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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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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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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작성
24.03.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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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0. 살레노미아 회전(14)

DUMMY


“항복한다고?”

“그렇다네요. 어떻게 합니까? 받아들일까요?”


케레시스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놀라운 정보였다. 레니에르가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직접 오겠다는 것이다.


물론 통수의 신테스 은하에서 ‘항복’이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했다. 물론 상대를 너무 믿지 못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믿을 필요도 없었다.


“일단 받아들여봐야지. 적들의 무장 해제를 명령하고, 레니에르와 대면한다.”

“만약 선주가 그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습니까?”


세실리아의 질문에 나는 크게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항복한 척 들어와서 상대방 주요 요인들을 암살한다.”

“조심해야겠네요.”


하지만 그녀가 이런 뻔히 보이는 수를 쓰진 않겠지. 아마 이쪽의 통수를 칠 뭔가를 계획해 올 것이다. 대비해둬야겠다.


***


“...라고 저쪽은 생각할 거다.”

“아무래도 우리가 쉽게 항복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카알의 말처럼 레니에르도 자신들의 항복을 저쪽이 순진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항복을 한 쪽도, 받는 쪽도 믿지 않는 기적의 항복 선언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서 진짜로 항복한다.”

“정말요?”


레니에르의 연합함대는 비록 상당한 피해가 누적이 되었고, 정치적 근거를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세 종족이 연합해서 만든 함대라 여전히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들이 만만한 상대였다면 강수호는 힘으로 이들을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정면충돌로는 상당한 피해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쉽게 결판을 내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빈집이 된 라인 일족을 먼저 쳐들어가거나 하는 식으로 상대의 의표를 찔러 행동했다.


“아직 저들이 감추고 있는 게 있어. 그것을 알아내야 한다. 아마 항복을 한다고 하면 같이 만나면서 이것저것 알아낼 기회가 생길 것이다.”


강수호는 확실히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숨기고 있는 힘이 있든,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든, 그 속에 감춘 것을 알아내야 레니에르에게도 뭔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장 해제는 거짓으로 할까요?”

“아니 그런식으로 속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신테스 은하만의 발전한 공간이동 기술이 있다. 연합함대 정도의 규모를 단숨에 먼 거리로 보내는 기술 뿐만 아니라, 보다 정교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비록 그것을 활용할 기회가 없었을 뿐, 아직 그 기술은 이들에게 남아있었다.


“대신 좀 더 기가 막힌 방법을 사용하자고.”


카알은 레니에르의 계획을 들었고, 그리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항복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군요. 고생 좀 하겠어요.”

“최후의 전투라 생각하고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다른 부관들에게도 전달해놓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레니에르의 항복 의사가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우리는 그에 맞춰 항복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적들의 무장을 해제하였다. 그리고 레니에르 단독으로 나와 만나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다.


“반갑군요. 직접 뵙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강수호라고 합니다.”

“레니에르입니다.”


서로 자료나 사진으로 보기는 많이 봤다. 처음에 멜롯에 쳐들어 왔을 때에도 화면상으로 만나보긴 했지.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레니에르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이런 사람이 통수의 은하 신테스에서 살아남아 인간의 영웅이 되었고, 세 종족의 연합을 이끌어냈으며, 연합 함대의 사령관까지 되었단 말이지?


“그런데 항복하신다고요?”

“의외라는 말투이시네요.”

“아직 충분히 싸울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좀 이르지 않나 싶어서 의외다 싶었죠.”

“세 종족 연합 중 두 종족의 축이 무너졌습니다. 인간 세력 하나만 가지고는 의미가 없어졌거든요. 오히려 제 고집 때문에 더 많은 희생을 치르기 전에 결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겉으로는 평안해 보이는 대화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단순히 정치적인 의미에서 오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의 에스퍼 능력이 부딪히고 있었다.


이 여자 지금 항복하러 왔으면서 이렇게 들이댄다고? 만약 내가 에스퍼가 아니었으면 최악의 경우 이 여자의 꼭두각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화가 나서 에스퍼능력을 강력하게 발휘해 상대방을 제압했다. 인간으로 치면 팔을 잡아 비틀어 온 몸으로 짓누른 형세라고 볼 수 있다.


“크윽.”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레니에르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입가에 살짝 피도 흘러나오는 걸 보니 내상이 다시 도진 모양이다. 그러게 왜 덤벼서 험한 꼴을 당하고 그래?


“제가 발두스 은하 출신이라 좀 감안해 주세요. 신테스 은하의 예절은 잘 몰라서.”


‘신테스 은하에서는 항복하러 온 쪽이 에스퍼 능력으로 시비를 겁니까?’라는 내용을 완곡하게 돌려서 질타했다. 에스퍼 능력으로 완전히 이기면서 상대방의 예의 없음을 부드럽게 지적하는 내용을 듣자 레니에르는 잔뜩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입가의 피를 수습하며 말했다.


“역시 제가 싸울 상대를 잘못 골랐군요.”

“네? 싸우다니요? 그게 무슨 소린가요?”


그쪽 따위는 내 상대가 못 된다는 말을 돌려서 했다. 싸움도 서로 격이 맞아야 하는거지 서로 존재의 격이 다른데 싸움이 성립이 가당키나 한가?


이러면서 나는 내 존재의 규모를 은근슬쩍 드러냈다. 항성계를 넘어 은하계 전체를 지나 이제 두 개의 은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나의 영역이 있다.


물론 저 넓은 우주에 비하면 아주 좁은 영역이지만, 인간 하나가 쉽게 감당할 존재감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민감한 에스퍼라면 더욱 모를 수가 없겠지.


“저희는 싸운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레니에르도 쉽게 지지 않았다.


“저희는 다툼이 아니라 전쟁을 했으니까요.”


나와 레니에르와의 사이라면 그런 격의 차이는 좁힐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렇게 되면 서로 각자의 은하를 대표해서 전쟁을 한 것이니 서로의 격을 비슷하게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맞아요. 전쟁, 그러니 여기서 본격적으로 배상 문제와 전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내가 하나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발두스 은하를 대표해서 왔긴 했지만, 이번 전투도 그렇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신테스 은하의 종족들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는 그냥 불의의 상황에 휩쓸린 외부인이 되어버리고, 신테스 은하 내부의 구성원들끼리 벌인 내전으로 퉁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발두스 은하 입장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이득을 받기 힘들거나, 앞으로 두 은하 사이의 교류에 있어서 살짝 차질이 있을 수 있었다.


아직 사피엔스, 인간들까지 완전히 점령하고 얻은 항복이 아니다. 물론 아슈타르와 데자크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방해받을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법리적 차원에서 물고 늘어질 여지를 만들면 안 되었다.


언제나 내가 개입하러 올 수 없을 테니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뻔히 보이는 레니에르의 속셈을 읽고 나니 더더욱 이번 건을 확실하게 발두스 은하와 신테스 은하 사이의 일로 못박아둬야 했다.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혹시나 해서 말이죠.”


레니에르의 눈빛이 아직 차분하다. 조금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자신의 계획에 큰 차질이 없다고 믿는 표정이다.


어차피 신테스 은하와 발두스 은하와의 관계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큰 차질을 만들어 줘야지.


“아, 그리고 이 자리에 손님을 한 명 초대했는데 괜찮으실까요?”

“저야 항복하는 입장입니다. 서로간의 조약 작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 명 정도 동석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뒤에 있는 승무원에게 신호를 주었고 바깥에 있던 손님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레니에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이샤?”


맥스 행성의 총리이자, 레니에르의 전우이며, 이 자리에 초대된 손님 에이샤가 들어왔다.


“오랜만이에요. 레니에르. 잘 지냈어요?”

“생각해보니 아직 제가 인간측 대표를 아직 데려오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함께 얼굴 보려고 호출했고, 마침 두 분이 아는 사이라고 하시니 같이 차라도 마실 겸 초대했습니다.”


레니에르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에이샤는 난감한 듯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심리를 관찰했다.


“저번 싸움에서 인간들 측에 우리가 이기는 데에 배팅을 한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 중 에이샤 총리님이 계셨습니다.”


이것을 레니에르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혹시나 자신이 질 경우 대비해서 인간들에게 둔 보험 쯤으로 생각해서 에이샤와 이미 합의된 내용이니까.


하지만 레니에르가 항복하자마자, 자동적으로 우리 편이 되어버린 에이샤 총리를 이렇게 빨리 여기로 데려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이동 기술은 신테스 은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 두 은하가 나를 매개로 하나로 연결되기 직전인 상황에서 각 은하가 가진 각자의 뛰어난 기술은 곧 서로 교류가 될 것이다.


그 기술 교류의 기념비적인 첫 사건을 에이샤 총리가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


“자 자, 이렇게 모였으니 즐겁게 차담을 나누자고요.”


나 빼고 모두 썩 즐겁지 않은 차담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즐거웠다.


아마 레니에르는 자신이 준비했던 수들 중에서 극단적인 수는 더 이상 쓰기 힘들 것이다. 이곳을 전부 날려버린다거나, 하는 자폭 수는 자연스럽게 후 순위로 밀려날 것이다.


여기 에이샤가 휘말린다면 자폭 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세 종족 연합 모임은 조만간 제가 주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인, 뉴지락, 레니에르가 아니라, 크리샨, 불카노, 에이샤로 구성된 새로운 연합 모임이라는 것 쯤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레니에르의 머리가 엄청나게 회전하고 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어떻게 나를 제거하고 에이샤를 구출해서 이곳을 떠나게 할지 고민하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눈치챘다는 내색을 하지 않고 내 할 말을 계속했다.


“발두스 은하에서는 생명 공학 기술과 식량 기술들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신테스 은하의 부족한 식량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네?”


갑작스런 내 말에 레니에르와 에이샤 둘 모두 벙찐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발두스 은하가 점령했다고 해서 무작정 착취만 할 줄 알았나? 이제 신테스 은하도 실질적으로 우리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신테스 은하의 핵에 관한 사용권을 요구할 겁니다. 하지만 이는 장차 두 개의 은하가 합쳐지게 되면 일어날 분쟁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레니에르와 에이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보였다. ‘기껏 항복도 받고 이겨놓고 이렇게 물러터지게 행동한다고?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을 노리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런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두 은하의 상생을 위한 청사진 제시와 사전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두 여인의 표정은 더욱 혼란스러웠고, 나는 즐거웠다.


이게 은하 제국 황제의 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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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5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4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0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7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4 5 13쪽
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6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4 4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6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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