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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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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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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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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77,846

작성
21.02.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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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지룡地龍의 소굴로(4)

DUMMY

“자, 출발합시다.”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를 어둡고 깊숙한 굴의 한곳에서, 노아 프로스트가 말했다.


그리 말하며 레버를 당기자 바닥에 깔린 거뭇한 레일이 떨렸다. 그 위 줄지어 연결되어 있는 광차들은 마력을 연소하며 증기를 뿜는다.


뚜껑 없이 겉면 밑바닥만 있는 화물차 위에 올라탄 50명의 사람들.

일제히 출발하며 점차 속도를 올리는 광차의 행렬 속, 유논과 시드는 가장 앞자리에서 노아 프로스트와 함께 앞길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래 전 잊혀 전구 하나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옛 제국의 폐광으로 가는 길.

각자 횃불을 하나씩 들고 있는데도 서늘한 암흑에 잡아먹힐 듯 주위가 침침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불길과 함께 끝없는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

온통 어두운 세상을 꿰뚫으며 그대로 멈추지 않는다.


날름거리는 그림자가 그들의 뒷모습을 집어삼켰다.


유일한 광원인 기관차가 사라지고 나자, 그 칙칙대는 증기의 소리마저 사라지고 나자 남는 것은 지독한 한기뿐이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괴물들의 추잡한 소음이 굴에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전부 뒤덮을 만큼 많은 것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파도처럼 지저를 휩쓸고 광차의 뒤를 쫓아갔다.




* * *




현재 일행이 작업을 시행해야 하는 길,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황도를 향해 나아갈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사람 혹은 물자를 실은 기관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옛 제국 시절 초기 단계의 광차가 다니던 폐광의 길을 지저도시까지 내려온 드워프들이 개조해놓은 것.

건너편 제국 지하 탄광의 환경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지저의 괴수들이 들끓는 바람에 길을 폐쇄하기는 했으나, 철도 본연의 기능 자체는 아직도 온전히 남아있었다.


단순한 증기기관이 아니라, 마력물질을 연료로 사용한 기관차이기 때문인지 광차는 대단히 신속했다.


‘속도는···대략 시속 150km정도 되나. 출력이 상당하군. 철도가 낙후되지만 않았어도 더 빠를 수도 있었겠어.’


시드는 머리카락 휘날리며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을 즐기고 있었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방식이 아닌, 순수한 본연의 속도만으로 평면을 나아가는 교통수단을 통해 이러한 속도감을 느껴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들뜬 기색이 완연해 보였다.


고개까지 내민 소녀 마법사의 코끝을 퀴퀴한 지하의 냄새가,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조마조마한 어둠의 긴박감이 스치고 지나친다.


“······!”


싸늘한 그림자가 등줄기를 기어오르는 섬뜩한 감각.

문득 무언가가 잡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가 앞쪽으로 쑤욱 넘어갔다.


시드는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금세 제자리를 잡았지만, 그녀의 손에 위태롭게 들려 있던 횃불은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며 떨어지고 말았다.


턱-


추락하던 횃불을 노아 프로스트가 낚아챘다.


외골격을 착용한 채, 차가운 금속의 손길로 빛을 건네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주의한다. 횃불은 빛이다. 지저에서 빛을 잃어버린다, 그 순간 끝나는 것이다.”

“아···응.”


아무리 봐도 저 덩치에 동생이라는 게 믿겨지질 않았다.


“하는 행동만 봐도 너보다 훨씬 어른스럽구나.”

“···나쁜 아저씨.”


뒤에서 유논이 아픈 구석을 찌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시드는 전보다는 고개를 뒤로 빼고 횃불까지 단단히 잡은 채 앞쪽을 바라보았다.


단발이었던 이전에 비해 훨씬 길어진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리며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빨랐고, 불어오는 바람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차가운 지저의 공기가 광차를 따라 칼날이 된 듯 사람을 스친다.


그런데도 춥지가 않았다.


‘차갑다는 것도, 바람이 되게 매섭다는 것도 알겠는데···몸으로는 실감이 안 나네.’


그만큼이나 온몸이 따스했다. 바람이 분명 닿는데도 체온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냉랭한 낌새만 조금 느껴졌다가 본래대로 되돌아올 뿐이다.


전부 시드의 새 옷, 테스타 덕분이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가벼우면서, 동시에 옷 수십 벌은 껴입은 듯 든든하고 또 따뜻하다.


착용하기 시작한 지 기껏해야 몇 시간 지났을 따름이지만, 시드는 이 소중한 가죽 코트와 평생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주인의 이런 기특한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코트의 옷깃 부분이 위로 쑥 올라오며 정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다 유논의 유심히 지켜보는 눈길에 놀라 다시금 생기 잃고 죽은 코트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흑색의 마법사를 꺼려하는 게 선히 보여, 유논은 피식 웃으며 시드와 함께 앞길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엷은 불길이 밝히는 빛에 의지해 머나먼 철길을 달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광차의 속도감에 슬슬 익숙해지고 이따금씩 양옆으로 덜컹거리는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게 되었을 때 즈음.


끼익-


노아가 조종간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작전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광차의 행렬이 앞쪽 칸에서부터 차츰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철도에 불꽃을 튀기며 정지했다.


유논과 시드를 비롯한 오십 명의 일행들이 전부 열차에서 내리자, 노아가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다.


“이대로 수십 미터만 더 가면 그레이트 데쓰웜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영역입니다. 혹여나 광차의 소음과 진동이 놈을 깨우는 일이 없도록 여기서 내린 후 옆쪽의 샛길을 통해 이동할 겁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자 횃불을 높이 추켜세우며 앞서 나가는 노아 프로스트.


“미리 브리핑한 그대로, 우리는 샛길을 따라 데쓰웜의 꼬리가 위치해있다 추정되는 부분까지 이동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놈을 놀라 도망치게 할 겁니다. 제 뒤만 잘 따라오십시오.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그리 말하고 저벅저벅 꼬인 샛길을 따라가는 장신의 드워프 청년.


그의 발걸음 뒤에는 기계의 철컥거리는 소리가 길게 남았다.


“우리도 따라가지.”


유논은 시드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지저의 어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샛길은 실로 위험천만했다. 아무리 지름길이라지만 이건 목적지로 지르는 게 아니라 황천길로 지르는 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까지 들 지경이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횃불의 엷은 빛뿐. 멀리 바라보는 곳에는 암흑과 먼지, 돌무더기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발끝에 채였던 돌멩이가 밑도 끝도 없이 하강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지는 것인지, 낙하하는 순간의 소음마저 들리지 않는다.


지저 끝자락까지 이어져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상상의 공포를 자극하는 드넓은 절벽.


그들은 절벽의 중간에 엷게 나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서로의 몸을 줄로 연결한 채, 벽면에 두 팔을 짚고 천천히 게걸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나아간다.


모두가 긴장한 채 고요한 절벽을 걷고 있기에, 혹여나 발 한 번 헛디디거나 돌덩이를 잘못 밟는다거나 해 소리가 울리면 다들 쥐죽은 듯 얼어붙었다.


실질적으로 이동한 거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시간도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도 몇 시간 내내 이동한 것처럼 피로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온몸 관절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끝은 반드시 찾아온다.


중간에 시드가 넘어져 떨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유논이 그녀를 붙잡기도 전에 코트가 알아서 부유하며 다시금 그녀를 샛길 위로 되돌려놓았다.


그 한 번의 위험천만한 상황 말고는 모두가 노아의 인도 아래 목적지까지 안전히 이동할 수 있었다.


암흑에 뒤덮인 절벽을 지나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물씬 나는 인공 땅굴이었다.


다만 문제는 사람의 손길만 닿은 것이 아니라는 점.


“이전 원정대의 흔적···입니다.”


노아가 바닥에 굳어 덩어리진 핏물들을 살피며 말했다.


비위 약한 사람이라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할 만큼 잔혹한 풍경이었다.


시드도 이런 종류의 광경에는 내성이 있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몇 번 헛구역질이 나왔다.


짓이겨진 살점과 차갑게 달라붙은 피, 그리고 굴러다니는 뼈, 벽면을 타고 흐르는 내장의 찌꺼기들.

산전수전 다 겪은 전사들조차 눈살을 찌푸린다.


“하나도 못 쓰겠군.”


한 드워프가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더니 중얼거렸다.


전투 도중, 혹은 도주하던 도중 이전 원정대원들이 떨어뜨렸을 각종 장비들도 마찬가지로 잔뜩 망가진 채 우그러져 있었다.

군대가 진군하며 군홧발로 짓밟고 지나치면 이런 꼴이 되지 않을까 싶을 지경으로 걸레짝이 되어버린 사람의 잔재들.


하나같이 드워프제 물품들일 텐데 저 모양 저 꼴이 되어버렸다.


“······.”


땅굴을 감도는 으스스한 분위기와 정체불명의 냉기. 분명히 온도를 최적으로 조절해주는 옷을 입고 있는데도 손발이 시린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고르고 골라 뽑은 정예 작전대원들의 안면에도 미약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누군들 잘 알지 못하는 장소에서 미지의 적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시드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유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스승은 언제나처럼 평온한 낯빛이었다. 세상 어떤 풍파가 덮쳐도 그대로일 것 같은 그 모습을 보자 약간이나마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유논이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다.


그런 믿음과 함께 가슴 속에서부터 따스함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쳐도···다른 아저씨들은 어떡하지. 사기가 이미 바닥인 것 같은데. 저 사람들 기운을 북돋아야 하지 않나?’


언제나 그들 일행의 중점이 되었던 것은, 사람들의 사기를 충전시켜 주었던 것은 유논이었다. 그렇기에 다시금 고개를 들어 그의 낯을 보았으나,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는 게 훤히 보였다.


이를 어쩐다, 나라도 나서야 하나 싶어 당황하던 도중.


노아 프로스트가 허리를 피며 말했다.


“작전에 있어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죠.”

“······.”


침묵하는 일동을 향해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전 원정대가 작업을 아예 시작하지도 못하고 당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설치는 했지만 그게 괴수들에게 휩쓸려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작업한 것들이 전부 보이지 않습니다.”


별일도 아니라고, 이쯤은 대수롭지도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라는 대로만 그대로 따라하면 모두가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묘한 확신을 주는 지저왕자의 목소리.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전부 해치우는 수밖에 없겠지요. 시간을 길게 끌어서 좋을 것도 없으니, 빨리 행동합시다.”


강철을 두른 어린 거인은 그리 내뱉고는 앞장서서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드워프들이 얼떨결에 그 뒤를 따라가는 모습.


유논은 그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다.


과연, 피는 속일 수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 열셋에 불과한 나이인데···대단하긴 대단하다. 라이칸 녀석이 그리 자랑해댈 법도 해.’


시드도 또래의 나이에 비하면 훨씬 조숙한 편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리 망한 세상이라고는 해도 고작 열다섯 짜리 아이가 황야의 괴물들을 잡으며 돌아다니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그런데 저 노아 프로스트는 주위 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시드보다도 몇 배는 더 애늙은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나이에 벌써부터 사람들을 진정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잔뜩 묶인 매듭처럼 혼란한 상황을 풀어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모두가 당황스러워 하는 순간에도 홀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


유논은 멋쩍게 웃고 있는 시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사제관계를 맺고 함께한 시간이 벌써 반년에 가까웠다.

시드의 표정 정도는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놀람, 안도, 부끄러움. 그리고···경쟁심.’


시드는 약간이나마 노아 프로스트를 시기하고 있었다.


그간 비슷한 또래에 시드와 비슷한 자질이나 실력을 지닌 소년소녀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괴수들을 죽였고, 드높은 마법의 경지를 이룩했으며, 주위 인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노아 프로스트는 달랐다.

그녀보다도 어린 나이에, 보다 뛰어난 신체능력과 지도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미 어른인 것만 같이 조숙했다. 그 점이 결정적이었다.


시드는 뛰어난 소녀이지만, 결국 아직까지 소녀에 불과했다. 반면 노아 프로스트는 누가 보아도 소년이 아닌 청년이었고, 사내였다.


사람들은 노아 프로스트에게, 열세 살의 어린 청년에게 몸과 마음을 맡기고 의지했다. 그를 자기들의 대장으로 인정했다.

누가 보아도 지저의 왕자가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반면 시드는 누군가를 이끈 적이, 누군가가 그녀를 버팀목 삼아 의지한 적이 드물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그게 부럽게 느껴질 법도 했을 것이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유논의 생각은 달랐다.


‘애들은 애다워야 한다.’


그가 시드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어디를 가든 함께 가주겠다 말한 것은 그녀가 조숙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었다.

해맑은 낯으로 오크 고기를 뜯고, 마법을 부리고, 아저씨와 함께 가고 싶다 말하는 그 모든 구석구석에 어린 소녀의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시드를 전투병기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제 2의 유논으로 키우고자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시켰을 것이다.

학대에 가까운 수준의 단련을 한시도 쉬지 않고 퍼부었을 것이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황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가 쌓여야만 하는 초기 단계에만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할 것들을 빠르게 가르쳤을 뿐.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생각하게끔 했고, 스스로 공부하게끔 했고, 스스로 발전하게끔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조언을 던져주었을 뿐이었다.


노아 프로스트는 대단한 인재였다. 그러나 동시에 안쓰러운 인재였다. 세상이 저 소년을 저리 빠르게 나이 들도록 만들었다. 저 드워프의 세상은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제자에게 있어 스승이 곧 세상이라면, 그는 저런 세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시드를 저리 되게끔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시드는 저렇게 되지 말았으면 했다.

시드가 본연의 순수함을 간직하기를, 앞으로도 해맑게 웃기를 원했다.


시드를 제 자신의 마이너 카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드는 불행한 삶을 사는 제 2의 유논이 되어서는 안 됐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사는 제 1의 시드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푹─철컥.



푸른 빛 뿜는 금속 물체를 땅굴 벽면에 박아 넣은 노아 프로스트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단 한 개 남았습니다.”


그 말대로, 그의 금속 손아귀 위에는 이제 마력광 뿜는 물체 하나만이 달랑 올라와 있었다.


나머지 수십 개는 전부 땅굴을 따라오며 일정 간격마다 벽에, 땅에, 천장에 설치한 것이다.

그것들을 설치하는 것이 작업의 주 내용이었고, 그것들이 바로 그레이트 데쓰웜을 놀라게 만들 이번 작전의 키카드였다.


“마지막 남은 하나는 괴물의 꼬리 근처에 설치할 겁니다. 자, 출발합시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는데도 어둠을 뚫고 보이는 거대한 물체가 있었다.

육중한 빌딩을 그대로 눕혀 놓으면 저런 모양일까.


살아 꿈틀대는 거대한 붉은빛의 고기 벽. 내장을 산 채로 꺼내 수백 배로 확대한 듯한 거대한 피의 형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의 공동 전체를 점거하고 있었다.


깊숙이 파묻혀 있는 그것의 명칭은 변종 그레이트 데쓰웜.


그들이 몰아내야만 하는 지저의 괴물이었다.

unnamed.png


작가의말

그레이트 데쓰웜의 모티브가 된 크립티드, 몽골리안 데쓰웜의 상상도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상상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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