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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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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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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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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석산의 색, 매화의 향 2

DUMMY

"16초 낙매성우!"


꽃잎 몇 장이 떨어지고 끝인 기존의 매화검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 관윤이 날리는 것은 마치 불타는 운석의 다발과도 같았다.


저런 것은 범람으로 잘라봤자 의미가 없다.


쇄태.


바람의 뭉치로 검기들을 쳐서 없애는데, 후폭풍이 이 일대를 덮치며 바닥을 부수었다.


자주색으로 불타오르는 검.


본래 매화검법은 완전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24개의 초식을 1초부터 순차적으로 전개하는 의식에 가까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관윤이 펼치는 매화검법은 달랐다.


자하신공을 발휘한 순간 그의 매화는 완전히 피었고, 처음부터 최대 위력의 매화검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17초 매영조하梅影造河."


자주빛 매화잎들이 주변 일대로 퍼지는데, 그 크기가 방대하여 마치 땅이 자줏빛으로 불타오르는 듯했다.


진 비람을 사용해서 하늘로 날아올라 피하는데,


"19초 매향성류梅香成流."


지상의 불꽃들이 일제히 모이며 내게 날아들었다.


진 비람으로 불꽃을 흩트리려 했다.


그러나 워낙에 기가 막대하여 불꽃을 채 막아낼 수 없었고, 기가 조금씩 흘러넘쳐 내게 내상을 입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1초 매향취접梅香醉蝶."


별안간 관윤이 검을 시계 방향으로 휘두르자, 매화향이 온 세상에 넘쳐났다.


그 향을 맡는 순간, 내 손발에 닿는 모든 것이 꽃잎이 되어 바스러져 사라지고, 무공의 발휘도 불편해졌다.


'환술인가.'


화산파의 역대 종사들이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잃어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해 온 비전의 검법.


무림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1000년 동안 기품을 간직한 저런 꽃의 향기에 취해보고픈 욕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급박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무심코 매화의 색과 향기에 이끌려, 꽃밭에서 노니는 듯이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매화···.'


최고最古의 무공의 품격을 보았으니,


나는 최신最新의 무공으로 보답하리라고 마음먹었다.


4식 진 사식.


불꽃의 기를 빨아들여 매화의 검기를 감쪽같이 없애 버렸다.


결국엔 겉모습만 불꽃이지 실상은 기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8식 진 제화.


내 발치에서 화염이 방사되어 관윤을 덮쳤다.


매화로 만들어 낸 가짜 불꽃이 아닌 진짜 불꽃.


매화의 아름다운 향을 새카만 탄내로 뒤덮어 버리는 재앙의 불꽃이었다.


"허억···!"


온몸이 그을린 관윤이 입에서 매캐한 연기를 뿜었다.


사방에서 검은 가루가 후두둑 떨어졌다.


불타서 재가 되어 버린 매화잎들이었다.


매화의 풍경도, 매화의 향도 모두 사라졌다.


'이것은 현실이다.'


나는 검지를 들어 그 끝에 바람을 모았다.


유리구슬 같은 형태로 압축된 바람.


풍비나선 집.


그것을 관윤에게 쏘아냈다.


제압만 할 생각이었기에 도중에 터뜨리려고 했는데,


돌연,


붉은 장막과도 같은 검기가 구슬을 가르며 지나갔다.


구슬과 나 사이의 연결이 끊어져 구슬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구슬은 무방비하게 서 있는 관윤을 향해 계속 날아가는데,


검은 형체가 재빠르게 관윤을 낚아채어 피했다.


구슬은 끝도 없이 멀리 날아가 자취를 감추었고,


내 근처에서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백공자白公子 관윤,


그리고 그를 구한 홍소저紅小姐 진서영.


"괜찮아요? 꼴이 말이 아닌데요."


진서영이 관윤의 옷을 털어 주었다.


"안 괜찮아."


관윤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탄 맛이 너무 강해. 이러다가 암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겠군."


"이런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요?"


"핫핫, 죽기 직전이니까. 농담쯤이야."


관윤은 검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의 옷과 피부는 검게 그을렸지만, 그의 검은 여전히 은빛의 광채를 잃지 않았다.


"바로 저곳에··· 가족의 원수가 있잖나."


그의 말에 진서영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렇네요."


그녀 역시 어느새 검을 뽑아서 쥐고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류의 검.


피처럼 새빨갛고, 일체의 빛 반사를 거부하는 무광 단색의 도신.


앞에서 보면 칼날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얇은 검.


그 검을 본 순간, 진림을 죽인 그날 이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피안사신검彼岸死神劍, 삼도문의 문주만이 다룰 수 있는 보검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놈은 그냥 검이네. 안쪽을 뒤져 봤을 때도 없었고, 누가 가져간 거야?


나는 진서영에게 물었다.


"그 검은 피안사신검인가?"


진림을 죽이고 하산하던 날, 이열이 삼도문과 피안사신검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주었다.


삼도문은 살수를 양성하는 문파이며, 피안사신검이라고 하는 특수한 보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검은 표면이 단분자로 되어 있는데, 이론상으로는 사람을 베고도 그 사람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걸어갈 정도로 예리한 검이라고 한다.


거기서 약간만 각도를 틀면 사람이 죽는 시간을 조절할 수가 있다고 하는데,


당황하거나 공포에 질리는 등의 원인으로 각도가 너무 크게 틀어지면 검이 부러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다루기 어려운 검인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한 가지 무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바로 나 자신의 무공인 월하추풍인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검을 조금씩이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삼도문이 자랑하는 보도가 사라진 이유에 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삼도문에게 원한을 가진 어느 살수, 또는 진림의 숨겨진 형제가 훔쳐 갔다거나 하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진실이 밝혀진 듯했다.


설마 선후부에서, 그것도 진림의 여동생이라는 작자가 보유하고 있었을 줄은.


천단전동검의 기혁과 사형공의 천규는 들어보았다.


그러나 석산검의 진서영이라는 인물은 처음 들어보았다.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인물임이 분명했다.


그 검은 피안사신검인가?


그 물음에 대하여, 진서영은 대답을 하지도,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이월···."


대신, 눈에서 눈물 한줄기를 흘렸다.


"오라버니가 이 검을 쥐고 있었다면, 당신은 그날 죽었어요."


그녀는 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는 재능이 더 뛰어난 제가 이 검을 가져야 한다고 했죠···


저는 그날, 이 검을 받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녀가 내게 검을 겨누었다.


"이월, 당신이 오라버니를 죽인 그날 이후로 관윤의 곁에서 정말 열심히 수련했어요."


그녀의 두 눈이 나를 핏빛으로 노려보았다.


"이 검의 첫 희생양이 당신이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피안사신검의 붉은 궤도가 내 허리로 날아들었다.


'가족의 원수인가···.'


풍양보.


허를 찌르고자 그녀의 뒤를 점해서 범람을 휘두르는데,


"1식 피안접."


진서영이 곧장 뒤돌아 붉은 검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반사신경이었으나,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의 피안사신검은 범람과 정확히 일자로 겹쳤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검기는 범람을 정면에서 갈라 버렸다.


'범람보다 예리하다고?!'


좌우로 갈라지는 범람과, 중앙에서 날아드는 붉은 검기.


인지를 뛰어넘은 예리함에 행동이 반 박자 늦어져 손목을 베이고 말았다.


의외로 멀쩡했다.


'베이지 않은 건가?'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정맥에서 피가 솟았다.


"!!"


듣던 대로 추풍인과 유사한 성질이었다.


"이월!"


루아가 멀리서 나를 부르짖었다.


그녀가 광골창을 빼 들고 가세하려는데,


"어이쿠, 못 지나가지."


관윤의 동료 두 사람, 전기톱을 든 기혁과 뚱뚱한 천규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비켜라."


옥근과 단호가 길을 뚫으려 했으나,


"사방진四防陳."


천규가 양손의 검지, 중지를 십자로 교차하는 수인을 취했고,


거대한 장막이 생겨 그들을 가로막았다.


"지나갈 수 없소이다."


"···."


단호가 손톱을 휘둘러 장벽을 베어 버리는데, 장벽은 놀랍도록 멀쩡했다.


옥근이 주먹으로 때려보아도, 루아가 광골창으로 찔러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저쪽에서 나를 도울 수 없는 상황.


그렇지만 내가 먼저 손을 대지 않는다면 관윤의 동료들도 필요 이상으로는 나서지 않을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내가 빠르게 관윤과 진서영 둘 다 잡는다.


내가 진서영을 먼저 잡기 위해 달려드는데,


진서영은 내게 맞서지 않고 빠르게 관윤의 뒤로 피했다.


'뭐지?'


대신 관윤이라도 베고자 그에게 범람을 휘두르는데, 그도 검을 휘둘러 범람을 막았다.


그 직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신기神技가 펼쳐졌다.


"2식 피안개화."


붉은 칼날이 관윤의 몸을 유령처럼, 그것도 여러 번을 관통하며 그 너머에 있던 내게 다수의 검기를 날리는 것이었다.


"으윽!"


완전히 허를 찔렸다.


풍양보로 뛰어올라 급히 피하기는 했으나, 이미 몸 곳곳에서 피와 상처가 터진 뒤였다.


그리고 나는 삼도문의 검법이 왜 석산검법이라 불리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진서영의 검기에 베이며 내 피가 바닥에 흩어졌는데,


그 수 가닥의 가느다란 혈흔이 석산(피안화)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피안개화!"


어느새 진서영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그녀는 태양을 등지고 나를 향해 피안사신검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즉시 방향을 틀어 옆으로 몸을 내던지고, 그녀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4식 사식.


우선 추풍인을 멈추고 바닥에 내려섰다.


관성에 의해 바닥 위에서 질질 끌리는 동안, 주위의 기를 빠르게 흡수하여 지혈이 될 정도로 회복했다.


내 빈틈을 놓치지 않으려고 또 진서영이 덤벼드는데,


9식 진 월공.


공포의 기를 뿌려 그녀를 멈추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초월적인 반사신경으로, 기를 피해서 땅을 박차고 올라 내 반대편으로 돌아가며 검기만 날렸다.


5식 진 교지.


나는 지반을 일으켜 나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으려 했다.


진 교지에 의해 일어난 지반은 그냥 지반이 아니라 기가 둘려 내게 조종당하는 지반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기는 기가 둘린 지반을 두부처럼 자르며 내게 날아들었다.


진서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반 뒤에 숨어 사방팔방 이동하기 시작했고,


검의 본체는 지반을 그대로 관통시키고 검기만을 내게 날렸다.


내가 끌어올린 지반을 그녀가 이용하는 꼴이 된 것이다.


'검기는 본체에 비하면 덜 예리한 모양이군.'


하나 그렇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었다.


화산파의 자하신공과 마찬가지로, 삼도문의 피안사신검도 장문인에게만 허락된 물건.


이천, 조황현, 관윤, 진서영.


문파의 규모나 평균적인 실력과는 별개로,


한 문파의 정점에 이른 자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나는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어서 관윤이 쫓아와 검을 휘두르는데, 그의 뒤에서 진서영도 관윤을 방패 삼아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은 관윤은 상처입히지 않고 검기로 나만을 상처입히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바닥에 내 피로 된 석산이 무수히 피어나는 상황.


죽지 않으려면 슬슬 인정해야 했다.


'저 검은 추풍인과 동등하다.'


피안사신검 쪽이 아주 조금 더 예리하긴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내가 익힌 3호검 초풍.


그 또한 단분자 수준으로 얇게 벼려진 공기를 검기로 감싸서 날리는 칼날이다.


그러나 주위에 둘린 검기 때문에 순수한 내용물에 비하면 다소 무디긴 하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기 따위는 단숨에 흩어져 사라져 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


또 조금은 무딤을 간직해야 살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안사신검은 달랐다.


저 붉은 검은 기를 두르지 않고도 단분자의 검신을 유지하고 있었고,


진서영 또한 검기를 발할 때는 거의 항상 검 끝으로만 발했다.


그러니 검기가 둘리지 않은 날의 중간 부분으로는 물체를 통과하면서, 날 끝만 밖으로 내놓고 검기를 쏘아 공격하는 게 가능했다.


그야말로 이기주의의 극치를 자랑하는 검법.


그런 석산검법과 정면에서 맞서는 건 지극히 위험하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의 검법이 무적인 것은 아니다.


피안사신검의 검기는 범람보다는 예리하지만, 검 본체보다는 무디다.


또한,


피안사신검은 단분자로 되어 있기에 자연히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검기로 둘리지 않은 도신은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이용하면 저 붉은 사신의 검을 능히 파훼할 수 있을 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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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천수살법 이천 5 23.10.06 31 2 14쪽
109 천수살법 이천 4 23.10.05 24 1 11쪽
108 일대제자 23.10.04 26 2 13쪽
107 집으로 23.10.03 29 2 12쪽
106 석산의 색, 매화의 향 3 23.10.02 27 1 14쪽
» 석산의 색, 매화의 향 2 23.09.29 32 1 13쪽
104 석산의 색, 매화의 향 1 23.09.28 27 1 12쪽
103 대일여래大日如來 23.09.27 43 2 15쪽
102 재회와 결집 23.09.26 27 1 14쪽
101 작명사 협회 2 23.09.25 25 1 16쪽
100 작명사 협회 1 +1 23.09.22 49 2 14쪽
99 항쟁의 내막 2 23.09.21 31 2 14쪽
98 항쟁의 내막 1 23.09.20 36 2 13쪽
97 천마신공 파비야 2 +1 23.09.19 36 2 15쪽
96 천마신공 파비야 1 +1 23.09.18 33 2 13쪽
95 발도문 5 23.09.15 33 1 12쪽
94 발도문 4 23.09.14 29 1 11쪽
93 발도문 3 23.09.12 34 1 12쪽
92 발도문 2 23.09.11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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