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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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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2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14 21:07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가짜군인 (3)

DUMMY

끼룩- 끼룩-



싸늘한 달빛이 내려앉는 밤.


유난히 텅빈 하늘엔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현은 은은한 달의 광만 묻어있는 검은 도화지를 올려다보며, 사람들 틈 사이에 비좁게 누워있었다.



"침낭이라도 주던지.."



이현이 군인들을 따라간지 벌써 10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현에게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의문을 들게 할만큼 길었다.


애초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따라간건지, 참.


누가봐도 뒤가 구려보였는데.



'꼭 늦지 않게 올테니깐, 명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믿어줘야 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건 아니겠지. 최악인데, 그건."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진짜로... 죽은건 아니겠지?


그렇게 만만히 죽을 사람은 아닐텐데. 다중인격이니 뭐니 떠벌댔던거 생각하면.


젠장, 왜 사람 불안하게...



덜컹-



그 순간, 누군가 들어서는 소리에 시현은 다급히 몸을 틀었다.


처음부터 곤히 자고 있던 사람처럼, 그녀는 쌕쌕거리며 옅은 숨을 뱉었다.


허나 불길하게도, 발걸음소리는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얘 맞지?"


"교복 입은거 얘 하나잖아. 맞으니깐 얼른 데려와."



시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굵은 목소리로 봐선, 분명 군인들이었다.


한명은 전에 봤었던 그 털보군인이고... 나머지 한명은 모르겠다.


아마 같이 감시중이던 군인 중 하나겠지.



툭툭-



시현은 자신의 어깨를 건드는 촉감에도 눈만 질끈 감은 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얘 곯아떨어졌는데?"


"오히려 잘됐네. 깨우지 말고 일으켜."



이윽고 군인은 시현을 들쳐업으며, 조심스럽게 자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군인의 품에 매달린 시현은 조용히 이만 아득바득 물 뿐이었다.



'이 새끼들이... 대체 뭔 짓을 하려고...'



시현은 고개만 살짝 들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정확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제기랄,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럴까봐 그렇게 종일 기분이 더러우리만큼 찝찝했던건데.



"대장, 데려왔어."



얼마안가, 걸음을 멈춰선 군인이 시현을 내려놓았다.



"잠든거야?"


"어. 업어가도 모르더라."


"..얌전해서 좋네."



시현은 최대한 겉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실눈을 떠 얼굴들을 확인하려했다.


머리카락 한올만큼 실눈을 뜬 그녀의 앞에는, 기찬의 얼굴이 있었다.



"다시봐도 꽤 반반해."


"대장, 그런 취향이었어?"



껄껄대며 오고가는 더럽기 짝이 없는 말들.


시현은 허리춤에 숨겨진 주먹을 터질세라 쥐었다.



"그래서, 얘 가지고 놀게?"


"그것도 좋지. 하지만 일단 그 새끼가 먼저야."


"누구... 아, 이 년 옆에 있던 놈? 지금쯤 우리 애들이 데리러 갔을걸."


"죽이기엔 아까우니깐 놔두긴할건데, 누가 위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줘야할 것 같아서 말이지."



시현은 까슬한 손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게 느껴졌다.



"그럴땐 이런거 한번씩 잡고 흔들어줘야 개처럼 긴다고. 우린 일석이조지. 젊은 노예도 생기고, 새 노리개도 생기고."


"간만에 맘에 드는 계획이구만."



군인들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럴줄 알았어. 믿어보라더니, 그렇게 가서는 오지도 않고.



"일단 그전에..."



기찬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어느새 교복셔츠의 윗단추가 하나씩 풀리고 있었다.



"맛 좀 미리 한번 봐야지. 상했을지도 모르니깐."



거기까지.


더는 못참는다.



콰드드드드드득!



순식간에 눈을 뜬 시현은 그대로 기찬의 얼굴로 직행해, 있는 힘껏 그의 귀를 깨물었다.


살이 끔찍하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기찬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저 년이!"



파아아아아악!



시현은 곧바로 기찬을 밀쳐내며 일어섰다.


반쯤 사라진 귀를 움켜쥔 채 바닥에 나뒹구는 꼴이 참 볼만했다.



"이런 개같은...!"



빠아아아아아아악!



이어서, 시현은 자신에게 욕설을 뱉는 기찬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러고는 재빨리 그의 군복 주머니와 허리춤을 뒤져, 잡히는대로 뭐든 꺼내들었다.



"뭐해, 저년 잡아 빨리!!"



시현은 뒤로 물러서며 기찬에게서 뺏어온 것을 일단 들어보였다.


이왕이면 권총 같은 것이길 바랬지만, 운이 나빴나.


그녀가 쥔 것은 군용 나이프였다.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긴 하지만, 상황을 타개할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제기랄, 오지 마...!"



시현이 살벌한 눈으로 나이프를 이러저리 휘두르자, 군인들 역시 쉽사리 다가가진 못했다.


허나 당장 주춤거릴뿐, 이대로면 몰리는건 시간문제였다.


하필이면 지금 등지고 있는게 벽이었기 때문에.



"개같은 새끼들... 욕정 풀거면 알아서들 하라고, 나한테 지랄하지 말고..!"


"저런 씨...!"



시현은 아주 조금씩 옆으로 빠질 틈을 재며, 계속해서 나이프를 휘둘렀다.


이대로 잘하면... 도망쳐볼만 하겠는데.


근데... 도망친 후에는 어디로 가야하지?



'아니, 그보다. 아저씨는? 살아있는거 아니야?'



시현은 입술만 깨물며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나이프를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냐, 일단 도망치고 봐야 돼.'



시현은 옆을 흘끔거리며, 빠져나갈 틈에 발을 딛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비켜."



바로 그때, 어느새 일어선 기찬이 군인들 제치며 앞서나왔다.


여전히 피가 흥건한 그의 귀는 너덜너덜했다.



"오지 말라고, 못 죽일 것 같아?"



시현은 다가오는 기찬에게 나이프를 겨누어보였다.


허나 그는 미동도차 없었다.


오히려 더욱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다가올뿐.



파아아아악!



순식간에 뻗어나온 굵은 손이 시현의 나이프를 낚아채갔다.


그것도 날부분을 잡은 채로, 피가 뚝뚝 흐르고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고.



"이런 미친..."



뻐어어어어억!



기찬의 무릎이 시현의 배로 날려들었다.


숨이 턱 막히는 고통에, 시현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쿨럭...!"



젠장, 하필이면 전에 다쳤던 곳을 똑같이 맞은 것 같은데.


아직 붕대도 안 푼 곳을 맞자 피를 토할 것 같은 고통이 온몸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콰악!



"무슨 동생년도 똑같이 더러워 이건."


기찬은 시현의 멱살을 잡아든 채, 살기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허나 죽을 것 같은 상황에도, 시현은 여전히 눈빛이 살아있었다.



"콜록, 누가... 누구보고 더럽데. 추잡한 새끼..."


"정영호."



기찬의 부름에 옆에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군인이 대답했다.



"어, 어...?"



어째서인지 그는 잔뜩 움츠려있었다.


기찬의 수하에 가까웠던 그 역시 저런 광기어린 눈은 처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 열어. 미리 손 좀 봐야할 것 같으니깐."


"으, 응..."



끼이이이익...



두꺼운 철문이 열리며, 어두컴컴한 창고가 펼쳐졌다.


기찬이 이현을 데리고 들어갔던, 바로 그 창고.



쿠당탕!



"으윽..."



기찬에 손길에 거칠게 던져진 시현이 창고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까칠한 바닥에 쓸린 피부가 따가웠지만, 지금은 그런 고통을 느낄 새가 없었다.


당장 더한 고통이 올게 예고 되어있었으니.



"청테이프 어딨어."


"저쪽에.."


"가지고 올동안 저 년 못나가게 지키고 있어."



시현은 가쁜 숨만 내쉬며, 축 늘어진 채 문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곧 있으면 죽을만큼의 지옥이 찾아올텐데.


이제는 도망칠 힘조차 없었다.


몸만 멀쩡했어도, 이것보단 더 거세게 반항할 수 있었으려나.


아니, 애초에...



'아저씨가 가지만 않았어도.'



시현은 이런 상황에 자신이 그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하지만 곧이어 미어져오는 가슴에, 주먹만 꽉 쥘뿐이었다.



'늦지 않게 오겠다며...'



그녀의 눈에 이현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이런 약해빠진 상상은 하지도 않았을테지만.


죽음을 앞둔다고 생각하니, 굳세게 살아왔던 그녀도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했다.



'시발, 약속했잖아..'



저 털보군인 뒤에 이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그 헛된 바램을... 뚫고 들어오던 모습.



'아저씨..'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나 좀...'



허황같이 느껴졌던 그 모습이,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



"...구해주라."



텁-



시현의 눈에 보이던 이현의 실루엣이, 털보군인의 어깨를 잡아챘다.


이제는 환각까지 보는건가.



"뭣..."



허나 그게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시현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미친듯이 흔들리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는 군인의 반응과.


피가 뚝뚝 흐르는 괭이를 들어올리는 이현의 모습 덕분에.



"네가 대체 여길 어떻게-"



쿠당탕탕!!



"뭐야?"


청테이프를 가지고 돌아온 기찬은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문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의 지시에 털보군인이 지키고 있던 문은 어느새 굳게 닫혀있었다.



"대, 대장..."


"뭔일이야?"


"그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콰아아앙! 콰장차아아아앙!



창고 안에 괴물이라도 풀어놓은 것 마냥, 문이 뜯겨져나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어딘가 부딫히고, 넘어지고, 부숴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고통의 비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털보군인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끔찍한 고통 속에 파묻혀, 숨통이 끊어져가는 듯한 목소리.



"사, 살려줘어어억-"



콰지지직!



이윽고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얼음장처럼 굳어있던 군인들은 총구만 문을 향해 겨눌뿐, 어느 누구도 열어보지는 못했다.


진득한 살기가, 문 뒤에서부터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누가 들어갔어."



기찬 역시 어깨에 걸쳐있던 총을 장전하며 물었다.



"어, 어...?"


"썅, 그 계집년이 저러고 있는건 아닐거 아니야!! 누가 들어갔냐고!!"


"그, 그게..."



기찬의 고함에 대답하는 군인의 목소리는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아까 대장이 말했었던, 그 새끼..."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터질듯한 굉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살이 베일듯한 살기.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싸늘한 바람에 실려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서있던건.


이현이었다.



"후우..."



[D급 배후성]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기분 탓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전혀 딴사람처럼 느껴지는 이현의 모습이.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 ]



솔직히 이게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이름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저 단어들만으로도 충분히 유추정도는 가능하지.


뒷세계 인물이면 뻔하지 않나.



철컥-



킬러겠지, 분명.



"너, 너... 대체 어떻게..."



기찬이 귀신이라도 마주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털보군인의 주머니에서 꺼내든 권총을 장전하며, 숨통이 끊어진 그의 몸을 들어보였다.



"뭘 물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내 몸의 주도권을 잠시 놓았다.



"곧 얘처럼 똑같이 될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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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잭 더 리퍼 24.05.11 12 0 13쪽
4 적어도 사람이라면 24.05.10 14 0 15쪽
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2 <배후성> 24.05.09 21 0 12쪽
1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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