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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찢는 북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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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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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DUMMY

* * *


“그럼 실력 좀 볼까.”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북부의 왕과 샬릭,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넘실거렸다.


“구경꾼들이 많군.”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가주들은 물론이고 아까의 싸움 때문에 몰려든 북부인들로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샬릭은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북부인이라는 놈들이 칼 뽑았으면 얼른 싸우기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혓바닥 놀리고 있다고 사람들이 욕하겠군.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싸우기 전에 서로 통성명은 해야지. 내 이름은 이미 알겠지만 다시 한번 소개하마. 샬릭이다.”


북부의 왕은 과연 그 말이 옳다고 여기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겨누고 있던 칼을 내리고서 말했다.


“나는 갈로스 가문의 데반이라고 한······.”


“뒈져라!”


샬릭이 기다렸다는 듯 칼을 들고 내달렸다. 데반은 그 모습을 보고 비겁하다고 욕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차분히 칼을 들어 샬릭의 공격에 대응했을 뿐이다.


챙! 칼 두 자루가 맞부딪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는데 너무나 여유롭게 막아내는 걸 보고서 샬릭이 웃었다.


그래, 북부의 왕이 어쩌고 자신할 만한 실력은 있다는 거지. 기뻐할 만한 사실이었다. 죽일 만한 가치가 있는 적이라는 뜻이니까.


첫 번째 공격이 막히자 샬릭은 곧장 칼의 경로를 바꿔 다시 공격했다. 빈틈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공격에 데반은 침착히 대응했다.


칼로 공격을 쳐내고 오히려 역습. 순식간에 공세를 잡고 밀고 들어오는 모습은 과연 북부의 왕이었다.


위협적이고, 날카로우며 또한 위압적이다. 허공에서 어지럽게 얽히는 칼날을 보면서 샬릭은 재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그래, 이 정도면 좀 더 진심을 내도 되겠군.


챙! 칼과 칼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불씨가 튀었다. 샬릭과 데반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칼을 나누다가 다시 거리를 벌렸다.


싸움을 지켜보던 북부인들이 엄청난 공방에 환호했다. 대부분 북부의 왕을 연호했다.


샬릭이 투구 속에서 씩 웃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데반의 칼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잘 만든 칼인 것 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튼튼하군.’


샬릭의 칼은 새까만 색이었는데 그건 오로지 흑철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흑철로 만든 칼은 강철처럼 단단한 용의 비늘조차 가볍게 잘라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유에서 흑철로 만든 칼을 상대할 때는 정면 승부를 피하고 가능한 충격을 흘려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칼이 부러질 테니까.


북부의 왕을 자처하는 데반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러나 그는 칼이 부러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정면에서 샬릭의 칼을 받았다.


그런데도 흰색 칼날에는 조그마한 흠집조차 나지 않았으니 보통 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북부에서 만든 칼 같진 않군. 양식부터가 북부식이 아니야······.’


북부인이 북부에서 만든 칼을 쓰지 않는다니? 북부를 떠나 대륙을 떠도는 북부인은 제법 많지만 그들 모두 북부에서 만든 칼을 쓴다.


그런데 북부의 왕이라는 작자가 다른 지방에서 만든 칼을 쓴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샬릭은 쉴 새 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워낙에 칼을 썼던 세월이 긴 탓에 머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른 덕이다.


그 짧은 새에 몇 번의 공방을 나눴는지 어느새 샬릭과 데반의 위치는 서로 바뀌어 있었다. 주변에서 거센 함성이 울렸다.


“그 칼, 북부에서 만든 게 아니군?”


샬릭의 지적에 데반이 작게나마 몸을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그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안 되나?”


“안 될 거야 없지. 다만 북부의 왕이라는 놈이 다른 곳에서 만든 칼을 쓴다는 게 좀 웃길 뿐이야.”


“칼은 그저 칼이다. 어디서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죽일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


“그 말엔 동의한다. 다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네 칼은 불량이군.”


“뭔 소리냐?”


샬릭이 뛰었다.


“넌 날 못 죽일 테니까.”


캉!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으나 이번엔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데반은 자신의 갑옷의 일부가 잘려 나간 걸 보고서 두 눈을 의심했다.


칼로 갑옷을 잘랐다고? 그게 가능한······.


“장난은 여기까지 하자. 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 너랑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감히!”


데반의 성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는 칼자루를 고쳐 쥐고서 샬릭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갑옷을 입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재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샬릭은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데반이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샬릭의 칼이 먼저 그의 몸을 갈랐다. 이미 잘려 나갔던 갑옷이 더욱 크게 벌어졌고 그 틈새 사이로 피가 주르륵 흐르는 게 보였다.


끔찍한 고통일 텐데 데반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샬릭을 향해 칼을 휘둘렀을 뿐이다.


빠르게 위협적이다. 전사로서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공격이지만 상대가 나빴다. 샬릭은 데반보다 훨씬 더 빠르며, 훨씬 더 위협적이고 또한 훨씬 더 노련하니까.


데반이 휘두른 칼이 샬릭의 칼에 막혔다. 그대로 힘겨루기를 하려는 순간 데반은 경악했다. 힘이라면 북부 제일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자신이 밀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놈의 힘이?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니라 용쯤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뭔 생각하는지 뻔히 보이는군.”


“······뭐?”


배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 데반이 투구 속에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으니 샬릭이 말했다.


“네 생각이 맞아. 난 그쯤 되는 사람이야.”


“그게 뭔······.”


챙! 서로 맞대고 있던 칼이 튕겨 나가며 데반의 어깨가 크게 들렸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크게 열렸으니까. 아무리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한들 저놈은 갑옷까지 베어버릴 실력을 가지고 있다.


위험하다고 생각할 땐 정말 위험한 법이다. 샬릭의 칼이 데반의 가슴을 크게 긋고 지나갔다. 분명 갑옷을 입고 있는데 안쪽에서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크헉······.”


데반이 투구 속에서 피를 왈칵 뱉어냈다. 몸 곳곳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그런 와중에 샬릭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법 강하긴 하지만 딱 그 정도군. 하기야 용도 안 죽여본 놈이니 당연한 일인가. 이봐, 영감들. 아무리 늙었다곤 하지만 이런 놈한테 겁을 먹었나? 부끄러운 줄 알아.”


밉살스러운 목소리에 짜증스러운 내용이다. 데반은 쿨럭 기침을 하면서 이를 갈았다.


“아직!”


말 그대로 피를 토하는 외침이었다. 데반이 말을 할 때마다 투구 속에서 핏방울이 튀었다.


“아직 안 끝났다!”


“그래, 아직 안 끝나긴 했지. 하지만 더 해볼 필요가 있나? 넌 날 못 이겨.”


“아직 안 끝났다고 했다!”


멍청한 놈, 기어코 제 목숨을 땅바닥에 버리려고 하는군. 샬릭이 쯧쯧 혀를 찰 때였다.


데반이 성난 외침을 내뱉더니 갑작스레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이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또한 들고 있던 칼 역시 불길한 색으로 반짝였는데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광경이었다.


“저놈 저거!”


싸움을 지켜보던 가주 한 명이 소리쳤다.


“과연! 숨겨진 한 수가 있었군, 데반! 역시 북부의 왕이다!”


시끄럽군. 샬릭이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데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가주의 말대로 비장의 한 수가 있는 모양이군.


원래라면 데반이 뭔가 하려 하기 전에 바로 죽여야 할 테지만 샬릭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보여줄 게 있다면 다 보여주라는 듯 여유롭게 데반을 기다렸다.


“샬―릭!”


데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기운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더욱 위험해 보이는 건 손에 들고 있는 칼이다. 본래 순백의 색으로 반짝이던 칼은 지금은 탁한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오염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이다.


“널 죽여주마!”


데반이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그걸 본 가주가 소리쳤다.


“광폭화로군! 갑옷에 광폭화 주문이 걸려 있어! 이건 이겼다! 무조건 이겼다!”


광폭화 주문이라면 이성을 대가로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주문일 터다. 샬릭은 가만히 보고 있다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광폭화라고?”


화르륵! 불꽃이 타오르더니 샬릭의 전신을 감쌌다. 또한 칼날 역시 황금색으로 불타올랐다.


“그래서 어쩌라고.”


황금색 불꽃은 데반의 붉은색 기운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아무리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다 한들 태양을 상대로 아무것도 아닌 법이다.


뒤에서 데반을 응원하던 가주들은 물론이고 샬릭을 향해 거칠게 달려오던 데반조차 불타오르고 있는 샬릭의 모습을 보고 움찔했다.


데반은 탄식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이래선 안 됐는데,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머리 위로 든 칼이 붉게 빛났다.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 샬릭을 향해 질주했다.


“내가 더 강해.”


두 자루의 칼이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칼이 부딪치는 순간 귀가 멀 듯한 굉음이 울렸고 사방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충돌의 여파로 먼지구름이 일었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차단됐다.


때문에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승부의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초조한 눈으로 먼지구름이 걷히길 기다렸고 곧 승부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분명 두 사람이 격돌했으나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샬릭이었다. 북부의 왕이 아니라.


“케흑······.”


바닥에 쓰러진 데반이 연신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의 허리는 이미 반쯤 끊어져서 언제 떨어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었다. 원래부터 몸이 튼튼한 북부인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입고 있는 갑옷의 힘 덕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샬릭은 그 모습을 보며 호오 소리를 냈다. 안 죽었다니 마침 잘 됐군, 물어볼 것도 있었는데. 곧 죽기야 할 테지만 그래도 질문 몇 가지 할 시간은 있을 터다.


‘한미한 가문이었던 갈로스 가문 출신이 북부의 왕이 된 것도 이상한데, 심지어 이놈은 북부식이 아닌 칼에 광폭화 주문이 걸린 갑옷까지 가지고 있다. 분명 뒷배가 있다는 소리야.’


누군가 북부의 일에 개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벌일 만한 힘을 가진 존재라면······.


샬릭의 머릿속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혹시 가주들도 이번 일의 뒷사정에 대해 알고 있을까? 데반과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걸 보면 뭔가 들은 게 있으니 그랬을 테지.


그럼 이놈들도 심문해봐야겠군. 샬릭이 용의 불꽃을 거두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가주들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샬릭이 이겼다! 샬릭이 이겼어!”


“최고다, 샬릭!”


“믿고 있었다, 샬릭! 북부의 영웅! 북부의 해방자!”


“데반, 이 쓰레기 같은 놈! 잘 뒈졌다! 카악 퉷!”


저 박쥐 같은 새끼들, 그냥 죽일까? 샬릭이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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