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ta bene

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5,088
추천수 :
3,323
글자수 :
968,567

작성
24.04.05 20:00
조회
165
추천
4
글자
12쪽

21. Reverse Dimension(8)

DUMMY

여왕.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예고된 어떤 존재.


어디의 왕이고 어떻게 생겼고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이다. 스스로 그 힘을 가졌는지, 어떤 수하들을 거느렸는지,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넘어온 제국 지하의 과학자들이 그 존재를 증언하고 있고,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내 존재 자체가 점점 확장되어 경계를 넓혀가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보니 여왕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이면 차원에서 여왕을 마주할 것이라는 것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왕의 이름이 아리엘이라는 것은 충격이었다.


"아리엘이... 여왕의 이름이라고?"


거인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같이 있는 승무원들도 놀랐다.


물론 단순히 서로 이름만 같은 경우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흐름과 상황을 보았을 때, 단순히 이름만 같은 건 아닐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서 모든 정보가 말소되었다. 그나마 남은 정보들을 추적해온 결과, 이런 이면의 세계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과연 그런 것인가?"


어쩌면 한 편으로는 납득이 가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순간마다 묘하게 이끌어온 신기한 능력들, 빠른 성장, 출신을 알 수 없는 점 등등. 오히려 아리엘이 여왕이었다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르다고 한 것이었군."


물론 아직 내가 여왕같은 인류를 멸망시킬 존재와 맞설 힘이 없는 상태이다. 그걸 생각하면 확실히 이르긴 하다.


"선주..."


주변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충격을 받았다. 그들도 아리엘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질 않지만 내가 계속해서 아리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랬기에 이 일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 너머에 아리엘이 있는 건가?"

"그렇다. 어째서 너희가 여왕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여기를 떠나라. 아직 여기를 넘어가기에 이르다."


순간 정말로 우리를 염려해서 조언해주는 거인의 진심어린 태도 때문에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다.


'그런데 우리를 걱정해주는 것이, 이곳을 지키는 거인이 할 생각인가?'


왜 거인이 나를 걱정해 주고 있는 거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케레시스, 내가 아직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묻는 건데, 어째서 거인은 우리를 걱정해 주고 있는 거지?"

"어라? 그러고 보니?"


만약 거인의 목적이 인간을 멸망시킬 여왕과 같이 한다면 그냥 여기서 우리를 죽이면 된다.


하지만 거인은 우리를 단숨에 구속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순수하게 힘겨루기로 우리를 밀어내려고만 했다.


만약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들어왔을 때 가장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여왕이 나서야 할 때를 위해 여왕이 무르익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거인은 그 스스로 이곳에 여왕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니까.


여왕은 언제든 세계를 멸망시킬 준비가 되어 있고, 거인도 우리를 언제든 죽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왕은 때를 기다리고 있고, 거인도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만 하고 있다.


"그 때를 누가 정하는 건데?"


무슨 기준으로? 무슨 권한으로? 어떤 이유로?


모든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기분이 들자 더욱 순순히 따라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럴 때에는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싶다.


"돌파한다."


물론 완성형이라는 여왕을 마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이 정해진 때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막아내려 하겠지.


그러니 오히려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뿐이다.


"안 된다! 돌아가라!"

"어차피 묶여있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이제 이쪽에서 사용하는 힘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제 내 힘을 섞으면 훨씬 더 강한 힘을 자유자제로 쓸 수 있게 된다.


"선주가 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케레시스는 당연히 나를 따랐다.


"여왕이라니 더 멋진 풍경을 보겠군요."


세실리아도 내 선택을 지지했다. 그에 따라 공작 부인을 따르는 보석 이름을 쓰는 아가씨들도 뒤에 서서 지지를 표명했다.


"뭔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하실 거잖아요? 저는 좋습니다."


르네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사실 굳이 동의를 일일이 구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같이 있는 승무원들이 다 같이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저 거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거의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다보니 승무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게 된 것이다.


"어쩐지 이 전함에 오르자마자 마지막 장에 도착한 것 같네요."


레니에르도 딱히 나를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이 마지막이 아닐 것 같다는 예상이 듭니다. 아 물론, 미래를 보고 온 건 아닙니다. 그냥 제 예상이에요."


나는 레니에르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면 충분해."


우리가 어떻게든 돌파하겠다고 하자 거인은 필사적으로 우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거인의 힘으로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아우둠라. 우리가 여기를 넘어서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절대 넘어선 안될 것이다!"

"제대로 설명도 못하면서 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명을 하던지, 설득을 포기하던지 둘 중 하나만 하면 안될까?"


둘 다 할 수 없는 아우둠라는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럼 들어간다."


아우둠라를 뒤로하고, 우리 전함 아스트럴 나이트는 더 안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면 우주에서, 뜻하지 않게 여왕과 일찍 조우하게 되었다.


***


처음 느껴진 것은 어둠이었다.


호흡은 문제 없었다. 만져지는 것은 없었다.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것도 없는 막막한 상태였다.


마치 처음 전함에 실렸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주변에 내 동료들이 있었고, 전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면 우주의 경계에 있다가, 비로소 이면 차원에 들어서게 되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 느낄 수 있던 것들을 전부 박탈당한 것 같았다.


'베로니카, 거기 있어?'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아마 서로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다. 아니면 이곳을 관장하고 있는 누군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 나와 전함마저 떨어뜨려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케레시스! 세실리아! 레니에르! 르네! 누구 없어?'


대답은 없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아도 누구를 찾아도 아무런 피드백도 얻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서서히 미쳐가야 하는 건가 싶을 무렵. 나는 내 몸을 만져볼 수 있었다.


아직 내 몸은 있네.


그리고 서서히 새로운 장소에 감각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에서만 쓸 수 있는 힘에 익숙해지듯, 이곳에서의 감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긴 어쩐일이지?"


익숙한듯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둠 한 가운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창백한 듯한 하얀 피부와 고풍스러운 드레스, 누가봐도 여왕이었다.


하지만 인류를 멸망시킬 예정이라는 무시무시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왕... 아리엘인가?"

"고귀한 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예의를 차릴 줄 모르는가."


아, 그래 여왕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나는 황제인데?


"나도 어딘가의 은하에서는 황제라서 말이지. 이해해 주라고."

"뭐 그 점에 있어선 그렇다고 해두지. 어딘가의 은하의 황제, 그대는 누구인가?"


얼굴을 들여다보면 아리엘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내 기억의 아리엘은 상당히 과거였고 어렸다. 하지만 눈 앞의 여왕은 이미 원숙한 나이였고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강수호, 황제의 이름으로는 하드리아누스이지."


내 이름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너는 여왕이 아니구나."

"제법이구나."


어째 이곳 이면 우주에 있는 것들을 하나같이 수수께끼 하듯이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법이 없냐. 무슨 제약이 이렇게 많은지.


눈 앞의 여인은 내가 물었을 때, 고귀한 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질책만 했다. 자기가 누구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일종의 말장난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제재가 걸려있기에 이런 가짜까지 세워두고 나를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눈치를 못 챘으면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생각이었지?"

"가능하다면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그럼 그쪽 이름은 뭐지? 뭐라고 부르면 되지?"


여인은 소매에서 긴 막대 같은 칼을 꺼냈다.


"로제라는 이름을 허락하마."


그리고 로제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의지의 힘과 이곳의 힘으로 몸을 감싸며 공격을 막아냈다.


"육탄전은 되게 오랜만인데."


마지막으로 몸으로 싸운게 언제였더라? 군령자 황제 때려잡을 때였나? 아니면 루이 첸에게 쳐들어 간 것도 육탄전으로 쳐줘야 하나?


아무튼 우리 둘은 서로 격돌하기 시작했다.


로제의 공격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나는 베로니카가 심어놓은 근접 전투 임플란트의 도움을 받으며 공격들을 넘겼다.


그리고 과연 이 여인이 내 공격의 어디까지를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며 고민해야했다. 너무 세게 치면 뭘 물어볼 새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너무 약하게 치면 오히려 내가 당할 위험이 높았다.


지금 전함과의 연결도 확인할 수 없는 지금, 안드로이드 몸체마저 당하면 나도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일단 이 정도부터."


가장 기본적인 의지의 힘과 이곳 공간에서 비롯된 형이상의 힘을 섞어서 후려쳤다. 로제는 이 정도 공격은 가뿐하게 막아냈다. 보통이 아닌데?


"좋아, 이 정도는 버틴단 말이지?"


이제 서서히 단위를 올려가며 출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행성 단위에서, 항성계 단위로, 은하 단위로 서서히 출력을 강화해갔다.


전대 황제보다 훨씬 더 잘 버티는 것 같은데? 여왕은 아니지만 여왕을 지키는 역할을 맡을만한 능력은 충분한 모양이다.


심지어 내가 공격하는 와중에도 날카롭게 반격을 시도해왔기에 급하게 고개를 젖히며 피해야 했다.


"크윽!"


살짝 공격의 흐름이 끊기자 로제는 역으로 내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급하게 자세를 고쳐잡으며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몇 번의 공격을 허락해야했다.


"고작 이 정도인가?"


순간 나는 내 힘에 자만하고 있었음을 시인해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진지하게 상황에 임하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 우주는 넓었고, 나도 모르는 강대한 존재들이 널려있었다.


"제대로 다시 간다."


나는 전심으로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안드로이드에 집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감사문 및 외전에 대해서 24.04.13 87 0 -
182 21. Reverse Dimension(9) <완> +8 24.04.06 258 9 11쪽
» 21. Reverse Dimension(8) 24.04.05 166 4 12쪽
180 21. Reverse Dimension(7) 24.04.04 154 5 12쪽
179 21. Reverse Dimension(6) 24.04.03 164 4 11쪽
178 21. Reverse Dimension(5) 24.04.02 160 5 11쪽
177 21. Reverse Dimension(4) 24.04.01 163 6 13쪽
176 21. Reverse Dimension(3) 24.03.30 164 6 9쪽
175 21. Reverse Dimension(2) 24.03.29 165 4 12쪽
174 21. Reverse Dimension(1) 24.03.28 168 4 11쪽
173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5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171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3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0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7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4 5 13쪽
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6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4 4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6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