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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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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50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09 21:30
조회
37
추천
1
글자
12쪽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DUMMY

멸망한 세상에서 ~로 살아남기.


아포칼립스에서 ~가 되었다.


회귀해서 무림고수가 되었다, 아님 소드마스터일수도.


다 지겹도록 읽어본적 있는 것들이다.


그저 한결같이,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려 읽던 것들.


나에겐 소박한 유흥거리에 불과하던 것들이었다.


학교에서 모두가 게임을 하거나 축구를 할때도.


대학에서 모두가 MT를 가고 회식을 갈때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소설만 주구장창 붙들었었다.


소위 말하는 아싸였지. 그건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니.



"이현 씨는 취미가 뭐죠?"



한창 면접을 다닐때, 유일하게 당당히 답할 수 있던 질문.


그것 뿐이었다. 소설이 내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이현 씨는 취미가 뭐에요?"



음, 그럴때도 괜찮았던가?


잘 기억은 안난다. 소개받은 상대가 소설에 딱히 관심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냥 그게 다다.


이상적인 망상에 젖어 읽던 것도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에겐 그저 유일한 유흥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소설.


절대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지,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적은 추호도 없단 얘기라고.


그런건 망상에 빠진 중2병 걸린 놈들이나 하는 상상이지.


그래서, 나도 지금 이 상황을 그런 한심한 상상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소설에서만 읽던게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대체 뭔..."


지하철 문이 열리고 펼쳐진건, 악몽 그 자체였다.


천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파편만 뱉어내며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고.


지진에 가까운 흔들림에 사람들은 전부 혼비백산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사, 사람이 다쳤어요!"


"나오세요, 빨리!!"


"엄마...!"



그날도 여느때처럼 평화로웠던 퇴근길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어있었다.


사방에 넘쳐흐르는 피비린내.


그리고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만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엿 같다. 구역질이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속을 게워내기 위해 허리를 숙일 여유조차 사치였다.


이 지옥 속에서,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으니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


나는 가까스로 몸을 던져, 머리 위로 드리우던 커다란 돌을 피해냈다.


저런거에 깔리면 진짜 고통도 없이 죽겠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돌들은 쉴새없이 무너져내렸고,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미친듯이 도망다니는 것 뿐이었다.


사실 돌을 피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큼지막할 뿐 느리게 떨어져왔으니.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눈앞에 나타난 창이었다.


언제 나타난지 모르게 내 시야를 가리고 있는 붉은색 창.



===============

[튜토리얼 퀘스트]


재앙에게서 저항하십시오.


보상: 없음


퀘스트 실패 패널티: 사망


제한시간: 없음.

===============



만약 이게 그저 평범한 일상 중에 나타났다면 까무러쳤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딴 창에 방해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난 지금 죽기 직전이라고.


"시발, 이거 어떻게 치워...!"


붉은색 창은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손을 휘저어도 닿질 않았다.


바보처럼 허공에 손을 휘젓는 내 꼴은 남들이 보기엔 참으로 우스웠을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윽...!"


아찔했다. 계속 창에 정신이 팔려 몇걸음 더 갔다간 분명 깔렸을거다.


다행히 누군가 붙잡아준 덕에 죽음은 면할 수 있었지만, 사정없이 튄 파편에 얼굴이 긁혀나갔다.


패닉에 빠져서인지 고통이 느껴져지도 않았다.


단지 뜨거운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게 느껴질뿐.


"괘, 괜찮아요?"


나는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탔던 동기직원이었다.


이름이 정희연이었나. 어제까지만 해도 이제 막 함께 정직원이 된 동기 일 뿐이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된 마당에 생명의 은인이 되버릴줄이야.


"이현 씨...?"


심지어 내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희연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물론 떨고 있는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체 이게 무슨일인지."


나는 아직까지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아니,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깐.


"이현 씨, 어떡해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희연의 눈망울이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었으니.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성적인 사고를 한번 돌려보자.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악!"


내가 병신같이 고민이나 하고 있던 찰나에, 희연의 위로 돌이 떨어졌다.


이번엔 내가 팔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죽었을거다.


"고마워요..."


그냥 겸혀히 받아들이자. 내가 할 수 있는건 없다.


나는 내가 읽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미친 S급을 능력을 가진 각성자 같은 것도 아니고, 회귀자도 아니다.


난 그저 존나게 평범한, 이제 막 취직한 일반인일 뿐이라고.


'나보고 대체 어떡하란...!'



뚝-



그 순간, 정말 거짓말 같이 모든게 멈추었다.


시간 위에 둑이라도 세운 것처럼, 고요가 찾아오며 흔들림과 낙석들이 전부 멈췄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은 비명지르던 것을 그만두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나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뭔 상황이야 이게?


"다들 괜찮으십니까?"


열차에서 언제 빠져나왔는지, 기장이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돌에 깔려 이미 숨통이 끊어진 이들을 제외한 몇몇이 답했다.


"괜찮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저도 연락을 취해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별 소식이..."


현재 살아있는 인원은 대략 30명 남짓.


워낙 야비규환이었던지라 생각보다 돌에 깔려 죽은 사람이 많았다.


"이현 씨... 우리 산거죠? 그쵸?"


"예..."


당장은 그렇겠지.


허나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걸,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내 앞에 붉은 창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깐.


다른 사람들은 창 같은게 안보이나?


"잠시 주목해주세요, 여러분! 전 소방관입니다!"


그때, 어떤 청년 한 명이 기장의 옆에 서며 외쳤다.


사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휴가 중인 듯 보였다.


"우선 지진이 잠시 멈춘 것 같으니, 신속하게 대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여파가 올지도 모르니깐요."


역시 상황판단이 빠르다.


지금으로선 저게 맞는 판단이긴 하지.


"그, 그럽시다!"


"다들 빨리 나가요!"


사람들은 빛 한줄기라도 발견한 심정인 듯 했다.


청년을 따라나서는 이들의 눈빛에 희망이 잔뜩 서려있던걸 보면.


뭐, 사실 나라고 다를건 없지만.


"희연 씨, 일단 나가요."


"예, 예..."


그렇게 모두가 청년을 선두로 한 채 지하철 역 출구로 향했다.


다행히 돌에 막혀있다거나 그러진 않아서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했다.


일단은 살아남은 것 같았다.


일단은.



촤아아아아아아악!



"어...?"


간과하고 있었다.


빛 한줄기라는 것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게 해줄 동앗줄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 사실을, 앞서 올라가던 청년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려내려오는 것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죽, 죽었어! 죽었다고!!"



뚜벅- 뚜벅-



시발, 거짓말이지?


내 눈이 멀어버린건가?


이거 다 환각이야?


그게 아니고서야... 저게 뭐야?



"미개한 것들."



사람들은 다시 한번 혼비백산이 되어, 왔던길을 뛰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바보같이 위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징그럽게도 몰려있군."



기괴하게 기다란 손톱.


살기가 흘러넘쳐 불그스럼한 눈.


입가에 묻은 핏방울.


나도 지금 내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혈귀(血鬼)...?"


누구라도 나같은 입장이면 그랬을거다.


수없이 읽어온 소설들에서 하나같이 비슷하게 묘사됐었던...


혈귀(血鬼) 그 자체였으니깐.



"이, 이현 씨! 도망가요!"


"...엇."



나는 희연의 외침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지독하게 사악한 존재가 벌써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꿇어라."



소설에서나 읽던 삼류악당 같은 대사.


그게 내 앞에 드리운 현실이 되었을땐, 느껴지는 무게자체가 달랐다.


이것 또한 소설 속 세상이라면 나는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으니깐.


"허억..."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무릎이 절로 꿇려졌다.


보이진 않았지만 희연을 포함한 뒤에서 도망가던 사람들도 전부 꿇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미 목이 달아났을테니.



"피냄새마저 더럽군, 이것들은."



혈귀는 아주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나를 지나쳐갔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게 절로 느껴졌다.


이런게 위압감이라는건가.



"흐음..."



죽음이 드리우는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적막은, 그 무엇보다도 더 끔찍하게 깨졌다.



"넌 썩어빠졌어."



촤아아아아아아악!



손을 꼭 모은 채 덜덜 떨던 노인의 머리가 굴러갔다.


동공이 세차게 떨리며 아래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


소리없이 흐느끼고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람이 죽은걸 봐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테니깐.



"어째 신선한 놈 하나가 없어, 여긴."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아까 전 그 기장의 목이 달아났다.


청년과 함께 발 벗고 나섰던 그 선량한 기장이, 한 순간에 목숨이 끊어졌다.



"흐으으윽..."



바로 뒤에선 희연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미리 눈치라도 줄걸.


안 그랬으면 다음 표적이 될 일은 없었을텐데.



"넌 그나마 괜찮아보이는구나."



순식간에 희연을 일으켜 세운 혈귀가 송곳니를 핧았다.


희연은 자신을 붙든 손을 뿌리칠 힘조차 없어보였다.



"제, 제발 살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어."



눈앞을 가득 매우는 검붉은 분수들.


힘없이 쓰러지는 스무명이 넘어가는 몸뚱아리들.


그리고 홀로 남겨진 희연과 나.



"먹을만한건 두 놈뿐인가... 아쉽구나."



"끄으으윽... 끄흐으으윽..."



희연이 애처롭게 우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먹한 이명과 함께, 맥없이 시체들만 바라보기만 할 뿐.


제정신을 붙들지 못한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어서 먹고 다른 곳이나 가봐야겠군."



탐스러운 먹잇감을 눈앞에 둔 혈귀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잊고 있던 것이 내앞에서 빛을 내었다.



===============

[튜토리얼 퀘스트]


재앙에게서 저항하십시오.


퀘스트 실패 패널티: 사망


제한시간: 없음

===============



초점 없던 내 눈이 붉은 창에 시선을 돌렸다.


이걸... 계속해서 내게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재앙에게서 저항하십시오.'



...잠깐만.



'저항하십시오.'



지랄하지 말라 그래.



'저항'



하.



끼익-



앞서 말했겠지만, 난 엑스트라다.


각성자나 회귀자 같은 그런 거창한게 아니라고.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내가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렇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내 행동을.



"...뭐하는거냐, 네 놈."



그저 손에 잡히는게 비상용 도끼였기에, 미친 사람처럼 그걸 들고.



이를 악문 채, 혈귀를 향해 달려나가는 지금 내 행동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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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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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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