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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배후성 300,000명으로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5.09 21:28
최근연재일 :
2024.05.16 21:2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3
추천수 :
1
글자수 :
70,056

작성
24.05.14 21:17
조회
7
추천
0
글자
13쪽

가짜군인 (fin)

DUMMY

"쏴, 쏴죽여!!"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빗발치는 총알들이 털보군인의 몸에 대부분 막혔다.


이걸로는 어차피 오래 못버틴다.


그러니 나도 대응사격을 해야겠지.



탕! 탕!



권총으로 딱 두발.


눈에 보일만큼 올곧은 각도로 쏜 두개의 총알이, 각각 하나씩 앞에 있던 군인 둘에게 뻗어나갔다.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뚫고 나간 총알에, 두 놈은 허망한 표정으로 엎어질 뿐이었다.


이걸로 남은건 다섯.



"쏴! 쏘라고!!"



앞에 있던 둘이 엎어진 덕에, 바로 뒤에 있던 몇몇이 주춤거렸다.


그러자 내 눈이 레이더처럼 그 빈틈을 곧바로 캐치하고, 나이프를 꺼내들며 무서운 속도로 뛰쳐나갔다.



"히이익...!"



타타타타타타탕!



내 표적이 되어버린 한 놈이 기겁하며 총을 쏴대었다.


물론 빗발치는 총알들은 어느것 하나 내게 닿지 않았다.


애초에 저렇게 엉망인 자세로 쏘는데 맞을리가 있나.



촤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나이프로 놈의 손을 깊게 베어내자, 총이 저절로 내 앞에 떨궈졌다.


나는 바보같이 손만 부여잡고 있는 놈을 잡아끌어 방패로 쓰며, 재빨리 총을 주워들었다.



"자, 잠깐만! 쏘지 마!!"


"그냥 쏴, 시발! 죽이라고!"



기찬의 지시였다.


불쌍한 놈. 네 사인은 우두머리를 잘못 만난게 됐다.



타타타타타타탕!



나는 애처롭게도 동료들의 손에 죽게된 놈을 버리며 옆으로 굴렀다.


곧바로 방패가 사라지긴 했어도 총 장전하는 시간은 충분히 벌었으니.



타탕! 타탕! 타탕!



총은 다급하게 마구잡이로 쏘지 않고.


간결하게, 정확히 머리만을 노리고 쏜다.


그게 지금 내 안에 자리잡은, 누군가의 기억이자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꽤 쓸만했다.


단 세 번의 조준으로, 순식간에 세 명의 머리에 구멍이 났으니.



"후우..."



아직 남아있던 살기를 뱉어내듯, 입이 절로 차가운 공기를 불어냈다.


이것마저 지금 내 안에 있는 자의 습관인가.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구나, 너."



기찬은 총을 던져놓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총알이 다 떨어진 듯 보였다.



"더러운 새끼. 계속 숨기고 있었다 이거지?"


"푸핫, 누가 누구한테 더럽다는거야."



나는 잠시 혀만이라도 주도권을 다시 가져왔다.



"처음부터 뒤 구린 짓 꾸미던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애 건드리려고 작정한거 모를줄 알았어?"



나는 언제나 저런 정곡 찔린 표정을 보는게 즐겁다.


아마 제대로 찔렸을거다.


나를 창고로 데려갔던 그 순간부터,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캐냈으니깐


저 놈의... 아니, 이곳의 심연(深淵)을.


그렇게 젊은 피를 고집했던건, 다 더러운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네가 생각해도 진짜 개새끼이지 않아? 아직 교복이나 입고 다니는 애 건드리는건."


"...닥쳐."



스르르릉-



기찬은 옆에 엎어져있는 수하 두명의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나는 말없이 물끄럼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총 없이 붙어보자는건가.



"총 내려, 이 더러운 새끼야."



헛웃음조차 나오질 않았다.


기가 찰 노릇이지. 설마 나이프 격투로는 이길거라고 생각하는건가?


격의 차이를 한번 느껴볼 필요가 있겠네.



스르르릉-



나는 나이프를 집어들며, 주도권을 다시 킬러에게 넘겼다.


냉혈한 기운이 몸을 감싸내리는게 느껴졌다.


곧이어, 기찬이 양손에 나이프를 든 채 달려들었다.


지독한 살기를 눈에 채운 상태로.



"뒤져......!"



파아아아앗!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 전용 스킬이 사용 가능합니다.]



그때, 이번엔 내가 딱히 부르지 않았음에도 스킬 사용창이 저절로 나타났다.


전과 달리 조건도 딱히 붙지 않는걸 보면...


아마 배후성 본인이 원해서 기술을 사용하겠다는거겠지.


그래, 어디 한번 하고 싶은대로 해봐.



[전용 스킬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기찬이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나이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몸은 눈 하나 깜짝 안하며, 어느덧 차디찬 비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대각선 각도로 들어보인 손으로 기찬을 겨냥한 채.


다른쪽 손에 쥔 나이프엔 살기가 차갑게 섞인 숨결을 뱉어내었다.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 전용 스킬]



이윽고 기찬을 향해 정면을 튀어나간 내 몸은.


나 스스로조차도 쫓을 수 없는 속도로, 기찬의 몸 곳곳에 구멍을 내었다.



[즉살(卽殺)]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촥!



"커어어어어어억...!"



사방에 튄 핏방울들이 소나기처럼 떨어지고.


기찬은 구멍뚫린 팔다리를 감싸쥔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자로 재고 벤 듯한 정교함이 드러나는 수많은 상처들은, 그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 놈에겐 남은 무기도, 동료도 없으니.


이대로 받은만큼 돌려주고 죽일까.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가 고문은 자신의 전문이라고 합니다.]



음, 그만두자.


또 전처럼 정신줄 놔버리는 상황이 오면 곤란하니깐.


그냥 손가락 몇개만 부러트리지 뭐.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가 자르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됐다구요, 이 양반아.


그런건 내가 비위가 약해서 못해.


다 죽여놓고 이런말하는 것도 좀 뭐하긴 하지만.



콰악!



"자,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일이 아주 쉬워질거야."


나는 기찬의 손을 밟으며 말했다.


"전에 말했던 진짜 군인 불러주겠다고 한거, 그거 뭐야?"


"푸큭, 엿이나 먹어."


기찬은 고통 섞인 눈으로 내게 침을 뱉어냈다.


물론 내 몸에는 아직 배후성이 남아있었기에 그것마저 피해냈다.



콰직!



"끄아아아아아아악!!"



우선 계획했던대로 손가락부터 부러트렸다.



"그 다음부터는 자를거야. 잘 생각해."


"있어... 진짜 있다고, 군부대에 연락할 방법..."


"좋아. 그래서 그 방법은?"


"그 돌무더기... 그 뒤에 진짜 군인들이 놓고 갔던 통신 장비들이 있어. 그걸로 군부대에 연락할 수 있다고."



젠장, 그것때문에 그렇게 인력을 고집했던건가.


그걸로 언젠가는 이곳을 뜰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이, 이제 됐지...? 불으라고 한대로 다 불었잖아..."


"아니, 아직 하나 남았어."



나는 기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어떻게 군인 행세를 하게된건지도 설명해야지."


"그, 그게.."



기찬은 눈에 띄게 우물쭈물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일단 살려준다면-"



됐다.



그냥 말하지 마.



"어, 그래. 살려줘야지."



빠각!



"필요할때까지만."



내가 총의 개머리판으로 기찬의 머리를 후려치자, 그는 곧바로 눈을 뒤집어까며 풀썩 쓰러졌다.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가 그를 왜 살려두었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나도 맘같아선 그냥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다.


하지만 기껏 통신 장비를 얻었는데, 만약 다룰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되니깐.


사형수 느낌으로 살려두는거지. 당분간만.



[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가 그를 확실하게 죽여야할때 자신을 반드시 다시 부르라고 요구합니다.]



예,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이제 가세요.



[D급 배후성 <검은 뒷세계의 살인병기> 이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능력 <배후성>의 쿨타임은 12시간마다 초기화됩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배후성은 얌전히 물러나주었다.


진작에 이런걸로 고를걸. 전에는 무작정 아는 이름만 골랐다가 봉변을 당했으니.


애초에 D급이라서 그런지, 배후성 목록을 뒤져볼때마다 아는 이름이 보였던건 손에 꼽았다.


방금 그 킬러처럼 거의 대부분 이름 대신 간략한 설명에 가까운 명칭들이었으니.


뭐, 어쨌든 이번처럼 이렇게 뒤탈 없는 배후성만 고를 수 있다면 뭐가됐던 상관은 없겠지만.



"콜록, 콜록..."



익숙한 기침소리.


진짜 나도 애지간히 둔하구나. 또 시현을 까맣게 잊고 있던걸보면.



끼이이이익-



"차시현!"


나는 반쯤 닫혀있던 문을 열며 시현을 불렀다.


시현은 상처투성이인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 힘없이 웃어보이고 있었다.



"참 빨리도 온다..."


"미안. 나름 안 늦어보려고 했는데."


"됐어, 뭘 이제와서..."



시현은 혼자서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럴 수 밖에. 애초에 내가 봐도 그럴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으니깐.



"콜록... 뭣 같네, 진짜. 왜 나만 매번 이런 꼴인지..."


"조금만 참아봐."



나는 시현의 옷을 살짝 들어보였다.


역시나, 복부에 감아주었던 붕대는 이미 피로 흥건했다.


상처가 짓눌려터져버린건가. 하필이면 다친데를...



"후우..."



나는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가 기찬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삭혔다.


지금은 시현을 치료해주는게 우선이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금방 올게."



◇◇◇



주르르륵-



물수건을 짜내자, 피가 섞인 물이 뚝뚝 흘렀다.


나는 새 붕대를 찢어내어 그것 역시 따뜻한 물에 적신 후, 시현의 상처부위에 감아주었다.



"끄으으윽..."



붕대를 꽉 감을때마다 시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옅은 신음을 뱉어냈다.


아마 생각보다도 더 아플텐데, 애써 참아내는거겠지.


왜일까. 이상하게도 첫만남때부터 시현만 보면... 괜스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절대로 애뜻한 감정 같은게 아니다.


그냥, 뭐랄까.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인다고 해야하나.


혼자서 이것보다 더한 고통들을 견뎌왔던게, 적어도 내 눈에는 보이는 것 같았다.


차마 물어보진 못하겠지만.



"..미안."



시현은 희미하게 뜬 눈으로 쌕쌕거리면서도 대답은 해주었다.



"뭐가..."


"약속 제대로 지킬게, 다음부턴."


"죽기 전에만 왔으면 된거지, 뭐..."



시현은 그런 상태에서도 옅게나마 웃어보였다.



"...이번에도 그거야? 다중인격."


"...그런거지."


"틀린 말은 아니구만."



갑자기 들려온 노인의 목소리에, 시현은 화들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노인은 이름과 함께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시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


"감사인사는 저분한테 해. 여기까지 온건 저분 덕이었으니깐."



나는 옆에 놓인 괭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


실은 아까전...




'어르신,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잉? 뭔데?'


'이따가 만약 제가 나가게될 일이 생긴다면, 저한테 괭이 좀 몰래 챙겨주시겠습니까?'


'뭐.. 그거야 어렵진 않제.'




그렇게 정말로 내가 나갈때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그 부탁을 들어준 덕분에.


나를 끌고가던 두 놈을 괭이로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배후성이 있었더라도 맨손으로 총을 든 둘을 처리하는건 늦어졌을테니.


시현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보이자, 노인은 손만 내저었다.



"아유, 한 것도 없구만. 뭘 새삼스레."



따뜻한 물과 물수건 역시 저 노인이 준 것이었다.


다 어디서 가져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꼬마는 누구야?"



시현은 노인의 뒤에 숨어 시현을 바라보고 있는 이름을 가리켰다.


이름은 고개만 빼꼼 내민 채 답했다.



"성이름."


"......?"



시현은 내가 이름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알아서 적응하겠지, 뭐.



"아무튼, 이제 어쩔 생각이여?"



나는 잠시동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돌무더기부터 치우는게 우선이겠지. 거기에 통신장비가 있다니깐.


그걸로 군부대에 연락을 해서, 군인들이 이곳에 구조를 하러와주는게 최선의 루트이긴 했다.


문제는, 그 돌무더기를 어떻게 치우느냐인데...



"저, 저기..."



바로 그때, 갑자기 왠 가냘픈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옆을 돌아보니, 초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꼬마가 조심스럽게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이 사람들... 죽은거에요?"



꼬마는 옆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리 치워놓기라도 할걸. 괜히 애한테 못볼 꼴을 보여줬네.



"어. 아마 못일어날거야."



나는 시체들을 등진 채 꼬마의 앞에 섰다.



"그, 그럼 이제 무서운 아저씨들 없는거에요?"


"응. 이제 안전..."



잠깐.


그동안 가짜군인들의 행실을 보면, 분명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구처럼 대우했을거다.


사실상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 군인놈들이 매일 목숨을 들었다놨다하는 악마였겠지.


그런데 그 악마들이 이제 없어졌고, 그걸 없앤 사람이 나다.


그러면... 솔직히 조금은 고마워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돌치우는 것 정도는.. 기꺼이 도와줄 수 있을정도로...?



"...꼬마야."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꼬마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꼬마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가서.. 어른들 좀 불러올레?"



배후성 중에 말빨 좋은건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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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배후성> 히든 능력 24.05.15 6 0 13쪽
» 가짜군인 (fin) 24.05.14 8 0 13쪽
9 가짜군인 (3) 24.05.14 6 0 11쪽
8 가짜군인 (2) 24.05.13 5 0 12쪽
7 가짜군인 (1) 24.05.13 5 0 13쪽
6 이건 내 몸이라고 24.05.12 6 0 15쪽
5 잭 더 리퍼 24.05.11 12 0 13쪽
4 적어도 사람이라면 24.05.10 14 0 15쪽
3 죽었다 살아나보니 24.05.10 19 0 13쪽
2 <배후성> 24.05.09 21 0 12쪽
1 멸망한 ~에서 살아남기 24.05.0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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