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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배후성 300,000명으로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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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6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11 20:19
조회
12
추천
0
글자
13쪽

잭 더 리퍼

DUMMY

잭 더 리퍼.


한때 영국 전역을 휩쓸었다던 희대의 연쇄살인마.


내가 읽던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던 인물은 아니지만, 충분히 들어봤을만큼 유명하다.


살인마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져있는 인물이니.


그런 소름끼치는 놈이 배후성일줄이야.


뭐, 그래도 어차피 지금이라면 상관없으려나.


악(惡)을 잡을 괴물이 필요하던 참이니깐.



저벅- 저벅-



내 몸이 피냄새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난 인간이 아니다.


100년이 넘도록 피에 굶주려 있던 짐승일뿐.



"이, 이 새끼가... 진짜로 뒤지고 싶은거냐?"



허접하기 짝이 없는 위협.


공포에서 비롯된 살기는 조잡할 뿐이다.



"푸큭큭..."



웃을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웃음이 나왔다.


피투성이면서도 광기어린 미소를 짓는 내 모습에, 어느 누구도 섣불리 다가오질 못했다.



"병신 같은 것들, 다 죽어가는 놈한테 뭘 그리 쫄아있어?"



쇠파이프를 든 남자.


정했다. 저 놈부터 죽이기로.



후우우우우우웅-



쇠파이프가 눈앞으로 빠르게 날려들었다.


배후성이 있음에도 여전히 위협적이게 보이는 공격이다.


하지만 딱 그 뿐.


두려운 감정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사아아아아아악...



정말 거짓말처럼, 한 줌의 안개같이.


나는 순식간에 남자의 바로 뒤에 음침하리만큼 가까이 붙어있었다.



"뭣...!"



그 뒤에 이어지는 것 역시 한 순간이었다.


두 손을 교차하여 놈의 머리에 고정시킨 후.


나는 망설임 없이 힘을 주어, 그대로 머리를 거꾸로 비틀어버렸다.



우두두두두둑-



"끄윽..."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남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목뼈라는게 원래 이리 쉽게 꺾이는건가.


...아니, 내가 한게 아니기때문에 쉽게 된거다.


이건 지금 내 안에 있는, 살인의 능숙한 괴물의 장기니깐.



"미친..."


"죽, 죽여...!"



동료가 맥없이 뒤져버리는걸 보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나머지 4명이 내게 달려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이번엔 어떤 놈을 죽일까.'



등골이 오싹했다.


배후성과 동화되니 감정 또한 공유되는건가.


나는 지금 살인에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건가?



잘그락-



내가 걱정을 하던 말던, 손은 이미 유리조각을 쥐고 있다.


후에 이어지는 일은 뻔했다.


두 눈 뜨고도 보기 힘들 살육의 현장.



푸욱-



턱 아래로 꽂은 유리조각에 피가 쏟아져 흘렀다.


충격과 공포로 휩싸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지만, 정말 조금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시발...!"



뒤이어 달려든 놈이 각목을 휘두르자, 곧바로 유리조각을 빼내어 피해냈다.


공격을 실패한 놈의 목덜미가 아주 무방비하게 드러나있다.


그걸 보니, 또 다시 망설임 없이 뻗어지는 손을 참기가 힘들었다.



파아악!



유리조각이 아주 깔끔하게 목 옆부분에 파고 들어갔다.


비교적 옅었던 것 같다. 바로 숨통이 끊어지지 않는 놈이 고통에 발버둥 치는걸 보면.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유리조각을 더 깊게, 비틀면 될 뿐.



콰드드득-



"끄어어억..."



핏덩어리가 왈칵, 쏟아져나오며 또 한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어느덧 남은건 세 놈.


이쯤되니 뒷걸음질 치는 입장이 바뀌고 있었다.


날 바라보고 있는 공포가 잔뜩 서리 낀 눈빛.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동공.


만족스럽다. 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게.



"죽, 죽여, 죽이라고...!"



남은 3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한명 씩 덤벼들면 개죽음 밖에 더하니깐, 저게 최선의 판단일거라 생각한거겠지.


아둔한 놈들. 어차피 결과는 똑같은데.



푸욱! 푹!



앞서 달려오던 두 놈의 목에 빠르게 유리조각을 찔러넣었다.


연속으로 공격하기 위해 옅게 찌른 탓인지, 둘은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지기만 했다.


단번에 죽이기엔 얕았나.


일단 마지막으로 서있는 남은 한명부터 처리하고 보자.



"으아아아악...!"



후우우우웅!



남은 녀석은 누가봐도 겁에 잔뜩 질려있었다.


앞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는 상태로 둔기를 휘두르는게 애처로워 보일 정도.


꼴이 참으로 볼만했다.



와장창!



내가 옆에 널부러져 있던 멀쩡한 소주병 하나를 던지자, 놈이 휘두른 둔기에 깨지며 조각들이 흩뿌려졌다.


저거면 됐다, 무기 리필.



푸욱! 푸욱!



순식간에 놈의 눈앞까지 다가간 나는, 흩뿌려지던 조각을 하나 잡아채어 그대로 목의 양옆을 찔렀다.


죽어가는 마지막 놈까지 보는 내 눈은 한없이 싸늘했다.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이제 남은 두 놈까지 마무리하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또 얼굴로 날려든 굵은 주먹.


광기로 덮어씌워 잊혀져가던 고통이 다시 돌아왔다.


머리가 미친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미친놈이네, 이거."


"다 뒤져가는동안 지켜만 보던 새끼가... 푸흐흡..."



아무래도 남자의 말이 맞는 것 같네.


더 이상 혀와 감정이 내 지시 하에 움직이질 않는다.


머리가 완전히 미쳐가는 기분.


살인이 즐거워지려고 하며, 지금 저 남자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어서 들떠오른다.



후우우우웅!



전에 다른 놈들이 휘두르던 둔기들만큼 위협적인 주먹이 빠르게 날려들었다.


이제부터는 한번이라도 더 제대로 맞았다간 그대로 끝이니.


우선 저 손부터 망가트려볼까.



촤아아아아악!



"어라."



분명히 유리조각을 남자의 손목에 제대로 그어냈다.


허나 손목이 돌로 되있기라도 하는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멍청한 놈."



후우우우웅!



가까스로 숙인 머리 위로 주먹이 지나가는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지. 조금 가지고 놀고 싶었건만.


더 끄는 것 없이 끝내야하나.


마침 목 뒷부분이 비어있으니, 아쉽지만 바로 끝내야겠다.



...이젠 생각마저 미쳐가는구나.



카가가가가각!



그러나 유리조각은 이번에도 뚫지를 못했다.


오히려 유리가 갈려나가며, 내 무기를 스스로 없애버린 꼴이 되었다.



'뭐야 이거. 사람의 피부가 아니잖-'



뻐어어어어어어억!



결국 공격권을 잃은 내게 주먹이 날려들었고.


나는 바닥을 구르며 반대편 벽까지 밀려나갔다.


갑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꿈 깨, 하찮아 빠진 새끼야."



남자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난 선택 받은 몸이라고."



...선택 받은 몸?


저게 무슨 말이지.


아니, 지금은 저런 말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배후성이 있음에도 밀리는 상황.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다.



파아아앗!



지금 같은 상황에 딱 이런 문구를 띄워주는걸 보면.


아무래도 푸른 창은 내 생각을 읽는게 맞는 것 같다.



[ <잭 더 리퍼> 전용 스킬이 사용 가능합니다.]


[해당 배후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라고?


어떤 조건을 말하는거지?



[ <잭 더 리퍼>가 오랜 시간 잊고 있던 피의 맛을 그리워합니다.]



...잠깐.


설마, 아니겠지.


그건 아무리 지금 내가 미쳐있어도 할 수 없는거다.



[타인의 혈액을 섭취하십시오.]



시발.


진짜 더럽기 그지없는 배후성을 골라버렸네.



"더는 못 일어나겠냐?"



와중에도 남자는 점점 더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결정해야한다. 지금으로서는 저 남자를 이길 수가 없고.


나에겐 당장 단순한 배후성 자체보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제기랄, 어쩔 도리가 없잖냐.



"그럼 죽여주마."



남자가 육중한 몸을 이끌며 주먹을 쥐었다.


옆에는 목덜미에서 피를 흘린 채, 축 늘어져있는 시체들이 보인다.


결국 남자가 바로 앞까지 왔을때, 나는 내 생애 가장 미친 선택을 해버렸다.



후루루룩-



이건 차마 묘사하기가 싫다.


소리만으로도 뭘 하고 있는지 다 알만하기 때문에.



"이 새끼... 무슨..."


"크하..."



[ <잭 더 리퍼> 전용 스킬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조건 달성 혜택으로 신체가 회복됩니다.]


[전용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목구멍을 타고 흘러넘어간 비릿한 액체가, 몸 안에 구석구석 스며드는게 느껴진다.


고통이 멈추어 소름과 동시에 전율이 함께 흐르고.


역겨움이 점점 가시며 희열감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내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게 느껴졌다.



[ <잭 더 리퍼> 전용 스킬]



[절단마(絶斷魔)]



드르르르륵-



나는, 아니. 내 몸이 옆 진열대에 걸려있던 커터칼을 집어들었다.


유리조각이 통하지 않은 마당에 커터칼이 뭔 소용이냐는 듯, 남자가 비웃음을 내뱉었다.



"안 통하는거 확인했을텐데?"



입술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지금 내 입술은 찢어지도록 미소 짓기 바빴으니.



"질린다. 이제 그만 뒤져라."



남자가 나를 잡고 메치려는 듯 돌진해왔다.


육중한 몸집이 마치 황소처럼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아직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거의 몇 발자국 안남았는데, 빨리 뭐라도 해야...



"팔."



내 입에서 생뚱맞은 말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무미건조하게, 고기의 부위를 읊조리는 것처럼.



"다리."



...느낌이 이상하다.


남자는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지 오래였고.


내 자신이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느끼고 있는 이건...


위화감.



"머리."



서걱-



그 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선, 나는 굳이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


앞서 일어났던 살인 행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끔찍했기에.


최소한의 묘사만 하자면...


남자가 말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한 단면으로.


내가 읊었던 부위들이 전부 분리된 채.



"흐억.."



고통에 발버둥치는 비명조차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해체된 마네킹처럼, 잘려나간 몸들이 바닥에 굴러다닐 뿐.


바닥에는 곳곳이 피웅덩이들로 가득했다.


아마 누군가가 딱 지금 타이밍에 편의점에 들어선다면, 나 때문에 부리나케 도망가겠지.


사방에 끔직하게 널부러진 시체들 한가운데에 커타칼을 들고, 차가운 미소만 지은 채 서있었으니.


어쨌든 그렇게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살육의 시간은, 마침내 끝이 났다.


...적어도 내게는.



"콜록, 콜록..."



그때, 잊고 있었던 존재가 그제서야 생각났다.


내가 애초에 배후성을 꺼내들었던 이유, 여학생.


오해하지 말아주길. 난 진심으로 그저 구해주기만 할 생각이었으니깐.


지금도 그렇고.



터벅, 터벅...



잠깐.


근데 왜 몸이 안 멈추지?


이제 다 끝났는데...


왜 칼을... 손에서 놓지를 않는걸까.



[ <잭 더 리퍼>가 만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모종의 오류로 D급 배후성 <잭 더 리퍼> 사용 종료가 중지되었습니다.]



점점 심해져가던 위화감이 현실이 되어가는게 느껴진다.


지금 내 안에 있는 배후성은 살인마다.


매화검성처럼 설화 속 인물도, 선을 대표하는 인물 같은 것도 아닌.


살인으로 이름이 남겨졌던, 악(惡) 그 자체.


젠장,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 더 큰 악을 불러들인다는건...


그 대가를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콜록... 당신, 누구..."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여학생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칼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여학생의 표정이 삽시간으로 굳어갔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나도 그러고 싶다고.


근데 이 개같은 몸뚱아리가...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 <잭 더 리퍼>가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웃기지 마.


이건 내 몸이라고, 이 빌어먹을 살인자 새끼야.


네 욕구 채우는 짓거리는 여기까지만 하라고.


그만 꺼져.



[배후성이 당신의 몸을 차지하려합니다.]


[경고: 배후성에게 몸의 주도권을 양도할 시,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끅, 끄극..."



나와 망할 살인마가 버둥거리며, 자리싸움 하는 것이 입 밖으로 절로 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지만, 정신을 놓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 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깐.



"대체 무슨..."


"가... 라고..."



나는 여학생에게 향하려는 손을 어떻게든 저지하며, 젖먹던 힘을 다해 입을 움직였다.


동시에 살인마 역시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죽, 죽...여. 죽...인.. 아, 아니. 빨리... 가라..."



누가 보면 정신병이라도 있는 줄 알았을거다.


그렇게까지 보일 정도로, 나는 지금 미친듯이 애써가며 버티고 있는데.


저 여학생이 튈 생각을 안한다.



"으윽..."



여학생은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젠장, 맞다.


나는 능력 덕에 상처가 깨끗이 다 나았건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여학생은 온몸이 망가져있는 상태인게 정상이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머리를 망치로 수백번 넘게 두드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더욱 심해져가고.


의식의 끈이 점점 놓아지고 있었으니.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손이... 점점 여학생의 목에 가까워진다.



"제발... 저리 가라고...!"



[ <잭 더 리퍼>가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배후성에게 몸의 주도권 양도가 강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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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짜군인 (2) 24.05.13 5 0 12쪽
7 가짜군인 (1) 24.05.13 6 0 13쪽
6 이건 내 몸이라고 24.05.12 6 0 15쪽
» 잭 더 리퍼 24.05.11 13 0 13쪽
4 적어도 사람이라면 24.05.10 14 0 15쪽
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2 <배후성> 24.05.09 21 0 12쪽
1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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