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배후성 300,000명으로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51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16 21:23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배후성 일체화(一體化)

DUMMY

[117,389명의 D급 배후성 일체화가 진행됩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허어어억..."



지금까지와는 견줄 수가 없는, 뇌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아니, 이건 고통의 영역이 아니었다.


죽음이었다.




[D급 배후성 <잭 더 리퍼>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뒷골목의 전설로 불리우는 도적>이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밤하늘의 • • •




배후성이 일체화되었다는 문구가 하나씩 뜨는 동시에.


내 뇌도 똑같이 터져나갔다.


11만명이 전부 동시에 비집고 들어오기엔, 내 뇌는 너무나도 작았고.


그만큼 억지로 열려진 문도 뜯겨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커헉, 컥!"



눈코입에서 피가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문을 닫길 잘한 것 같다.


분명 이 꼴을 봤다면, 의로운 누군가 한명쯤은 나를 도우러 달려들었을테니깐.


그게 누가 되었던, 다가온 순간 아마 끔찍한 꼴이 되었을거다.


지금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배후성은...


온전히 선(善)만 존재하는게 아니었으니깐.




[D급 배후성 <잭 더 리퍼>가 피에 굶주리고 있습니다.]


[D급 배후성 <잊혀진 제국의 검사>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흑마법 신도자>가 실험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D급 배후성 <보름달의 하울링>이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초록피부의 마물>이 이빨을 • • •




"시발, 좀...... 닥치라고 다...!"



일체화 된 놈들은 내 머리를 휘집고.


아직 되지 않는 놈들은 한 시라도 빨리 비집고 들어오려고 안달이 나있다.


눈앞에서 쉴새없이 내려가는 푸른 창들과.


머릿속에서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목소리들.


숨조차 제대로 쉴 틈이 없었다.


바닥은 이미 피로 흥건해,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있었다.



[경고: 불특정 다수의 D급 배후성들에 의해 몸의 주도권 양도가 강제됩니다.]


[경고: 몸의 과부화로 일체화를 중단하지 않을 시 신체가 붕괴됩니다.]



아직도 내려가고 있는 푸른창 위에 나타난 붉은 창은, 살벌한 문구를 담고 있었다.


이대로면 진짜로 죽을 것이라는걸 경고하는건가.



"크으으으... 으으윽..."



일어서보려고 했지만 이미 몸에 감각이 없었다.


아니, 감각을 뺏겼다는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뇌가 비좁다고 느낀 배후성 놈들이 내 몸 곳곳을 차지하려 들고 있었으니.


그 때문인지, 터져버릴 것만 같던 머리에 고통이 이제는 온몸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신체가 붕괴된다는게... 이 말이었나.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십시오.]



어느덧 붉은 창은 푸른 창을 가리면서까지 빛을 내고 있었다.


피로 흥건한 시야에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맨 뒷글자만큼은 강조된 덕에 제대로 읽혔다.



'일체화 중단'



...정말로 중단해야하는건가.


이대로면, 분명 죽음은 못 피할 것 같은데.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십시오.]



하지만...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십시오.]



젠장.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십시오.]



'칼이 아무리 쇠를 자르다가 부러지더라도, 무 정도는 쉽게 잘러.'


'예?'


'날이 부러진다고 해서 칼의 숨이 끊어지는걸 겁내지 말란 얘기여.'



아.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십시오.]



이제야 완전히 알겠다.


그게 무슨 말인지.



[경고: 배후성 수용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체화를 중단하-



닥쳐. 중단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


이건, 내 몸이니깐.


이딴거로는 안 죽는다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경고] • • •




파아아아아앗!



어느덧 눈을 떠보았을땐 온통 새하얬다.


이미 한번 와본적 있던 곳.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그 많던 거석상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니, 아무래도 내가 못보고 있었던 것 같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헉!"



거대한 손이 나를 거칠게 깔아뭉겠다.


온몸의 뼈가 한순간에 으스러진 것이 느껴지고.


사람의 몸으로 버틸 수 없는 압박감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사악마의 광신도>가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슬픈 눈의 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습니다.]


[<잭 더 리퍼>가 자신은 경고했다고 합니다.]



나를 누르고 있는게 한명이 아닌건가.


11만명 중 그 어느 누구도 날 받쳐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웃기는 새끼들이네.



[몸의 주도권 양도가 강제 진행됩니다]


[경고: 배후성에게 몸의 주도권을 양도할시, 영구적으-



지랄하지 마.


몸을 순순히 내줄 생각은 없고.


네 놈들 밑에서 뭉게져있을 생각은 더더욱이나 없다.


그니깐 당장 이 손 치워.


망할 새끼들아.



쿠구구구구구구구궁-



[D급 배후성 대다수가 당신의 정신에 깃든 힘에 경악합니다.]



착각하지 말라고.


11만명이 들어오던, 30만명이 들어오던.


내 몸의 주인은 나야.



[D급 배후성들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알겠어?


내 몸을 일부 내어주는 대신, 나를 도와주는 것.



[몸의 주도권 양도가 중지되었습니다.]



그게 우리들의 계약 조건이고.



[D급 배후성 전원 일체화가 다시 재개됩니다.]



그 계약에서의 갑은.



바로 나다.




[D급 배후성 <펑크의 우두머리>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알카트라즈의 망령>이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흑심을 품은 자>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은둔의 고수>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살아남은 검투사>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D급 배후성 <세월 속에 묻혀진 마(魔)>가 일체화 되었습니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엑!"



폭팔음에 가까운 굉음.


마트의 입구가 완전히 박살나버리며 돌무더기들이 이현을 온데간데 없이 덮쳐버렸다.


한순간에 산더미처럼 쌓인 파편들 위로는.


흉악스러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있는 마물(魔物)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그 군침은 사람이라는 먹잇감을 향한 듯 보였다.


몸은 이 세상 생명체의 모습이 아니고, 머리는 짐승의 형태인 마물들.


그들은 툭 튀어나온 콧잔등만 내세우며, 두꺼운 철문 뒤에 깊숙히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이대로면, 애처롭게 숨만 죽이고 있는 사람들이 들키는건 아마 시간문제일 것이다.



파지지직-



물론.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그들이 117,389명의 영혼으로 세워진 벽을 뚫는다는 가정 하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쿠에에에에엑!"



가장 선두로 들어서고 있던 마물 몇몇이 푸른 빛에 휩싸이며 날라갔다.


정말, 한없이 푸르른 등대였다.


죽음에 문턱에 다시 또 발을 걸치고 돌아온, 지금 내 모습은.



[D급 배후성 전원 일체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모든게 선명했다.


내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들이, 하나씩 눈을 뜨며.


잿빛이었던 시야가 한껏 푸르러진게 느껴졌다.



"좋아."



나는 내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마물들을 바라보았다.


그저 보는 것에서 그치진 않았다.


아주 천천히, 유유하게 그들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내 뒤에서 나와 함께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조력자들의 손길을 느끼며.



"전쟁이다."




[117,389명의 손길이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가장 덩치 큰 놈의 포효로 터진 신호탄.


우렁찬 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자, 마물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대충... 몇백마리 남짓 정도 되나.


가소로운 숫자다.



[D급 배후성 <살아남은 검투사>]



콰드드드드득!



순식간에 힘줄이 돋은 내 손이 앞서 달려든 두 놈의 목을 꺾었다.



"키기기기긱..."



나는 뒤따라 달려드는 무리를 향해, 축 늘어진 두 마물을 철퇴처럼 휘두르며 순식간에 쓸어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일체화가 되니 확실히 느껴진다.


배후성의 기억과 감각, 세월이 묻어나오는 경험.


전보다 더 깊게 이해가 된다.


아마, 지금 꺼내든 이 배후성은...


콜로세움의 검투사.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한순간에 수십마리의 마물들이 맥없이 떨어져나갔다.


자신의 동족들이 죽는걸 보고 나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그들은 원형으로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엑!"



[<살아남은 검투사>가 검이 없는 것에 아쉬워합니다.]



지금은 그런걸 찾을때가 아니다.


둥글게 감싼 마물들이 나를 옥죄어오듯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슬슬 포지션을 바꿔야겠는걸.



[D급 배후성 <보름달의 하울링>]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효과적인 배후성이겠지.


이번건, 늑대인간이니깐.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깨갱.."


자신들보다 더욱 강력한 짐승의 등장에, 마물들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몇몇은 도망가기까지 하는..


잠깐만, 저기는 사람들 있는 방향인데.



[D급 배후성 <뒷골목의 전설로 불리우는 도적>]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긴 안되지."


보폭을 딛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속도로.


나는 눈깜짝할 새에 도망가던 마물들을 따라잡았다.


아마 지금까지의 배후성들 중 가장 빠른 것 같은데.


이름은 유치해도 효과는 확실한 배후성이네.



"쿠에에에에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나는 도망치려는 마물 두 놈의 머리를 휘어잡아, 그대로 땅에 쳐박아버렸다.


축 늘어진 마물에게선 진득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더럽네."



[<늑대 섬멸 사냥꾼>이 마물의 피를 보고 반응합니다.]



에이.


아니지?



[<늑대 섬멸 사냥꾼>이 입맛을 다십니다.]



하.


대체 피만 보면 미치는 새끼들이 왜 이리 많아, 배후성 놈들 중에는.



후루루루루룩-



나는 걸레 빤 변기물 같은 맛을 애써 참아내며.


진득한 초록색 액체를 목구멍 너머로 들이켰다.


정말 두 번 다시는 입도 대기 싫은 맛.


대신 그만큼 효과는 톡톡히 볼만 했다.



[<늑대 섬멸 사냥꾼> 전용 스킬 사용]


[개장수]



기술명 한번 직설적이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내 안의 배후성은 어느덧 살육의 미소를 띈 채.


옆에 놓여있던 쇠파이프 두 개를 집어들며, 그대로 마물들을 척살하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를 숲 한가운데에서, 도끼로 늑대들을 잡아죽이던 사냥꾼의

모습이 자아내어지고 있었다.


뭐...


기분은 썩 나쁘지 않네.



"키에에에에-"



촤촤촤촤촤촤촤촤촥!



한 놈의 머리를 자르고.


다음은 두 놈.


그 다음은 세 놈.


또 그 다음은 네 놈.


그렇게 잠시 마물들의 머리통에 미쳐버려, 정신없이 살육의 시간을 즐기다보니..


어느덧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주위에 남아있는 마물은 없었다.


그저 초록빛 피가 흥건하게 호수를 이루고 있었을 뿐.


주변에 적을 전부 몰살했다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쇠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후우..."



땀과 진득한 액체로 잔뜩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껏 시원해진 공기를 들이마셨다.


더없이 상쾌했다.



[히든 퀘스트 클리어]


[퀘스트 완료 보상: 없음]



지금은 퀘스트고 보상이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만끽하고 싶었다.



끼이이이이이익-



"아, 아저씨...?"



어째 조용해진걸 느꼈는지, 시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았다.


이내 시현과 함께 슬금슬금 나온 사람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가 잘린 채 전부 처참히 죽어있는 마물들 사이에.


박살난 입구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달빛 아래에서, 활짝 웃음을 지어보이는 나를 보며.



"아저씨... 아저씨 맞아?"



시현은 또 다중인격이 도졌다고 생각했는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물론 나는 아주 멀쩡하게 답할 수 있었다.



"어."



지금 짓고 있는 이 웃음은..


내 의지로 짓고 있는, 희열감이 드러난 진심어린 웃음이었으니깐.



"나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배후성 300,000명으로 레벨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배후성 일체화(一體化) 24.05.16 6 0 12쪽
11 <배후성> 히든 능력 24.05.15 7 0 13쪽
10 가짜군인 (fin) 24.05.14 8 0 13쪽
9 가짜군인 (3) 24.05.14 6 0 11쪽
8 가짜군인 (2) 24.05.13 6 0 12쪽
7 가짜군인 (1) 24.05.13 6 0 13쪽
6 이건 내 몸이라고 24.05.12 6 0 15쪽
5 잭 더 리퍼 24.05.11 13 0 13쪽
4 적어도 사람이라면 24.05.10 15 0 15쪽
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2 <배후성> 24.05.09 22 0 12쪽
1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