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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배후성 300,000명으로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8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09 21:32
조회
21
추천
0
글자
12쪽

<배후성>

DUMMY

내가 소설을 보며 가장 이해하지 못하던 것이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던 자들.


대게 주인공이나, 비중 높은 등장인물들이 그런 역할이었지.


현실에서 그런건 가상한 용기 같은걸로 쳐줄 수 있는게 아니다.


그냥 무모한거다.


비록 소설에선 대부분 그렇게 죽다 살아나서 각성을 하던지, 회귀를 하는게 레파토리지만.


여기는 현실이다. 그런 빌어먹을 레파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구장창 소설만 읽으며 그걸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나이기에, 더욱이나 지금 행동이 이해가 안된다는거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는 짓 따윈 하진 않았다.


정말 그저 본능적으로 튀어나간 것임을 입증하듯, 이를 악문 채 혈귀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 달려갔다.


희연을 구하기 위한 선의가 아니다.


혈귀를 죽이기 위한 살의도 아니다.


그냥... 알 수 없는 적의(敵義)였다.


'저항' 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자마자 미친 듯이 몰려든, 여태 느껴본적 없는 적의.


그게 지금 나를 저 죽음 앞으로 이끌고 있었다.



"이건 호기롭다고 해야할지..."



혈귀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손가락을 내저었다.


그럴 수 밖에. 저 놈의 입장에선 벌레가 달려드는 것, 그 뿐이었을테니.



"...멍청하다고 해야할지."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아, 저걸로 사람들 목을 베던거구나.


손목이 날아가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평생 느껴본 적 없었던, 신체부위가 절단되는 고통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끄악, 끄으으윽...!"


스스로에게조차 살벌하게 느껴졌던 적의는 금세 사그라들고, 공포가 다시 밀려왔다.


압도적인 존재가 선사한 고통 한 방울에서 느껴지는, 갈기갈기 찢길 것 같다는 공포.


잘린 손목을 부여잡은 채 주저앉은 내 아래로 작은 피웅덩이가 생겼다.


"이, 이현 씨..."


"그리 죽고 싶은게면 기다리거라. 어차피 다음은 네 놈 차례니."



파아아아아악!



아, 진짜 또 왜 그런걸까.


고통이 깊어지려 할때즈음 다시금 켜진 적의에, 나는 또 한번 달려들었다.


거칠게 풀어낸 넥타이로 잘린 단면을 질끈 묶은 채.



"...호오."



물론 그래봤자 혈귀의 흥미만 돋구울 뿐이었지만.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조금 옅은 참격이 내게 날려들었다.


어디가 잘려나가진 않았지만, 왼쪽 눈이 어두워졌다.


빌어먹을 새끼. 일부러 얕게 얼굴만 베어버린건가.


어차피 고통은 마찬가지였다.



'안돼... 이건 안된다고...!'



나는 남은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채 연신 신음만 뱉었다.


도저히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무슨 망할놈의 저항을 하라는거야.



'재앙에게서 저항하십시오.'



붉은 창의 문구가 내게 또 빛을 내었다.


진짜 엿 같았다.


그걸 본 나는... 어김없이 다시 또 일어섰으니.



"허어억... 허어억..."



나는 피가 흘러내리는 얼굴을 부여잡은 채 혈귀를 노려보았다.


어느새 혈귀는 희연을 내려놓고 나를 보고 있었다.


징글징글한 미소를 지은 채.



"더 해보거라."



까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혈귀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악!



어깨가 베어져나갔다.


일어섰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무릎이 베어졌다.


절뚝이며 일어섰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그나마 남아있던 손목 하나마저 날라갔다.


일어섰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아악!



"그만... 흐으윽, 제발 그만해요..."



희연의 흐느낌 섞인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남은 눈 한쪽마저 피를 뒤집어 썼나.


온몸에 난 베인 상처들은 셔츠를 붉게 물들였고.


옷 사이로 흘러나온 피들은 아까보다 더 큰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쿨럭..."



힘없는 기침엔 피가 섞여 나왔다.


죽는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고통을 뒤집어쓰고 혼미해지는 기분.



"하나만 물으마."



개같은 혈귀 놈이 내 앞에 서있었다.



"이토록 버티는 이유가 뭐지?"


"푸큭, 푸흐흐흐..."



아, 아쉽다.


상태가 조금만 멀쩡했다면 훨씬 더 호탕하게 웃었을텐데.



"...웃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붉은 창에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해서 이리 된건지, 죽기 직전이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제야 어느정도 이해가 될 것 같았으니깐.


널리고 널린 소설들에서, 왜들 그렇게 악착 같이 목숨 바쳐가며 싸우던건지.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상대에게 최후의 상처를 남겨서라도 싸우고 죽는 것인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 개같은 얼굴이 문제였네."


"얼굴?"


"다 죽어가는 놈 앞에 두고... 뭐라도 된 것 마냥 그러고 있는 그 얼굴말이야. 푸흡... 뒈지더라도 한 방 먹여주고 뒈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나는 또 한번 크게 웃을뻔했다.


어쩜 말하는 것도 저렇게 짜칠까. 대본이라도 있나.



"죽는게 소원이라면 그리 해주마."



혈귀가 내 앞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허나 참격이 날라오진 않았다.


날리기도 전에, 힘이 쭉 빠진 내 몸이 앞으로 풀썩 쓰러졌으니.



"...나약해 빠진 놈. 죽었나."



혈귀는 축 늘어진 나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앞으로 엎어져있는 내가 여전히 반응이 없자, 혈귀가 뒤돌아서는 것 같았다.



"먹을만하다고 생각했건만, 가장 더러운 놈이었군."



이내 나에게 흥미를 잃은 혈귀가 다시 희연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일어섰다.



휘릭-



"뭣...?"



둔해빠진 놈.


벌레를 죽일거면 확실히 밟아죽여야지.



쿠당탕탕!



나는 이빨까지 이용해 양쪽 손목에 넥타이를 묶은 채, 혈귀의 목에 감았다.


죽을 힘을 다해 넥타이를 당기자, 그 압도적이게 보였던 혈귀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런... 벌레새끼가...!"


"끄으으윽...!"



죽음을 불사한 덕분이었을까.


이 놈에게선 더 이상 공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붉은 안광이 빛날 정도의 적의가, 다시 내 몸을 사로잡았다.



"순순히 죽으란 말이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악!



혈귀의 참격이 내게 다시금 날려들었다.


누워있던 채로 참격들을 정통으로 받았기에, 배가 뚫리는게 느껴졌다.


허나 이제 고통은 없다.



'재앙에게서 저항하십시오.'



그래, 이번엔 순순히 들어주마.


'저항', 그까짓거.


죽더라도 한번은 제대로 하고 죽고 싶어졌으니깐.



콰드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악에 받친 채로 혈귀의 귀를 물어뜯자, 혈귀가 마구 비명을 질렀다.


비릿한 피맛이 혀에 닿는게 느껴졌다. 세상 엿 같은 맛이네.


물론 그렇다고 놓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한 방은 먹이고 죽이기로 결정 했으-



텁-



"죽어라."



아, 젠장.


혈귀가 내 얼굴을 붙잡았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완전히 단단하게.


그리고 이어질 결과는 뻔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현 씨!!"



비명 안 질러도 알고 있다고, 죽었다는거.



털썩-



그래, 그렇게 끝났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엑스트라다.


활약 같은건 없다.


그냥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뿐.


나는 죽었다.




.

.

.




[튜토리얼 퀘스트 클리어]

[보상: 없음]


[히든 업적 <불사의 정신> 달성]

[보상: 능력 각성]


[능력 각성]

[각성자의 정보를 분석하여 적성에 맞는 능력이 자동으로 각성됩니다.]


[정보 분석 중...]


[축하합니다! <배후성> 능력이 각성되었습니다!]


[능력 <배후성>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각성자에게 배후성이 입력됩니다.]


[D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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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98,247/98,247)]


[D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98,248/98,248)]


[D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98,249/9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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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61,987/261,987)]


[A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61,988/261,988)]


[A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61,989/26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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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99,973/299,973)]


[SSS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99,974/299,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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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299,999/299,999)]


[???급 배후성 <???>이 입력되었습니다. (300,000/300,000)]



[배후성 300,000명이 입력 완료되었습니다.]



[부디 후회없는 삶이 되시길.]




.

.

.




"...것이냐."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분명 앞이 온통 새까맸는데, 어느덧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뭐야, 천국이라도 온건가?


그래도 용케 지옥은 안갔나 보네.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냐."



제기랄.


천국은 아니었나보다.


혈귀가 아직 눈앞에 있는걸 보면.



"어떻게 살아있냔 말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파란색으로 바뀌어있는 창을 바라볼 뿐이었다.


파란색 창에는 위아래로 무한에 가깝게 이어져 있는 온갖 이름들로 가득했다.


아는 이름도 있었고, 모르는 이름도 수두룩했다.



'이게 뭐지...?'



갑자기 죽다 살아난 것으로 모자라서, 뜬금없이 눈앞에 이름으로 가득한 창이 드리웠다.


그럼에도 놀랄만큼 침착한 난 창에 대한 호기심만 들 뿐이었다.


왜 이렇게... 아무 느낌도 안들지?



[첫 각성 기념 능력 특전입니다. 등급과 관계 없이 원하시는 배후성 선택이 1회 한정으로 가능합니다.]



파란창은 내 생각을 읽은 듯 답변을 해주었다. 친절하기도 해라.


나는 세상 태연하게 수만 개는 거뜬히 넘어보이는 이름들을 넘기며 훓어보았다.


노발대발하고 있는 혈귀는 안중에도 없는 채로.



"답하지 않겠다면... 또 죽여주마."


"이현 씨...?"



아무래도 혈귀를 죽일 수 있는걸 골라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고민하던 내 눈에, 아주 간결하면서도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다른 이름들에 비해 유독 짧았지만, 난 고민하지 않았다.


이거면 괜찮겠네.



[배후성이 선택되었습니다.]



"죽어라...!"



창이 사라지는 동시에, 혈귀가 손을 내저었다.


금세 목이 달아날 것 같은 참격이 눈앞에 드리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자욱히 일어난 먼지 뒤에서 만족하는 듯한 혈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둔한 놈이다. 웃을 입장이 바뀔거라는걸 전혀 모르는 눈치인걸 보면.



스스스스...



먼지가 걷혀가며 멀쩡한 내 모습이 드러나자, 혈귀의 표정이 삽시간으로 굳어갔다.


저런 표정, 꽤나 볼만하네.



"네, 네놈이 대체 어찌..."



이제는 혈귀의 눈에 공포가 서려있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저런 놈에게 딱 어울리는... 배후성을 골랐으니깐.



"...와."



[SSS급 배후성]



"이거 괜찮네."




[ <매화검성(梅花劍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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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짜군인 (1) 24.05.13 6 0 13쪽
6 이건 내 몸이라고 24.05.12 6 0 15쪽
5 잭 더 리퍼 24.05.11 13 0 13쪽
4 적어도 사람이라면 24.05.10 14 0 15쪽
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 <배후성> 24.05.09 22 0 12쪽
1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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