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설마하니 로니 저 자가 성공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여느 때처럼 꼴 보기 좋게 리퍼스를 놓쳐버릴 줄로만 알았습니다. 저 자의 입지만 더 강해지는 꼴이 되었습니다.”


눈의 나라 헤르스의 국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요. 온 나라가 들떠 통제가 되질 않습니다. 평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케이듀 로니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요. 골치가 이보다 아플 수는 없어요.”


클레빈져 국왕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우리 쪽만이 아니라 동맹 전역적으로 흥분상태라고 하더이다. 이것을 계기로 조금씩 탄탄해지고 있던 그 자의 지지자들이 대놓고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평민들 사이에서 나날이 그 자의 평판이 좋아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만 우스운 꼴이 되었습니다. 리퍼스가 이렇게나 쉽게 잡히는 것을, 국왕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를 있으나마나 한 취급을 하더군요!”


“천한 것들 생각이 그렇지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베푸는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멍청해서 모르는 거지요.”


헤르스와 클레빈져의 국왕들이 물꼬를 트자, 다른 국왕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 불만을 토로했다. 만찬 자리에 모여 토의를 하는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좁혀졌다. 로니 경의 존재감이 지나치도록 거대해졌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리퍼스는 잡혔고, 안티크의 시민들은 로니 경을 향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어설프게 그를 건드렸다간, 민심이 요동칠 것이 분명했다. 열세 개의 동등한 권위를 가진 국가들이 모인 안티크 동맹, 그 전역의 시선과 존경심이 단 하나의 인물에 집중되고 있었다. 이것보다 위험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생각을, 로니 경이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국왕들이 만찬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로니 경은 조용히 씩 웃었다. 굳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식탁 위로 무슨 말이 오가고 있을 지가 훤히 보였다.


“긴장을 늦추시면 안됩니다, 로니 경.”


시그매어가 그에게 당부했다.


“저쪽은 지금 어떻게 해서든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엔 로니 경을 파멸시키려 들 겁니다.”


로니 경은 빙긋이 웃었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한 태도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국왕 전하들의 생각쯤이야, 밑바닥까지도 훤히 보입니다. 절대로 빈틈을 허락해서는 안되겠지요. 한시라도 파고들 틈을 허락했다간, 아덴 집행관 자리를 잃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 저를 땅끝까지 추방하거나, 아예 추후의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목숨을 끊으실 겁니다.”


시그매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불과 몇 주 전, 국왕들이 그를 따로 접견실로 불러내어 회유하려 했던 일을 기억했다. 국왕들이 로니 경을 처리하려 들 때, 아마 그도 함께 제거될 터였다. 첩자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그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그의 운명은 로니 경과 함께했다.


“경께서는 단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리도 사람을 밀어 뜨려 없애려 하다니…… 불경스러운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 계속해서 국왕들 손에 남겨져 있을 안티크 시민들이 불쌍합니다.”


이러한 시그매어의 말에, 로니 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시그매어가 혼자서 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키워나가도록 기다렸다.


“그동안 시민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리퍼스에 제 스스로 대처하도록 내버려지지 않았습니까. 약한 시민들이 그 포악한 살인마들을 대상으로 죽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로니 경은 적극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발을 앞으로 내디뎠을 뿐인데…… 그 한 발짝을 귀찮아하시던 분들이 이제 와서 어찌……”


시그매어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진정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안티크를 향한 그의 애정과 충정심은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온, 깊고 진실된 것이었다. 그의 차마 끝맺지 못하는 한숨 어린 말투에서 그것이 읽혔다. 로니 경은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틔었다. 이 시그매어라는 사람은 얕은 개울물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었다. 진솔하고도 충직했다. 신의를 저버릴 줄도, 의심 한번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너무도 쉬웠다.


“리퍼스의 공개 처형식을 기점으로 국왕 폐하들과 아덴 집행관으로서의 제 관계를 새로이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로니 경이 입을 뗐다.


“지금까지는 집행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선대 집행관이 그랬듯이 정기적으로 있는 동맹회의를 주관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간, 안티크 전역적으로 산재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본디 아덴 집행관으로서의 제 소임은 13개국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동맹국들 사이의 중립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13개국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최소한으로서의 결정권이라도 가져야 합니다.”


그가 조용하게 그의 뜻을 내비쳤다. 최대한 소박하게, 수수하게 풀어놓았다.


“자 그럼,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은 차후에 고민하도록 하고, 우선은 이틀 후에 있을 공개 처형식에 집중합시다. 카이론 신전의 브리함 대사제님께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그가 실무로 넘어갔다.


“예, 처형식 하루 전에 로뎀의 다리를 건너 오시기로 전갈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며, 시그매어가 조금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피의 사제’라 불리는 자와 신전이 불미스럽게 연관되어 있는 것에 대해, 테오도르 고위사제님이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카이론의 이름이 그 자와 함께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시더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전해주십시오. 카이론 신전과 관련된 자료들은 전부 폐기되고, 기밀에 부칠 예정입니다. 그 자가 입은 사제복도 벗겨 소각하라 지시하십시오. 그 자가 의복을 손에 넣은 경로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붙여 세간에 흘려야 할 텝니다. 신성한 카이론의 이름에 누를 끼칠 수야 없는 일이지요.”


로니 경이 부드러운 어조로 답했다. 시그매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지시사항을 받아 적었다. 글자를 끄적이던 깃펜이 잠시 멈칫하더니, 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브리함 대사제님께서는 ‘피의 사제’ 그 자에 대해 언급을 한마디도 않으셨다 합니다. 그분께서 그 자의 이름을 꺼내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긴 합니다만…… 옛 제자의 처형식을 참관하시게 하는 것은 그분께 조금은… 가혹하지 않을까요? 건강상태가 신전에서의 사건 이후로 더욱 악화되셨다 들었습니다. 본체인 육신이 숨을 붙들고 있도록 억지로 마법을 걸어놓고 있을 정도라 합니다.”


시그매어로서는 용기를 내어 꺼낸 말이었다. 로니 경은 그를 위로하듯 그의 등에 손을 올렸다.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이러한 역사적인 장면에 그분께서 빠지실 수가 없지요. 그분께서 처형식에 얼굴을 내보이지 않으시면, 분명 사람들 사이에 말이 돌 것입니다. 그분께서 왜 자리하지 않으셨는지, 그것을 두고 사람들이 수많은 억측을 쏟아낼 겁니다. 그분의 존함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는 없지요. 대사제로서 그분께서 하셔야 할 일입니다. 그분께서도 알고 계시기에 옛 제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셨겠지요.”


그의 말에, 시그매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수고해주십시오, 시그매어 공.”


로니 경이 인사를 건넸다. 시그매어가 앉은 자리에서 얼른 일어섰다. 로니 경이 손수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시그매어는 꾸벅 인사를 하고 물러나려다, 로니 경이 따라 나오자 의아한 듯한 시선을 보냈다.


“블랙타워 본부로 가십니까?”


로니 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리퍼스가 있는 지하감옥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혼자 가시는 겁니까? 아니 됩니다……! 그리 하시면 위험합니다! 제가 블랙타워에 연락을 보낼 테니, 루크 대장과 함께 내려가십시오.”


시그매어가 깜짝 놀라며 그를 말렸다.


“그럴 것까지 있습니까? 간수들이 있을 텐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업무 마치시고, 보고 부탁 드립니다.”


로니 경이 여유롭게 웃었다. 그러고는 등을 돌려 지하로 가는 승강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승강기의 문이 닫히는 순간, 로니 경은 만족한 듯한 한숨을 길게 뱉어냈다. 손을 들어 뚜둑뚜둑 관절을 풀어주며, 그가 승강기 뒤쪽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떨어지지 말고 잘 붙어있어라, 소운.”


그림자 속에 작은 소년의 형체가 말없이 자리해 있었다.


이윽고 승강기 문이 열렸고, 지하의 축축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 올라왔다. 그 냄새를 음미하듯 깊게 들이마시며, 로니 경이 어두운 지하감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아니, 로니 경 아니십니까! 이곳엔 어쩐 일로……!”


보초를 서고 있던 간수들이 깜짝 놀라 경례를 올려 붙였다.


그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로니 경은 창살 안의 얼굴들을 확인했다.


앙상하게 마르고, 어둠이 짙게 밴 귀신 같은 얼굴들이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반쯤 죽은 몰골들이로군’이라고 생각하며 로니 경은 씩 웃었다.


그는 뒤로 돌아서, 간수들에게 자리를 피해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했다. 간수들은 질색을 하며 안 된다고 그를 만류했지만, 그가 한사코 부탁했다. 집행관의 부탁이니만큼 간수들은 거절하기 곤란한 눈치였다. 자기들끼리 찜찜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어쩔 수 없이 다들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소운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에는 쇠막대를 찔러 넣고, 그가 로니 경을 옆에서 보좌하며 서 있었다.


로니 경은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크게 띠었다. 그가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편안한 자세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우리 안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리퍼스 네 사람과 태연하게 눈을 마주쳤다.


“곧 죽을 심정들이 어떠하신가? 죽이는 데에만 익숙해져, 정작 본인이 죽는 건 어색하고 재미가 없지?”


놀리는 말투였다. 그는 능구렁이 같은, 천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떠한가? 내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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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完) [마지막의 마지막] +2 14.11.28 533 2 8쪽
75 75 [모든 것이 끝난, 그 후] 14.11.27 360 0 19쪽
74 74 [끝을 향해] +2 14.11.27 441 1 21쪽
73 73 [그 남자] 14.11.25 367 4 16쪽
72 72 [처형식] 14.11.24 363 0 16쪽
71 71 [뿌리] 14.11.21 367 2 21쪽
70 70 [드러낸 발톱] 14.11.21 403 1 14쪽
» 69 [민중의 영웅] 14.11.19 401 3 16쪽
68 68 [모든 것의 끝] 14.11.18 448 1 12쪽
67 67 [인간] 14.11.17 419 1 19쪽
66 66 [자백] 14.11.14 397 2 19쪽
65 65 [도망] 14.11.13 361 2 12쪽
64 64 [‘벽’] 14.11.12 259 2 12쪽
63 63 [까발려지다] 14.11.11 405 1 18쪽
62 62 [진실은 잔혹했다] 14.11.10 356 2 18쪽
61 61 [치닫다] 14.11.07 395 3 15쪽
60 60 [마지막 남은 나의 성역(聖域)] 14.11.06 375 7 18쪽
59 59 [서서히 돌아가는 룰렛] 14.11.05 402 3 20쪽
58 58 [재] 14.11.04 400 4 19쪽
57 57 [‘툭’] 14.11.03 457 3 20쪽
56 56 [‘성’이라는 감옥] 14.10.31 432 3 14쪽
55 55 [회상편 – 토야(5)] 14.10.30 470 2 16쪽
54 54 [회상편 – 토야(4)] 14.10.29 379 3 17쪽
53 53 [회상편 – 토야(3)] 14.10.28 329 0 21쪽
52 52 [회상편 – 토야(2)] +1 14.10.27 457 0 17쪽
51 51 [회상편 – 토야(1)] 14.10.24 311 2 17쪽
50 50 [잔혹한 재회] 14.10.23 386 1 16쪽
49 49 [귀신의 숲] 14.10.22 474 1 19쪽
48 48 [죄인] 14.10.21 381 1 16쪽
47 47 [순항] 14.10.20 40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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