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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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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작성
24.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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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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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9. 신테스 은하(12)

DUMMY

"저희도 일을 주십시오!"


루비의 이 말에 우리 둘은 어리둥절해졌다. 특히나 르네는 ''저희'라고? 왜 나도 포함된 거지?' 라는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았고, 루비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이야기인데?"

"사실 아슈타르 쪽으로 오고나서 제가 하는일이 없잖습니까? 저도 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루비를 데려온 것은 르네와 내가 못할 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내가 일을 다 하고 르네가 보조이고, 루비는 그 보조의 보조 정도이다.


그나마 생각한 것은 최초의 모르간트와 접촉할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같이 싸울만한 역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냥 일을 잘 한다길래 별 생각없이 데려온거다. 그리고 지금은 억지로 시킬 일도 없다. 여기 별에 풀이 자라서 풀을 뽑으라고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가져온 우주선 여태 운전 잘 했으면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한 거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루비는 어께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타입이었다.


"지금은 딱히 할 일 없어. 쉴 때 쉬고, 그러는거지."

"다른 동료들은 지금 열심히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데 저만 이곳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아, 그거였구만? 아마 다른 보석이름 쓰는 아가씨들은 굉장히 빡세게 구르고 있겠지. 케레시스는 인간 측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었고, 우주에는 곳곳에 온갖 일이 터지기 마련이니까.


아마 3교대로 담당을 나눠서 병력을 운용하고, 유사시에 전병력도 출정해야 하다보니 힘들 것이다. 게다가 전함에서의 생활이라는 것이 크루즈나 호텔 생활이 아니다. 아무래도 불편한게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이곳에서 대접받고 편하게 있는 상황이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아니, 뭐 일을 시켜주고 싶어도 딱히 지금은 아니라니까? 여기 전함이나 거신기체가 있어?"

"없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거나 감시해야 할 사람이 있어? 오히려 다른 종족 손님이라서 눈에 띄다보니 수상한 행동을 해선 안돼. 이해가 되나?"

"이해합니다."


아마 루비도 이것을 모르지는 않을테다. 하지만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에 그냥 털어놓는 것이겠지. 그런데 너무 딱딱하게 대응한 것 같아서 조금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혹시 여기서 해야 할 일을 발견한 게 있나?"


루비는 자신의 영상 기록을 허공에 띄우며 말했다.


"여기 아이들과 친해졌습니다."

"오, 재미있게 놀고 있네."


확실히 나한테 와서 일을 달라고 할 정도의 성격이면 은밀하게 잠입하는 정보요원같은 일은 성격에 안맞겠지. 오히려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친해지는 방향이 맞을 것 같긴 하네.


"음, 잘 하고 있네. 그런데 왜?"

"제가 찾아서 일을 하긴 하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무언가 지시를 내려주시면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구만. 딱히 지시를 내리지도 않고, 그냥 데리고만 다니니까. 어디보자...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일단 이거 받아."

"이게 뭡니까?"


나는 상당한 양의 자금을 루비의 개인 계좌로 넣어주었다.


"활동 자금이다. 너 알아서 아이들 필요한 것 사주던지, 아니면 어른들 찾아가 선물을 주던지 활동해. 중요한 회의 때나 내가 부를 때만 오면되고 나머지 시간은 너 알아서 써."

"아니, 이걸 바라고 한 건 아닌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테스 은하와 우리 발두스 은하가 합쳐진단 말이지. 그때까지 계속 서로 오가며 교류를 늘려야 할텐데 그 중간 역할을 누가 하겠어? 나나 르네는 어차피 안 돼. 아직 확실치 않지만 내 여정은 여기가 끝이 아니니까 못하는 거라고. 그러니 너가 여기 발두스 은하제국 대사 역할을 하는 거야."


역할을 달라고 했으니 역할을 줘야지. 루비도 이 정도까지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 아이들과 친해질 정도면 어른들하고도 금방 교류를 하겠지.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고, 내가 회의 참석할 때 원로들이나 집정관들하고 얼굴도 터놓고 그래. 꼭 내가 있어야 만날 필요는 없고, 여기서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줄테니 간단한 차담이나 개인적 만남 정도는 자유롭게 해도 좋아."


사실 이제 차 행성도 넘었고, 발두스 은하도 넘어선 내게 이런 우주 종족의 작은 무리 정도는 딱히 신경쓸 거리가 안 된다. 다만 평화적인 해결책을 위해서, 보다 더 큰 연결을 위해 내가 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려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부하가 있으면 더 좋겠지. 루비는 딱 그 역할을 잘 해낼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원래는 천천히 일을 맡길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저렇게 말하는데 일을 안 줄 이유는 없지. 일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자, 그럼 르네 너는...."

"저는 필요 없습니다."

"...블랙홀 인격 주제에 되게 게으르네."

"저는 지금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뭔가 일을 억지로 줄까 했지만 딱히 르네에게 맡길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르네도 그녀 나름대로 착실히 주변의 정보나 전승들을 기록,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었다. 나중에 궁금한 것 생기면 물어보면 되겠지.


"그나저나 저희는 여기 왜 모이라 하신 겁니까?"


르네의 물음에 그제야 내가 여기로 모이라고 한 이유를 떠올렸다. 하필 모이자마자 루비가 '일 주세요!'하는 바람에 잠시 까먹고 있었을 뿐이다.


"오랜만에 전체 회의나 해볼까 해서, 저쪽에서도 대기하고 있으라고 전해뒀어."


인간쪽을 맡고 있는 케레시스, 데자크 쪽을 담당하는 불카노, 그리고 아슈타르를 맡고 있는 우리가 한데 모여 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자, 그럼 연결한다."


우리가 있는 숙소의 한 가운데에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평소에 쓰는 통신보다 좀 더 정교한 통신이었다. 홀로그램 영상에 케레시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거 연결된 거 맞나? 선주? 들리십니까?

"어 잘 들린다."

-오 연결 되었네. 어떻게 거기 일은 잘 진행되고 계시나요?"

"순조롭게 진행중이지."


그리고 다른 영상에는 불카노의 험악한 얼굴도 떠올랐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가?

"어 그렇게 하는 게 맞아."


다행이 서로 제 시간에 맞춰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자, 서로 상황 공유를 해보자고. 우선 여기는 아슈타르 종족 중에 크리샨 일족이라는 곳과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어."


나는 어떻게 모르간트를 만났고, 발레안을 치료해주었으며, 그 이후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그렇군요. 일이 잘 되어서 다행입니다. 저희도 이곳 인간들과 엮여서 사이좋게 지내고는 있는데요. 그나마 최근에 출동할 일이 많이 줄어서 승무원들 회복과 전함 정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거기 행성 위원들이나 총리는 어때?"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에이샤 총리 정도면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잘 안넘어오더라고요. 그래도 행성 위원들 위주로 많이 포섭을 해뒀습니다.


타우러스 항성계의 굴지의 정치인 케레시스도 어찌 못하는 총리가 있다? 그거 좀 흥미로운데? 물론 레니에르와 비밀 회선으로 통화를 하는 정황을 보아하니 그녀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거긴 레니에르의 영향력이 없지않아 있을테니까 쉽진 않겠지."

-아뇨 생각보다 레니에르의 영향력이 없습니다. 인간의 영웅이라길래 거의 신성시되고 절대화 되는 정도인가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인지도는 없더라고요. 역시 행성 위원들이 많이 견제를 해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케레시스는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그것을 정리한 결과 확실히 레니에르가 많이 불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태 늘 불리해왔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절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게 확실하네."

-전투력도 상당합니다. 멜롯 행성에서 싸울 때에는 아직 서로 손발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첫 전투였을텐데, 지금쯤 어떻게 발전해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확실히 멜롯 때에는 서로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 물론 우리도 그때는 서로 다른 세 종족의 모습만으로도 당황했었고, 이제는 그 종족별 특성을 파악하고 우리도 나름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마 다시 만났을 때에는 서로 얼마나 각 종족에 대한 이해가 있느냐를 볼 수 있겠지. 되도록이면 평화롭게 발두스 은하와 신테스 은하간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우리에게 쳐들어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나저나 여기 아무 말도 안 하는 이 친구는 누구입니까?

-나는 불카노다.


원래는 파이팅 넘치는 성격이었는데 지배력을 좀 강하게 뒀더니 어째 애가 풀이 죽은 것 같지?


"불카노, 현재 데자크쪽 상황은 어떻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서로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자기 팔을 물어뜯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저번 장악 이후로도 내게 얌전한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지시한 대로 충실히 군체를 확장하고 강화하고 지배하고 있었다.


"스스로 흥분에 겨워서 자해를 하게 두면 안 되겠지."


어째 신테스 은하의 것들은 기본적으로 '호전적'이라는 것을 패시브로 깔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 제국 대신들도 한가락 하는 성깔들이지만 그래도 나름 '귀족'으로써의 체면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여기 공허생명체 데자크들도 그렇고, 내가 접촉한 아슈타르도 그렇고 굉장히 적극적이고 전투에 목말라 있어 보였다.


전쟁이라는 것이 되도록 안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보는 데 말이지. 역시 우주 시대, 지구 시절의 상식따위 먹힌 적이 별로 없었다. 차라리 삼국지나 전쟁사 기록이 더 도움이 된다.


"좋아, 그럼 아슈타르 쪽도 조만간 슬슬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데자크 쪽도 움직여 보자고."

-그럼 드디어 뉴지락을 제낄 수 있는 겁니까?

"아, 물론 거기를 먼저 제거해야지."


불카노는 내 부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지락에 대한 원한이 상당히 깊었는지 엄청난 전투의지가 홀로그램 영상 너머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너네.


-선주, 그럼 인간측에서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지금 총리를 몰아내고 새 총리를 뽑는게 나을까, 아니면 지금 총리를 포섭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솔직히 새 총리 뽑는게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왜지?"

-아무래도 인간 영웅인 레니에르와 그 추종자로 보이는 총리를 몰아낼 때 대중들의 반응이 솔직히 부담스럽거든요.


행성 위원들도 결국은 대세를 따르는 정치인들이다. 이들만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려면 확실한 약점을 잡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케레시스가 정치인들과 크게 엮이는 걸 싫어한다.


지금이야 내가 시켰으니까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서 비비고는 있지만 양쪽 어느쪽이든 확실하게 어떤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레니에르를 완전히 이겨야 그 다음 이야기도 있을 판이다.


"좋아, 어느 정도 서로의 상황 공유가 된 것 같군.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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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7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5 5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7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7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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