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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유머] 중학생의 연애편지...

작성자
류민
작성
02.12.30 02:33
조회
916

기웃거리다 발견했는데 참..;;

***************************************************

나는 서울 모처에서 시설경비분야에 근무중인 공익근무요원이다.

야간근무중 새벽에 심심하기도 하고 모기와 싸우다 지쳐서

초소를 나와 잠시 밖을 서성이고 있는데,

저쪽 구석에 책 몇권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중학교용 참고서 몇권이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몇 권 들고와서 그 옛날 기억을

되살리며 책장을 넘기는데...!

98년 과정대비 두산동아에서 나온 한달음 사회자습서

중1 견본 책에서 반으로 접힌 편지가 한장 나왔다.. 으흐흐~

참고서 주인은 여자아이였으며 견본인걸로 보아 선생님과

어느정도 친분이 있는 단정한 아이로 추측된다.

자, 우선 편지의 전문을 읽어보자.

to. 영주. ♥♥♥♥♥♥

안녕? 영주야. 나야. 세규. 너의 편지 잘 받았어

혜원이라고 했던가? 솔직히 좀 서운했어.

너의 답장이 와서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난 굉장히 용기를 내서 너한테 고백했는데.

영주야. 다시한번 생각해보겠니? 사귀지는 않아도 돼.

가끔 만나는 친한 친구라도 좋으니까 날 만나줄 수 있겠니?

참! 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음... 언제쯤이 좋을까?

11월 20일. 요번주 토요일 2시에 만나자.

알았지? 꼭 나와. 장소는 육교앞. 괜찮지?

그럼 그 때 만나는 것으로 하고.

맞아! 이것 너가 초등학교때 좋아하던 편지지였지?

언제 내가 이 편지지 사주었잖아. 기억 나니?

누나꺼 몰래 쓰는거야.

내 정성 봐서라도 요번 토요일에 꼭 나와.

그럼 안녕 ― ♥

1999. 11. 16.

영주와 친해지고 싶은 세규로부터.

P.S - 미안. 봉투가 없어서...

으아~~!! 감동의 소름이 온몸을 휘감아 돌지 않는가.

맞춤법에 충실하며 원본의 글씨체는 굉장히 단정한 글씨체였다.

땜빵이 없는걸로 보아 초안 작성 후 옮겨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평이한 문장이며, 간단히 추측할 수 있는 내용으론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 중1, 세규가 영주를 좋아한다는 것. 이 정도이다.

이제, 한문장 한문장 살펴보기로 하자.

▶to. 영주. ♥♥♥♥♥♥

원본엔 하트가 찐한 빨강색이다. 사랑하는 영주에게 를

차마 표현하지 못한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안녕? 영주야. 나야. 세규. 너의 편지 잘 받았어

주목할 것은 너의 편지 잘 받았어 이다. 문어체의 문장으로서,

영주를 대하기 껄끄러운 세규의 입장이 드러나있다.

부담없는 사이에서 너의 편지 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규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혜원이라고 했던가?

혜원이.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어제 밤새도록 혜원이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느라 한잠도 못 잤다.

과연 혜원이는 누구일까? 이후로도 혜원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우선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것은 혜원이가 세규에게

부끄러워 하는 영주를 대신해 편지를 전해준 메신저의 역할을

했을 경우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경우도 있다. 혜원이가 남자일 가능성...

영주는 혜원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세규에게 보낸 답장에 미안해.. 난 혜원이를 좋아해..

라고 세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말했으며,

세규는 애써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혜원이라고 했던가? 로

혜원이의 존재를 은연중에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편지만으로는 혜원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솔직히 좀 서운했어. 너의 답장이 와서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난 굉장히 용기를 내서 너한테 고백했는데.

주목할 단어는 굉장히 이다. 세규는 굉장히를 두번씩이나

연거푸 남발하며 뺀찌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영주야. 다시한번 생각해보겠니? 사귀지는 않아도 돼.

세규도 나름대로 성깔이 있을것이다. 애써 그의 성깔을 삭히는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니? 로 끝나는 의문어미다.

이를 뿌드득 갈며 애써 상냥하게 무엇인가를 질문할때 주로

사용된다. ~냐? 또는 ~어? 는 이를 갈며 발음하기가 꽤 힘들다.

함 해보시라.

▶가끔 만나는 친한 친구라도 좋으니까 날 만나줄 수 있겠니?

역시 ~니? 로 끝난다. 일반적으로는 여자쪽에서 이런 말을

하는게 보통인데, 세규자식 어지간히 좋아하나부다.

세규, 정말 많이 굽히고 들어간다. 허나, 친구사이라도 영주와의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그 마음... 십분 이해한다.

힘내라.

근데, 가끔 만나서는 친한 친구사이가 되기 힘들텐데...-_-a

▶참! 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음... 언제쯤이 좋을까?

어쨌든 만나서 쇼부치자는 저 자세. 본받을만 하다.

언제가 좋을지 애써 생각하는 척하지만 이미 모든것은

정해져있다. 다음을 보자.

▶11월 20일. 요번주 토요일 2시에 만나자. 알았지? 꼭 나와.

장소는 육교앞. 괜찮지?

거침없다. 11월 20일 오후2시.

또 하나. 감동의 물결... 장소는 육교앞!! 으아!!! 육교앞..!!

근래에 육교앞에서 이성을 만난적이 있었던가?

건전하다라는 표현으로는 무언가 허전할 정도로 순수한

세규와 영주!! 이 편지를 이해하기 위한 코드는

육교앞 이었던 것이다.

▶그럼 그 때 만나는 것으로 하고.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약속성립을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나이에 비해 노련함이 엿보이는 문장이다.

▶맞아! 이것 너가 초등학교때 좋아하던 편지지였지?

여기서 공감대 형성기술 들어간다.

얄팍하지만 그런대로 효과가 좋은 기술.

육교앞 약속에 대해 고민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편지지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언제 내가 이 편지지 사주었잖아. 기억 나니?

공감대 형성 기술에 이어 바로 생색내기 기술로 2연타!

▶누나꺼 몰래 쓰는거야.

됐다. 이제 그만 생색내라.

▶내 정성봐서라도 요번 토요일에 꼭 나와.

보통 이런 표현은 제3자가 쓰는것이 보통이다.

ex) 얘, 영주야, 세규 정성봐서라도 한번 나가줘라~

세규... 멋진 놈이다. 평이한 문장과 완곡한 표현이지만

할말 다 한다.

▶그럼 안녕 ― ♥ 1999. 11. 16.

역시 하트 그림을 통해 가슴속의 응어리를 표출하고 있다.

슬프다.

▶영주와 친해지고 싶은 세규로부터.

아직도 약속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 모를 영주에게 쐐기를

박는 문장이다. 나이스!

▶P.S - 미안. 봉투가 없어서...

으아~ 이 편지의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이건 쪽지가 아니다.

편지의 형식을 띄고 있는 이상 기본은 해주어야 한다.

편지 = 봉투 + 편지지 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세규다.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상 세규가 영주에게 보낸 편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너무도 순수한 그들의 애정행각에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막을 수가 없었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주의 마음을 아직 얻지 못한 세규의

마음을 생각하며 가슴 한 켠이 아파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편지는 99년 편지로 지금 그들은 중3 졸업반일 것이다.

지금 이 때의 느낌, 순수함 잊지 않고 살길 바라마지 않는다.

세규와 영주의 추억을 위해... 건배!

<<<<<< 생각해 볼 문제 >>>>>>

1. 과연 혜원이는 누구일까?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자.

2. 영주의 입장이 되어 세규의 맘이 다치지 않게 거절하는

편지를 써보자.

3. 이 편지에 대해 다른 시각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길 바란다.

함께 토의해보자. ..


Comment ' 12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2.12.30 03:02
    No. 1

    웃기네요...
    근데 편지 참 잘쓴거 같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暗影 ▦
    작성일
    02.12.30 05:26
    No. 2

    해설한 분은 참으로 대단하죠... 뭐... 할 일이 없거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2.12.30 08:00
    No. 3

    댓글이 잼있는것처럼, 해설이 잼있슴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소우(昭雨)
    작성일
    02.12.30 09:18
    No. 4

    시간이 참으로 많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2.12.30 09:26
    No. 5

    중딩 때 연애편지 대필 참 마니 했는데....
    아....그거 다 모아놨으면 책도 낼텐데.....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주단학
    작성일
    02.12.30 10:22
    No. 6

    한세규 안녕!
    우리 3학년때 같은 반이었지.
    정말 이 편지지 네가 생일 선물때 준 거랑 똑 같다.
    나 한성여중에 다녀.
    네 편지 받고 사실 조금 놀랬다.
    네가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미안하지만 나 지금 남자친구 사귀거나 할 마음은 없어.
    공부도 해야 하고 아직은 우리반 친구 혜원이와의 우정을 잘 지켜나가고 싶어.
    우린 아직 어리잖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 가면 그 때 다시 연락하자.

    그럼 안녕.

    도서관 가야 하는 영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주단학
    작성일
    02.12.30 10:29
    No. 7

    1.윗 글 중 세 번째 줄 삭제입니다.
    -정말 이 편지지 네가 생일 선물때 준 거랑 똑 같다.

    2.마지막 줄 도서관은 [독서실]로 변경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02.12.30 10:29
    No. 8

    혜원이는 남자일꺼라 생각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lullullu
    작성일
    02.12.30 10:37
    No. 9

    -_-;;...솔직히 편지내용보다는 그걸 일일이 해석해주신분이 더욱 존경스럽군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暗影 ▦
    작성일
    02.12.30 10:37
    No. 10

    한세규 안녕!
    -> 역시 세규의 거림감과는 달리 거리낌 없이 인사말을 시작한다.
    이런 경우 순식간에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에 인사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한다.

    우리 3학년때 같은 반이었지.
    -> 나름대로 과거의 기억을 찾아 세규가 앞으로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줄. 정말이지 영주는 고수다.

    정말 이 편지지 네가 생일 선물때 준 거랑 똑 같다.
    -> 역시 세규가 배려한 공감대 형성기술에 대한 인정으로 충격완화

    나 한성여중에 다녀.
    -> 떳떳하게 밝힘으로써 내심 부끄러움이나 설레임이 없음을 반증. 무셔~

    네 편지 받고 사실 조금 놀랬다.
    -> 나도 놀란 척은 해줄께

    네가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 당연히 기억하고는 있었겠지만...난 널 기억해내기 힘들었거든?

    미안하지만 나 지금 남자친구 사귀거나 할 마음은 없어.
    -> 사실 미안할 이유도 없지...
    -> 꼭 짚어서 너랑 사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상처받겠지?

    공부도 해야 하고 아직은 우리반 친구 혜원이와의 우정을 잘 지켜나가고 싶어.
    -> 역시 혜원이가 나온다. 쐐기같은 것이다.

    우린 아직 어리잖니.
    -> 넌 너무 어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 가면 그 때 다시 연락하자.
    ->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럼 안녕.
    -> 다시 연락하지마.

    독서실 가야 하는 영주
    -> 육교에 갈 턱이 없지...

    ----- 주단학님의 세번째 줄은 의미상 다시 넣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3 어린쥐
    작성일
    02.12.30 13:21
    No. 11

    제 생각에는...
    혜원이가 여자 로 영주와 친한친구로서
    영주는 혜원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위해
    세규를 멀리하는 것 같은~~느낌을 받네여
    세규형~~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12 18:39
    No. 12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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