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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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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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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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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0. 살레노미아 회전(16)

DUMMY


항복을 전하러 왔다가 갑자기 자폭하는 레니에르, 무장 해제한 줄 알았지만 갑자기 복합 순간이동을 통해 전투배치에 들어가는 연합함대, 폭발하고 무너지는 라인 일족의 도시, 불타는 살레노미아 행성.


다행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부린 술주정에 이불킥을 날리는 에이샤, 신테스 은하를 떠나 나를 따라오기로 마음을 굳힌 레니에르, 얌전하게 무장해제 되어 있는 연합 함대의 개별좌표 해제, 새로운 세 종족 연합 출범의 선포.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어휴 정신없어.”

-밑에 사람들에게만 일시키지 마시고 본인이 하실 일을 잘 찾아서 하면서 그런 이야기 하시죠.


한동안 잠잠했던 베로니카가 단둘이 있게 되자 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일이 착착 진행될 정도로 유능한 부하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케레시스와 세실리아는 저녁 식사때 나눴던 대화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청사진과 방침들을 정리했다. 너무 정리를 잘 해줘서 보고서 제국에 넘기고, 후속 조치를 이어나갈 외무부에게 인수인계만 잘 하면 조만간 손 털어도 될 정도였다.


“아무튼 큰 건 잘 해결되었네.”

-은하 충돌에 대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언급했던 문제였으니까요.


그때 르네도 내 옆에 와서 같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나 때문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몰랐어.”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제멋대로 착각해서 쳐들어온 신테스 은하 자기들 문제지.”


토르네시아 770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서 벗어나려고 했던 그 순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덕분에 블랙홀로 정보를 다루는 힘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절대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위험이었다.


물론 이제 블랙홀의 힘을 온전히 가진 지금 훨씬 수월하게 벗어나긴 하겠지만, 그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그때의 사건이 신테스 은하의 연합 형성에 빌미가 되었고, 그것이 발두스 은하로의 침략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슬쩍 묻어두기로 했다.


대외적으로는 은하 충돌에 대한 염려로 인해 선제적 타격이라고 해두었다. 그리고 신테스 은하의 호전적인 문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우리에 대한 문제는 공식적으로 언급되진 않을 것이다.


“정보 조작이네.”

-정보 조작이군요.

“뭘 새삼스럽게 그래?”


두 사람의 정보조작이라는 말에 문득 한 외계 종족이 떠올랐다. 크리즈 족이었나?


***


여하튼 그렇게 승무원들과의 중요 대화를 마치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시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런 정리에는 베로니카와의 대화가 제격이었다.


“앞으로 바빠지겠지?”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그러다가 어느 임계점이 넘기면 더 이상 직접 나설 필요가 없겠죠.


그러고보니 차 행성도 처음 시작할 때는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뛰어다녀야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할슈타인 공작을 제쳐버린 이후 내가 30년간 없어도 항성계가 장악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케레시스나 호세, 세실리아, 힐데, 리사 같은 동료들이 나서서 열심히 일한 덕분이었고, 내가 30년간의 시간을 뛰어넘어 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황제가 되면서 발두스 은하계 전체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그것을 의도한 거라기보다는 아리엘을 찾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다가 황제와 루이 첸 사이에 엮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아리엘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지만, 우연히 황제를 제압하게 되었다.


그러다 루이 첸에게 뒤통수를 맞고 블랙홀로 던져지게 되었지만, 녀석은 내 힘을 내 안드로이드에 넣어두는 바람에 황제의 힘과 권한을 고스란히 나에게 상납한 꼴이 되었다.


그러고 황제로써의 내실을 다지다가 신테스 은하가 쳐들어왔다. 이대로 당하고 있으면 안되니 직접 내가 조지려고 전함을 이끌고 쳐들어왔고, 결론적으로 세 종족을 모두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신테스 은하에 있는 이들과 발두스 은하에 있는 이들이 잘 적응하고 살도록 해야겠지. 하지만 이제 황제쯤 되다 보니 굳이 내가 그 일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실무자들에게 맡기면 되고, 이제 그 실무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몇몇 특별히 뽑아서 데리고 다니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함에 필요하진 않았다.


내가 믿고 상의할 수 있는 몇몇들과 나머지는 유기체 안드로이드로 채워넣은 승무원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케레시스와 세실리아, 르네에 더해 레니에르도 전함에 오르게 되었다. 보석의 이름을 가진 아가씨들도 있었지만 아마 몇몇은 여기 신테스 은하에 남아 나를 대신해서 두 은하를 연결해줄 대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세실리아와도 상의한 것이라 괜찮다.


-용케도 승낙해줬군요. 자신이 직접 키운 아가씨들을 순순히 내주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내 덕에 공작가문을 다시 재건한 것이니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그리고 아무리 몸이 떨어져 있어도 신테스 은하의 장거리 순간이동 기술을 통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


신테스 은하가 발두스 은하와 비교해서 다른 건 다 떨어져도 순간이동 기술 하나만큼은 더 뛰어나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발두스 은하 제국은 장거리 이동 기술을 철저히 통제했지만, 세 종족이 갈라져서 경쟁하던 신테스 은하는 이런 통제가 없었고 서로 전쟁하느라 적극적으로 순간이동 기술을 이용했기에 발생한 차이였다.


-현재 신테스 은하의 다양한 종족들의 지지와, 이들의 순간이동 기술 그리고 은하의 핵이 두 개를 얻었으므로 새로운 영역으로의 여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여정?”

-이번에 얻은 돌기둥에서 해석한 내용들 있지 않습니까?


아, 그거. 아둔의 창에 있던 코어였던 돌기둥은 우리 우주의 물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우주 이면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본래는 그곳을 갈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그곳으로 새로운 여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여정일까, 아니면 여정의 종착지가 될까?”

-사후 영역까지 다녀온 분이 고작 이면 세계에 쫄고 있습니까?


사후 영역도 좀 비현실적이긴 했지. 아마 황제의 안배가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그 황제는 내 손으로 없애는데 일조했기 때문에 누가 나를 그곳에 보내도록 의도했는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뭐 덕분에 그런 곳도 다녀오고 좋았지. 그리고 할슈타인 공작도 이길 수 있었고. 지금은 다녀온지 꽤 되었고, 그곳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기에 사후 영역의 힘을 잘 쓰진 않았지만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새로운 이면 세계로의 여정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아니, 나중에 볼게. 30년 시간을 건너 뛰어버린 뒤로 조금 조심스럽거든.”


전함에 실린 의지체가 되고 나서 내 인생 낙중 하나가 우주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성계 한 번 둘러봤다가 30년이 지나버렸다.


은하계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내려다보게 되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버릴지 알 수 없었다.


그랬다간 지금 나를 도와주고 있는 동료들을 두고 먼 시간으로 떠나버릴지도 몰랐다. 르네야 블랙홀 인격체니까 다시 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 동료들은 아마 여러 대를 거쳐서 후손들을 보게 될지 몰랐다.


“그리고 그랬다가 이 전함이 얼마나 오래 방치되고 고물이 될지 누가 알아?”

-고물 아니거든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진화하는 이 전함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전함에는 내가 더 가깝지 않겠니? 내가 나를 고물이라고 하는데 부관인 너가 왜 화를 내는데?


아무튼, 그 말대로 전함은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처음에는 움직이게 만들도록 수리하는 것도 벅찼지만, 벨롱가의 바이오 테크니카나 항성의 용 타우러스의 힘, 블랙홀의 권한, 황제의 군령자의 힘, 기타 등등의 힘이 계속 추가될수록 전함은 조금씩 바뀌었다.


사실상 이번 새로운 신테스 은하의 힘도 추가되면서 능력 뿐만 아니라 외부 모습도 조금씩 변해왔다.


나는 내가 무기물에 실린 줄 알았는데, 무기물인 전함도 나의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그래 이제 더 이상 고물이라고 할 수 없는 전함이다. 하지만 내가 시간을 뛰어넘어버리면 남아있는 전함은 누가 따로 관리해주지 않는 이상 또 버려지지 않을까?”


그나마 차 행성에 있는 동안은 호세를 비롯한 동료들이 계속 관리를 해줬지만, 만약 30년이 아니라 300년 3000년 그 이상을 방치해두면 아무리 아스트럴 나이트라고 해도 버틸 순 없겠지.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무도 남지 않겠지?


-모르죠 어딘가의 신이 되어 떠받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 그건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까?


-저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싫다고.”


꼭 종교 엔딩 말고 다른 엔딩은 없을까?


-본래 이런 이야기의 마지막은 계속해서 떡밥 던지던 적을 처리하러 주인공이 떠나고, 남아있는 인물들이 기다리다가 잊혀질 때 즈음 다시 돌아왔다 라는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요.

“그건 연재 중단되서 급 마무리 한 만화 엔딩 같은데?”


그러고 돌아와서 oo의 모험은 계속된다. 뭐 이런 식으로 마무리도 하기도 하지.


그렇게 베로니카와 시덥잖은 농담이나 하며 앞으로의 일에 대한 불안을 대충 밀어냈다. 물론 내가 두려워서 불안한 것은 아니다. 지금 내 시점에서 나를 두렵게 할 불안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을 굳이 구체화 한다고 하면, 우주에 있는 어마어마한 공간과 거기에 있는 무지막지하게 긴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은하 두 개를 얻었다. 이것도 엄청난 업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우주에 은하가 몇 개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 은하가 생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은하끼리 서로 충돌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이 넓은 우주에 은하 두 개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다 내가 앞으로 의지체로써 지내야 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내가 늙어서 죽을 일은 없다. 노화가 되는 몸이 아니라 전함이니까.


게다가 전함도 노후화가 되는 게 아니라, 내 힘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어째서 이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내 존재 자체가 지구의 상식과 상당히 위배되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결국 나는 내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그 모습이 어떤 것일지,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살짝 걱정이 드는 것이다.


-뭐 그런 걸 걱정하십니까? 어차피 하다보면 언젠가 도달하겠지요.

“그렇겠지?”


그렇게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고민은 잠시 접어둔다. 대신 이제 내게 닥친 눈 앞의 과제들을 본다. 신테스 은하 일의 마무리, 발두스 은하에서 황제 일 잠깐 돌아보고, 새로운 영역으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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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21. Reverse Dimension(1) 24.03.28 168 4 11쪽
»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6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171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4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0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7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4 5 13쪽
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6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4 4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6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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