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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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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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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작성
24.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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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0. 살레노미아 회전(3)

DUMMY

미래 예지라는 카테고리의 에스퍼 능력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미래 예지 능력 자체가 이미 모순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 그러면 미래는 고정이 되어 있는 것인가? 고정이 되어 있는 미래는 어차피 바꿀 수 없는데 예지를 한다고 의미가 없지 않나? 이런 모순에


하지만 작은 변수 하나에도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미래 예지 능력자들은 자신이 본 미래를 근거로 해서 현실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한 시점의 일이 바뀌게 되면 보다 먼 미래의 예지는 전무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미래예지란, 시간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받아들이지만, 이 능력을 사용하는 에스퍼들은 조금 다른 시선에서 시간을 바라보게 된다.


바로 수없이 갈라지는 그물망과 같은 연결선이 시간이다. 한 사건으로 인해 분기점으로 시간 선이 수도 없이 갈라졌다 다시 합쳐지기도 하면서 펼쳐지는 헤아릴 수 없는 커다란 그물이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모든 일들은 이미 존재하며, 우리는 그저 그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를 마주하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다 중력에 따른 시간선의 변화까지 더해지게 되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래서 많은 미래 예지 에스퍼들은 너무 넓은 시간선을 이해하기보다,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시간선까지만 바라보려고 한다.


때로는 아예 미래 예지를 포기하거나 굳이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는 시간에 대한 탐구와 미래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괴짜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괴짜들의 물건이 간혹 알 수 없는 불가해한 이유에 의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경우가 이 경우지."


레니에르는 자신이 들고 있는 수정을 바라보았다. 강수호는 굳이 자신의 능력을 증폭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억제해야 하다보니 잘 등장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에스퍼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완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석과 도구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 예지자, 그리고 시간에 대한 탐구자들이 사용하는 보석이었다. 물론 금단의 영역에 가까운 연구를 하는 사람의 담보는 시전자의 생명이었다.


스스로의 생명마저 바쳐가며 이들이 이루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완전 먼 미래의 일을 미리 보는 것,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시간대의 일마저 슬쩍 엿보는 것이다. 물론 너무 먼 미래를 보게 되면 그 미래가 그대로 이루어지기까지 변수가 너무 많아 없는 미래나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과거를 수정하는 것, 하지만 수많은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언제나 이 시도들은 좌절되어왔다. 대부분은 과거의 일에 개입을 할 수 없었고, 설령 아주 개입한다 하더라도 현실이 변할 정도로 변수를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과거나 미래에 간섭을 시도한다. 하지만 레니에르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바로 현실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카알, 현장 지휘 좀 맡아줘."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위험한 것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레니에르는 완전히 현장 지휘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지금' 연합 함대를 유린하려는 거신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어차피 예지 능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대이다, 아마 더 많은 연산과 압도적 개입력으로 레니에르의 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물리적 화력으로 밀어내기도 어렵다. 저 정도 압도적인 연산이 가능한 존재가 어찌된 일인지 모든 힘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순수하게 병력만으로는 어찌저찌 싸워볼만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만약 일이 수틀린다 싶으면 말도 안되는 압도적인 능력으로 밀어버릴 것이다.


'일부러 맞춰주는 건가?'


전쟁에 그런 낭만이나 감상을 들인다는 것이 레니에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진 것이 많지 않아 있는 병력, 없는 병력 긁어 모아서 싸움을 해오던 것이 그녀의 싸움이다.


가능하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전쟁을 피해 없이 빠르게 끝내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굳이 저렇게 싸워야 하는 이유가 뭘까? 레니에르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지금은 저 강대한 적을 맞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상대해야 했다.


"예니체리 부대 돌격!"


카알 부관의 외침과 함께, 아스트럴 나이트에 비하면 작은 아이만큼도 보이지 않는 예니체리들이 달려들었다. 물론 전투선들의 화력지원도 함께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아스트럴 나이트에 제대로 닿지 못했다. 아스트럴 나이트를 감싸고 있는 알 수 없는 장력이 그들의 공격을 모두 흘려보내거나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이족보행 병기의 치명적인 한계 중 하나가 방어력인데, 말도 안 되는 방어력으로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저 거대한 질량과 부피만큼의 공격을 감당해야 했다.


아스트럴 나이트는 행성마저 쪼개버릴 기세로 매섭게 항성의 힘을 담은 검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예니체리의 파일럿에게는 그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때 레니에르가 힘을 발동했다. 그러자 뭔가 덜컥 걸리듯 아스트럴 나이트의 동작이 굼떠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 경로에 있던 예니체리들은 피신했고, 다른 전투선들과 예니체리들은 빈틈에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인식 비틀기'


레니에르가 사용한 기술을 굳이 말하자면 상대방의 인식을 비틀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니에르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이 거대한 전장만큼의 미래 예지도, 과거 간섭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무모한 짓을 했다간 당장 뇌가 터져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스트럴 나이트로 하여금 느린 시간에 가둬두는 일이다.


물론 그것도 계속 할 수 없기에 방금같은 결정적인 순간에만 간섭해서 공격을 못하게 만드는 정도이다. 아마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아군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에 거대하게 타오르는 검에 휩쓸려 부서지는 예니체리들이나 전투선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불운한 이들은 여전히 저 거신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래도 피해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고, 아군의 공격도 좀 더 지속될 수 있었다.


"크흑!"


레니에르의 코에 진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온 몸이 식은 땀으로 뒤덮여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묘한 쾌감에 씨익 웃음을 지었다.


"사령관님이 웃었어!"


자신의 상관이 피와 땀을 흘리며 엄청나게 고생하는 것보다 그녀가 웃었다는 사실에 카알이 더 경악했다.


평소 잘 웃지도 않고 감정을 보이지 않은 그녀에게 생명을 오가며 싸워야 하는 지금 상황은 묘한 쾌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물론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뇌에서 과도한 도파민 분비가 일어나는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레니에르는 지금 전투에 조금이라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여기서 이길 생각은 없어."


지금 이 전투의 자리에서 상대방의 아슈타르와 데자크를 전부 이길 수는 없다. 그건 욕심이다. 하지만 저 아스트럴 나이트 거신 딱 한 기체만 부수면 된다고 레니에르는 보고 있었다.


그러니 최소한의 병력으로 적으로 돌아선 아슈타르와 데자크를 붙잡고 있고, 후방 병력에 핵심 전력들을 비축한다.


그리고 홀로 남은 상대만 제거하는 것이 레니에르의 목적이었다. 설령 이 과정에서 연합 함대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심지어 살레노미아 행성을 빼앗기더라도 상관 없었다.


저 거신만 없애면 그녀의 승리이다.


어차피 적들의 남은 병력들은 어떻게든 다시 싸우게 되면 정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아스트럴 나이트의 강수호라는 구심점만 없으면 전부 흩어질 것이라는 것이 레니에르의 판단이었다.


아슈타르들은 강력하지만 오만하고 수가 적다. 데자크들도 강력하고 군집이 강하지만 자신이 따르는 상위 개체의 말 이외엔 듣질 않는다.


그런 오만한 존재와 상위 개체 외엔 신경도 안쓰는 놈들을 묶어놓고 있는 것이 강수호였다. 그리고 그가 없어지면 발두스 은하 제국의 외부 세력도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케레시스도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다른 종족까지 확장성이 있는 인물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인간 사피엔스들 사이에서만 활동할 뿐이었고, 이곳 신테스 은하 안에서라면 케레시스도 맥스 행성에 있는 에이샤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다.


"한 인물에 모든 것을 몰아넣었으니 그 리스크도 감당해야 하지 않겠어?"


레니에르는 필사적으로 아스트럴 나이트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아군들의 시간을 벌어주었다.


***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무슨 소리세요?


아스트럴 나이트의 싸움을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마 나와 승무원들은 잘 모르겠지만, 묘하게 적 예니체리들과 전투선들의 움직임이 순간 가속을 받아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의 공격을 피했다.


물론 적들의 공격도 우리의 본체까지 닿지 않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다.


-방해 역장에 대한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대놓고 방해는 없다. 하지만 적들은 묘한 기술을 쓰고 있었고, 그로 인해 생각보다 시원시원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스트럴 나이트를 방해하는 적과 미묘하게 정신이 연결이 되었다 풀리기 시작했다. 아마 뭔가 무리를 하고 있는 모양인지 정신의 방어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 덕에 나는 지금 상황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이쪽의 인식을 비트는 모양인데?'


중력장이나,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을 조금씩 틀어버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이지만 전투 상황에서 그런 작은 방해도 치명적이다.


그러니 적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적들은 여기서 모든 것을 걸고 아스트럴 나이트를 제거하려고 하고 있었다.


저 뒤에 있는 아슈타르나 데자크들은 딱 상대할 만한 규모의 병력으로 붙잡고만 있을 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아스트럴 나이트의 동작이 바뀌었다. 주변을 날아다니는 전투선이나 예니체리들의 공격은 무시한다. 그리고 레니에르가 탑승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함을 찾아 적들 한 가운데로 돌격했다.


간혹 방어체계를 뚫고 들어오는 공격들이 있지만, 아스트럴 나이트에게 어느 정도 피해는 바이오테크를 통해 자체 수복이 가능하다.


그렇게 아스트럴 나이트가 적 함대의 한 가운데에서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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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21. Reverse Dimension(1) 24.03.28 168 4 11쪽
173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6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171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4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1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8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5 5 13쪽
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7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5 5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7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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