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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5,072
추천수 :
3,323
글자수 :
968,567

작성
24.03.19 20:00
조회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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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20. 살레노미아 회전(8)

DUMMY


“저희는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케레시스의 질문을 타당했다. 한창 검은 돌기둥을 가지고 이것저것 실험하고 있는 나를 보며, 케레시스 뿐만 아니라 아스트럴 나이트의 승무원들도 ‘왜 굳이 이 실험에 자신들도 같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 물론 이 실험에 너희는 필요 없지.”

“그럼요?”

“아스트럴 나이트가 필요해서.”

“아하.”


물론 여기에 전투선이나 거신들도 있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투시 출격용일 뿐, 장거리 이동용이 아니다. 따라서 아스트럴 나이트가 여기에 묶이게 되니 자연스레 다른 승무원들도 같이 이곳에 묶여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여긴 영 사람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군요.”

“항성까지 다녀와 봤으면서 엄살은.”


언젠가 세실리아 때문에 항성으로 떠난 적이 있다. 그때는 공작가문을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한 수호신을 얻으려고 간 것이었다.


“아, 그랬었죠? 그때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는데.”

“그 이야기를 왜 지금 꺼내세요!”

“난 누가 울었다고 한 적 없는데?”

“칵!”


세실리아를 놀려먹는 케레시스를 보며 저것들이 지금 손자볼 나이가 맞나 싶었다. 철이 덜 들었어.


“뭐, 결국 제 가문을 다시 세우는데 필요한 것은 제 실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엄청 노력했잖습니까.”

“아 물론 그랬지. 그 당시 거의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어. 세 과정을 그 짧은 시간에 다 듣다니.”

“어휴 사관시절은 그나마 얌전할 때입니다. 선주 없는 동안 사업하고 활동하는 거 보면 훨씬 독하게 살았다고요.

“내 뛰어난 능력과 업적이 폭발하던 시기라고 훗.”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 나오니까 재미있긴 하네. 그렇게 이야기가 옆으로 새나가다가 케레시스가 다시 환경으로 주제를 돌렸다.


“아무튼 항성은 그냥 덥기만 하니까 내열 기능과 냉각기능만 잘 갖춰지면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긴 폭풍이나 번개도 치고 맨몸으로 도저히 서 있을 수 없는 험한 환경이잖아요. 도대체 이런 행성에 뭐 하려고 정착을 한 거랍니까?”

“아마 은하의 핵에 가까운 행성들 중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보니 환경이 이 모양으로 생겨먹은 거겠지.

“멜롯도 은하 핵 근처 아닙니까? 거긴 살기 좋던데?”


나는 검은 돌 기둥에서 추출한 가루에 이것저것 화학 작용을 시켜보며 대답했다.


“멜롯은 제국이잖아. 경쟁 상대가 될만한 세력들은 전부 제거해 버린 뒤라 은하핵을 독점하는 데 문제가 없었거든. 굳이 은하핵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험한 환경의 행성에 자리잡을 필요가 없었지.”


이건 잠시나마 황제로 지내면서 얻었던 기억에서 비롯된 정보였다. 아마 일반적인 제국 사람들에겐 굳이 알리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었겠지.


“오, 그렇군요. 역시 황제를 해봐서 그런가, 예전에는 저희가 선주에게 우주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줄 때가 있었는데, 이제 선주가 저희보다 더 많이 아시겠네요?”

“그래? 너네도 어차피 베로니카의 정보망에 접근할 수 있잖아. 거기 이런 내용들 같이 공유해두고 있을텐데?”

“요샌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까지 찾아보기 힘들다고요. 베로니카와 서기 인공지능이 선별해주는 정보들만 읽는 것도 벅차단 말이죠.”


그러자 옆에서 르네가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나타났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케레시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블랙홀 서버 정보들도 같이 접하고 있는데다 이곳 신테스 은하의 정보들도 들어오니 정보 폭발이라고요.”


너무 많아진 정보들 때문에 가치 있는 정보들을 선별해서 정리하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역할을 베로니카가 해주긴 했지만, 이제 워낙 일들이 많아지다보니 아예 서기 역할을 맡은 인공지능을 따로 배정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어쩌냐, 이번에도 정보가 많아질 것 같은데.”

“네? 왜요, 그 돌기둥 때문에요?”

“어 맞아.”


나는 돌기둥 가루의 화학반응들을 살펴보며 한 가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거 여기 은하 물건 아니야.”

“그러겠죠. 아슈타르들도 본래 여기 살던 종족이 아니라고 하니 조상들이 이곳에 오면서 가지고 온 물건일 수 있죠.”

“그리고 여기 우주 물건도 아니야.”

“네? 그게 말이 됩니까?”


다른 은하의 물건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여기 우주의 물건이 아니라는 말에 케레시스와 세실리아와 르네는 경악했다.


“그럼 어디에서 온 물건입니까?”

“아직은 가설이지만 여기 이 물체는 여기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우주 혹은 우주 바깥에서 온 물건이지 않을까 싶어.”


왜냐하면 어떤 물체인지 식별하는 어떤 시약을 쓰더라도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현 시점의 정보에 일치하는 물질이 없습니다.


게다가 베로니카의 정보를 보더라도 이 물질과 일치하는 물질이 없었다. 아무리 다른 은하라 하더라도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는 거기서 거기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독특한 조합으로 신물질을 만들더라도 그것이 무엇과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는가를 분석은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당최 뭔지 알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의지체인 나와 반응을 하는 것으로 봐서 어떤 기억들이 조금씩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보통 이런식으로 어떤 정보와 연결이 되면 그 정보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석이 되질 않는다.


특별한 암호화를 거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안 맞는 것이다. 그래서 앞선 전투에서 이 돌기둥을 습득했을 때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것을 느끼고 당장 전투를 중단하고 현장을 이탈한 것이다.


“그럼 이 물질을 굳이 지금 분석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뭡니까?”

“아마 이번 전투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열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그것을 잘 분석하면 여기 신테스 은하의 세 종족 연합과도 협상할 여지가 생길거야.”

“협상이 안 되면요?”


세실리아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그러면 싸워야지?”

“푸핫!”


간만에 세실리아는 시원하게 웃었다. 케레시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역시 이상한 여자야 30년을 봐도 적응이 안 돼’라고 중얼거렸다.


여기 신테스 은하를 온 것은 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본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우선 아리엘의 행방을 찾는 것. 그리고 최강의 전함이 되는 것이다.


이제 유기 생명체 단위에서는 나와 맞서서 싸울만한 적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최강의 전함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전투력만을 넘어 그 영향력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은하 황제까지 된 주제에, 그리고 조금만 더 하면 두 은하간의 교류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된 주제에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좀 더 넓게 가보고 싶다.


그리고 발두스 은하제국 지하에 있는 비밀 연구소의 연구소장 베르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왕’이라는 존재. 미래의 우주에서 인류의 위협이 될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 상황에 과연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영향력을 더욱 넓히는 것이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내 힘도 더 강해지고, 내 힘이 닿는 범위 내에 있는 인간들은 전부 보호할 수 있을테니까.


아마 지금 발두스 제국에 있는 황제 안드로이드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주지 않았지만 알아서 내 영향력을 확대하라고 했으니까.


여튼 그런 미래에 등장할 여왕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이 우주에 없는 요 물질이 힌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선 여기 행성, 은하의 핵 근처에 있는 환경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 물질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슈타르들도 잘 모르는 눈치였죠?”

“아마 알았으면 굳이 오래된 구식 무기에 처박아두고 방치하진 않았겠지.”


막대한 에너지를 담을 수 있으며, 그것을 방출할 수도 있고, 이 세상에 없는 물질. 아슈타르들은 그저 에너지 흐름과 알고리즘만 모방해서 비슷한 무기를 만드는 정도로 그쳤지만 나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이것을 접근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저희는 혹시나 근처에 적들이 나타나지 않을지 돌아가면서 경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내 실험 의도를 알게 된 케레시스와 세실리아는 다른 승무원들을 통솔하기 위해 실험실을 떠났다.


나는 좀 더 몰입해서 이 기둥에 대해 연구했다. 이것은 아마 외 우주의 존재와 맞닿을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 아니, 이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초대장과도 같다.


마치 이것을 통해 이렇게 오라는 것과 같은 어떤 의도를 느낀다고 해야 하나? 보통 이런 의도를 느끼면 겁에 질려 실험을 그만둘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겁은 없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과학자들도 이런 것을 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겠지. 이런 기회가 없으니까. 외우주의 초대라니, 개쩔잖아!


“오 그렇군요. 이런 식이네요.”

“우왁 깜짝이야!”


몰입하고 있던 내게 르네가 불쑥 꺼낸 말 한마디에 놀라고 말았다.


“왜 놀라고 그러세요? 저 여기 들어온 거 아셨잖아요?”

“아까 케레시스랑 같이 안 나갔었냐?”

“저는 전투원이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이거 볼수록 흥미롭네요. 외우주로의 열쇠라니.”


르네는 내가 대충 휘갈긴 자료들과 베로니카가 해석한 자료들을 보며 말했다.


“이러면 굳이 그림족을 찾아갈 필요가 있어요? 이 정도 능력이 있으면서 굳이 정보를 다루는 종족을 만나서 뭘 물어볼 만한게 있나 싶은데요.”

“정보 조작을 다루는 녀석들이니 녀석들만이 숨기고 있는 정보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그러자 르네도 자신 나름대로 이 기둥에 대해 조사한 자료들을 내게 건네주었다.


“저도 옆에서 나름대로 조사해 봤는데요. 뭔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유용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 기둥에는 ‘공격 기능’에 관한 회로가 설정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막대한 에너지를 축적해서 강력한 한 방을 낼 수 있는 거죠. 아슈타르들은 이 회로를 복제해서 개량한 것으로 보여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것을 이용해서 어떻게 다른 차원이나 우주 바깥으로의 연결을 알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요. 아까 전투하면서 묘하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첩되지 않았던가요?”

“어, 그랬던 것 같아. 그런 감각이 있었지.”

“네. 그럼 그것을 이용해서 이 물체의 과거를 추적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르네가 중력이 강한 블랙홀의 인격체이고, 과거의 모든 시간과 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홀 안에서 그것들을 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이런 발상도 가능한 것 같았다.


“좋아.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군.”


그렇게 나는 몸을 돌려 거대한 돌기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돌기둥에 손을 대고 눈을 감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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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21. Reverse Dimension(1) 24.03.28 168 4 11쪽
173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5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171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3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0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7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4 5 13쪽
»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6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3 4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6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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