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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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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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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작성
24.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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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1. Reverse Dimension(2)

DUMMY

간만에 제국으로 돌아왔다. 신테스 은하에서의 일들을 대강 마무리 하고, 은하 연합 함대를 임시 해체를 한 다음 발두스 은하 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환영하는 제국의 입장에서는 열렬한 환호와 더불여 약간의 긴장이 있었다. 주요 사령관이었던 레니에르를 포로도 아니고 손님도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손님으로 환영하자니 멜롯이 침공당했던 기억이 있고, 포로로 대우하자니 앞으로 두 은하간의 친목을 위해 좋지 않은 태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전함 아스트럴 나이트의 새로운 승무원'으로 대우하로 했다. 굳이 손님처럼 시끌벅적하게 환영할 것도 아니고, 포로나 적 사령관으로 여기지도 않기 위해서 정치적 애매함을 취한 것이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멜롯의 궤도권에 들어오자 무전으로 우리를 환영하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리고 대기권으로 진입해 멜롯-로마의 상공에 도착하자 온 거리를 메우고 있는 환영인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휴 환영 인파가 많네."

"아무래도 엄청난 업적을 이뤘으니 대대적으로 홍보도 할 겸 제국에서 신경을 쓴 모양이군요."


내가 남겨두고 간 안드로이드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상당히 일을 잘 하는 모양이다. 그럼 누구 안드로이드인데. 벌써 우리가 떠났을 때의 피해들은 전부 복구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삶에서도 저번보다 훨씬 더 활기가 넘쳐보였다.


-누구 인공지능인데요. 이 정도는 일해야죠.

'사람들이 인공지능 달린 안드로이드 황제에게 지배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뭐라고 할까?'

-일 잘 하는 거 보고 만족하지 않을까요?


만약 황제에 오른 초창기에 이런 비밀들이 알려지면 여러모로 피곤했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업적을 쌓고 난 뒤에 라면 오히려 황제를 옹호하는 이들도 생겨나겠지.


그렇게 우리는 공중에서 천천히 행진하듯 전진하며 황궁으로 향했다.


"직접 보니 어때?"

"여전히 엄청난 도시로군."


발두스 은하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멜롯의 모습에 레니에르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살짝 기가 죽은 듯 했다. 게다가 아무래도 직접 이곳을 공격하기도 한 입장이니 여러모로 복잡하겠지.


어휴, 그때 받은 공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생전 처음 보는 세 종족이 각 지역에서 쳐들어오는데 어떻게 맞설지 감도 안 잡힌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발두스 은하는 신테스 은하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약속한 상황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은하 충돌에 대비해서 여러가지로 민감한 법적 문제를 미리 다투고 합의해야 할 상황이었다.


"우리가 처리한 일이 잘 수리되겠지요?"


세실리아가 조금 불안한 듯이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내 독단으로 처리한 것 같은 일들이 많았다. 신테스 은하에 대한 일이나, 세 종족 연합 함대에 대한 처리라든지 말이다.


아무리 현장에서 판단해서 일을 잘 처리했다고 해도 중앙에서 강짜를 놓으면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서로 밀고 당기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머리 터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난 일반적이지 않지.


내가 결정하는 것이 황제의 결정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발두스 은하 제국은 그 거대하고 풍요로운 은하를 전부 황제가 독식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이다.


물론 모든 일을 비정상적으로 처리하진 않지만, 아무튼 이번 일의 경우 그런 비정상적인 구조 덕에 내 판단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걱정 마. 세부적인 내용 조정은 있겠지만 전체적인 중요 내용을 반대할 사람은 이 은하에 없어."


그렇게 우리는 순조롭게 황궁에 도달했다. 그리고 예전에 케레시스가 타우러스 항성계의 대표로 왔을 때처럼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우리를 맞이하러 나타났다.


"어서오게 수고했네.(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의 활약은 정말 놀랍군요.)"

"소신 강수호 신테스 은하로의 일정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어우 피곤해 죽겠네. 잘 지냈지?)"


그렇게 겉 모습과 속 마음이 다른 말을 나누며, 우리는 발두스 은하로 돌아왔다.


***


황궁에 도착한 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보고를 받아야 했다. 물론 황제와 따로 이야기 나눌 필요는 없었다. 내 정보는 베로니카를 통해 황제 안드로이드에게 전달되었고, 황제측이 그동안 하던 일들도 베로니카를 통해 내게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속 사정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표면적으로라도 보고가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나는 황제를 앞에 두고 베로니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지의 양지화? 그쪽 경제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물론 정량적인 세금은 아니지만, 음지에서 유통되는 경제를 추적하고 그에 따른 수익 일정 부분을 징수하며, 해당 음지의 질서 유지에도 어느정도 관여하기 위한 작업을 해뒀습니다.


이 부분은 나도 좀 놀란게, 하드리아누스 인공지능이 자기 스스로 내게 도움이 될 일을 착안하고 진행시켜 실제로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일은 단순히 음지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이나, 그곳의 세금이나 질서를 걷는 정도가 아니다. 정치적 한계나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을 보다 쉽게 파고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은하 제국이나, 은하 연합을 통해 두 개의 은하에 나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지하 경제를 주무르는 거대 조직이 들어오게 되면, 은하의 영역을 넘어설 것이다.


굳이 이런 정복전쟁같은 일이나, 문화 교류, 무역 이런 것들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사는 영역이면 자연스레 어느정도 나의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는 말이다. 물류 흐름이나 정보 영역처럼 말이다.


하지만 물류 흐름이나 정보 영역이 좀 막연한 느낌이라면, 음지의 조직은 보다 구체적인 영역을 지닌다.


여튼, 이제 은하들을 넘어서는 망이 펼쳐질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말이다.


"앞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겠군."

"그렇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더 들어보시겠습니까?"


내가 사용했던 안드로이드이자, 현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말하는 것을 보며 나는 느꼈다. 아, 이제 저 황제 안드로이드는 나에게서 완전히 독립했구나.


물론 지금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황제의 안드로이드에 탑승해서 활동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 조용히 있으면 이 황제는 내게 받은 여러 힘들을 잘 이용해서 더욱 강력한 제국을 만들겠지.


이전 황제가 단순히 군령자의 힘 하나만으로 이 큰 은하를 통일 시켰으니, 앞으로 더 큰 통일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신테스 은하 일도 굳이 내가 안 나섰어도 어떻게든 해결을 했을지도 모르지.


"아니, 됐어. 이제 알아서 잘 할텐데 내가 더 들을 필요가 있나?"


사실 나는 이제 발두스 제국이 어떻게 될 지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 적당히 잘 해나갈 지도자가 있고, 시스템이 괜찮게 있다.


물론 제국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는 순간 더 큰 붕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래 인간이 만든 것들에 완벽 같은 것을 너무 강요할 순 없다.


그렇다. 나는 지금 다 정리하고 얼른 아리엘이 있을 새로운 영역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가시면 안 되죠. 일단 들으실 거 다 들으셔야 합니다."

"굳이?"


이미 보고도 다 받았고, 대충 서로 서면으로 정보도 다 넘겼는데 아직 나를 붙잡아 두고 있었다.


"발타사르 영감님이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아, 그 영감님이라면 인정이지."


은퇴를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지만, 은퇴를 하지 못하는 불쌍한 영감님이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얼굴 한 번 봐야지.


"언제 오시는데?"

"곧 오실 겁니다."


일부러 나 안보내려고 수작질 부리는 것 아니겠지?


"에이 아닙니다. 그런 거 부린다고 안 가실 분도 아니고. 그냥 멀리 갔다가 오시느라 잠시 늦어지시는 것 뿐입니다."

"어디 가셨는데?"

"잠시 다른 항성계에 다녀오시는 길입니다."


아마 그 프로젝트 때문에 볼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감님 나이도 많으신데 멀리도 다녀오시네."

"본래 거기가 본가라고 하십니다."

"영감님 자식들은 없나? 이제 슬슬 정말 은퇴하셔야 할 거 같은데, 젊은 이들에게 일을 넘기시지."

"있는데 영 시원찮습니다. 본래 가문의 영지만 겨우 관리할 정도이지 제국의 일을 맡길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 은퇴를 허락하면 자식들이 아니라 다른 인물을 추천하실 겁니다."


발타사르 영감님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케레시스와 세실리아 같은 다른 동료들도 저마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전함으로 돌아가 쉬거나 멜롯-로마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제국에서는 원하면 필요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곧 떠날 계획이었기 때문에 따로 신청하지는 않았다.


"예상하고 있겠지만, 이제부터 너는 내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별도의 존재로 대우할 생각이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더 이상 그 안드로이드에 내가 탑승할 일은 없겠지."


곧 떠날 생각이기에 황제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도 정리를 하고 가야겠다.


"그렇더라도 진정한 황제는 당신입니다."

"애초에 황제가 되는 게 최종 목표도 아니었어. 적당히 맡길 사람에게 맡겨둬야지."


드디어 두 사람이 된 대화였다.


"이번엔 어디로 가시려고요?"

"신테스 은하에서 발견한 고대 무기에서 힌트를 얻었어.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모양이야. 어쩐지 우리 세상에 있는 정보 통제나 조작이 그곳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그곳을 가보려고."


아리엘의 정보가 이곳 세상이 아니라면 아직 살아있다. 물론 그곳에서 아리엘을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적어도 힌트가 사라져있거나 정보가 삭제되어 있진 않겠지.


세실리아는 사후 영역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 갈 이유가 없었다. 아리엘에 관한 정보는 사후 영역을 컴퓨터로도 확인해 봤다. 하지만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하는 정보가 없었다.


다만 생전 아리엘을 만났던 이들의 증언까지 없어지진 않은 걸로 봐서 적어도 아리엘이 나만의 착각이거나 그러진 않겠지.


그렇다면 나는 새로 얻은 검은 돌 기둥에서 얻은 정보를 따라 이 세상의 다른 세상, 즉 이면 세계를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물론 사후 영역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찾아가 볼 생각이기도 하다.


"계속 새로운 곳으로 떠나시는군요."

"그러게, 어디 한 구석에 정착을 못하고 있어."


전함으로써 실려있던 나의 여정의 끝이 어디일지, 언젠가 여왕으로부터 멸망의 위협을 받을 이 우주에서 나의 마지막 여정은 무엇일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나아가야겠지.


"어이구, 오랜만이십니다."


그때 다른 항성계에서 부랴부랴 멜롯으로 돌아온 발타사르 영감님이 들어왔다.


"영감님이야 말로 먼길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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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21. Reverse Dimension(1) 24.03.28 168 4 11쪽
173 20. 살레노미아 회전(16) 24.03.27 176 4 11쪽
172 20. 살레노미아 회전(15) 24.03.26 157 4 11쪽
171 20. 살레노미아 회전(14) 24.03.25 174 5 12쪽
170 20. 살레노미아 회전(13) 24.03.24 170 4 12쪽
169 20. 살레노미아 회전(12) 24.03.23 173 4 11쪽
168 20. 살레노미아 회전(11) 24.03.22 180 4 12쪽
167 20. 살레노미아 회전(10) 24.03.21 177 6 12쪽
166 20. 살레노미아 회전(9) 24.03.20 185 5 13쪽
165 20. 살레노미아 회전(8) 24.03.19 197 6 12쪽
164 20. 살레노미아 회전(7) 24.03.18 185 5 12쪽
163 20. 살레노미아 회전(6) 24.03.16 191 5 12쪽
162 20. 살레노미아 회전(5) 24.03.15 195 5 13쪽
161 20. 살레노미아 회전(4) 24.03.14 193 5 12쪽
160 20. 살레노미아 회전(3) 24.03.13 196 5 11쪽
159 20. 살레노미아 회전(2) 24.03.12 202 6 13쪽
158 20. 살레노미아 회전(1) 24.03.11 226 4 12쪽
157 19. 신테스 은하(14) 24.03.09 220 6 11쪽
156 19. 신테스 은하(13) 24.03.08 208 5 11쪽
155 19. 신테스 은하(12) 24.03.07 226 4 12쪽
154 19. 신테스 은하(11) 24.03.06 2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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