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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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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글자수 :
6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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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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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발도문 2

DUMMY

소림이의 어머니가 내 옷을 즉석에서 세탁해 주었다.


그녀가 휴지로 내 옷을 슥 닦는데, 신기하게도 옷에 묻은 때가 깨끗하게 벗겨졌다.


"와아··· 장난 아닌데요."


그 신기에는 나도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뇌단법에서 파생된 무공이겠지.


"히잉, 근데 아이스크림을 잃어버렸어."


소림이는 또 울상이 되었다.


아까 내게 부딪칠 때까지는 있었는데, 어머니를 찾으러 가는 동안 또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건 어차피 못 먹을 거예요. 풍존의 바지에 묻었던 먼지가 그쪽으로 다 옮겨 갔을 텐데···."


나운이 뒤통수에 깍지를 끼고서 태평한 투로 말했다.


"그럼 네가 소림이한테 하나 새로 사줘."


"네에? 제가요?"


나운이 눈을 솔방울만 하게 떴다.


"그래, 너 돈 많잖아."


"으··· 알겠어요."


나운은 콘 아이스크림을 새로 사고자 소림이를 데리고 근처 햄버거집으로 갔다.


1000원밖에 하지 않는 아이스크림이지만, 크림과 콘 양쪽을 먹을 수 있어서 썩 괜찮은 음식 같기는 했다.


나운과 소림이가 없는 동안 소림이의 어머니가 내게 세탁 무공을 배우게 된 유래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다.


"저희 어머니께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일을 좀 도와드렸었는데, 저한테 세탁소를 물려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싫었는데, 고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좀 괜찮아졌어요. 이 무공을 보여주면 다들 기뻐해 주거든요."


"확실히 신기한 무공이기는 하네요."


"아니면 그냥 남들을 돕는 게 제 천성인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을 돕는 천성.


내게도 그런 게 있다는 식으로 수희는 말했었지.


검을 휘두르지 않고도 타인을 돕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세상은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마이써~!"


소림이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와서 행복한 표정으로 핥았다.


내가 나운을 돌아보니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왜요, 먹고 싶어요? 풍존 것도 사드릴까요?"


"아니, 됐어."


먹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런데 나운이 아이스크림을 내게도 내밀었다.


"풍존 것도 사 오긴 했는데."


"···."


"안 드실 거예요?"


"···먹을게."


나운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들고, 크림을 한 입 베어 먹었다.


'···시원하고 맛있다.'


이런 음식을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불어오는 바람에 눅눅하고 섬찟한 공기가 점차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근방에서 살기를 뿜고 있었다.


"풍존, 아까부터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데···."


나운이 긴장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칼잡이들이 몇조로 나뉘어서 우리 쪽으로 접근 중이에요."


그가 내게 핸드폰을 보여주는데, 화면이 몇 분할로 나뉘어 있었다.


또한 화면 몇몇 곳에서 허리에 칼을 찬 사람들이 뭉쳐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복장은 제각각이었으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검을 갖추고 있었다.


"경비는 뭘 하고 있지?"


"가만히 있어요. 아까 그 살수들이랑은 복장이 달라서 그런지도요. 이런 시대라서 무기는 열차에 타기 전까지는 잡지 않는 추세이기도 하니까요."


나는 소림이와 그녀의 엄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한테서 멀리 떨어지세요. 지금부터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네? 싸움이요?"


소림이의 어머니가 당황하여 되물었다.


"그냥 원래 가시던 길로 가세요."


나는 단호한 얼굴과 어투로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이 자리를 뜨세요. 가다가 누가 붙잡고 저에 관해서 물어보면 모르는 척하시고요. 애초에 잡히지 않도록 행동하는 게 좋겠네요. 그냥 아예 저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림이.


"괜찮아. 어서 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심하셔야 해요."


소림이의 어머니가 그리 말했다.


"네, 옷 세탁 감사해요."


나는 두 사람을 서둘러 떠나보냈다.


"더 나은 세상에서 만나죠."


자리를 뜨는 모녀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나운, 이제 몇 분 정도 남았지?"


"이 속도면 1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요."


"1분인가."


십수 명의 살수들을 상대로 주변 피해 없이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경비들에게 말해서 대비하라고 해."


"네."


나운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대기 중인 경비들에게 허겁지겁 달려가려는데,


"!"


사각에서 살수 하나가 나타나 나운의 목에 검을 휘둘렀다.


나운은 깜짝 놀라긴 했지만, 반사적으로 가방을 휘둘러 막아낸 덕에 베이지 않았다.


'령보靈步, 발도문인가!'


이가살수문에서 기본적으로 탄지공을 가르치듯이, 발도문에서는 살수들에게 령보라는 보법을 가르친다.


령보란 유령이 된 것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목표에 접근하는 보법인데, 암살에 있어서 발도술만을 고집하는 문파답게 보법의 수준이 굉장히 뛰어나다.


우리 가문에서 그 정도로 기척을 숨기려면 흑골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발도문에서는 흑골뿐만 아니라 주골, 황골 수준의 잡다한 살수들까지 그 정도 수준의 보법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발도문이 상대인가, 골치 아프게 되었군.'


바로 그때, 내 신경이 나운에게 쏠린 틈을 타서 살수 둘이 령보로 덤벼들며 일제히 발도했다.


나는 바람에 범람을 실어 검격을 한꺼번에 튕겨내는 것으로 응수했다.


암살이 실패하자마자 살수들은 령보를 써서 신속하게 인파 속으로 숨었다.


"으아아~!"


나운에게 붙은 살수는 그가 만만했는지 계속 검을 휘둘렀는데, 내가 범람을 날려 그의 목을 베어서 쓰러뜨렸다.


"감사합니다, 풍존."


살수의 주검을 내려다보며, 나는 불특정다수를 향해 말했다.


"발도문의 살수들이여, 그대들은 살인을 업으로 삼는 족속이니 내 손에 죽어도 할 말은 없겠지?"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발도문의 살수들이 인파 곳곳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이월, 이걸 봐라."


그런데 그 중 한 사람, 녹갈색의 허름한 도복을 입은 중년이 앞으로 나서더니, 내게 넓적한 패드를 던졌다.


받아서 화면을 확인해보는데, 역 바깥 어딘가에서 밧줄에 묶인 채로 붙잡혀 있는 민간인들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복면을 쓴 살수들이 인질들에게 검을 들이대고 있는 모습 또한 보였다.


여기 오기 전에 미리 납치해둔 사람들 같았다.


"문암을 죽이지 않았더군. 나운도 살려서 네 부하로 쓰고 있고."


중년 살수가 말했다.


"이가살수문의 살수로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런 무른 모습은 안 보여줬다던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게 물러진 거냐?"


"물러진 게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온 거지. 난 이제 살수가 아니라 호법이니까. 죽이기보다는 지켜야 하는 몸이니까."


"사람들을 지키고 싶나? 그렇다면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마라."


중년 살수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네가 우리 공격을 한 번 막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


"···."


"대답은 기다리지 않는다. 쳐라."


인파에서 살수들이 튀어나와 내게 날아들었다.


"흐읍!"


그리고 발도하는데,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범람을 날려 그들의 검을 모조리 튕겨내었다.


움직이지도 않았고, 그들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중년 살수는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이해를 못 한 모양이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말라는 말은 즉,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 명 죽여라, 중년 살수가 명을 내리자, 패드 화면 속에 있던 살수가 인질 한 명을 베어 죽였다.


인질들은 비명을 지르며 아비규환에 빠졌다.


"이놈들, 정말로 죽이고 자빠졌어."


나운이 질렸다는 얼굴로 패드를 쳐다보았다.


"이봐! 당신들!"


그즈음 경비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소리를 질렀다.


이제야 나서는 그들이었지만, 아직이었다.


나는 바람을 일으켜 패드를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은 패드의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 사람들부터 찾으세요. 여긴 제가 막겠어요."


내 말에 경비들은 저들끼리 급박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어딘가로 연락을 보내는 경비도 있었다.


"인질들이 꼭 역 근처에 있다고는 할 수는 없잖나."


중년 살수가 나를 내려다보며 도발했다.


"또 굳이 설명해주자면, 의미 없는 짓이라는 뜻이다."


"그냥 손 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단 낫잖아."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지만 말이다. 쳐라!"


살수 셋이 한 번에 덤볐다.


2식 진·쇄강. 내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검격을 버텨냈다.


검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상황에 세 명의 살수가 당황하며 물러났다.


"이놈, 무슨 몸이···!"


한 살수는 중년 살수 쪽을 돌아보며 무언의 호소를 하는데,


"후우."


중년 살수가 한숨을 쉬더니,


"한 명 더 죽여라."


덤덤한 말투로 인질의 살해를 지시했다.


"이월, 네가 행동하여 또 한 명의 사람이 죽었다."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나더러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군."


"그렇게 말하는 중에도 내게 덤빌 생각은 못 하는 걸 보니, 역시 너는 물러졌다."


"그러는 당신은··· 발도문주 맞지?"


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와 싸웠던 조황현은 너희처럼 비겁한 수법 따윈 쓰지 않았어. 심지어 너희처럼 다수도 아니고 혼자였는데도."


내 말에 중년 살수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감히 문주님의 존함을 들먹이다니."


"불만이면 너도 이천 이름 들먹이든가. 이제 그 사람은 문주가 아니지만."


"인질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당연히 곤란한 상황이었다.


중년 살수는 진·월공의 사정거리 너머에 있었다.


범람을 날려 그를 단숨에 죽인다고 하더라도 인질들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거나, 소수의 목숨은 포기하고 살수들을 전멸시키는 것뿐.


사람들이 모두 죽는 건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저 경비들이 인질을 찾아줄 때까지.


"뭐라고! 그걸 들켰다고!"


그런데, 갑자기 중년 살수가 고성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인질들의 관리에 차질이 생긴 듯했다.


"풍존, 찾았습니다."


나운은 회심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시민 몇이 근처에 있던 인질들의 위치를 찾아내서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 상황에도 도망치지 않은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인질들의 영상은 경비들끼리만 공유하고 있었을 텐데, 영상을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인질들을 찾아내었다는 건 꽤 놀라운 일이었다.


"말했잖아요, 풍존이 과민한 거라고요."


나운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신무림에도 아직 의협이라는 게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가."


나는 중년 살수를 보았다.


아주 단단히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뭐가 잘 안되는 모양이지?"


내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도, 너도 신무림이라는 걸 잘 알지 못했던 모양이로군."


"크윽."


그는 더욱 인상을 구기며 치욕스러워했다.


"이! 이월!"


그때, 살수 하나가 갑자기 검을 뽑으면서 나서더니, 영상을 찍고 있던 청년 하나를 붙잡고 그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눈 깜빡할 새에 인질이 되어 버린 청년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렸다.


"움직이지 마라."


살수는 말했다.


"네가 움직이는 순간, 이 사람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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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천수살법 이천 4 23.10.05 24 1 11쪽
108 일대제자 23.10.04 26 2 13쪽
107 집으로 23.10.03 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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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석산의 색, 매화의 향 2 23.09.29 31 1 13쪽
104 석산의 색, 매화의 향 1 23.09.28 27 1 12쪽
103 대일여래大日如來 23.09.27 42 2 15쪽
102 재회와 결집 23.09.26 2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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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작명사 협회 1 +1 23.09.22 49 2 14쪽
99 항쟁의 내막 2 23.09.21 31 2 14쪽
98 항쟁의 내막 1 23.09.20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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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천마신공 파비야 1 +1 23.09.18 33 2 13쪽
95 발도문 5 23.09.15 33 1 12쪽
94 발도문 4 23.09.14 29 1 11쪽
93 발도문 3 23.09.12 34 1 12쪽
» 발도문 2 23.09.11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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