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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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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7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13 21:13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가짜군인 (2)

DUMMY

끼익-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는 모르겠다.


그저 흐릿하게 열리는 시야와 함께, 먹먹한 귀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이제 막 정신이 깼으니.



"이 새끼 죽은거 아닙니까?"


"안 죽을만큼만 했어. 수색은 못시키니 저거라도 시켜야지."



기찬과 수염군인의 목소리다.


둘은 나를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는 중인 듯 했다.


아직은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열린 귀로 소리를 유추만할 뿐.



까앙! 까앙!



돌 같은 것을 쉼없이 내리치는 소리.


뭐지, 설마 대장간에 데려온건 아닐테고.


내가 한껏 소리에 집중하고 있을때, 그들은 나를 거칠게 던지며 외쳤다.



"신입이다. 알아서 인수인계 해."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나가는 것 같았다.


두 사칭 군인이 나가자마자, 내 앞으로 또 다른 두명이 다가왔다.


훨씬 덩치가 작아보이는 것으로 보아, 노인이거나 어린아이인 듯 싶었다.



"홀홀, 간만에 젊은이로구만."


"........."



공교롭게도 노인과 어린아이 둘 다였다.


서서히 떠져가는 눈앞에 보인 것은,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노인과 중학생 남짓 되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이름아, 가서 물이라도 좀 가져와라."



노인의 지시에, 남자아이가 어디에선가 물 한병을 가져다주었다.


지금 나에겐 그 물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빛나보였다.



"쯧쯧, 마시구려."


"가,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물을 받아마셨다.


이럴때엔 혹여나 독이라도 들어있는지 확인하는게 안전하겠지만, 그냥 마시기로 했다.


어차피 안 마셔도 죽을 것 같았으니.



"그래, 자네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됐나?"


"그... 반항해보려다 실패해서요."



물론 이건 반정도 거짓말이었다.


나름 반항 해보려던 것도 맞긴 하나, 여기까지 온건 어느정도 계획적인 부분이었으니깐.



"젊으니 그런것도 되는구만. 난 반항하고 싶어도 힘이 딸려서 말이야. 말로만 씨름해도 지치니, 원."



톡- 톡-



노인이 내게 말을 거는동안, 남자아이는 옆에서 내 상처에 물수건을 대주고 있었다.



"아, 고마워."


"홀홀, 애가 무뚝뚝해서 그렇지. 보기보다 착혀."



남자아이도 몸이 그리 성치않아 보였지만, 본인은 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너, 이름이 뭐니?"


"..성이름."



나는 순간 내가 제대로 못들은건 줄 알았다.


허나 노인의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붙여준겨. 야도 지를 뭐라 부르라고 해야할지 몰라하길레."



이름이 이름인거구나.


그래, 뭐. 확실히 기억하긴 쉽네.



"그, 어르신. 혹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보면 모르나. 저거 싹 다 캐야 나가는 곳이제."



노인은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어깨너머로 살펴보니, 아주 장관이 펼쳐져있었다.



후두두둑-



거대한 컨테이너에 무더기처럼 쌓여있는 돌들.


그 앞에 초라하게 놓인 괭이 몇개.



"저걸 캐야한다구요?"


"글자 안보이남. 거 한번 봐봐, 저기 뭐라 써져있는지."



노인은 거의 떨어져가는 컨테이너 문짝에 새겨진 글자를 가리켰다.



[식품 컨테이너]



식량이 충분할거라 했던 이유는 저것 때문이었나.



"근데 다 캐는데 아마 반년은 걸릴겨. 다들 저 꼬라지니."



노인은 허망한 표정으로 쌓인 돌들 위에 앉아있는 중년 남자 서너명을 가리켰다.


미친새끼들. 남자는 막노동으로 부리고 여자는 노리개로 쓰고 있던건가.


아무리 세상이 망했다한들, 이건 좀 많이 역했다.



"저 사람들한테는 말걸어도 대답 없을겨. 대답이 나온다 해도 좋은게 나올리 없을테고."



노인은 천천히 일어서며, 뒷짐을 진 채 괭이를 집으러 갔다.



"하나같이 소중한 이들을 밖에 놓고 온 사람들이니."



나는 마지막으로 밖에 있던 노인들과 아이들의 역할까지 알게되었다.


그들은 인질이었다.


하긴, 놈들 입장에선 인질 외에는 어떠한 용도로도 쓸 수 없으니깐.



"그럼 어르신이랑 이름이는..."


"허허, 우린 자진해서 들어온겨. 가족도 없는 마당에 저승보단 이승 똥바닥에 구르는게 낫지. 안 그려?"


"...그렇죠."



나는 대답하면서도 시선이 노인의 손에 고정되어있었다.


손가락이 몇개 비어있었다.


이어서 이름의 몸도 보았다.


너덜너덜한 옷 뒤에 보이는, 아직 낫지않아 보랏빛인 상처들.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 확연하게 알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일어나자고. 안 그럼 또 좋은 꼴 못 봐."


"...예."



결국에는 이런 세상이 되버리는거다.


강자와 약자가 확연하게 나뉘는 세상.


그게 어떤 형태던, 힘을 가진 사람의 말이 곧 법이고.


가진게 없는 사람은, 수그리는 것이 법을 따르는게 되는 것.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굳이 씁쓸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만약 변해버린 세상의 이치에 불만이 있다면..


직접 바꾸면 그만이니깐.



"..어르신, 약속 하나 하겠습니다."


"잉? 무슨 약속?"


"제가 어르신 저승에도 안가고, 똥바닥에도 안구르게 해드리겠습니다."


"껄껄, 먼 꿈이로구만."



아니, 그리 멀지 않은 꿈이다.


이제 7시간 남짓 남은 꿈이니깐.



.

.

.



끼익-



한동안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린 것은 한참 후였다.


열리는 문 뒤로 가증스러운 미소가 그림자에 비춰지는게 보였다.



"생각 외로 꽤 얌전하게 계시네요."



나는 지독하게도 조용하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돌만 캐고 있었고.


그런 나를 본 기찬은 세상 친절한 사람처럼 말했다.



"이거, 함부로 대한게 조금 미안해지려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안한 기색은 1도 보이지 않는다.



"뭡니까. 사람 반 죽여놓고 여기 던져놨으면서."


"제가 고민을 해봤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당신한테는 두번째 기회를 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두번째 기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인 것 같으니까요. 좋은 인재를 이런 곳에 썩힐순 없죠."



기찬은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얼룩 하나 안 묻어있음에도 한없이 더러워보이는 손이었다.



"조건을 바꿔드리죠. 만약 저희 수색작업을 도와주신다면, 진짜 군인에게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당신과 당신 동생 둘 다요."



나는 놀람이 묻어나오는 표정을 감추며, 기찬의 눈을 마주쳤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눈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이건 좀 예상 밖인데.



"...진짜 군인 말입니까?"


"믿기 힘드시다면, 제가..."


"거절하겠습니다."



그러니, 나도 한번 똑같이 예상 밖의 수를 던져봐야지.



"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던 기찬은 멈칫했다.



"못 미더우신 것 같은데, 충분히 증명할 수-"


"됐습니다. 그냥 여기서 순순히 일하겠습니다."



내가 무관심하게 다시 돌무더기로 시선을 돌리자, 기찬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이거 참, 생각보다 다루기 쉬운 사람이네.



"...후회하실텐데요. 제가 어떻게 나올줄 알-"


"글쎄, 됐다고."



이걸로 저 놈의 말을 끊은게 세 번째.


심기를 건드리기엔 충분하고도 남겠지.



"만약 죽일거였으면 진작에 죽였겠지. 나처럼 젊은 인력이 귀중하니깐 계속 간만 보는거잖아, 안 그래?"



기찬은 정곡을 찔린 듯 보였다.


주위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몇몇이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똑똑한줄 알았는데, 영악한거였네."


"뭐가 됐던, 얌전히 돌만 캐드릴거니깐 나랑 내 동생은 그냥 놔둬달라고. 그정도면 괜찮은 거래잖아?"



나는 여전히 기찬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뭐, 만약 여기서 저 놈이 갑자기 고삐 풀린 채로 뒤에서 달려들면 속수무책이겠지만.


어차피 저 놈이 당장 그러지 않을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분명 더욱 더럽게 밟을 수를 모색할테니.



"..잘 알겠습니다."



역시나 기찬은 그대로 뒤돌아나갔다.


물론 가증스러운 웃음조차 섞이지 않은, 한껏 썩어있는 표정으로.


그가 문을 굳게 닫으며 나가자마자, 옆에 있던 노인이 내게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자네, 어쩌려고 그래? 죽이진 않더라도 분명 해코지할게 뻔한데."



주위 사람들도 말만 안할뿐, 노인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걱정과 안쓰러움이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으니.



"...어르신."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그 해코지가, 내가 바라던 것이었으니깐.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



기찬이 나간 후로 또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밖이 밤인지 아침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는 반복된 노동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농땡이를 피울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일단 가만히 있자니 눈치가 보였으니깐.


그렇게 몇시간 내내 돌무더기만 파고 있으니 절로 손아귀가 저려왔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해, 정장 겉옷은 벗어던진지 오래였다.



덜컹-



문이 다시 열린게 거의 며칠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기찬이 아닌 가짜 군인 두명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주변을 훓어보더니, 이내 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거기 너, 따라와."


"왜 그러시죠."


"닥치고, 순순히 따라오는게 좋을거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그러죠, 갑시다."



나는 손을 툭툭, 털며 돌무더기에서 내려왔다.


뒤에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태연하게 가짜 군인들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순순히 나가려던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나를 다급히 붙잡았다.



"이봐, 자네. 꼭 돌아와야하네. 알았지?"



노인이었다.


바짓가랑이까지 잡고 늘어지며 간절히 말하는 노인의 모습은, 보는 사람이 절로 가슴이 미어졌다.



"이 노친네가 미쳤나, 안 꺼져!"



앞서가던 군인이 노인을 밀쳐내자, 노인은 애처롭게 나뒹굴면서도 말했다.



"반드시 돌아와야 해! 반드시!"



쿠웅-



매정하게 닫히는 문 뒤로 노인의 목소리는 끊기고 말았다.


나는 노인때문에 살짝 늘어진 바지를 고쳐입으며, 군인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려는거죠?"


"넌 어차피 모를걸."


"예?"



뻐어어어어어억!



차가운 쇳덩어리가 뒤통수에 부딫히는게 느껴졌다.


이어서 진득하게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에 시야가 가려지며, 몸에 저절로 힘이 쑥 빠졌다.



"으윽..."



맥없이 쓰러지며 뒤를 돌아본 찰나의 순간에는.


총의 개머리판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들고 있는 군인이 추악하게 웃고 있었다.



"푹 자고 있을때 데려갈거니깐."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는 멈출 기세가 안보였다.


젠장, 대체 얼마나 세게 친거야?


귀에 이명까지 들리려고 한다.



"근데, 그냥 죽이는게 더 깔끔하지 않아?"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가짜 군인 둘의 비열한 대화가 오고갔다.



"대장이 살려서만 오랬잖아. 그리고, 말 잘듣는 젊은 놈 하나 정도는 있어야 부리기 편하지."


"아, 그러고보니 맞네. 오늘 지나면 고분고분 해질거 아니야, 이 새끼."


"확실하게 눕힌거 맞지? 한번 더 밟아야하나?"


"냅둬. 방금 데리고 나올때부터 이미 진빠져보이더만. 괜히 죽어버리면 골치 아파."



나는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최소한이라도 움직여보고 싶었으나, 의식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으니.


언제 뜨는거야, 젠장. 이러다 잘못하면 죽겠는데.



덥썩-



그때, 군인 둘이 나를 거칠게 일으켰다.


질질 끌려가는 내 뒤로 흘려나온 핏자국이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년, 잘하면 우리도 한번씩 맛 좀 볼 수 있으려나?"


"대장이 다 갖고 놀고나면 콩고물정도는 떨어지겠지."


"크으, 이게 얼마만에 젊은 피야."



파아아아아아앗!



멍청한 두 놈은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탓에 보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푸른 창을 보며, 소리없이 웃는 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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