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 없이 혼자 쓰는 글이라면 모를까, 공개된 게시판에 연재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글에 대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피드백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글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오류가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유료연재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해도 상관없다는 말은, 유료연재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다는 말로 고쳐야 합니다. 유료연재야 프로의 세계로 보아야하기에 당연히 실수가 없어야하고(물론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는 있지만 직업적인 부분으로 보아서는), 무료로 연재를 하더라도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단 이상 작가다워야 합니다. 연재글들을 보면서, 글 쓴 사람들이 자신이 작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지금껏 본 적이 없습니다. 독자들이 ‘작가’라는 위치에 끌어앉힌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작가의 위치에 앉아 작가의 칭호를 붙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작가다워야죠.
작가의 위치에서는 ‘내 작품은 어쩌구저쩌구...’, ‘독자들이 어쩌구저쩌구...’라며 자신이 작가라고 스스로 티를 팍팍 내면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는 ‘유료도 아닌데 작가의 소양을 왜 요구하냐’라며, 작가의 위치에서 챙길 권리 다 챙기다가 정작 책임이 필요할 때 작가라는 위치를 내팽개치고 본인 스스로 작가가 아니란 듯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걸 작가로 대우해야할지, 작가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대해야할지 고민됩니다.
글이 작가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면 피드백은 독자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한 독자의 정당한(강조!) 피드백을 무시한다면, 이는 독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이 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정당성마저 위협받는 행동이 됩니다.
작가와 독자는 상하 관계가 아닙니다. 독자는 작가의 글을 먹고 살고, 작가는 독자의 반응을 먹고 삽니다. 작가가 ‘무료로 보는 주제에 어쩌구저쩌구...’라고 말한다면 독자는 ‘무료로 피드백 받는 주제에...’라고 되받아 칠 수 있습니다. 혹, 이 문장에 고개를 기울였던 작가 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자신의 작품이 앞으로 영원히 ‘조회수3, 댓글0’이 되는 상상을 잠깐 해보시면 됩니다.(여기서 조회수 3은 자신이 쓰라린 마음으로 클릭하여 올린 조회수입니다.) 독자의 반응에서 단 하나의 기쁨도 얻지 못한 작가는 없습니다.
작가로서의 책임을 내던지고 멋대로 쓴 글에, 독자들의 정당한 피드백이 아닌 찬양만을 원한다면 팬클럽을 하나 개설해서 그곳에서 연재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팬들의 눈치를 봐야하기에, 종교 집단 하나 만들어서 무조건적인 찬양만을 하는 광신도를 데려다 놓는 것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작가와 독자는 공생 관계입니다. 어느 한 쪽 만을 생각하다간 쌍방이 무너지게 됩니다. 작가의 권리만을 챙기고 독자의 권리를 챙겨주지 않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것을 원한다면 독자라는 존재가 없는 곳으로 가서 완결이 날 때까지 혼자 조용히 글 쓰고 퇴고하면 됩니다. 완결을 내고도 그에 대한 비평을 원치 않는다면 공개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두고 말이죠.
작가로서의 책임을 질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연재 게시판에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라고 올리시면 됩니다. 그럼 독자들이 작가의 소양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작가로서의 권리도 잃게 되겠죠. 본인 스스로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작가가 ‘작가’로서 갖춰야할 소양과 갖추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독자의 피드백을 받을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독자가 글을 읽는 한 독자이듯이, 작가가 글을 쓰는 한 이미 ‘작가’입니다.
※ 여기서 언급한 독자란 ‘정상적인’ 독자를 의미합니다. 악플러 등의 비정상적인 경우의 예를 들면서 글을 꼬집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 의견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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