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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292,970
추천수 :
14,095
글자수 :
1,877,846

작성
21.02.13 20:05
조회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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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6쪽

벌레가 파먹은 구멍(7)

DUMMY

───우뚝.



유논은 검을 멈췄다.


고블린 우두머리의 목을 삼분지 일쯤 잘라낸 채였다.

더러운 피가 묻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은빛 광선이 이질적으로 번쩍인다.


유논은 차츰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괴물의 눈을 바라보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남은 생명까지 불사르는 변종의 새카만 악의.

탄가루 휘날리는 놈의 한쪽 손에는 자그마한 기계장치가 쥐어져 있었다.


그 중앙에 놓인 붉은 버튼을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겨냥하고 있다.


“···흠.”


‘이걸 어떡해야 하나’ 싶은 눈길로 흥미롭게 바라보는 유논의 모습.


노아 프로스트는 어째서인지 괴물을 죽이지 않고 내버려둔 마법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유논의 검과 고블린의 손 위 기계장치를 오간다.


기시감이 들었다.


처음 보는 장치가 아니었다. 분명 본 적 있던 것이다.


굳이 기억을 되새길 필요도 없이, 몇 시간 전에 그가 직접 버튼을 눌러 사용한 적 있었던 물건이었다.


‘마력 폭탄의···격발기!’


땅굴에 설치한 마력 폭탄, 그레이트 데쓰웜에게 겁을 주기 위해 특수 제작한 그것들을 폭파하기 위해 사용했던 트리거.


그런데 그게 어째서 고블린 대장에게 있는 것인가.


혹시 싶어 품속을 뒤져 보았지만 그가 사용했던 격발기는 그대로였다. 실수로 떨어뜨렸다거나, 괴물이 훔쳐간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이 있었다.


인조 땅굴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이전 원정대원들의 시체들.


그 흔적을 바라보며 했던 말.


‘이전 원정대가 작업을 아예 시작하지도 못하고 당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설치는 했지만 그게 괴수들에게 휩쓸려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작업한 것들이 전부 보이지 않습니다.’


똑같이 폭탄을 설치하고 작동시키는 작업을 위해 움직였지만, 도착했을 때에는 그들이 작업한 것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괴수들에게 당했다면 작업을 위한 준비물-폭탄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다.

반대로 작업을 수행하던 도중 당했다면 폭탄을 설치한 흔적이나 설치된 폭약들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뿐이었다.


이전 원정대를 공격한 괴물들.

지저 고블린들이 원정대의 폭탄을 전부 가져갔다는 것.


그리고 이전 원정대가 지니고 있었을 그 폭탄의 격발기까지 저리 당당하게 들고 있다는 것은···.


‘그 폭탄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작동시키는 물건인지까지 전부 눈치 챘다는 뜻이다!’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섬뜩한 상상이 나래를 펼쳤다.


‘만약 저 괴물들이 폭탄을 미리 설치해두었다면···.’


노아 프로스트는 안면 마스크를 벗고 소리 질렀다.


“놈이 저걸 터뜨리게 둬서는 안 됩니다! 막아야 해요! 어서 죽이십시오!”


목청이 터져라 외쳤지만, 유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협박하듯 비열하게 웃으며 격발장치를 높이 들어 올리는 고블린 대장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다.


“···ինթելլեգամ?”


별 반응 없는 유논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썩은 이를 드러내는 괴물.

수틀리면 콱 눌러 버리겠다는 듯 위협적으로 손가락을 까딱인다.


마법사는 피식 웃었다.


“누를 테면 눌러봐라.”


네놈 따위가 그 격발기를 누르건 말건, 폭탄을 터뜨리건 말건 관심도 없다고.

그래봤자 네가 나에게 위험을 끼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


심지어는 한 술 더 떠서, 목을 잘라내던 검까지 회수해 허공에 집어넣었다.

이런 하찮은 마물은 직접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 죽이지 않고 물끄러미 지켜본다.


그 빈틈 가득한 모양새임에도, 도저히 달려들어 상처 입힐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변종 고블린 대장은 오염된 마력을 가득 뿜으며 금방이라도 유논의 안면에 이빨을, 발톱을 박아 넣을 기세로 전신을 떨었다.

근육이 부풀고, 눈가가 붉게 물든다. 검은 기류가 끈적하게 흘렀다.


그러나 그 모든 준비 태세를 마치고도, 끝내 움직이지 못했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사이의 격차가 있는 듯, 제아무리 찌든 두뇌를 굴려도 공격하는 즉시 제 목이 날아가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


괴물은 끝내 마법사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두려웠고,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였다.


방사성 물질로부터 습득한 광기로도 본능의 고삐를 이길 수는 없었다.

저것에게 덤볐다가는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라는 야성적인 직감. 올가미처럼 목을 죄여오는 그 경고를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직접 공격하건, 격발기를 누르건, 동족들을 불러오건 저 마법사의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암흑왕국에서도 가장 지위 높고 강력한 괴물 중 하나인 엘리트 홉 고블린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




이도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 속, 괴물은 고통과 격노로 타오르는 괴성을 끓는 소리로 내뱉었다.

눈깔 뒤집히고 전신에서 핏줄기가 터져 나온다. 부들부들 떠는 손에서 격발기가 튕겨져 나왔다.


이내 유논의 발치에 떨어진다.


“누를 생각이 없나 보군.”


마법사는 바닥을 나뒹구는 기계장치를 주워들었다.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광차 밑면에 주먹 자국을 흩뿌리는 대장 고블린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 눌러주지.”


차마 말릴 틈도 없었다.

유논은 그대로 폭탄의 트리거 버튼을 눌러 버렸다.


꾹.


눌렀다.

분명 눌렀다.


노아 프로스트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깜짝 놀라 비명 질렀다.



“안ㄷ──────”



이윽고, 거대한 진동과 소음이 철도를 뒤덮었다.




* * *




천장이 흔들렸다.

먼지와 돌 부스러기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모두들 돌덩이와 함께 추락하는 괴수들의 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지저의 왕자는 마력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대한 마력의 파장에, 망연히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 그는 광차가 지나는 철도 바닥에 폭탄이 깔려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마력 폭탄은 철도에 깔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폭발의 영향권은 철도로부터 한참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


격발기 버튼만 누르면 전부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이 굴던 홉 고블린 대장의 당당함은 그저 허세에 불과했던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저 괴물이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가속 마법까지 걸린 기차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 리는 없다. 지금 우리가 정확히 어느 지역을 지나고 있는지, 철도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미리 계산해두고 그 자리에 폭발물을 설치해 두는 게 가능할 리 없다.’


그렇다면 저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과 심상치 않은 진동은 무엇인가.

여기까지 전해져 피부에 닭살이 돋게 만드는 저 흉포한 마력의 파장은 무엇인가.


‘마력 폭탄을 철도에 설치해 두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디에 설치해 둔 거지.’


분명 폭발은 일어났다.

그러나 이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원정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멀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어째서 폭발물을 터뜨린 것일까.


‘아군에게 보내는 지원 신호? 혹은···.’


치열하게 고민하던 도중, 우두커니 서 있던 유논이 격발기를 떨어뜨렸다. 이용 가치를 다한 물건을 가차 없이 버리고는 뒤를 돌아본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굳어 있는 홉 고블린 대장을 내버려두고, 노아 프로스트에게로 다가온다.


여전히 태연하기만 한 그 낯빛에 지저의 왕자는 발끈해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폭탄은 왜 터뜨리신 겁니···!”

“쉿.”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댄다.

유논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괴물이 오고 있다.”


바라보니, 폭발로 인한 진동이 강렬하게 느껴지던 방향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조차 여진 탓인지 크고 작은 흔들림이 전해지고 있다.


노아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괴물이라면 다 죽여 놓고 마지막에 가만히 놔두셨잖습니까.”


고블린 대장을 가리키는 말.


단박에 알아들은 유논은 눈길을 돌려 검붉은 빛으로 달아오른 변종 홉 고블린을 쳐다보았다.


이내 뜻 모를 말이 튀어나왔다.


“대장전은 역시 대장들끼리 붙어야겠지.”

“···예?”

“나머지는 네가 맡아라. 이 정도로 도와줬으면 알아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믿겠다. 그쯤은 해야지 지저도시의 수호자라 불릴 자격이 있겠지.”


이내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광차의 칸들을 넘어 어디론가 걸어간다.


‘···이대로 내버려두고 간다고?’


노아 프로스트는 어이가 없어 외쳤다.


“그러면, 마법사님은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튀어나오는 소리.


“진짜 괴물을 막아야지.”


저 강력한 홉 고블린 대장은 가짜 괴물에 불과했다는 투.


마법사는 점점 더 진동이 커지는 벽면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쯤 되면 노아도 혼란스러웠다.


‘폭발의 여파가 이렇게 컸던가? 크기나 범위는 그렇다 쳐도, 애초에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리가 없는데.’


마치 거대한 드릴로 지저를 착굴하는 것 같다. 바위가 갈리고 광석들이 으깨지는 소음이 들렸다.


그 소음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광차만큼이나, 아니 광차보다도 훨씬 빠른 무언가가 장애물 따위는 모조리 부숴 버리며 돌파해 온다면 이런 모양새일까 싶었다.



"······."



그리고 노아 프로스트는 이러한 소음과 진동을 만들 수 있는 괴물을 하나 알고 있었다.



거대 드릴보다도 효과적으로 광활한 지저 세계에 굴을 파며 오가는 초거대 괴수.


존재 자체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지저에서 가장 거대한 괴수, 지하의 악몽.



변종 그레이트 데쓰웜.



그는 광차 바닥을 굴러다니는 격발기를 노려보았다.


생각해 보면, 원정대가 이용하는 마력 폭탄은 본래부터가 그레이트 데쓰웜을 자극하기 위한 용도였다.

오직 데쓰웜을 놀라게 하고 겁을 주기 위해서 제작되었다.


‘만약 그게 본 용도대로 사용되었다면?’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지만, 지저 고블린들이 폭탄의 용도를 알아차렸다면.

저게 그레이트 데쓰웜을 자극해 놈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취득한 폭탄들을 그들이 설치한 장소 반대편에 설치해 데쓰웜이 이동 방향을 다시 한 번 바꾸도록 의도했다면.


그 이동 방향이 열차가 나아가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데쓰웜의 지나치게 거대한 동체 탓에 어찌 되었건 열차가 걸려들 수밖에 없도록 되어버리는 방향이라면.



그리하여 방금 터진 폭탄에 의해서,


지저세계 최강의 생명체가 회항回航을 결심했다면.


지금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진동과 파쇄음의 정체는···.



노아 프로스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유논을 바라보았으나, 흑색의 마법사는 매정하게 웃을 뿐이었다.


“눈앞의 적을 두고 딴생각을 품는 것은 좋지 않을 텐데. 마침 일어나려 하는군.”


유논의 말에 고개를 퍼뜩 들어 올리자, 과연 그 말 대로였다.


고블린 대장은 전신에서 거뭇한 피와 석탄의 가루를 뿜으며, 붉게 달아오른 거구로 달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유논에게 깊이 베인 목의 상처도 어느 정도 달라붙었다. 실로 괴물 같은 재생력.


원정대장 노아 프로스트는 이를 악물고 한쪽으로 뛰었다.


그가 몸을 날린 자리를 괴물이 돌진하며 지나친다. 쿵쿵대는 발길질에 금속제 바닥이 종잇장마냥 찢겨나갔다.


하마타면 죽을 뻔했지만, 그는 생사의 고비 앞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고함쳤다.


“그레이트 데쓰웜!”

“······.”

“막을 자신이 있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흑색의 마법사님!”


그는 그리 외치고는 날아오는 고블린의 동체를 피해 몸을 굴렀다.


콰과과과──과과과──!


열차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날뛰는 어지러운 소리. 찢어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핑핑 돌았다.


그리고,


흑색의 마법사에게서는 응답이 없었다.




* * *




유논은 흔들리는 광차의 한켠에 서 떨리는 벽면을 바라보았다.


굳이 공간감각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신체 본연의 오감만으로도 진동하는 대기가, 울리는 땅과 천장이, 박동하는 지저가 느껴졌다.



데쓰웜이 오고 있었다.



“왜 지저도시를 통해서 황도까지 가야만 한다는 직감이 들었는가 싶었었지.”


지금 생각하면, 저 벌레가 그의 공간감을 잡아당기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앞으로의 여정에 저 벌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진즉에 잠자고 있던 그때 잡아챌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그편이 훨씬 번거로웠을 터. 잔뜩 화난 채 한쪽으로 돌진하고 있는 경우가 낚기에는 편하겠지.”


유논은 유유히 중얼거렸다.


격발기의 스위치를 누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부 데쓰웜을 이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 거대한 벌레 괴수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었으므로.


많이 놀랐을,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을 노아 프로스트에게는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지저의 왕자가 치열한 싸움을 겪고 성장하는 편이 지저도시에 있어서도 훨씬 이득일 테니.”


어차피 그의 공간감각이 노아와 고블린 대장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다. 자칫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곧바로 개입해서 구해낼 의향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왕자에게 자양분이 되어줄 생사결을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그가 판단하기에, 승산은 충분했다.


유논에 의해 치명상을 입어, 광폭화 상태에 들어섰지만 반대급부로 체력과 평정심이 상당히 무너진 변종 엘리트 홉 고블린.


반면 두 팔을 사용할 수 없지만 체력에 여유가 있고 기계 정령과 외골격을 보유한 노아 프로스트.


그리고···시드.


마법사의 눈이 열차의 앞쪽, 몸을 늘어뜨린 채 가슴팍을 부여잡고 숨 헐떡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뗀다.


지나치게 과격한 교육법은 독이지만, 마찬가지로 과보호 또한 독이었다.

언제까지고 스승에게 의존해 모든 일을 해결하도록 냅둘 수는 없었다.

시드가 스스로 이겨내야 할 일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시작해 볼까.”


벌레와의 간격을 잰다.


가깝다.


이미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몇 초만 지나면 곧바로 충돌할 것이 눈에 선했다.


유논은 데쓰웜의 접근만으로도 벌써부터 금이 가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벽면을 바라보았다.

지체하다간 늦을 것이 뻔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마법사는 손을 들어올렸다.



환상세계의 가장 거대한 벌레가, 무시무시한 속도와 파괴력으로 땅을 파먹으며 돌격하고 있을 방향을 향해 마력을 뻗는다.


그리고 본신의 힘을 아주 살짝, 몹시 조금만 방출한다.


서클을 돌렸다.



[구멍─다리]



공간이 벌어진다.

새카만 구멍이 입 속의 혀처럼 공허를 드러냈다.


솨──아아아──악


처음에는 센티미터 단위로 셀 수 있었던 것이, 점차 모양을 벌리고 수백 미터 길이로 늘어났다. 천장과 바닥을 구름 뚫듯 지나쳐 비대하게 덩치를 불린다.

무엇이든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을 법한 크기였다.



[어디, 벌레를 잡아먹어 보자.]



소풍 나가듯 내뱉은 말에 흑색마나들이 즐거이 꿈틀댔다. 그쯤은 믿고 맡겨 달라는 듯 발랄하게 춤춘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유논은 제자리에 우뚝 선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파리채라도 하나 쥐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쯤 되면 누구나 눈치 챌 법한 사실이지만,


사실 그는 데쓰웜을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유논은.


지저세계 최강의 벌레,


변종 그레이트 데쓰웜을 포획하고자 했다.


작가의말

유논 정도 되면 고작 데쓰웜을 몰아내는 정도로 만족할 수 없겠죠.

+민초우유님, 하이바괴수님 후원 감사합니다! 설날이라고 이런 선물을 또 받는군요. 세뱃돈을 이렇게 넉넉하게 쥐여주시는 독자분들...덕분에 힘내서 글을 씁니다. 최근 들어 전개가 조금 많이 느리다는 실감을 하는데, 자본의 힘으로 어떻게든 팍팍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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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황도 카라얀(2) +4 21.02.16 657 33 12쪽
159 황도 카라얀(1) +8 21.02.15 679 32 13쪽
158 벌레가 파먹은 구멍(8) +7 21.02.14 645 31 14쪽
» 벌레가 파먹은 구멍(7) +14 21.02.13 647 37 16쪽
156 벌레가 파먹은 구멍(6) +10 21.02.12 692 35 12쪽
155 벌레가 파먹은 구멍(5) +9 21.02.10 813 36 15쪽
154 벌레가 파먹은 구멍(4) +9 21.02.09 714 48 14쪽
153 벌레가 파먹은 구멍(3) +10 21.02.08 771 42 14쪽
152 벌레가 파먹은 구멍(2) +10 21.02.07 668 38 15쪽
151 벌레가 파먹은 구멍(1) +4 21.02.06 710 37 18쪽
150 지룡地龍의 소굴로(5) +16 21.02.04 723 43 17쪽
149 지룡地龍의 소굴로(4) +12 21.02.03 799 41 16쪽
148 지룡地龍의 소굴로(3) +14 21.02.02 762 40 13쪽
147 지룡地龍의 소굴로(2) +8 21.02.01 778 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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